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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nd_Camino_202346

08.19_Lagua de Castilla → Triacasteia (25.0km) 아, 비 오네. 해 뜨면 그치려나? 그럴 낌새가 아니긴 한데 산동네라 뭐 예측이 안된다. 뜨리아까지 25km - 6 시간 거리니까 8시에 출발해도 2시엔 도착하겠지. 오늘은 서두를 이유 없어. 비가..... 제법 내리네? 멈춰야 할지도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빗방울이 굵어. 우의를 챙기지 않은 탓에 슬슬 젖어들어간다야. 여기가 묵을만한 마을이었으면 오전이고 뭐고 그냥 멈췄을 거야. 이 가게도 알베이긴 한데 동네가 영 아니라 발 묶인 채 시간 죽이다가 식당 아저씨께 비닐봉지 대짜를 얻었어! 그런데 사람들 저걸 허수아비 마냥 머리+팔*2 구멍 세 개 내어서 뒤집어쓰더라. 난 네팔에서 본 포터들 방식으로 개조했다. 이렇게 해야 머리가 안 젖는다고. 혼자 해먹을 때 음식이 포장 단위랑 안 맞으면 다 못 먹고 남기.. 2023. 8. 19.
08.18_Villafranca → Lagua de Castilla (30.0km) 와, 새벽부터 오르막..... ㄷㄷㄷ 길이 갈라지는 곳에 이정표가 있다. 옛길 돌아서 가는 거리가 PRADELA까지 8km라고 적혀있는데..... 이 갈림길에서 중요한 건 거리가 아니라 400m 이상을 올렸다 내리는 고도다. 그러니까 산 하나 넘어가는 길 같은 건데 시작과 끝이 좀 심하게 험하다. 오르막은 오세브레이로 구간보다 등반 각이 높고, 뜨라바델로로 합류하는 내리막은 철십자가에서 엘아세보 가는 길보다 더 가파르다. 간단히 말해서 프랑스 길에서 가장 위험한 구간. 뱌프랑카에서 옛길을 선택할 거라면 반나절 정도 더 배분하는 게 좋아. 알베르게 옆 침대 한국인 순례객 분과 저녁 식사 같이 했는데 이분이 파푸아뉴기니에서 선교 활동하시는 신부님이셨다....@.@;;; 어라, 거기 부족 간 전쟁 살벌한, 총.. 2023. 8. 19.
08.17_ Ponferrada → Villafranca del Bierzo (22.5km) 가자, 레오! * 혹 민폐가 될까 봐 지나쳤던 곳인데 지난번과는 다르게 가자 싶어 지 좋을 때만 발동하는 '뭐 어때' 정신으로 하숙집 입구까지만 가 봤다. 사비네가 여기 짐 풀었던데 알베 좋다고 막 자랑 하더라. 여기로 올 걸 그랬나? 2023. 8. 17.
08.16_ Rabanal → Ponferrada (32.5km) 성당 찾아갔을 때는 미사 중이어서 내부 사진은 포기하고 잠깐 지켜보다 쎄요만 찍고 나왔는데 짧은 시간 둘러보는 와중에도 신도 중 청년이 거의 없더라. 유럽 종교도 고령화가 점점 심해지는 중이거든. 그러다 보니 까미노도 종교를 동기삼기보단 챌린지, 또는 저렴한 유럽 여행으로(특히 이탈리아 애들) 걷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지. * 2023. 8. 16.
08.15_Orbigo → Rabanal del Camino (34.5km) 오늘은 어디까지? 어차피 폰세바돈까진 힘들 거 아냐. 레온부터 68km 거리를 이틀에 왔네. 오랜만에 열심히 걸었다. 이번엔 하루에 30킬로 넘긴 날이 절반도 되지 않을 정도로 설렁설렁 걷고 있어선 지 살짝 부하가 걸린다야. 지난번에 비해 빌바오 빼면 고작 이틀 더 들인 건데 이렇게나 여유롭다야. 나보다 하루 먼저 레온에서 출발한 덕국 자매님이 '너 레온에서 연박한다더만 왜 여기 있냐?'라며 웃는다. 아, 간만에 일 좀 했다니까. 2023. 8. 15.
08.14_Leon → Hospital de Orbigo (33.5km) 푹 쉬었으니 오늘은 좀 길게 걸어봅시다. 이번엔 여름 트레킹 경험치 풀 가동해서 구성한 한국형 자외선 차단 아이템을 착용하고 다닌다. 은행강도 같은 복장이긴 한데 기능은 확실해. 근데 볕 좋아하는 여기 사람들 눈엔 '쟤는 뭔 컨셉으로 이 더운 날에 저런 코스튬을 하고 여길 걷나' 싶은가 보더라. 그래서 '부엔 까미노~' 인사해 주면서도 실실 웃어. 기실 그 웃음이 쪼갬에 가깝긴 한데...... 뭐 어때? 나에게 유용하고 다른 사람에게 무해한 웃음을 줄 수 있다면 좋은 거지.ㅎㅎ 지난 까미노에서 쉬었던 마을, 고작 한 블럭 차이나는 큰길인데 풍경이 많이 다르다. 묵었던 알베 구글정보 찾아보니 나무였던 벙커 베드 철재로 싹 바꿨던데 너른 정원이 참 좋았던 숙소, 그늘에서 쉬면서 지친 다리 핑계로 들어갈까 살.. 2023. 8. 14.
08.13_Leon (연박) '꼴또'라는 게 있다. 지난번 까미노에서 로즈가 귀동냥으로 알아온 건데 기본적으로 '맥주 한 잔에 타파스 한 접시 세트' 주문. 타파스는 고를 수 있는 곳도 있고 서빙하는 직원이 알아서 타파스 내어오는 곳도 있다. [렌덤 타파스] 같은 레온 뒷골목의 재미 중 하나. 그런데, 난 아직도 이게 정확히 무슨 뜻인 지, 어떤 가게에서 어떻게 주문해야 하는지 아직도 모르겠단 말야. '꼴또?'라고 물어보면 멍~ 한 표정으로 '그게 뭔데?'라 하는 곳도 있고, '두 명? 선불이야' 라며 바로 주문을 접수하는 곳도 있거든. 바르셀에서 가우디 투어 가이드 통해서 현지인에게 물어봤더니 난생처음 듣는 말이라더라. 여전히 베리 미스터리 한 주문이다. 2023. 8. 13.
08.12_ Mansilla → Leon (18.0km) 모비스타 가게가 있어서 유심 구입하러 들어갔었는데 기다리다가 결국 못 사고 나왔다. 우리나라 같으면 다른 고객 응대 중이더라도 새로 들어온 손님에게 용무 물어봐서 기다리든지 다른 곳으로 안내하는 게 일반적인데 얘들은 신경도 안 쓰고 한 사람 한 사람 처리하더라. '이 가게는 유심 판매하지 않는다'는 한 줄 대답 듣기 위해 20분 넘게 기다리는 건 좀 너무하지 않니? 기다리는 동안 삐닥하게 봐서 그런가 일처리 하는 방식도 정말 느렸다. 전산 서포트 없이 서류 보면서 수기로 작업하는 거야? 이렇게 일하면 뭐가 좋은 거지? 뭐라도 장점이 있으니 이러는 걸 거 아냐. 손님으로 온 아이가 물건 건드려 울리는 도난 경보기 끄지 못해서 꺼질 때까지 기다리는 점원을 보자니 실소가 나왔다. 그래도 웃으면서 나왔네 ㅎㅎ .. 2023. 8. 12.
08.11_Bercianos → Mansilla de las Mulas (26.5km) 8인 벙커 베드 룸에 딱 떨어지는 의자 4개. 저 의자는 기본적으로 침대 2층에 배정받은 사람들이 배낭 정리할 때 쓰라고 놔둔 거다. 물론 누구나 사용할 수 있지만 쓰고 나면 비워놔야지 저걸 배낭 선반으로 사용하면 어쩌자는 거여. 1층 사용자는 침대에 걸터앉아서라도 할 수 있지만 먼저 입실했다고 자기 짐 정리 다하고 저렇게 의자에 배낭 올려놓으면 뒤에 들어온 2층 사용자는 바닥에 앉아서 짐 정리해야잖아. 사람들 참 이거 안 지키더라. 가이아 운영은 더없이 깔끔했지만 부킹닷컴의 평점만큼 좋은 숙소는 아니었다. 다른 방도 사정이 비슷할 것 같은데 서향이었던 우리 방은 해 지고서도 한 참 - 자정 지나서까지 미칠 듯이 더웠어. 에어컨도 없어서 여름 한 계절이 통째로 불편하다면 만점에 가까운 평점은 좀 아니지 .. 2023. 8. 11.
08.10_Terradillos → Bercianos del Real Camino (24.0km) 400km를 넘어 이제 걸어온 거리가 남은 거리보다 많아졌다. '아니, 그 고생을 했는데 이제 고작 절반이야?' 투덜거리면서도 아직 380이나 남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아껴 걷게 되는 기묘한 길. 목표에 도달하기도 전부터 오답 노트를 만들며 '다음엔 이걸 빼고 그걸 가져와야겠네', 몇 년 뒤가 될지도 모를 계획을 구상하게 만드는 요사스런 여행이다.근데, 오늘 코스는 왜 이렇게 낯설지?** 이 숙소는 식사 후 순례객들 모두 둘러앉아 자기소개와 순례길에 대한 감상/각오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진다 - 보르다 알베에서 했던 그거랑 비슷한 거. 짧은 시간 동안 그 보다 더 짧은 영어로 뭐라 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예까지 와서 길 극 초반에  했던 이야기를 재활용할 순 없잖아? 쥐어 짜내어 내가 에 순례길을 좋.. 2023. 8. 10.
08.09_Carrion → Terradillos de los Templarios (27km) 어예~ 까리온 구간! 악명 높았던 코스지만 지금은 코스 중간에 푸드 트럭도 운영하고 쉼터도 기억하고 있던 것보다는 많았다. 여전히 여름 대낮에 사전 정보/준비 없이 걷긴 위험한 구간이지만 이젠 그 악명을 '새벽에 별 보기 좋은 길'로 바꿔도 될 듯. 난 못 봤지만 무엇보다 경사 없는 평지잖아. 중력보다야 햇볕이 극복하기 수월하지. 2023. 8. 9.
08.08_Fromista → Carrion de los Condes (19.5km) 오늘은 까리온 까지, 가뿐하겠네. 아쉬운 마음에 출발하기 전 동네 성당 좀만 더 보고 가실게요. 지난 까미노에선 sub 트렉을 몇 번 못 봤는 데 있었는데 새벽이라 못 본 걸 수도 있고 올핸 유독 많이 보이더라. 순례길이 성당 이어가는 외길 아니었나? 왜 자꾸 두 개로 갈라졌다 합쳐졌다 하는 거야? 어떤 마을에선 중심부 관통하면서도 성당 들르지 않게 만들어놨더만. 트렉이 상술에 오염돼 있다는 의심을 떨칠 수가 없네. * 딜레마, 긴 거리를 걸어낸 끝에 이렇게 좋은 숙소에 도착해 회복하는 게 바람직한 루틴인데 그럴만한 좋은 무니시팔은 일찍 마감된다. 그러니 오늘처럼 짧게 끊어야 이런 괜찮은 숙소를 얻을 수 있거든. 새벽에 출발해서 일찍 마무리하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단 말야. 그냥 돈질로 쾌적함을 구입할까? 2023. 8.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