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9_Lagua de Castilla → Triacasteia (25.0km)

아, 비 오네. 해 뜨면 그치려나? 그럴 낌새가 아니긴 한데 산동네라 뭐 예측이 안된다. 뜨리아까지 25km - 6 시간 거리니까 8시에 출발해도 2시엔 도착하겠지. 오늘은 서두를 이유 없어.

 

출발 전 아침, 비가 추적추적.

기다려도 잦아들지 않길래 그냥 출발. 그리 많이 내리는 것도 아니니까 괜찮아, 맞을만 해.

풍광이 다 숨었잖아.

갈리시아 표지석을 이렇게 촉촉하게 볼 줄이야.

오세브레이로 도착.

Santuario de Santa Maria a Real do Cebreiro

첫 마을이니 밥 먹어야지. Bar 들어가니 비 맞은 순례객들 죄다 그지 꼴인데 눈은 또 초롱초롱해. ㅋ

이번엔 아랫 쪽 길 선택.

순례자 상 모습이 지금 내 모습이겠지. 우비 한 장 덮어주고싶네.

Igrexa de San Xoin de Hospital

Igrexa de San Xoan de Padornelo

이 가게에서 밥 먹으면서 분리배출용 봉투 특템!

분리배출용 봉투 찢어 뒤집어쓰고 비 맞으며 산을 넘고 있는 나는, 지금 무려 유럽 여행 중이다.

 비가..... 제법 내리네? 멈춰야 할지도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빗방울이 굵어. 우의를 챙기지 않은 탓에 슬슬 젖어들어간다야. 여기가 묵을만한 마을이었으면 오전이고 뭐고 그냥 멈췄을 거야. 이 가게도 알베이긴 한데 동네가 영 아니라 발 묶인 채 시간 죽이다가 식당 아저씨께 비닐봉지 대짜를 얻었어! 그런데 사람들 저걸 허수아비 마냥 머리+팔*2 구멍 세 개 내어서 뒤집어쓰더라. 난 네팔에서 본 포터들 방식으로 개조했다. 이렇게 해야 머리가 안 젖는다고.

 

Ermida de San Pedro do Biduedo

오늘은 운해도 안보여주고 그냥 그름 속으로 밀어넣네, 매정하긴.

오늘은 국밥 먹는 날 !

필로발, 갈도 가예고.

시레기가 아니라 우거지라니까요, 참.

뜨리아카스뗄라

Romanesque Church of Triacastela

Camino ??

파스타에 초리소 + 삶은 달걀. 오늘 네 끼나 먹는다야. Refugio Del Oribio. 11 EUR, 현금 결제.

 혼자 해먹을 때 음식이 포장 단위랑 안 맞으면 다 못 먹고 남기기 일쑨데 오늘도 여지없다. 적당히 나눠서 도시락 통에 밀어 넣었어야 했을 것을 귀찮았나 봐. 주인 할머니께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곳을 여쭤봤는데 역시나 이 동네 그런 거 없지. 그래도 워낙 멀쩡한 초리소라 강아지한테 주는 걸로 해결했다. 좀 삶아서 염분 제거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오지랖 떨려다 접었다. 어련히 알아서 잘하실까, 동양인이 여기 음식 가지고 할머니께 잔소리하면 좀 웃기지 않겠어? ㅋ

 

내일은 산실 쪽으로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