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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nd_Camino_2023

08.20_Triacasteia → Ferreiros (32.0km)

by babelfish 2023. 8. 20.

어우, 이제 겨우 계란 좀 삶네.
오늘도 촉촉한 시작.
이쪽 길 풍광이 좋다던데, 이것도 운치 있긴 하다만 시야가 이래서야.....;;
산실 착.
도네 알베&쉼터.
편하게 먹어, 왜 눈치 보고 그래?
곤두선 솜털에 이슬이 맺히는 스페인의 8월 !!
왔어요 사리아.

사리아에선 까미노 경로 따라가지 않고 작은 성당 몇 개 들르며 빙 돌아 들어갔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는데 또 느닷없이 '좀 다른 길을 걷고 싶었어' 증상이 올라왔지 뭐야.

 

교각 아치에 호치키스 박아서 쓴다고?
외벽에 성모상이 있으니 여기도 성당일텐데..... 그러고 보니 신축 성당은 까미노 컨텐츠가 아닌가?
까미노 합류.
전시안을 다시 뵙습니다.
수도원 알베에서 쎄요 찍고 출발.
113km 표지석.

 사리아는 순례 증명서 충족 요건인 얼추 100km 구간의 시점이기도 해서 짧게 걷는 순례자는 도착한 날 정비/1박 하고 다음 날 아침에 출발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점심시간 즈음인 지금 도시를 빠져나가는 길목은 한산해. 사람이 아주 없는 건 아니어서 사리아에서 출발했을 것이 분명한 가족단위 순례객들도 있긴 하더라만. 왜 큰 도시인 여기서 쉬었다 출발하지 않고 오후에 바로 길 나섰을까? 아참, 나도 생쟝에서 그랬지. 4일 코스로는 좀 길고 5일 코스로 잡기엔 넉넉한 길이니 반나절 논스톱으로 땡겨 하루 줄이려는 계획들이신가.....

 

케빈 인 더 우즈?

 호기롭게 사리아 지나치고 케세라세라 중인데, 숙소 사정이 좀 곤란해졌다. 전화로 예약되는 곳이 없어 무작정  걷는 중인데 계속 빈 침대가 없다는 거야. 거리가 늘어나는 건 번틸만 해도 숙소 문의했다가 자리 없어 돌아서는 게 반복되는 건 좀 지치더라. 와 이러다 포르투마린까지 가는 거 아냐? 싶을 무렵,

 

페레이로스 착.
얻어 걸린 곳 치고는 아주 훌륭하다. 로똔가? 싶었다니까. 페레이로스 알베르게. 10 EUR, 현금 결제.

 그래 그 숙소 언제 나오나 한 번 봅시다며 오기탱천한 상태로 큰 기대 없이 들렀던 식당/알베에서 '너 운 좋다. 방금 한 명이 숙박 취소했지 뭐야'라는 반가운 대답이 돌아왔다, 할렐루야! 32km면 그리 길게 걸은 것도 아닌데 숙소 구하는 과정이 유독 피곤하네. 역시 난 계획 없이 움직이는 여행에 스트레스받는 인간이야.

 

며칠 째 배낭에 걸고 다닌 트레킹화는 먼지 잘 털어서 말려준다. 이제 배낭에 집어넣고 안 꺼낼 거거든.
숙박동과 떨어져 길 건너 위치한 식당.
순례자 메뉴, 13 EUR. 괜찮았어.

 저녁 먹고선 100km 표지석으로 갔다. 내일 일찍 지나가면..... 새벽이라도 보기야 하겠지만 그 빛에 사진은 메롱할 거잖아. 표지석에 별도 조명이 있는 것도 아니니 얼릉 가서 미리 보기하고 옵시다.

 

제법 사나웠던 쪼꼬미들.
미리 만나는 100km 표지석.

 100km 표지석, 산티아고까지 남은 거리를 표기하는 거라 100을 꺾게 되면 하루 평균 25km 정도 걷는 이 길이 이제 산티아고까지 나흘이 채 남지 않았다는 의미다. 700 후반부터 따라오던 거리 표지가 이제 두 자리 숫자로 바뀌는 이 순간, 살짝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온다. 두 번째 인데도, 이럴 거라는 거 알고 있었는데도 그래. 한 달 동안 봐왔던 찬란한 유적들보다 이 작은 표지석이 더 감동스러운 건 몇 백 년 전 살았던 사람들의 대단하다는 흔적보다는 오늘을 살고 있는 내가 흘린 땀이 더 가치 있기 때문일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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