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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nd_Camino_2023

08.10_Terradillos → Bercianos del Real Camino (24.0km)

by babelfish 2023. 8. 10.

 400km를 넘어 이제 걸어온 거리가 남은 거리보다 많아졌다. '아니, 그 고생을 했는데 이제 고작 절반이야?' 투덜거리면서도 아직 380이나 남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아껴 걷게 되는 기묘한 길. 목표에 도달하기도 전부터 오답 노트를 만들며 '다음엔 이걸 빼고 그걸 가져와야겠네', 몇 년 뒤가 될지도 모를 계획을 구상하게 만드는 요사스런 여행이다.

근데, 오늘 코스는 왜 이렇게 낯설지?

이번 까미노엔 유독 뒤꿈치가 고생이다. 아, 이거 뭐가 문제야? (이제는 알지만 그 때는 많이 갑갑했어.)
엊저녁 노을 찍으면서 봐뒀던 덕에 새벽 길은 쉽게 잡는다.
다른 시간대에 보면 이렇게 낯설다니까.
산 니콜라스 델 레알 까미노, 이 정도면 여유로운 아침 식사.
식당으로 들어오라는 화살표 대신 말발굽 바닥에 박아서 안내를? 이건 좀 멋지네.
산 니콜라스 델 레알 까미노.
산 니콜라스 주교 성당.
절반 꺾였다. 이제 슬슬 빨라지겠네.
불란서 처자 마들린을 사아군 배경으로 찍어 폰으로 넘겨줬다. 내 사진은 누가 이렇게 안찍어주나? 칫.
마들린이 사용하던 노르딕 폴. 이거 간단해 보이는 것이 우리나라에선 넘 비싸드라.
뿌엔떼 성모 성당.
여기를 프랑스 길의 가운데 지점으로 본다메?
사아군 입성.
저성당도 무쟈게 커.
산 띠르소 성당
산 파꾼도와 산 쁘리미띠보 수도원
얼레? 산타크루즈 알베 정문이 여기였구나.
페랄레스의 성모 소성당.
.

*

트렉에서 멀찍이 떨어져있어 가 볼 일은 없겠지만 아마도 프랑스길에서 가장 특이한 종탑을 가진 성당/교회?
뭐지, 이건?
베르시아노스 델 레알 까미노.
베르시아노스 델 레알 까미노 무니시팔. 기부제 운영, 석/조식 포함.

*

점심은 동네 수퍼에서 조달.
저녁은 가벼운 버전의 순례자 메뉴.
여기서 만난 친구들이 까미노 후반전 길동무가 되었다.

 이 숙소는 식사 후 순례객들 모두 둘러앉아 자기소개와 순례길에 대한 감상/각오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진다 - 보르다 알베에서 했던 그거랑 비슷한 거. 짧은 시간 동안 그 보다 더 짧은 영어로 뭐라 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예까지 와서 길 극 초반에  했던 이야기를 재활용할 순 없잖아? 쥐어 짜내어 내가 에 순례길을 좋아하는 이유를 '발리 바닷가에 앉아있는 나보다 순례길에서 걷고 있는 내가 더 맘에 들거든'이라는 꽤 당돌한 이야기를 했다. 어라? 반응이 괜찮아. 게다가 의미도 썩 그럴싸하잖아. OK, 그런 걸로 합시다. 그런데 대화 중에 만난 친구들 이름을 둘 밖에 못 외웠네. 내 이름은 'KIM'으로 초 간단한데 반해 외쿡 친구들 이름 너무 어렵거든. 이건 불공평하잖아..... -.-;;;;;

 

빨간색 두 줄이 내 몫이었다. 울림에 신경써가면서 낭독한 게 몇 년 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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