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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Khumbu & Langtang_2017

세 번째 네팔 여행 정리

by babelfish 2017. 5. 6.

 

 

 미리 예매해 둔 항공권 + 면세점 쇼핑까지 포함한, 집 나서서 돌아올 때까지의 door to door 토탈 비용. 국제선 항공권이 322,000 원이라는 역대급 가격임에도 네팔 내 국내선이 추가되는 통에 교통비 비중이 가장 크다. 어쩌다 보니 인천 <->카트만두 왕복보다 카트만두 <->루클라 왕복이 더 비쌌..... 아니 국내선이 비싼 게 아니라 국제선이 심하게 저렴했던 거지. 도시 여행보다는 트레킹 기간이 긴 데다 비자+팀스/퍼밋을 입장료에 포함시키니까 식비 > 입장료 > 숙박비 순서가 되어버리네. 그러고 보니 그동안 네팔에서 팀스/퍼밋으로 쓴 거 다 합산해 보면 20만 원이 넘는다야. 헐~

 

 

1. 최고다.

반장갑 - 자전거 탈 때 쓰던 걸 가져갔는데 정말 요긴했다. 특히 롯지 내에서 손 보온이 필요할 때.
챙 모자 - 포카라에서 500루피 주고 샀던 제품. 완전 좋다. 밀짚 모자를 가져가면 더 좋긴 하겠지만.
여름 등산바지 - 동네 창고 정리 세일에서 만 원 주고 산 제품. 가성비 은하계 최고.
깔깔이 하의 - 지난 서킷 어라운드 때 이미 검증된 제품. 
슬리퍼 - 발가락을 보호해주고 양말 착용 상태로 신을 수 있는 슬리퍼. 산 내려와선 저것만 신고 다녔다.
플리스 - 이런 막 쓸 수 있는 보온 상의 또 없어요. 둘마트 9,800원.
여름 등산셔츠 - 한 장이면 충분.
이너 레이어 - 두 장으로 돌려막기.
버프 - 이제 버프 없는 트레킹은 상상할 수도 없지 말입니다
습식 수건 - 제 용도로도 좋지만 빨래 말리기 전에 탈수용으로 훌륭하다.

 

2. 제 몫은 했다.

침낭 - 새로 구입한 건데 5만 원 선이면 얼추 쓸만하네.
등산화 - 진짜 적당했는데 뭔가 아쉽다. 뭐가 아쉬운 진 나도 잘 모르겠다.
기모 등산바지.
가을 등산셔츠.
슬림 패딩 - 좀 더 가벼운 게 있긴 할 텐데.
배낭 - 조금 더 짐을 줄여야 했다. 배낭이 작으면 가능할까?
히트택 - 며칠 안 썼지만 그래도 꼭 필요하다.
수면양말.
마스크 - 카트만두에선 꼭 필요.

 

3. 아쉽다.

아이젠 - 사용할 가능성이 적더라도 꼭 챙겨야 하는 제품이지만, 좀 더 가벼운 걸 가지고 갈 걸 그랬나?
게이터 - 상. 동
가을/겨울장갑 - 절충해서 중간 단계의 제품 하나로 가져가는 게 낫겠다.
미니 가방 - 무거웠다. 가벼운 재질에 용량이 조금 더 큰 제품이 필요하다.
폴 - 너무 싼 걸 샀나? 중간에 고장 나버렸어.
비니 - 이것도 폴라폴리스 재질의 좀 더 가벼운 걸로 대체할 수 있겠다.
핸드폰(배터리) - 퇴근이 너무 빨라. GPX 등 기록하고 싶었던 게 많았는데 많이 아쉽다.
선글라스 - 김서리는 걸 막을 수 있는 제품이 필요하다. 티포시 가져갈 것을.

 

4. 이건 좀 미스.

미밴투 - 사용자 오류다. 제품엔 하자 없었지만 다음엔 그냥 평범한 시계 가져갈 것 같다.
하드쉘 - 무겁다. 바람막이 하나는 좋은 거 사자.
화장품 - 많이 못 씻으니 용량 작은 거 가져가도 충분하다.
너무 많은 파우치 - 잡다한 게 많았다.
쉬마그 - 이번엔 거의 안 썼다. 구지 가져갈 필요는 없다는 거지.
삼각대 - 카본 미니 하나 알아보자.
반팔 면티 - 면티 ㄴㄴ, 무조건 쿨맥스.

 

5. 한 번도 안썼다.

태양광 충전기 - 작동 안 함
호루라기/땀수건 - 이걸 왜 가져갔지?
한국 동전은 왜 가지고 간겨? - 출국하는 길 면세점에선 카드로 결제했어야지. 띨하긴.
한국 라면은 포카라에서 먹었네. - 이런 잡템 필요 없다. 어디 선물할 거면 모를까.
육포- 칼라파타르, 걍진 트렉에선 이동식 필요없었ㄷㅏ.

 

6. 다음엔 챙겨 올 것들.

차 ~! - 이건 여행일*2(아침, 저녁) 개 정도 챙겨도 된다. 카트만두에서 구입해도 되고.
7부 바지 - 반바지보단 7부가 더 쓸모 있겠더라고.

 

 당초 이번 여행 계획 세울 때만 해도 EBC가 목표였다. 그 후에 포카라에서 쉬면서 ABC 찍고 오든 지, 랑탕이나 들르든 지 그럴 생각이었는데 막상 계획 짜다 보니 욕심나는 거라. 이미 두 번의 히말라야 경험이 있는 터, 큰 고민 없이 책상머리에 앉아 선배님들의 여행기 감상하면서 지도 펼쳐놓고 쇼핑 목록 추가하는 것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코스를 늘여갔다. 그러는 동안 고산에서의 체력 부담에 대한 기억은 희석되어 버렸고 그 결과 쓸데없는 자신감으로 세운 호기로운 계획 - 2Pass-2Ri. 혹시 모를 악천후나 고소증세에 대해선 보수적으로 충분히 경계하는 게 맞지만 나름 히말라야 구력을 믿었고 안전에 대해서는 좀 조심하면서 엄살 피는 척했지만 사실 속내는 '어떻게든 되겠지' 였었거든. 

 그런데, 실제 산에서는? 야~ 역시나 쉽지 않더라. 배낭도 무거웠고 고산에서 다리에 힘 안 들어가는 것도 쏘롱라 넘을 때보다 힘들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거다. 첫 ABC때는 인도 두어 달 돌면서 길바닥에서 다진 체력을 요긴하게 써먹었고 지난 써킷땐 그때 한창 재미 붙였던 자전거 인터벌이랑 스쿼트 덕을 봤었지만 지난 2 년은 좀 막살았었.....-.-;;;; 나이가 40을 넘어가면 1년에 2% 정도 근육이 사라진다더라.

 체력적인 문제가 아니더라도 날씨 때문에 어차피 촐라와 렌조라를 넘지는 못했을 테니 중간에 경로 수정해야 했던 것에 큰 아쉬움은 없다. 아니 아쉬운 게 아니라 현지 사정과 내 상태에 따라 계획을 유연하게 수정한 건 오히려 현명한 선택이었을 테지 Good job. 그렇지만 이런 형태의 여행을 계속할지는 좀 더 생각해 봐야겠다. 출발 전에 생각했던 '여행이 점점 산으로 가고 있는 것'에 대해선 패턴을 바꾸든지 여행지를 바꾸든지 해야겠다. 네팔 히말라야를 계속 가더라도 안나 서킷 기준으로 난이도만 맞추면 큰 어려움은 피하겠지만 고산에서 허우적 대는 건 이제 싫어졌어.

  이 그래프 만든 놈 나와라. 일단 맞아야겠다. 좀 많이.

 위는 '사가르마타 네셔널 파크' 공식 팜플릿에 실린 각 마을 별 고도 표시 그래프. 아래는 실제 고도를 엑셀에 집어넣어 내가 만든 그래프다. 팜플릿에 실린 저거 뻥이다. 팍딩의 고도도 잘못 표기되었거니와 디보체나 풍기텡가가 깎아먹는 고도는 슬쩍 감추고 평탄하게 올라가는 모양으로 그래프를 만들어놨다. 사악한 놈들. 

 실제로 내렸다가 다시 올려야 하는 고도까지 포함하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예를 들어 남체에서 탱보체까지 하루에 400정도를 올리는 평이한 길일 것같지만 실제로는 사나사 3,600까지 올렸다가 풍기텡가 3,250으로 내리고 다시 3,860의 탱보체까지 올리는 거라서 배낭을 짊어지고 올라야하는 길은 800m이상이 되는 것. 단순히 올려야하는 높이도 버겁지만 그 오르막이 짐작했던 것보다 가파른 길이 되어버린다. 이러니 지도 대충 보고 숙박할 롯지의 고도만을 이어서 동선을 계획했다간 낭패보기 십상이다.

 

 거리 축척까지 반영하면 더 가파른 모양새가 될 것 같은데, 암튼 대충 그려도 이 정도 업/다운이 있는 코스다.

 

 

 네팔 음식. 

 달밧이지 달리 뭐 있겠나. 우리 식으로 해석하면 채소 카레 베이스에 닭이나 육고기 더하는 거. 자잘한 다른 음식들이 있긴 한데 달밧 제외하고 나면 딱히 별거 없다. 세르파 스튜, 툭바, 뗌뚝 - 아즘니 손 맛에 좌우되는 수제비나 우동 선에서 정리되고 나머지 소소하게 퉁바, 모모. 네팔 여행자 거리에서 제법 유명하다는 식당들 거의 여행객들 본토 음식들이다. 그러다 보니 포카라에서도 맛나게 먹었던 건 죄다 한/중/일식. 스테이크도 괜찮긴 한데 가격대비 좋다는 거고 다른 음식과 비교해서 썩 훌륭하달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처음 네팔에서 이것저것 막 집어먹을 때만 해도 '아니 이 가격에 어찌 이리 맛난 것들을 주신단 말인가!' 라며 감사했었는데 이젠 '네팔에선 한식이 짱이지. 한식사랑 나라사랑' 이러고 있다. 4 년 전엔 인도 돌아다니다 네팔 왔어서 그랬던 걸까? 비교하자면 인도에선 로컬 음식을 좀 더 다양하게 접할 수 있었다. 여행자 입맛에 맞춘 음식들이 아니라 현지인들의 음식. 적응하기까진 좀 힘들지만 그렇게 현지의 문화가 살아있는 모습이 좋거든. 현지인들만을 위한 식당을 찾아가는 재미. 네팔에선 그런 게 적다. 타멜에서도 스테이크/빵 집과 한식당은 너무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양글링과 작은별은 물어 물어 찾아가야 했다.(심지어 그것들은 여행객용 식당임에도) 이건 타멜과 레이크사이드가 여행자 용으로 조성된 네팔의 펜시버전인 탓도 있고, 내가 두 여행지를 돌아다니는 방식의 차이 때문이기도 하다. 인도에선 그나마 그 동네 뒷모습을 보려고 골목길 빼꼼 거렸던 반면에 네팔에선 트레킹과 멍 때림. 딱 두 가지로 단순화시킨 것도 이유라면 이유겠지. 홈스테이라도 했으면 좀 달라졌으려나? 그렇지만 그 열악한 주방 시설과 여유 없는 삶에서 뭐든 그럴싸한 게 더 나올 것 같진 않다는 게 솔직한 견적. 그냥 냄새에만 의지해 간판 없는 식당 문 열고 들어가던 배짱은 첫 여행에만 가능한 객기였나 봐. 네팔에선 전통음식을 찾기보단 여러 나라 여행자들의 입맛에 맞춘 음식들을 저렴하게 즐기면 된다. 굳이 '전통' 이딴 거 찾으러 다닐 필요는 없다. 네팔이 식도락 여행지는 아니잖아?

 올 겨울엔 가볍게 ABC나 갈까? 아니면 동남아나 가볼까. 요즘 여행 프로그램에서 하노이랑 다낭, 그리고 네팔도 심심찮게 띄우던데 복잡할 것 같으니 이번 턴은 쉬는 게 나으려나? 잉카 플랜을 슬슬 가동시켜? 아니면 더 늙기 전에 스톡 캉크리?

 

 

 

 

 

 

 

 

 

 

 

 

 

 

 

 

 

 

 

 

 

 

 

 

 

 

 

 

 

 

 

 

다음번엔 여행이 아니라 출사를 가버릴까 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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