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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Khumbu & Langtang_2017

KTM -> 사브루벤시 -> 림체

by babelfish 2017. 4. 22.

▒ ▒ ▒ 03.25 ▒ ▒ 

 

"나 랑탕 갔다가 다시 올 거임. 그땐 낮은 층 줘염. 짐은 이르케 맡기고 감. 올 때 전화 하께 ㅂㅂ."

포카라 하리촉 시장에서 샀던 쇼핑백이 저건데 저 천막 재질 완전 좋다. 저런 보조 가방, 지갑 어디 없나?

 

마챠포카리 버스 스테이션.

 

 

 

네팔 문자랑 아라비아 숫자가 뒤섞인 표 들고 어리바리하고 있으면 동네 형들이 도와준다.

랑탕 가는 길이라 도로 보수 구간이 많다. 제법 규준틀까지 만들어놓고 작업하는 것같은데

사면을 '바가지 나라시'? 설마 저게 마감은 아니겠지.

 

 

간밤에 비 좀 내렸다고 강물 색이 아주 살벌하다.

허, 벌써 랑탕이 보인다. @.@;;; 

한 걸음만 잘 못 디디면 삐끗할 위태로운 길을 이렇게 큰 버스가 잘도 가네.

 둔체 퍼밋 발급소. 여기서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한 가지. 팀스는 포카라에서 발급받아둔 데다 트레킹은 사브루베시에서 시작할 예정이어서 버스 종점에서 내린 후에 퍼밋을 발급받을 거라 생각했지만, 고사인쿤드로 가는 트레커들도 있기 때문에 갈림길인 이곳 둔체에서 퍼밋을 발급하고 검사한다. 이걸 미리 알고서 준비해야 한다. 뒤늦게 눈치채고 부랴부랴 천정에 묶어둔 배낭 내려 팀스 꺼내느라 생쇼를 했네.

  1. 여권과 팀스를 큰 가방(버스 천정에 올려두기 전에)에서 미리 꺼내 퍼밋 비용 NPR.3,390와 함께 가지고 있을 것.

 2. 버스 검표원에게 '나 퍼밋 없으니까 둔체 검문소에서 버스 설 때 나에게 말해줘'라고 미리 말해둘 것.
      (다른 트레커나 동행한 가이드가 있으면 눈치로 알아챌 수도 있지만 혼자 생각 없이 가다간 그냥 지나칠 수도 있다.)

 

발급소 5분 거리에 팀스/퍼밋 검사하는 체크포스트가 있다.

 

둔체에서 사브루베시까지는 200여 미터 내려가는 길이다.

인도 영화보다는 좀 퀄이 떨어지는, 아마 네팔 영화 같은데 암튼 저런 걸 줄창 틀어준다. 영화가 끝나면 뮤직 비디오.

버스가 전해주는 진동만으로도 오장육부가 뒤틀릴 지경인데 저 뮤비 덕에 손발이 오그라들어 더 견디기 힘든 길이다.

16:00 도착. 사브루베시에 이 시각 도착이면 선방 정도가 아니라 초특급 편이다.

버스 내렸던 마을을 벗어나

 

조금이라도 트레킹 코스 가까이 가서 숙소 잡을 요량으로 다리를 건넜다.

랑탕의 첫인상. 지진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멈칫.

 

 

 

 

 '아니, 이 정도였어? 제대로 된 롯지 트레킹이 가능하단 후기들은 뭐지? 여기서 트레킹 해도 되는 거야? 그냥 한 일주일 자봉이나 하다 갈까?' 갑자기 입력된 정보에 복잡해진 머리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마을 입구에서 롯지 재건축하면서 미장하시던 아저씨가 조금 수줍은듯한 (뭐지?) 표정으로 인사를 하신다.

"방 필요해요?"
"아......;;;" 
"들어와요."
"네."

 마을 좀 더 돌아보고 괜찮은 집을 고르고 싶었는데 집 수리하면서 손님 청하는 걸 뿌리치고 가기가 참..... 이게 여행자에겐 필요 없는 오지랖인데 랑탕에선 좀 그렇다. 랑탕에 올 때 3월 말의 꽃을 보겠다는 기대도 있었지만 실상 지진 후에 재건해 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맘이 크다. 거기에 꽃까지 핀다니 더할 나위 없겠다는 마음으로 룰루랄라 들어왔었는데 시작점에서부터 아직도 선연한 지진피해를 시각적으로 확인하고 나니 맘이 복잡해진다. 앞으로 며칠 동안 랑탕에서의 롯지 선택이 참 다이나믹할 것 같다. 아, 잠만 근데 롯지들이 이런 상황이면 지방 정부는 한시적으로라도 퍼밋을 면제하든 지 가격을 낮추든 지 해서 트레커들 좀 끌어들여야 마땅할 것을 뭔 똥배짱으로 쿰부랑 같은 가격인 게야?

 

마감이 안 끝난 방. 아, 그래서 아저씨 표정이 그랬구나. 수줍어하는 게 아니라 좀 미안했던 거지.

아저씨한테 걸레 받아서 먼지 훔쳐가며 묵었던 숙소.

랑탕 첫날 롯지.

 

 "메뉴판 좀 주세요."
 "우린 아직 달밧 뿐이에요."."
 "그러니까요, 그거."
 저 고추 볶음이 캐리 했다.

아직 저렴할 때 마셔두자. 에베레스트.

 

▒ ▒ ▒ 03.26 ▒ ▒ 

 

아침 식사 - 팬 케잌. 케잌이 심하게 얇다. 이건 그냥 계란 부침개인데?

@--> 롤 케잌

--> 냠냠.

출발하자마자 다리를 건넜다. 하, 젠장 저걸 왜 건넜을까?

강 건너편 길로 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 길이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그럴싸한 안내 표지판 있으니,..... 일단 가보자.

이따위 돌계단을 밟아가며

이렇게나 높이 올라갔었는데 이 봉우리가 아닌 게벼.

헐퀴, 300m를 헛걸음했네. 거리가 아니고 고도 300을 올렸다 내려서 원 위치. -.-;;;

 날씨를 걱정하며 길을 나섰는데 비는 개뿔. 오늘도 쉐도우 복싱에 바쁜 하루다. 어쩌자고 그 다리를 건넜던 걸까? 네팔 계곡에 붙은 다리란 게 그렇다. 철제 다리가 타르초로 장식되어 계곡에 떡하니 놓여있으면 시선을 확 뺏어가기 마련이거든. 직진하는 길은 보지도 못하고 그냥 우회전해서 건너버렸네. 사브루베시에 내려 고싸인쿤드로 향하는 엽기적인 행로를 탈 뻔? 한참이나 올라갔던 길을 되돌려 바로잡고 보니 고도는 300 정도 올렸다 내렸고 시간으론 두 시간. 거리는 6.5km에 체력도 좀 깎였고 쪽팔림을 획득함으로써 겸손 레벨이 +1 되었습디다?

 무작정 갔던 건 아니다. 마주치는 네팔리들에게 물어보긴 했지. 지도를 들이밀면서 이 길로 벰부 갈 수 있냐고 O.X로 물었던 자매님은 내가 듣고 싶었던 yes를, 어디서 오시는 길이냐고 주관식으로 물었던 형제님은 '고사인쿤드'라는 황망한 답을 주셨다. ㄱㅅ.

 역시 내가 듣고 싶은 답을 정해놓고 질문하면 망하는 건 만고의 진리다.

 

얼레? 신발 뒤축이..... 하긴 이 녀석도 3년 넘었지.

자, 다시 시작.

 랑탕 트렉, 그중에서도 사브루베시 ~ 걍진 길은 완전히 강 하나 '랑탕 콜라'를 따라 올라가는 길이다. 강바닥 끼고 걷다가 높은 마을 찍고 다시 강으로 내렸다가..... 그러다 보니 여기도 다른 산길처럼 오르락내리락 하지만 안나푸르나나 쿰부지역에 비하면 거의 직선코스라 해도 될 정도로 업/다운 폭이 작다. 그래서인지 이틀 반 동안 하루에 고도를 1,000m씩 올리는, 좀 다른 의미로 강행군인 코스다.

 

 

 

 

 

 

 

가끔씩 보이는 이 동네 닭들 벼슬과 털 상태가 정말 곱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네팔 토종닭.

 

 랑탕 트렉에서 이런 갈림길을 만나면 무조건 강 따라가는 길을 선택하면 된다. 미심쩍긴 하지만 왼쪽 내려가는 길이 걍진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Landslide.  무슨 동네 이름이.....ㄷㄷㄷ

 

 

Bamboo

규모는 작지만 저 출렁다리도 현수교 구조인데 주탑이 저렇게 꺾여서 누워있어도 되는 거야?

랑탕 트렉엔 아직도 무너지다 만듯한 불안감이 남아있다.

Tea hut.

Maps.Me엔 롯지로 표시되어 있었지만 무너지고 없었던 곳. '랑탕뷰 롯지'이었던가?

 

 1박, 림체의 가네쉬 뷰 롯지. 라마호텔까지 가려다가 초반에 버린 시간도 있고 해서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다리는..... 어디가 뭉치거나 망가진 게 아니라 힘이 빠져있다. 아주 잘 연소된 숯처럼 가지고 있던 체력을 잘 소진시킨 듯 노곤하다. 급하게 오르내리는 길이 없었던 덕이다. 파스 바르고 내일 살살 걸어보면 남은 이틀 견적 나오겠지.

 

주인 아즘니께서 랑탕 최고의 핫 샤워라고 자랑하던, 뜨거운 물 넉넉하게 나오던 샤워장.

초컬릿과 사과로 속을 만든 애플파이. 살살 녹는다.

 

밤이 되자 또 가득 몰려드는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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