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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Khumbu & Langtang_2017

로부체 -> 칼라파타르 -> 고락셉

by babelfish 2017. 4. 22.

▒ ▒ ▒ 03.14 ▒ ▒ 

 

로부체에선 시작부터 대놓고 급경사. 저것만 넘으면 구부능선 돌파다.

빡시게 올라선,

풍경 보면서 한숨 돌리구요,

빙하 구경도 합니다. 

 

 

예~ 드디어 고락셉 !

푸모리 아래 칼라파타르.

고락셉에서 보면 동네 뒷산 정도도 아닌 그냥 이름 없는 언덕처럼 보이지만 저래 봬도 400m를 올라가야 한다.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는 점심 한 그릇 때리고,

마당에 앉아서 볕 쬐며 멍도 때리고.

칼라파타르 ㄱㄱ.

올라가서 보면 아래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제법 고도차가 느껴진다.

(이건 중턱에서 내려다본 풍경이다. 정상에선 고락셉이 안 보인다.)

에베레스트와 눕체

 에베레스트, 'PEAK15'의 높이를 측량했던 영국 측량국 장관의 이름. 그게 저 산의 이름으로 유통되었다. 웃긴 거지. 아무리 무식한 제국주의 깡패 놈들 이기로서니 산이란 게(산도 산 나름이지.) 최소 몇천 년 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을 거 아냐. 지들이 높이를 측량한 순간 생겨났거나 발견된 게 아니라고. 그러면 이름을 지을 게 아니라 동네 어르신들 찾아뵙고 "할배, 저 산 이름이 뭐예요?"라고 여쭈었어야지. 말 안 통하는 외계 행성이나 바이러스도 아닌데 어따 대고 작명 질? 초모룽마 사가르마타는 엿 바꿔먹느라 즤들 직원 이름을 붙였냐고.

 물론 측량을 통해 세계 제1 봉임을 증명한 건 의미가 있지. 그래, 수고했어. 그렇더라도 지분을 정도껏 챙겨야지. 티벳과 네팔 사이에 위치한 산이름을 영어로 져놓은 거 이거 어쩔 거야? 이런 만행이 아직까지 유효하고 이젠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게 참 기가 막힌다. 무지하고 무례한 것들.

인증샷. 여기는 해발 5,545M의 칼라파타르.

이거 보러 예까지 오는 거지. [칼라파타르 파노라마 뷰]

 궂은 날씨에, 쉽지 않은 고도에 투덜거리며 올라오는 길이 꽤나 힘들었지만. 이 풍광 하나로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다. 에베레스트, 눕체, 아마다블람, 캉테가, 탐세루크, 토부체, 촐라체 그리고 쿰부 빙하. 요 며칠 오후 날씨가 계속 불안했었는데 지금 하늘이 열려있어서 참 고맙다.

뭔 서밋 씩이나......ㅎㅎ

코앞에서 알현하는 사가르마타의 따님, 푸모리.

남체에서부터 함께했던 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풍광. 

인증샷, #2

춥다, 후딱 내려가자.

 

산 바람 묘하게 움직이네.

E.B.C를 다녀올까 잠시 고민했었는데 뭐 굳이.....;;

푸모리, 북두칠성, 북극성.

 

 

 새벽에, 그리고 야밤에 별 좀 잡아보려 했는데 생각만큼 잘 되진 않았다. 추위도 만만찮았고, 매일같이 새벽에 일어나느라 수면시간이 줄어드는 것도 체력을 갉아먹더라. 그리고 장비, 무게 감안해서 절충했던 삼각대는 작고 가벼웠고 가벼워서 골랐는데 가벼운 게 단점이야. 뭐 이래? 여행용으로 마련한 미러리스의 조작감은 손에 익은 데세랄만 못했다. 부족한 지원을 받으며 현장에 내몰린 투덜이 스머프 마냥 구시렁거리는 모습이라니. 포터를 고용하지 않는 이상 운용하는 장비는 모자랄 수밖에 없는데 욕심은 또 가득 챙겨 온 거라. 난 여전히 나한테 쿨하지 못하구나. 체력이 떨어지는 건 그냥 받아들여야 할 상황인 거지 뭘 잘못한 게 아니잖아. 장비 모자라 사진이 아쉬운 것도 누구 탓할 게 아니라고. 그런데 왜 나는 무거운 짐을 지고서 혼자서 고군분투하는 나에게 격려는 못해줄망정 장비가 이게 뭐냐고, 고작 이 정도로 힘들다고 징징거릴 거면서 왜 포터를 쓰지 않냐고 타박하고 있나? 쪼잔한 색히, 다 지가 선택한 거면서.

 칼라파타르 나들이 결과. 결론 났어요. EBC 트렉 되짚어서 루클라로 전속 탈출합니다. 가장 손실 없이 철수하는 방법입니다. 촐라 넘어서 고쿄 트렉으로 내려가는 방법도 생각해 봤는데요. 그거 아녜요. 촐라 초까라 그래요. 나는 고산에 도전하는 클라이머가 아니라 여행하러 온 투어리스트예요.

 내일 종라까지 편하게 내려가서 좀 쉬고, 모레 아침 일찍 나서서 맘 독하게 먹고 천천히 움직이면 가능은 할 테지. 하이캠프(4,800)에서 쏘롱라(5,416) 넘어가던 거랑 뭐 얼마나 다를까만 여기서 브레이크를 잡아야겠다. 예까지 와서 이게 비겁한 건가? 낮에 5,545를 찍고 왔는데 내일 5,420를 포기한단 말이야.....?아쉬운 마음에 잠시 흔들리긴 했는데 방에 다이아막스 가지러 가는 사이 3 분동 안 계단 오르내리며 헉헉대는 나를 보고서, 영하인 내 방 안의 공기를 한 움큼 들이켜고는 정신 차렸다. 째자! 이 여행의 목적은 칼라파타르도 2 PASS도 아니고 카트만두 무사 귀환이다. 어쩐 일인지 3형들도 컨디션 난조로 내일부터 탈출하는 것으로 스케줄 변경. 응?

 왜 트레킹 카페의 히말라야 코스 추천은 여유 있는 시간이 얼마인가에 따라 쿰부와 안나를 나뉘는 걸까? 그리고 그 난이도에 대한 대비가 고작 '천천히 움직이고, 포터와 가이드를 고용하세요'인 건가? 이 정도의 산길을 트레킹 코스라고 소개하는 게 맞나? 아니, 애초에 포터와 가이드가 필요한 길을 트레킹이라 할 수 있나? 모르겠다. 적어도 나는, 내가 가진 체력과 운과 갠또 만으로 여행할 거야. 더 이상 오천 미터 이상의 높이에서 산에게 고소와 추위로 꾸지람 들으며 움츠려든 채 할머니처럼 종종거리며 걷기 싫어. 내일은 팡보체, 모레는 남체 바자르. 남남서로 진로를 돌려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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