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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Khumbu & Langtang_2017

포카라, 잉여 잉여 -> KTM

by babelfish 2017. 4. 22.

 일단 택시로 바글룽 버스 정류장까지 이동. 

다진 바닥에 굵은 골재를 잔뜩 부어놨다. 이 정도 진행시켰으면 우기 전에 포장해야겠네. 포카라는 계속 변하는군.

근데 칸데에 내리니까 비가 온다야. 깜박하고 선크림을 안 챙겼는데 비가 오다니. 역시 운빨!

 비라니. 2 년 전 서킷 어라운드 마치고 올 때도 비 때문에 저녁에 오캠 가려던 걸 접었었는데. 오캠 오후에 오르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야? 쿰부에서도 눈 맞으면서 시작했지만 결국 칼라파타르에선 맑은 하늘이었는데 고작 오캠 하나를 어떻게 못하네. 여기 또 와야 해?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리는데 한국인 팀 네 분이 오시더니 비니루 봉다리 찢어 걸치고 먼저 올라갔다. 하드쉘정도만 가지고 왔어도 괜찮았을 텐데 지금 난 비를 아예 대비하지 않은 가벼운 차림이라 좀 난감했다. 여기서 하루 짜리 홈스테이를 구해볼까까지 생각했...... 어, 근데 저 뒤에 사람들 뭐지? 비가 안 왔다면 행렬 따라갔을지도 모르겠다. 나 저런 행렬 따라다니는 거 좋아하잖아.

 

어떤 이슈인지 가게에 있던 학생에게 물어봐도 잘 모르겠단다.... 그럴 리가, 영어로 설명하기 애매했던 거겠지.

삶은 계란에다 블랙티를 두 잔이나 마시고 나서야 비가 그쳤다.

출발.

 맑은 날 왔을 때는 이런 한 시간도 안 되는 짧은 코스 중간에 뭔 식당이 다 있나 싶었는데 비 오는 날 와보니 꼭 필요한 응급 구호센터처럼 보인다. 이렇게 간사한 게 인간이지. 인간이 간사한 게 아니냐, 내가 그런 거지. 뭐 임마.

 

 

 

비에 젖은 산길은 나름 운치 있고 불편하고 그렇지. ㅎㅎ

어, 벌써 다 왔네? 기억엔 썩 가파른 길을 좀 길게 올라갔었던 것 같은데 이번엔 45분 정도 걸려 올라왔다.

 

오캠 전망은 여기가 제일이다. 이 건물 옥상 뷰.

 

 저녁을 주문하고 식당에 갔더니 세상에, 지난번 서킷에서 만났던 포터 갸누 형이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온다. 내가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거에 살짝 놀란 듯. NAM형한테 보낼 인증샷 하나 찍고 이야기하고 보니 한국인 부부랑 같이 트레킹 하고 오는 길이란다. 포터 한 명까지 포함된 팀의 가이드를 맡고 있었다. 그래, 형 나이도 있는데 이제 가이드해.

 

치킨 달밧, 주문을 어리바리하게 받길래 기대 안 했는데 썩 좋았다.

 

▒ ▒ ▒ 03.20 ▒ ▒ 

 

새벽하늘 좀 살피러 나가보니 좀 애매하다. 해뜨기 전에 구름이 걷히려나 더 몰려드려나?

 

문 살짝 닫아놓고 나갔는데 그 사이 고양이가 밀고 들어왔나 보다. 어제 엔젤 G.H에서 본 녀석인데 도도하게 나가려는 걸 곯려주려고 문을 닫아버렸더니 당황 안 한 척, 나가려고 했던 거 아닌 척하며 침대로 올라가 떼껄룩 질이다. 얘들 병신미는 전 세계 공통인가 봐.

해는 떴고 구름은 많아졌고 난 망했다.

 

세상 의미 없는 타임랩스.


 

아침 요가 캠프. 어제 엔젤의 저렴한 방갈로를 다 점령했던 단체 손님들.

날이 궂은 게 아니다. 단지 구름이 좀 많을 뿐.

구름이 움직이는 사이 잠시 안나 싸우스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세상에나! 

저 남봉 상태가 왜 저렇지? 

 

 이게 지난 2013년, 포카라에 아이젠이 동날 만큼 눈이 내려 A.B.C에서 안나 1을 못 보고 하산할 때의 안나 남봉이다. 산이란 게 울퉁불퉁한 원추의 모양이다 보니 아무리 눈이 많이 내리더라도 쌓이지 않는 사면이 있기 마련이다. 경사가 급해서 눈이 쌓이기 힘든 절벽이나 바람 부는 방향 반대편의 사면이나. 아무튼 조금이라도 시커면 암벽이 보이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저럴 수가 있나 싶을 만큼 순백의 설산이다. 확대해서 살펴봐도 검은 구석이 없다. 이건 단순히 눈이 많이 내린 정도가 아니라 눈보라가 온 산을 휘감아 여백 없이 쳐발 쳐발. 정작 스톰은 여기였구나. 이번 눈으로 ABC 롯지가 무너져 네 분이 사망하고 촘롱 위의 길이 다 닫혔다는 말이 이제서야 이해되었다.

 

아침은 토스트 에그 세트.

 

캠프장을 돌아 담푸스 방향으로 하산.

 

페와호변까지 직선거리 얼추 20km. 걸어가는 것도 가능은 하겠다 싶은 거리.

 

 

어, 여기 블럭들. 나 이거 2 년 전에도 봤던 것 같은데?

 

같은 풍경인데 조금씩 변했다.

 

 담푸스입구에서 ABC트레킹 팀을 만났다. 왜 ABC트렉을 굳이 패디에서 출발해 급한 오르막으로 시작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팀장으로 보이는 가이드에게 촘롱 윗 길 열렸냐고 물었더니 "may be" 란다. 그렇겠지. 같은 말이라도 "길 안 열렸을지도 몰라요" 라며 오는 손님을 돌려세우기보단 "아마 열렸을 거예요"라고 해서 일단 출발하고 보는 거지.

 

올라가는 표지판은 친절하게 눈높이에,

내려가는 표시는 바닥에. 나름 시선 방향을 고려한 훌륭한 배치다.

 

 

 

한번 왔던 길인데 교차로에서 잘 못 짚어 차도를 따라 내려오다 버스를 잡아탔다. 아마 담푸스에서 봤던 12:00쯤에 출발할 거라던 그 버스같다. 그런데 이 버스 내리막에선 시동을 끄고 내려간다야. -,.-;;

좌석 번호까지 지정된, 한때 나름 고급이었을 버스.

ㅎㅎ, 또 비 내린다.

버스지만 주문 들어오면 지붕에다 건축 자재도 싣는다.

 

하리 촉 도착해서 쇼핑백 하나 사고.

봉고 타고 제로킬로미터로. 여기서 다시 한 번 더 봉고 타고 레이크 사이드로.

윈드폴에선 오늘 생긴 방 중에 럭셔리하게 페와호가 보이는  NPR.800짜리 방을 선택.

이제 진짜 설렁설렁 산책이나 좀 하자.

 

포카라엔 온전히 쉬러 왔으니.

 

 

▒ ▒ ▒ 03.21 ▒ ▒ 

 

윈드폴에서 페와호를 따라 놀이터 방향으로 끝까지 걸어가면 대략 2km다. 아침 식전에 산책할만한 거리.

 응? 어제 아침보다 날이 더 맑잖아. 오캠을 어제 갈 것을 그랬나?

 

 윈드폴에서 만난 친구들이 몇 된다. 장기 여행 중인 형님 부부네, 네팔 처음 오셨다는 형님 한 분. 워홀로 시작해서 3년째 여행 중인, 이제 네팔에서 마무리하고 들어갈 거라는 미스 꽁마라와 그 친구. 리시께쉬에서 요가 수업도 들었었다는 장교출신 여행자랑 ABC 준비 중인 두 친구. 그리고 그 멋쟁이 막내. 숙소에서 만난 다른 여행자들과 길 위에서의 경험을 공유하는 건 참 즐거운 일. 장기여행자들이라 산 타는 걸 필수 요소로 생각하지 않고 가벼운 옵션 중 하나로 여기고 있어 그런지 여유로워 보였다. 괜찮은 여행자들이었다. 다시 길에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

 아침 먹고 커피 마시다가 별안간 사장님을 가이드 삼아 사랑곳을 가기로 의기투합. 어, 잠깐. 어제 보람이 네랑 점심때 뭔가 먹으러 가기로 했던 것 같은데..... 시간과 장소를 정해둔 약속이 아니어서 숙소 친구들과 사랑곳 산책에 합류했다.

 

이 흐리멍텅한 날씨에도 페러가 한창이다. 정해진 날짜에 출국해야 하는 여행객은 별도리 없으니.

그나마 앞으로 며칠 중 오늘 날씨가 제일 좋았다는 걸 나중에라도 알게 되면 위로가 좀 될까?

 전망 좋은 능선에 오를 때쯤 동쪽에서 구름이 확 몰려왔다. 남봉, 1봉?, 틸리초피크(저거 틸리초 맞지?), 피쉬테일, 3봉. 날씨만 좋으면 카트만두 방향까지 히말라야 연봉들이 좌라락 늘어선다는데 이것 참 아쉽습니다요.

그래도 내 좋아라 하는 마차푸차레랑 안나 3봉을 봤으니 나름 만족.

 

정원이 예쁜 식당에서 맥주 한 캔, 차 한 잔씩하고 하산.

 

사랑곳에서 내려다보는 페와호 풍경이 남해안 바닷가 마을 같다.

 사랑곳 트레킹. 사장님께서 멋진 뷰포인트를 들르는 통에 좀 길어지긴 했는데 이게 짧게 잡더라도 만만한 산책 코스는 아니다. 밴드에 찍힌 거리가 16km. 소요시간 7시간 중  걸은 게 5시간. 고도 750m 이상. 충분한 하루 분의 트레킹이네. 세탁 맡기고 나니 남은 양말이 수면용 밖에 없던 탓에 등산화 신기가 애매해서 슬리퍼로 올랐다가 좀 고생했다.....-.-;;;; 발에 땀 나서 미끄러지는 거 방지하려고 맨발로 흙을 얼마나 비벼댔는지.ㅋ 살려고 말입니다.

 

 짐승의 이동을 막은 돌담에 사람은 들어오라는 안내 글.

점심 약속을 못 지켜 좀 미안했던 보람이 네랑 저녁은 쏘비따나에서 김치 만둣국.

쏘비따네랑은 좀 다른, 정갈하긴 한데 MSG의 맛은 좀 더 강하다는 느낌. 사진 정갈하게 잘 나왔네?

 

▒ ▒ ▒ 03.22 ▒ ▒ 

 

 

 오늘은 뭘 할까나..... 하다가 아오조라에서 오야꼬동 먹고 배 타러 갔다가 저녁은 제로갤에서 탕수육. 오야꼬동은 돼지가 아니라 닭이다. 돼지로 '오야'와 '꼬'를 구성할 순 없잖아? 애저도 아니고 뭔 닭을 뜯지 않고 저며놔서 먹으면서도 되진 줄 알았네, 역시 둔하다니까.

 

 

 

 작은 섬(위키나 구글 맵을 찾아봐도 이 섬 이름을 모르겠네. 그냥 '페와호 가운데 있는 작은 섬'이다.)에서 쉬는데 단체로 - 그러니까 직접 노를 젓지 않고 편하게 오신 양반들이 우리 배를 소품으로 인증 샷을 찍고 있다. 아 저거 대여료 받아야 하는 거 아냐?

 

 

나비에게 맥주 삥 뜯김.

 

▒ ▒ ▒ 03.23 ▒ ▒ 

 

 

 윈드폴 아침 식사는 다 같이 준비한다. 물론 무료는 아니다. NPR.250. 같이 상 차려서 먹고 치우는 방식. 네팔에서 아침 식사로 한식을(뇐네 표현으로 밥 같은 밥) 먹으려면 이만한 게 없다. 내 기준엔 좀 늦은 시각(08:30) 이긴 하지만 그리 바쁘게 움직일 필요 없는 곳이니까 ㄱㅊ.  첫날은 익숙하지 않은 배식을 거드느라 사진을 못 찍었네, 닭도리탕 맛났었는데 아쉽.

 

인도 단체 관광객들에게 빵을 조공받고 있는 팔자 늘어진 송아지.

 

 

 

F.B.A 라고?  Phewa 아니었어?

 

산책 겸해서 팀스 받으러 호수 반대편 N.T.B로

 

팀스는 전국구 단위라 포카라에서도 랑탕 팀스를 발급받을 수 있다.

 

예까지 온 김에 놀이터에서 라씨도 한 잔.

 

3월에 오니 놀이터에서 꽃을 다 본다야.

이게 보도 블럭이냐? 타일이냐? 왜 줄눈을 몰탈로 메꾸는 거야?

포카라 마지막 점심. 시간이 늦어져서 간단히 뭘 먹나..... 하다가 쿰부 12 일 동안 들고 다녔던 진짬뽕을 여기서 뜯었다.

저기 ATM 아니, Tea Time도 스테이크가 훌륭하다던데 결국 못 먹고 가네. 라면이나 먹고 말이지, 췌.

나처럼 오늘이 포카라 마지막 날인 윈드폴 식객 친구와 기념품 쇼핑.

다시 한번 말하지만 화장지는 가장 단단하고 무거운 것을 고를 것.

칵테일 새우.

일본 관광객을 위한 현지 공수 식품. 포카라 마트 겁내 좋아졌어요.

 

그리고 저녁, 가끔 제로 갤러리에서 벌이는 판, 윈드폴 식객 먹거리 대잔치. 오늘은 보쌈 파티.

 

 

 

▒ ▒ ▒ 03.25 ▒ ▒ 

 

떠나는 날 아침 아쉬운 마음에 윗드폴 몇 컷.

 

 

 

제 집인 양 매일 출근해서 집 지키던 '깜부'

 포카라의 첫 하루나 이틀은 기억난다. 오캠을 갔었고 사랑곳 산책을 했었지. 그런데 나머지는 별스런 기억이 없다. 초반 밀도를 높여놔도 삼 일째부터는 언제 시간이 다 갔는지 흐지부지해지는 기억, 여기도 여행자의 작은 블랙홀이다.

예매해 둔 자가담바를 타기 위해 4명이서 택시 하나에 꾹꾹 눌러 타고 할란촉으로 이동.

 

 

(구) 꿈꾸는 수영장 앞에서 탑승.

안내 방송까지 하는 초 고급 버스.

아침 기내(?)식 샌드위치.

토일렛 페이퍼가 비치된 버스 내 화장실.

점심까지 포함된 서비스 메뉴는 치킨 달밧.

투어리스트 버스에 비하면 4 배 가량 비싼 가격이지만 가성비 나쁘지 않다. 

 

 꽤나 고급 버스와 식당. 이게 수익을 낼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빈 좌석은 많았고 당연히 손님의 대부분은 관광객. 고가 서비스 시장을 가늠하기 위한 안테나 상품일까? 가격 조금만 내리면 썩 괜찮을 것 같긴 한데, 야, 500 루피만 내려봐.

4 열 시트임에도 불편하지 않은 의자와 쿠션 아마도 어쇼바?

창문 봉쇄, 먼지 유입 없음. 에어컨 가동.

스와얌부나트를 지나 Baraju 삼거리에 도착. 타멜까지 걸어도 좋은 거리지만 4 명이니 택시로 편하게.

 

 막냉이 친구 숙소 잡고 오는 동안 잠시 기다리는데 타멜 가게에 붙은 제품의 가격표가 눈에 들어온다. 해비 패딩 4만 원. 윈드컷 만칠천 원. 대충 그 정도 가격. 평소에 등산을 즐기는 분이 아니라 오직 히말라야 트레킹 기간에만 장비가 필요한 여행자라면 비싼 한국 아웃도어 마련해서 힘들게 이고 지고 다닐 필요 없다. 신발 빼고는 여기서 다 구입해서 사용 후 랜탈샵에 팔 수 있는 건 팔고 나머진 필요한 사람에게 주거나 기념품으로 가지거나 하는 게 제일 나은 방법일 게다. 저거 죄다 짭이고 엉성하긴 하지만 간단한 트레킹에 쓸만한 정도는 된다. 한국에서 아웃도어 브랜드 자켓 하나 살 돈이면 여기선 풀세트 맞출 수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신발은 제외!

 

 

 카트만두 스테이크 하우스. 어쩌다 보니 점심 같이 먹었던 네 명이 같이 앉아 칼질하게 되었다. 수다스런 스텝의 과한 친절이 살짝 부담스럽긴 해도 별도의 텍스나 서비스료 없이 스테이크 + 스프라이트 = NPR.850. 음식뿐 아니라 시설이나 서비스까지 감안한다면 썩 괜찮다.

 

겁내 두툼. 맛은....(가격 대비) 좋음.

모자 찾으러 축제 다시 들렀다가 형님들한테 소맥 얻어먹고 나오는데 갑자기 우박 잔치. 

내일 랑탕 갈 건데 괜찮을까?

다시 캉사르에 숙박. 숙소 찾으러 다니기 귀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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