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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Khumbu & Langtang_2017

림체 -> 랑탕빌리지 -> 걍진

by babelfish 2017. 4. 22.

▒ ▒ ▒ 03.27 ▒ ▒ 

 

 

 

아침 먹고 출발.

 맵스미 상으로 12.1 km  08:00부터 16:00까지 점심시간 빼고 7시간. 조금 돌아서 14km라고 보면 단순 계산으로 한 시간당 2km 이동하면 16:00까지 도착한다. 계획이 그렇다는 거지.

라마 호텔.

 

 

 

2봉과 리룽인가? 아주 가까이나 아주 멀리서는 쉽게 알아보겠는데 어중간한 거리에서는 잘 모르겠네.

 

 

Ghoda tabela

 

달밧, 올라갈수록 가격이 높아지는 건 수긍하겠는데 어째 점점 성의도 없어지는 느낌이다?

 

 

 

랑탕이 가까워지자 협곡 벽면이 눈에 들어온다. ABC 가는 길의 모디 콜라 계곡과 비슷한 암벽면.

 

이런 다리 조심해야지. 충분히 살펴보고 귀 열고 건너야 해.

 

 랑탕 빌리지까지 가려다 직전 곰바에 멈췄다. 30분만 더 가면 랑탕 빌리지라는데 안개 같은 구름에 둘러싸인 길도 을씨년스럽고 방 네 개짜리 롯지 채우겠다고 딜 해오는 아저씨 뒤로하고 가기도 쫌 그렇드라고. 근데 뷰는 여기가 더 좋겠네?

 

 

 

오후만 되면 구름이 아주 그냥.

 

 

▒ ▒ ▒ 03.28 ▒ ▒ 

 

 

 

 

 

 

 

 

 랑탕이다. 저 너른 회색 돌무더기가 옛 랑탕 빌리지가 있던 자리. 그 마을 절반이 지진으로 없어져버렸다. 매몰 구역은 위험이 극명하게 드러난 터라 그대로 두고 동쪽 - 집만 무너졌던 구역을 복구해서 현 랑탕이 재건되었고 트레커들은 저 돌더미 위로 난 좁은 길을 따라 여행을 계속한다. 그렇게나 아름다웠다는 랑탕 빌리지를 이렇게 보게 될 줄이야. 올라오면서 본 랑탕 트렉은 지진 피해를 어느 정도 극복하고 있었고 영업 중인 롯지들도 꽤나 있어서인지 2년 전 보도를 통해 접했던 기억만큼 처참하지는 않았는데, 마을 절반을 파괴하고 아직도 그 구역을 뒤덮고 있는 돌무더기의 모습은 숨이 턱 막히는 광경이다. '저걸 그대로 둔다고?' 우리나라 정도만 되어도(이젠 안다. 이게 지구 규모로 생각하면 깨나 높은 기준이란 걸.) 세월호 수색작업처럼 미수습자를 찾아내기 위한 발굴을 할 테지만 당시 네팔은 국토 전역이 지진피해를 입은 터라 이곳만 집중 구호할 수도 없는 데다 중장비를 공수할 정도의 여력도 없어 눈 속에 묻힌 실종자들 까지만 수습하는 게 고작이었거든. 이 후로도 간간히 수색작업이 진행되긴 했지만 여진의 위험과, 몬순, 인도 발 석유 공급중단이 겹쳐지며 얼마 못 가 중단되며 돌더미 아래 깊이 매몰된 시신들은 그대로 실종 처리되어 이 비극은 말 그대로 이렇게 묻혀버렸다.

 그리고 이젠 그 앞 뒤로 새로 지어진 롯지들이 트레커들을 기다리며 불을 밝히고 있고, 사람들은 참사의 현장 위로 난 길을 밟아 계속 걷는다. 이 걸 자연에 맞서는 인간의 숭고한 의지라 해야 하나, 아니면 떨어져 나간 살점에 대한 감정 따위 없이 충실히 상처에 영양소 공급을 이어가는 단순한 프로세싱이라 해야 하나? 솔까 이것도 참 기괴한 풍경이다. 어쩌면 지구가 42라는 궁극의 답을 찾기 위한 유기 컴퓨터라는 구라가 사실일 지도 몰라.

 

 다른 지역도 지진 피해를 입었는데 (뉴스룸에서는 걍진곰파가 지진의 직격을 받았다고 보도되었었다.) 유독 여기만 이렇게 대규모로 매몰된 이유가 궁금해서 좀 찾아봤는데 구글어스로 지형을 살펴보면 애초에 랑탕 빌리지의 위치가 위험한 곳이다. 랑탕 리룽과 랑탕Ⅱ 에서 흘러내린 강우, 토사가 모이는 길목. 랑탕 빌리지 북쪽의 병풍 같은 저 암반이 없어 침식이 진행되었다면 저 위치는 애초에 마을 터가 아니라 계곡 자리였겠지. 고작 이틀 반정도의 가벼운 트레킹만으로 설산에 둘러싸여 풍경을 즐길 수 있다는 말은 바꿔 말하면 그만큼 위험한 곳이라는 의미일 수도 있는 거지.

 

 

 

 

 

 

 오는 동안 지나친 롯지 주인장들 모두 차 마시고 가라고 인사하며 한 말씀들 하신다. 다른 지구에선 보기 힘든 호객행위가 씁쓸하면서도 가슴 아프다. 길은 짐작했던 대로 평이하다. 3백 남짓 올리는 고도에 거리가 고작 8km이니 당연하지 않겠나. 올라가는 길이 가뿐한 건 내려갈 길은 더 편안할 거라는 짐작 때문이지.

 

 

 

 

 

 

 

 

 

 

 파노라마 한 판 돌리고 보니 마을 초입에 아주머니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손님을 부르고 계신다. 호객행위 피하려고 사진 찍으며 멀찍이 돌아서 마을로 들어가려는데 기어코 한 분이 쫓아오셔서는 우리 집에 루프탑도 있고 한국인들도 있으니까 너도 오라고 하신다. 아, 어제 곰바에서 만났던 커플이 이 집으로 갔나 보구나. 쥔장 언니 말빨 반만이라도 음식 솜씨가 있으면 낭패는 면하겠다 싶어 언니네 롯지로 갔다.

 

 

걍진에서의 첫 식사. 점심 치즈 스파게티. 근데 이거 소스가 카레다?

콜라, 랑탕 콜라.... 응?

랑탕 리룽과 킴승

 

 

 

 

 

볕 좋은 날 양말 넣어놓고 망중한.

두어 시부터는 계곡을 거슬러 구름이 모여든다.

구름 몰려드는 거 보고 있자니 걍진리 올라간 사람들 생각났다. '저 위는 좀 춥겠다.' 산 너머 구름 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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