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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Khumbu & Langtang_2017

고락셒 -> LUA

by babelfish 2017. 4. 22.

▒ ▒ ▒ 03.15 ▒ ▒ 

 

 

새벽이 되니 북두칠성 국자가 뒤집어졌네양~

 

새벽에 조명 비춰준 달님 땡큐. 

 새벽 풍경 좀 찍고, 단체 형님들 잘 내려가시라고 인사드리고, 3형들 아침 못 먹고 먼저 출발하는 거 보내고 난 천천히 아침 먹고서 혼자서 느긋하게 일곱 시 반이나 넘어 고락셉을 나셨다. 트레커는 폐업입니다. 오늘부터 나는 투어리스트 할 거예요. 아마도 내려가는 3일은 솔플. 이것도 좋지.

 

바람 잘 들고 눈 안 맞는 곳에 노란 리본 하나 붙여뒀어요.

 에베레스트는 구름 속에 숨어버렸다. 어제 오후에 EBC 갔다가 오늘 새벽에 칼라파타르 일출 보러 간다던 팀은 허탈하겠네. 시작부터 며칠씩이나 눈 맞으며 올라온 걸 투덜거렸었는데 이럴 때 보면 은근 운이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자, 이제 하산이다.

푸모리, 칼라파타르, 고락셉 ㅂㅂ.

 

 이제 쿰부 후딱 마무리하려고 맘먹고 나서야 하는 말이지만 길은 정말 더럽다. 업/다운이 반복되는 것도 그렇지만 이런 너덜길이 과연 트레킹 코스인가 싶다. 이거 눈에 덮이면 길을 못 잡는다고, 언제든지 발목 꺾이거나 무너져 내릴 수 있는 위험도 패시브.

엌, 형님들 날아가신다. 미친 듯이 손을 흔들었는데 보셨을지 모르겠네.....ㅋㅋ

'안녕, 그리고 수육은 고마웠어요.'

이 길 올라올 땐 욕 좀 했었지. ㅎ~  천천히 움직이자. 오늘 하루 길다.

 

로부체는 냅다 건너뛰고,

여기, 투그라 윗 고개 Everest Memorial, Chukpi Lhara.  영화 '에베레스트'에서 봤던 게 기억났다.

오를 땐 정신없이 지나치면서 이건 또 뭔가..... 했었는데 내리막은 편해서 그런지 눈에 들어오네.

 

구글맵에서는 추모 공원이라 표기하고 있다.

 

 투그라에서 차 한 잔 마시고 딩보체가 아닌 페리체 쪽으로 틀었다. 시간을 줄이는 길이기도 하고 오를 때완 다른 길을 가는 재미도 있겠지. 종라 쪽으로 빠지는 갈림길에서 잠시 버벅거리다가 다시 길을 잡고 올라올 때와 반대 방향에 토부체와 촐라체를 두고 좌회전해서,

강바닥까지 고도를 쑤욱 내리면,

아마다블람을 정면에 둔 강변 마을 길이 나온다. 강바람을 안고 가야 해서 불편하지만 가장 멋진 하산 길 풍광. 

 투그라에서 페리체로 경로 변경. 혼자서 강바닥을 흩으며 정면에 고고하게 버티고 있는 아마다블람을 마주하는 하산 길, 오를 때와는 다른 경로로 마을을 이어가는 재미. 길을 벗어날지 모른다는 살짝 불안한 마음으로 주민들에게 물어가며 혼자서 길 더듬어 내려가는 이 과정은 '아참, 내가 걷고 있었지!' 라며 그동안 쿰부를 오르느라 지쳤던 여행객에게 청량제 같은 환기가 되었다. 그래, 트레킹이란 게 이래야지. 

뒤편도 멋지구요.

캉테가, 탐세르쿠도 구름 걸치고 포스 뿜.뿜. 

 

강변 마을 페리체의 울타리, 바람 많은 제주의 돌담 같다.

 

 

 짧은 구간이지만 오를 때와 다른 길을 혼자 가다 보니 조금 헤맸다. 길 알려주는 사람들이 모두 정확한 답을 주는 건 아닌 것 같더라고......;; 이 언덕에 올라 잠시 숨을 고르며 앉아있다가 정말 힘겨워하며 올라오는 트레커 둘을 만났는데 체력적으로 거의 한계에 다다른 모습이었다. 

 "님들 페리체 가심?"
 "ㅇㅇ" (쳐다보지 마, 길게 대답할 힘없어)
 "한 시간 안에 도착해. 이게 마지막 업힐임"
 (급 빵긋~)"뤼얼리? 땡큐"
 그래, 내 그 심정 안다.

저기 건너편 산에 비스듬하게 난 스크라치가 딩보체 갈 때 올랐던 길이구나. 

저기도 밑에서 볼 땐 욕 나오는 오르막이었는데 굽어보니 귀엽군. ㅋ

 

길을 제대로 잡고 있는 건 지, 방향은 맞는 것 같은데 언제쯤 올라올 때 거쳤던 길로 들어설지 살피다가 눈에 들어온 간판. 아, 기억난다. 저거 말 빌려준다는 저 간판. 여기 지나갔던 길이구나. 확실히 기억되는 건 풍경보다는 텍스트지.

러시아 자매님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팡보체 도착.

 16:30 팡보체 세잎. 3형들은 없네? 진짜 한 롯지 더 갔나? 갈 수 있을 만큼 가두면 좋긴 할 테니 잘 된 거겠지. 근데 오늘 아침부터 투어리스트모드인 나는 내 영역 바깥의 모험도 노땡큐지만 언제 필요할 지도 모를 시간을 모으느라 지금의 여유를 소비하고 싶진 않네. 여기서 쉬자. 오늘 근 1,300m 고도를 내렸고, 9시간 동안 먹은 거라곤 차 한 잔. 점심도 거르고 20km 이상 내뺐다.

 숙소에서 만난 또 다른 한국인 형들이 가이드 소식망을 통해 알려준 소식. 오늘 촐라 시도했던 사람들 모두 실패하고 복귀했단다. 즉, 오늘 내가 종라로 갔다가 내일 촐라 도전한다고 해도 그걸 넘을 수 있을 확률은 극히 낮을 거라는 이야기. 어예~ 갠또 쩔구요. 아쉬움 따위 없구요. 내일 남체, 모레 루클라를 거쳐 쿰부 탈출에 박차를 가하는 걸로. 조금만 비겁하면 이렇게 여행이 편하고 안전한 것을.....ㅋ

 

▒ ▒ ▒ 03.16 ▒ ▒ 

 

하늘 깨끗한 것 좀 봐. 오늘 저 윗동네 해돋이 예술로 나오겠다.

여행기 쓸 때마다 꼭 한 번은 하는 말 "해뜨기 직전의 모든 풍경은 사랑스럽다." 암만.

곱기도 하지.

에베레스트와 로체(1봉+미들+샤르), 저 사람 잡아먹는 숭악한 산들마저 이 새벽빛엔 착해 보인다니까. 

  

 

 

밥 짓는 냄새가 솔솔~ 평화로운 아침풍경.

 

 

 

아크님들 오시면 길 열어드려야 한다. 무조건. 쟤들이 이 산길의 주인이다.

골짜기 너머로 보이는 두 마을. 디보체, 텡보체.

오를 땐 눈보라를 뚫고 왔던 길인데 그 눈이 녹아 이딴 진창길을 만들어놨다. 아, 3월 싫어라.

그래, 이게 탱보체 뷰라고!  내려갈 때만이라도 맑아서 다행이다. 

 여기서 차 한 잔 마시며 뷰만큼이나 좋아진 기분에 사진 찍으며 쉬고 있는데 웬 어메리칸 브로가 말을 걸어온다. 
 " 내려가는 길? "
 " 슈어, 넌? "
 " 난 올라가. 일행들은 어제 디보체까지 갔는데 난 여기서 쉬었어 "
 " 잘했네, 여기 뷰가 훨씬 좋아. "
 " 오, 럭키~ "
 위에 눈이 좀 쌓였네, 촐라 닫혔네..... 그런 코스에 대한 이야기 하다가 이 친구가 쌩뚱맞게 우리 대선 이야기를 꺼낸다.
 "ㅇㅇ, 위 해브 노 프레지던트.....ㅋㅋ "
 "ㅆㅂ, 도람뿌..... -.-;;;;;; "
 탄핵 인용 후 60일 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것과 MOON이 유력한 후보라는 것까지 알고 있길래 깜짝 놀라서 물어봤다.
 " 님, 어떻게 그런 것까지 알고 계심? "
 " 일행 중 한 명이 코리안임. "

 야, 그럼 대충 다 아는 이야기를 부러 물어본 겨? 짜식, 그냥 말 섞을 친구가 필요했구나. 아님 그 한국인 친구가 알려준 코리아 이야기가 미덥지 않았던지. 하긴, 대통령이 길라임이라니, 누가 그딴 걸 믿겠어. 우리가 좀 다이나믹하긴 하지. 비아그라까지는 안 물어봐줘서 고맙다.

 

 12:30 풍기텡가. 빠르다. 오를 땐 눈 털어내고 지붕아래서 날씨 걱정하면서 점심 먹었던 식당 야외 테이블에서 볕 쬐며 양말 말리고 있다. 오를 때와는 다르게 하루에 걷는 거리가 길어서 발에서 땀도 나고 내리막이라 무게도 몰려서 발 끝이 아린다. 양말이라도 말려놔야 물집 잡히지 않지. 맘 같아선 식당 옆 계곡 물에 탁족이라도 하고 싶지만 뽀송뽀송한 상태를 유지하려 참고 있다.

 

 

 

 

길다....... 남체가 이리 멀었나?

 

 

 

허~, 이제 두 시 갓 넘었는데 벌써 구름이 계곡을 가득 채우며 밀려든다.

같은 코스로 하산하는 게 지루할 줄 알았는데 같은 풍경 두 번 보니 오히려 반갑더라. 재밌었어.

 

밀려드는 구름을 뚫고

남체에 도착.

 사쿠라에 늦게 도착해서 방은 후진 거 얻었지만 무료 충전은 확보. 목숨 걸고 핫샤워도 했고 오늘은 야크 스테이크와 맥주로 자축. but, 야크 스테이크는 질겼다. 비추. 아주머니 음식솜씨는 좋은 편이었는데 고기 자체의 상태가 이런 건지 모르겠다. 2년 전에 정말 맛나게 먹었던 묵티나트 밥말리 G.H의 스테이크도 누군가는 타이어 씹는 듯 질겼다더니 산동네 품질관리가 들쭉 날쭉한 걸 수도 있겠네.

 사쿠라에서 원했던 방을 잡지 못한 이유가 일본인 단체 때문이었다. 아마도 에베레스트 뷰 호텔까지만 갔다가 내려가는 분들인 것 같은데 올라가면서 만났던 한국 황제 팀들과는 다르게 혼성에 여성 분이 더 많다. 그리고 일본인 오바상들 답게 정~말 조용하다. 연배 있는 분들이라 고전적인 일본 단체의 이미지에 딱 들어맞는 행동거지. 마치 일드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 그리고 일행이 아닌 사람들과는 철저히 단절된 행동. 나야 한국 사람이니까 말 안 섞는 게 별스럽지 않은데 개별로 온 일본인 한 명에게도 합석은커녕 말 한마디를 안 걸더라고. 올라갈 때 만났던 한국 팀은 일본 애 불러서 김치도 먹이고 밥도 먹이고 나도 얻어먹고 그랬는데 일본인들에겐 우리네 정(혹은 오지랖) 같은 개념은 진짜루 없나 봐. 내 관점에선 과해보이는 저 '극단적 프라이버시 존중'도 그네들 입장에선 메너인 거겠지. 그리고 식사 끝나고선 곧장 방으로 흩어진다. 난롯가로 모여드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니. 와우, 저 단체(대략 15명?) 때문에 난로 빵빵하게 틀어주신 아즘니께 감사하는 의미로 내나 앉아서 불 쬐다 가야겠다. 오바상들 방 추우실 텐데.....-.-;; 

 아까 내려오면서 내일 새벽 산책 코스도 봐두었고 아침 주문도 해두었고 오늘도 여러 모로 괜찮은 하루였다.

 

▒ ▒ ▒ 03.17 ▒ ▒ 

 

 

 

 

 

 

 

남체 체크 포스트, 내려가는 길에도 도장 찍어주네.

 

 

 

 

 

 

 

 

 

갈림길, 이런 거 은근 헛갈리는데,

매직으로 그려 넣은 금쪽같은 방향 정보. 아하, 윗 길로 가는 거구나.

 

  이제 15:00가 좀 넘어서 루클라에 내일 항공권이 남아있을지 걱정하며 걷다가 올라오는 한 무리를 만났다.??? 이 시간에? 카트만두에서 뜨는 비행기는 오전에 끊기니 식사하고 여유 있게 출발해도 12:00 넘어가면 올라오는 트레커는 없을 텐데? 이상해서 물어봤다.

 "님들 뱅기 타고 지금 루클라로 온 거예요?"
 "ㄴㄴ, 걸어왔음"
 " 지리부터 걸어온 거라고?"
 "ㅇㅇ" 
 "왜죠?"
 "지난 며칠간 루클라행 결항이 잦아서 그냥 육로로 왔어"
 "헐~ 내일은 어떨까요?"
 "굳 럭"
 이런, 마지막까지 쉽게 보내주지는 않는구나. 쿰부.

 

 

 루클라 입성, 후아~ 시작과 동시에 내리막이었던. 즉 돌아오는 길엔 마지막까지 오르막인 빡센 하산 길이었다. 산행이란 게 높을 곳을 올랐다가 내려오는 과정, 그래서 그 끝자락은 대부분 완만한 경사의 내리막인 경우가 많다. 그렇게 편안한 길로 마무리하면서 좋은 풍경을 두고 내려온 아쉬움을 달래고 올라가면서 뭉쳤던 다리 근육도 푸는 거지. 근데! 여긴! 끝까지 오르락내리락하며 진을 빼네. 여기 안 좋아. 불쾌해. 길이 예의가 없어. 트레커님들은 이런 길 어찌 다니나 몰라. 투어리스트에겐 무리다 무리.

 

비행편부터 예약하고, -  스카이스캐너로 예매했던 올라오는 편보다 $10 비쌌다.

3형들에게 연락했더니 공항 가까운 숙소 잡고서 백숙을 끓이고 있었..... 으잉?!

럼까지 한 병 비워가며 푸지게 먹었다.

 

 

 

 

 

노곤해진 몸을 뉘이며 하루를 마무리. 오늘 26km를 걸었다. 수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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