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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Khumbu & Langtang_2017

KTM -> LUA -> 남체 바자르.

by babelfish 2017. 4. 15.

▒ ▒ ▒ 03.07 ▒ ▒ 

 눈은 04:00 즈음에 떠진다. 한국 시각으론 07:15이니 늦잠인 셈이지. 엊저녁 하다 만 예산 정리 마치고, 배낭 꾸리다 보면 벌써 다섯 시. 씻고 자질 구레한 정리 끝내니 움직여도 좋을 정도로 밝아온다. 한국 시간 대에 맞춰 자고 일어나는 게 더 편한 해외여행. 새벽 비행기 끊어 놀 걸 괜히 8:30편 예약했구나. 더 이른 편으로 변경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빨리 가서 비벼봐야겠다.

 어제 입국하고서 오늘 고지로 점프해서 곧장 시작. 어휴 바쁘기도 하지. 예의 히말라야 트레킹 - 혹시 모를 비상 상황에 대비해 가능한 시간을 확보해가며 움직이는 방식. 진도 뺄 수 있을 때 움직여 두는 겸손 모드. 근데 힘들면 쿨하게 뒤돌아 도망가리라 맘 먹고 나선 길이라 언제까지 착실한 트레커로서 움직일 수 있을 진 잘 모르겠다. 막상 산에 들어가서 며칠 적응하고 나면 좀 나아지려나? 고도가 더 높아지는데 그럴 리가요. ㅎㅎ

아직 교통 정체가 발생하기 전. 새벽의 카트만두거리를 달려 트리부반 국내선 청사로.

 08:30 발로 예약해두었던 비행 편을 창구에서 07:30 발로 변경했다. 역시 솔플은 뭐 변경할 때 좋아. 뭐든 한 자리 남으면 그걸 잡을 수 있거든. 근데 애초에 첫 비행 편을 예약했으면 좋았을 것을 왜 늦은 편을 예약해 놓고 당일 아침에 와서 변경하는 게야? 늘 느끼는 거지만 난 늘 준비를 과하게 보수적으로 한다. 점점 그렇게 되는 것같다.

 청두에서 만났던 3형들과 만나서 비행시각 비교하고 루클라에서 만나기로 했다.

아마 이 형들과 쿰부 같이 걸을 것 같네. 

 국내선임에도 까다롭게 짐 검사한다. 화기류는 당연히 가지고 들어갈 수 없지.

그런데 로비엔 흡연실이 있다. 그리고 라이터를 가진 흡연자들도 있다. 왜죠?

화창한 새벽이다. 굿~

같은 비행기를 탈 사람을 모아 버스 타고 탑승 위치로 이동.

이 인도 친구들과 근 10여 일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무리지어 움직이게 된다. 표준 계획을 따르는 트레커는 대부분 마찬가지. 근데 얘들이랑은 말 한 번 섞질 않았어. 왜 그랬을까?

승객들 보는 앞에서 짐을 싣고 탑승. 내가 탈 비행기가 맞나 헛갈릴 땐 내 배낭 따라가면 된다.

어제 여객기에서 충분히 뷰를 즐겼어서 딱히 자리를 고르지는 않았았는데 엔진 옆은 좀 시끄럽네.

높이 올라서 보면 맑은 날이 아니다. 왜 멀쩡해 뵈는 날씨에도 결항이 잦은 지 알겠다야.

기장님, 뷰 멋지네염.

모든 장치가 매뉴얼일 것 같은 계기판을 가진 비행기로 무사히 도착.

루클라의 첫인상은 '엇, 추워!'. 내리자마자 배낭을 풀어 플리스 꺼내 입고 산행 모드로 전환. 

 

지리가 아닌 루클라를 선택하게 만든 살풍경. 이 위험한 공항에 한 번 와보고 싶었어.

  Go around 없는 공항. 2,850m의 고도가 만들어내는 히말라야 산 자락의 급변하는 기후, 앞/뒤가 산으로 가로막힌 활주로. 굳이 사고 기록을 찾아보지 않더라도 와서 보면 뭐 이렇게나 위험한 언덕에다 공항을 얹어놨나 싶다. 그런데 그것도..... 무사히 이착륙하고서야 드는 생각이고 정작 현장에선 오늘 비행기가 예정대로 뜨려나? 저게 내가 탈 비행기가 맞나? 수하물이 잘 따라오나? 뭐 그런 정도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어차피 이 비행 편을 이용하기로 맘먹은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사탕 먹으며 창 밖 풍경이나 감상하는 게 고작이거든. 걱정해 봤자 더 안전해질 것도 없으니 기장님께 목숨 맡기고 가는 거지. 내가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을 외면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실종자 안내 전단, 팡보체 전 임자 콜라 건너는 다리가 마지막 목격장소 란다. 그럼 팡보체까지도 못 갔단 말이야? 그 평이한 길에서 실족한 건가? 공항뿐 아니라 이 여행 자체가 위험하긴 하지.

 

 

여기서 스틱 한 쌍 구입 NPR.800

 

늦은 아침 베지 모모랑 밀크티. 여행자들 많이 찾는 마을이라 그런지 빠른 서비스. ㄳ.

 

루클라의 출구. 반대 방향에선 입구. 예~ 드디어 트레킹 시작!

입구 나서자마자 내리꽂는다. 여기서 칼라파타르까지 올라가야 할 높이가 2,700M인데 시작부터 내리막이야? 어차피 올려야 할 고도 - 신청하지도 않은 대출을 떠안고 사회생활 시작하는 기분. 야, 벌써부터 기분 쌔~하다. 

 

 

 

점심, 심심~한 달밧.  구성 참 단촐하다. 산에서 먹는 게 다 이렇지 뭐.

점심 먹으면서 태양광 충전기 테스트 해봤는데 여기까지 와서야, 이제서야 테스트하다니.  이거 못쓰겠다. 태양 작열하는 해변이라면 모를까 흐린 산속의 볕으론 충전 안되네. 쯧

 

 

팍딩 입성, 후아~ 루클라에서 200m 넘게 내려왔다.

네팔은 좌측 통행. 사람끼리 엇갈릴 땐 그런가 보다 하는데 야크랑 마주치면 반드시 필요한 룰이란 걸 알게 된다.

 

 

 

 첫 롯지 팍딩, 세르파 게스트하우스. 

 

네 명이서 한 방에 짐 풀고,

치킨 달밧.

  저녁 먹을 즈음 날씨가 흐려지더니 비가 좀 내렸다. 방에 바람막이를 가지러 가는  잠깐 사이 - 식당에서 숙소로 들어가는 1분여? 훅~ 하고 한기가 덮쳐왔다. '?????' 어이없는 사기를 당한 것마냥 황망했다. 아니 산에 들어온 지 몇 시간이나 됐다고 벌써부터 이렇게 찬바람으로 후드려 패시나? 오늘 첫날이에요. 그리고 지금, 春 三 月이라고! But, 잘 생각해 봐요. 아재. 짚도 아니고 비행기로 한 방에 2,850m까지 고도를 올려놓고서 첫날이니 봐 달라는 건 경우가 아닌 게지. 이럴 거 알고 있었잖아. 쿰부가 안나보다 힘든 이유. 가파른 고도 상승의 의미. 알고 있다는 것과 직접 겪는 건 다른 문제긴 하지만.

 텐징-힐러리 공항을 제외하면 아직 특이하달 풍경은 없다. 내일 남체에서 에베레스트를 보면 기분이 좀 달라지겠지.  딱히 잡히는 건 없는데 첫날부터 뭔가 잡생각만 많네. 하루나 이틀 카트만두에서 놀다 올라올 걸 그랬나?

 

▒ ▒ ▒ 03.08 ▒ ▒ 

 해뜨기 전에 잠깐 나가 별을 찍어보려 했는데 야~ 이거 안 좋다. 새벽의 추위도 그렇고 여럿이 자는 와중에 혼자 장비 챙겨 나가는 것도 그렇고. 숙박 문제는 조금 고민해 봐야겠다. 아직 낮은 고도라 뭘 찍으려 했다기보단 시험 가동.

아침은 심플 토스트 셑.

 

 

 

어제 묵었던 숙소의 개가 몬조까지 길안내를 하며 앞서간다. 

지 갈 길만 가는 게 아니라 가다 말고 돌아보면서 기다려주네. 기특한 녀석. 뭘 좀 챙겨줬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지진 후 방치된 건물. 쿰부 지역은 지진 피해가 그리 크지 않았고 루클라에서 올라오는 어제 하루동안 지진의 흔적이 딱히 보이지 않아 복구가 잘 진행된 건가 싶었는데 그렇진 않은 것 같다. 이 깊은 산속까지 자재나 장비는 고사하고 일 할 사람도 들어오는 게 쉽지 않아 망가진 상태로 저리 방치되는 건물이 꽤 있다.

해체해서 자재로 재활용되는 건 그나마 관리되는 집.

 팀스 발급. NPR.2,000. 입국한 다음 날 바로 출발했어서 팀스/퍼밋 없이 시작했다. 현지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고 그래서 무작정 와 본 건데 여기 몬조 부근에서 발급이 가능하다. 이거 편하네. 기입할 정보도 국적, 생년월일, 비자 번호 정도여서 쉽게 발급받을 수 있다. 카트만두에서 발급받는 것보다 불편한 건 딱 하나. 간략하게나마 경로를 적어줘야 하는데 난 마을 이름들을 한국어로만 알고 있어서 구글맵 돌려 지명 알아내느라 시간이 좀 걸렸네. 근데 사실 그거 아무렇게나 적어도 뭐래는 사람 없다. 사무소에 영어로 표기된 지도 한 장 없고 말이지.

★ 2017 년 중반부터였나? 네팔 관광청에서 발급한 팀스는 쿰부에서 의미 없어지고 현지에서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아야 한다. 중앙 정부랑 지방 정부랑 투닥투닥. 뭐 그렇다더라. 이 내용은 2017년 03월의 기록이니. 최신 정보는 반드시 업데이트하셔야 한다.

팀스 발급받으러 혼자서 서둘러 올랐는데 발급받고도 시간이 남아 잠시 멍 때리며 쉬는 시간. 이런 거 좋아.

 그리고 10분 뒤 만나는 국립공원 입구에서 퍼밋 구입. NPR.3,390  저기 빨간 지붕 2 층 건물 가운데 작은 녹색 쓰레기통 옆 창구에서 처리해 준다. 

 

사가르마타 국립공원 출입문.

몬조를 지나 조살레, 이제 제법 깊어 보이는 산속으로 들어간다. 

 

 원정대가 많이 와서 그런지 다른 코스에 비해 유달리 야크, 나귀를 많이 만나는 쿰부 지역. 쟤들과 편도 일 차선 다리를 양방향 통행으로 건널 순 없다. 다리 양 끝단에서 기다리다 한쪽이 다 지나가고 나서야 다리를 건넌다. 산길에서 야크나 나귀들은 좀 위험한 게 이 놈들이 짊어지고 있는 짐의 부피를 가늠하질 못해서 자기 몸만 지나갈 수 있다 싶으면 들이민다. 그러다 보면 즤들이 장애물에 짐이 걸려서 버둥거리기도 하지만 가끔 사람도 그 짐에 치여 나가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나도 잠깐 방심하다 훅하고 들어오는 거 피할 타이밍을 놓쳐 밀렸는데 힘이 어찌나 센지 버텨볼 여지라곤 1도 없이 튕겨나가더라. 날랜 낼쉬 망정 다리몽댕이 부러질 뻔. 다행히 위험한 낭떠러지 같은 곳은 아니어서 조금 비틀거리다 올라오긴 했지만 운 없으면 천 길 아래로 가겠더라고. @.@:;

점심은 조살레에서. 

치즈 프라이드 라이스.

 

 

 강 따라 걷기 - 히말라야 트레킹이란 게 대부분 강 줄기에 붙어있는 마을 길을 이어가며 걷는 길이다. 이렇게 계속 강만 따라 걸으면 얼마나 좋을까만,

  오르막 시작. 악명 높은 [조살레 ~ 남체] 구간. 두 시간 반 만에 600m 정도 고도를 올린다. 저 철제 다리까지 오르는 게 아니라 저길 올라서면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쿰부 트레킹에서 내 컨디션을 점검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

다리 건너 돌아본 풍경. 후아~ 벌써 힘들고 좋네염. 

 

 좀 힘들었나 보다. 남체 입구 체크포스트까지 사진이 없네. 그리고 눈!! 어제는 비, 오늘은 눈. 벌써 부터 이러기야? 

이렇게 겁 줄 것까지야......-.-;;;;

 숙소는 사쿠라 G.H로 정했다. 어제 3형들과 같이 묵어보니 혼자 일어나 새벽 사진 찍느라 부시럭 거리는 게 민폐라 이제부턴 속 편하게 혼자서 럭셔리한 독방으로. 네히트에서 읽었던 숙소 평 중에 그나마 여기가 기억나서 다행이야. 방이 아주 맘에 든다. 롯지 주제에 딜 해서 이틀에 500 이라는 개인적으론 롯지 숙박료 기록 경신이지만 뷰 좋고 무한 충전에 화장실까지 딸려있으니 이만하면 훌륭하다.

 올라오는 길에서 만났던 혜초 단체도 같은 숙소에서 묵었는데 와서 보니 쿡, 포터, 팀장급 가이드까지 포함된 팀이다. EBC, 칼라파타르까진 걸어서 올라오고 내려갈 땐 고락셒에서 헬리콥터로 루클라까지 내려가는 일정. 통칭 '황제 트레킹'이라 불리는 상품. 헬기 이동이 포함되어 엄청 고가일 거란 느낌이었는데 하산길 4 일치 쿡, 포터, 숙소에 사용할 금액과 비교해 보니 별 차이 없거나 오히려 더 저렴할 수도 있겠다. 뿐만 아니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니 멋지네. 저런 여행도 있는 거지.

사쿠라 게.하 304호. 저 창문의 뷰가 장~난 아니다.

큰 마을에 있는 평이 좋은 숙소라 그런지 달밧도 괜츈.

 눈이 계속 내려 제법 쌓일 기세다. 이거 안 좋아. 고도 3,400m에서 이렇게 눈 맞고 있자니 저 위에 있을 고갯길 상황이 좀 걱정되거든. 지난 안나 서킷 땐 눈 때문에 조마조마하게 올랐어서 이번엔 좀 더 따듯한 계절에 가자고 고른 게 3월이었는데 이게 더 안 좋은 선택이었다네? 봄으로 넘어가는 길목인 3월은 2월보다 대기가 불안정해서 오히려 트레킹이 더 어렵단다. 어쩐지 어제, 오늘 오후만 되면 눈/비가 내더니 이게 특별히 운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멍청에서 자초한 거였어? 옴마야.

  그리고 걷기 - 으하하, 빡쎄다. 조살레에서 남체 올라오다가 숨질 뻔? 돌아와 정리하면서 이 코스를 지난 ABC때의 촘롱과 비교해 봤다. [콤롱단다에서 김릉콜라 바닥 찍고 촘롱 올라가던 높이차가 400m, 소요시간이 2시간 반, 그 고도가 2,200m] 그때와 비교하자면 남체 오르는 길은 거의 같은 시간 동안 1,200m 더 높은 환경에서 200m만큼 더 고도를 올린 거다. 표준 계획 안에서 그리고 같이 오르던 무리 중에서도 천천히 움직이는 편이었는데도 이렇다. 심지어 배낭도 더 무거운 걸 가지고서. 힘든 게 당연하다. 천천히 가자. 고도 올리는 거 감안하면 분명히 적응은 하고 있으니.(당연히 적응은 하겠지. 근데 여기선 당연한 정도만 해서는 좀 힘들다는 게 문제) 여기가 얼추 마낭 정도의 높이.....  브라가 - 마낭 구간에서 힘들었던 거 생각하면 딱히 성능 저하도 아닌데 막연히 힘겹다고 느껴지는 건 맘이 급한 때문인가? 앞으로 더 힘들어질 거란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지레 겁을 먹고 있는 건가? 눈 때문에 앞으로 일정이 어찌 될지 알 순 없지만 확 꺾어 고쿄리 하나 보고 움직이는 것도 옵션에 넣어야겠네. 내일은 하늘이 열렸으면 좋겠다.

 

▒ ▒ ▒ 03.09 ▒ ▒ 

남체 바자르, 사쿠라 게스트하우스 304호 뷰. - 콩데.

 그러니까 새벽에 창문 열고 이런 거 찍을라믄 독방이어야 한다는 거지. 그런데 저 밝은 별(?)이 의심스럽다. 사진 찍으면서 스카이맵으로 확인한 건 시리우스인데 아무리 장노출에 살짝 흘렀다고 해도 저렇게나 밝나? 저 정도면 목성보다 밝아 보이는데? 밴드 연동시킨 뒤론 스카이 맵이 가끔 방향을 잘 못 잡아서 이거 영 찜찜하다. 나중에라도 확인할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1년 지나서 같은 계절에 찾아보니 목성이었..... 젠장.

 

 간밤에 눈이 좀 내렸다.

 오늘은 고도 적응 Day - 하루 쉬는 날. 딱히 고소에 대한 부담이 느껴지지는 않는데 표준 계획 상 오늘은 쉰다. '이런 방식이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지만 선배들이 만들어놓은 '표준'에 이유가 있을 거라 싶어 피곤한 김에 따르기로 하지 뭐. 에베레스트 뷰 호텔을 보고 오는 게 오늘의 일정.

 

 

 

 내 발아래에서 탐세르쿠까지 세로 파노라마. 건너편 산에 시선 뺏겨서 발 헛디디면 이승 하직할 수도 있는 위태로운 길.

 

가만 보면 탐세르쿠도 참 숭악하게 생겼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에베레스트를 보고 내려갈 수 있는 헬기 투어도 있다. 헬기 타고 와서 호텔에서 식사 한 끼 하고 내려가는 상품. 고소 증세 때문에 오래 있지는 못한다고.

 에베레스트 뷰 호텔, 간단히 고도 적응만을 위해 산책한다고 하기엔 좀 높다. 그리고 꽤 멋진 뷰다. 호텔 이름을 이렇게 지을만하네. 어제 내린 눈이 볕에 증발하면서 상승기류를 올라타 야속하게 시야를 가려 버렸지만 멀리서 흐릿한 에베레스트와 아마다블람은 그 실루엣만으로도 설렐 지경이고 코앞의 탐세르쿠의 포스도 만만찮다. 호텔 야외 테이블에 앉아 커피 대짜로 몸을 녹이며 수다 떨고 있으니 이거 쫌 우아한 듯? 발걸음을 돌려 쿰중 찍고 남체 복귀로 경로를 잡았다. 쉬는 날인데 이렇게 동선을 늘이는 게 맞나 모르겠네.

쿰중도 썩 큰 마을이다.

 

히말라야 Big Foot은 '예티'라 그러던가? 암튼 그런 게 있다기에 찾아간 사원은, 

원래 있던 문(붉은색)이 포함된 벽체만 남겨두고 사원 전체를 다시 짓고 있다.

재건축에 가까운 보수 공사 중인 사원에서 도네이션으로 가장한 관람료를 지불하고 보게 된

설인,....... 의 머리 일부분 ;;;;

마을 사람들 먹거리를 뺐어먹다가 술까지 뺏어먹고 뻗어서 사냥당했다나 어쨌다나.

가발 아냐? 

 

 

마을 돌아보고 다시 언덕을 넘어 남체로.

옛 공항 자리. 비포장 활주로의 흔적이 아직 있다.

남체 바자르의 얼짱 각도?

오늘 하루 움직인 동선. 11km? 제법 걸었다야. 이 정도면 쉬는 날이라 하기도 뭣하네.

이 바자르 거리에서 말랑 말랑한 물통을 구하고 싶었는데 없더라.

슬림한 물통이 필요해서 콜라를 마시고 그걸 활용하기로 했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패키지 형님들에게 돼지 수육을 얻어먹기에 이르렀다. 이틀 동안 드문 드문 문화 자문(이라고 쓰고 오지랖이라고 읽든지 말든지)하면서 얼굴 좀 익혔는데 저녁에 혼자 버프 달밧 먹는 걸 보고는 수육 한 접시를 내주셨다. 난 나름 맛나게 먹고 있었는데 형님들 보시기엔 타국 와서 혼자 입에도 안 맞는 현지 음식 꾸역꾸역 먹고 있는 불쌍한 아해로 보였으려나? 이런 친절은 감사하게 받으면 되는 거. 외국 여행 나와서 한식 고집이 어쨌건 맛만 좋다야. 안 먹었으면 서운할 뻔했네. 형님들 ABC 구력은 있다시는데 EBC는 어떨까? 뭐 잘들 하시겠지 쿡, 가이드가 포함된 팀인데 내 걱정까지 필요하실까...ㅋ

 내일부터 다시 시작될 산행을 대비해 짐을 좀 더 줄여야겠기에 배낭을 털어 없어도 죽진 않겠다 싶은 짐을 덜어 숙소에 맡겼다. 얼추 2kg 정도가 빠지네? 진즉, 그러니까 한국에서 배낭 꾸릴 때 이 정도로 줄였어야 했는데 왜 배낭을 쌀 땐 그게 힘들었던 걸까? 욕심을 버리는 게 점점 힘들어진다. 이젠 죽겠다 싶은 정도로 힘들어야 좀 버려지네. 다음 여행에선 알맞은 짐을 꾸릴 수 있을까? 인도 3 개월 때도 38L 배낭 하나로 잘 다녔는데 고작 한 달 여행에 50L를 꽉 채워왔으니..... 노욕이다.

 내일 아침 식사까지 미리 주문하고 미리 계산하려는데 따또빠니 하나를 빼먹은 계산서가 나왔다. 예전처럼 '트레커와 공생하시는 분들께 박하게 굴고 싶진 않았어.' 따위의 순진한 생각은 아니지만 물 한 통 값 - 200 루피로 내가 부자 될 것도 아니고 짐 부탁하는 염치도 있고 해서 자진 납세. (당연히 낼 돈을 내고서 왜 이유를 갖다 붙이고 있냐? 땡큐 한 마디 들은 걸로는 부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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