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km를 넘어 이제 걸어온 거리가 남은 거리보다 많아졌다. '아니, 그 고생을 했는데 이제 고작 절반이야?' 투덜거리면서도 아직 380이나 남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아껴 걷게 되는 기묘한 길. 목표에 도달하기도 전부터 오답 노트를 만들며 '다음엔 이걸 빼고 그걸 가져와야겠네', 몇 년 뒤가 될지도 모를 계획을 구상하게 만드는 요사스런 여행이다.
근데, 오늘 코스는 왜 이렇게 낯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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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숙소는 식사 후 순례객들 모두 둘러앉아 자기소개와 순례길에 대한 감상/각오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진다 - 보르다 알베에서 했던 그거랑 비슷한 거. 짧은 시간 동안 그 보다 더 짧은 영어로 뭐라 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예까지 와서 길 극 초반에 했던 이야기를 재활용할 순 없잖아? 쥐어 짜내어 내가 에 순례길을 좋아하는 이유를 '발리 바닷가에 앉아있는 나보다 순례길에서 걷고 있는 내가 더 맘에 들거든'이라는 꽤 당돌한 이야기를 했다. 어라? 반응이 괜찮아. 게다가 의미도 썩 그럴싸하잖아. OK, 그런 걸로 합시다. 그런데 대화 중에 만난 친구들 이름을 둘 밖에 못 외웠네. 내 이름은 'KIM'으로 초 간단한데 반해 외쿡 친구들 이름 너무 어렵거든. 이건 불공평하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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