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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nd_Camino_2023

08.08_Fromista → Carrion de los Condes (19.5km)

by babelfish 2023. 8. 8.

오늘은 까리온 까지, 가뿐하겠네.

편히 쉬었던 알베를 나서는 아침 풍경은 살짝 슬프다. 언제 여길 다시 올 수 있을까? 그런, 순례길 내내 따라붙는 생각이지.

 아쉬운 마음에 출발하기 전 동네 성당 좀만 더 보고 가실게요.

해 뜨기 전에 숙소 나와서 후딱 출발하지 않고 이렇게 시간 보내다 보면,
나보다 늦게 나온 친구들 죄다 멀리 가버린다. 보이지도 않아, 나도 서두르자.
뽀블라시온 데 깜뽀스
바퀴 달린 거에 화살표 그리지 마라 좀.
까미노 필수요소를 이렇게나 모아놓으셨어. 이 집 탐나는데?
뭐 어쩌라는 건가 싶은 와중에
종종 보게 되는 이런 양방향 화살표가 좋은 건 지 모르겠다.

 지난 까미노에선 sub 트렉을 몇 번 못 봤는 데 있었는데 새벽이라 못 본 걸 수도 있고 올핸 유독 많이 보이더라. 순례길이 성당 이어가는 외길 아니었나? 왜 자꾸 두 개로 갈라졌다 합쳐졌다 하는 거야? 어떤 마을에선 중심부 관통하면서도 성당 들르지 않게 만들어놨더만. 트렉이 상술에 오염돼 있다는 의심을 떨칠 수가 없네.

 

레벵가 데 깜뽀스
산 로렌소 교구 성당
비야르멘떼로 데 깜뽀스, 산 마르띤 데 뚜르 성당
비얄까사르 데 시르가, 블랑까 성모 성당
그래, 장비는 죄 없지. 너무 꽉 묶은 내 탓이야. 넌 잘못한 거 없어. 저 고생을 시켜놓고 뭐라하면 되겠냐? 애 먼지 뒤집어쓴 것 좀 봐라.
메세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물탱크.
돌아와서 사진 리뷰하며(그러니까 지금) 되짚어볼 때 제일 그리운 건 이런 '길'이지.
980번 도로는 까리온까지 남은 거리를 병기하더라. 난 저거 되게 특이해보였는데 또 있었나 저런거? - 2 km
까리온 거의 도착. -1 km
ㅇㅇ, 다음 마을 '깔사다'까진 17km가 넘는 장거리. 아직 오전이지만 오늘은 여기서 멈출거야.
산타 클라라 왕립 수도원

*

까리온 무니시팔. 10 EUR, 현장/현금 결제.
이렇게 시설 좋은 무니시팔이 10유로인데 산 후안 데 오르테가 무니시팔이 15라는 게 말이 되냐? 아직도 화가 안풀리네.
여전히 화구는 다 막혔다. 여기도 전자렌지가 유일한 조리 도구.
근데 자매님들 '글 맵시' 써요?
샐러드, 요거트, 햄, 시래기 된장국(블럭).  국에 빠뜨린 바게뜨가 어때서? 그냥 밥 말은 거잖아.
산타 마리아 델 까미노 성당
산티아고 성당

 딜레마, 긴 거리를 걸어낸 끝에 이렇게 좋은 숙소에 도착해 회복하는 게 바람직한 루틴인데 그럴만한 좋은 무니시팔은 일찍 마감된다. 그러니 오늘처럼 짧게 끊어야 이런 괜찮은 숙소를 얻을 수 있거든. 새벽에 출발해서 일찍 마무리하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단 말야. 그냥 돈질로 쾌적함을 구입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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