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제보다 힘을 조금 더 내야 할 거리다.
이 수도원 터 살아남은 건물 한켠에서 알베르게도 운영하고 구석에서 야영하는 분들도 있던데 여기 안전 점검 같은 거 주기적으로 하는 거야? 박스 구조가 깨진 석조 건물의 잔해잖아. 도로 위의 아치구조는 몰라도 뒤편의 남아있는 벽체는 많이 불안해 보였다. 새벽에 별은 좀 보겠네.
언덕에서 만난 할아버지께 여쭤봤다.
Q : 해바라기가 왜 이렇게 줄었나요? (재배 면적이 줄어든 이유를 물어보려 했는데 '면적'이란 단어를 빠뜨림.)
A : 허허, 해바라기는 작아지지 않았다네. 자네가 프로미스타를 향해 계속 간다면 커다란 해바라기를 볼 수 있을 걸세.
(해바라기의 개체의 크기에 대해 알려주심) 구글 번역기를 거치다 보니 게임의 NPC랑 대화하는 것 같다야.
내심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밀 공급 량이 줄어든 여파인가 싶어 비슷한 질문을 여러 번 했는데 결론은 작물마다 지력 소모가 달라서 돌려가며 재배한다 그러시네. 이해는 가는데 그래도 전에 봤던 노란색이 밀밭으로 변해있는 건 서운해.
프로미스타 무니시팔에 왔다. 이번 순례 중 저번과 같은 마을&숙소는 처음이다. 이게 참..... 지난번과 다른 여행으로 꾸리고 싶어 부러 다른 마을과 숙소를 골라 왔었는데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겠다 싶더라고. 검증된 건 누리고 안 좋았던 걸 다른 방법으로 시도해 보는 게 맞지.
프로미스타에서 무니시팔 찾아갈 때 길 묻는 법 : 여기가 작은 마을도 아닌 데다 직관적인 가로/세로가 아닌 대각선 방향으로 난 도로가 좀 섞여있어 헛갈릴 수 있다. 그래서 길 막판엔 현지 주민들에게 물어보는 게 빠른데 '무니시팔'이라고 하면 순례자 사이에서야 '공립 알베르게'를 말하는 거지만 그게 시민들에겐 잘 통하지 않더라. 스페인어로는 그 단어는 ' (형용사) 지자체에서 운영하는...'라는 뜻이라 의사소통이 안되더라고. 게다가 주민 입장에선 내가 사는 동네의 숙박 업소(그중에서도 공립) 위치 같은 건 꼭 알아야 하는 정보가 아니라서 뜻을 알아들어도 어딘지 몰라서 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거든. 그러면 질문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 '까떼드랄 데 산 마르띤'의 위치를 물어보면 된다. 무니시팔이 그 성당 옆 광장에 붙어있는데다 산 마르띤은 스페인을 대표하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축물이라 주민들이 대부분 위치를 알아. 동양인 순례자가 우리 마을의 상징과도 같은 성당의 위치를 물어보면 친절히 알려주고 싶지 않겠어? 여기뿐 아니라 까미노 내내 현지 주민들이 가장 친절하게 알려주는 게 성당의 위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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