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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nd_Camino_2023

08.05_ San Juan de Ortega → Burgos (26.5km)

by babelfish 2023. 8. 5.

최악의 알베 답지 않게 문은 또 이뻐.
수도원 실루엣이 아름다운 걸 마지막 위로 삼으며 산 후안 데 오르테가 탈출 !!

 아침 최저 기온 7℃. 여기 해발 고도가 1,000m인 걸 감안하더라도 8월 초순인데 이 기온 맞아요? 추워서 출발이 늦어지고 있어. 사람들이 비도 안 오는데 우비 입고 길 나서잖아! 상의는 피레네 넘던 패딩 조끼와 바람막이로 어느 정도 버티는데 하체는 별도리 없다. 오늘은 냉장고 바지로 연명.....ㅋ

 

어제 길게 걸어보니 할만하다 싶어 또 샌들. 오늘은 오전에 끊을 거라 부담은 없는데 아오, 발가락이 시려.
아게스?
드디어 도착했어요. 세상의 중심, 아게스.
전에도 이쁜 마을이었는데 동네가 더 알록달록해 졌어.
아게스, 산타 에우랄리아 데 메리다 성당
안녕하세요, 고인돌의 나라에서 온 순례자입니다만?
아따뿌에르까
샌들 신고 넘기엔 바닥이 좀 얄굿다.
언덕 넘으면 부르고스의 산타 마리아 대성당이 보이긴 하는데....여기서 저기까지 두 시간 반.

 이 언덕을 메끼꼬 형제 세르지오랑  '저기 대성당 보여요?' 뭐 그런 이야기하면서 같이 내려왔다. 대부분의 남미 형들이 그렇듯이 유쾌한 분이어서 덕분에 남은 길 심심치 않게 내려왔는데, 가만 생각하니 이게 좀 이상한 거라. '멕시코 형이 왜 스페인에 종교 순례를 오지??' 식민지 지배 껀으로 생각할 때 남미랑 우리의 큰 차이 중 하나는 '기간'이다. 걔들 제국주의에 시달렸던 근 300년 동안 말과 글 다 잃고 신앙에 뿌리를 둔 문화까지 오염 됐잖아. 종교란 것이 사회에 뿌리내리고 나면 국경을 초월하기 마련이라 본점으로 순례오는 걸 이해 못할 것까진 없는데, 이거 우리에게 대입하면 한국인이 신사 참배하러 일본 가는 거잖아. 종교적 의미 다 띠고 트레킹 한정이라도 난 이거 못하겠다야. 폄하하고 싶진 않지만 이게 맞나 싶은 뜨악함은 어쩔 수 없네. 아즈텍과 조선의 차이인가 싶기도 하고......;;;

 

카르데뉴엘라 리오피코, 부르고스 전 마지막 마을.

 

진짜, 이 고약한 구간엔 셔틀이 필요하다.
이 퍽퍽한 구간을 뚫고 부르고스 입성.
산타마리아 라 레알 대성당.

*

맛집 찾아가기엔 좀 지쳤어. 초입에서 영양 보충하고 가야지.

부르고스 웤은 일식 위주로 공략할 것.
한식은 영 아니올시다였고 중식도 좀 맹~한 맛이 나더라.

*

 이 식당은 까미노 경로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 그래서 다시 방향을 잡아야 하는데 지나가던 동네 아저씨께서 훈수를 두시네? "도토 렉토" 그리고 큰길 방향을 가리키는 손짓.

그러니까 까미노 길 찾아 꺾지말고 그냥 도로따라 쭉~ 가란 말씀이죠?

 웤 앞에서 구글경로를 찾아보면 큰길 따라 '똑바로'가는 길을 알려준다. 아저씨가 말씀하신 경로가 이거. 걷다가 만난 또 다른 아저씨 한 분도 같은 말씀을 하시는 걸 봐선 아마 동네 분들이 가리비 경로에 동의하지 않는 그런 공감대가 있나 보다.

가리비 표식 따라 오면 이렇게 무니시팔 앞을 거쳐서
성당 뒷편에 도착하게 되거든. 물론 이것도 멋지긴 한데 초면에 뒷통수 보면서 인사하는 건 좀 그렇잖아.
반면 구글 경로 따라 큰 길로 가게되면,
Arco de Santa Maria 를 거쳐
터널 같은 문을 통과하는 동안 시야가 좁아졌다가 다시 열리면서
이렇게 부르고스 성당을 마주하게 되는 거지. 까미노 경로보다 이게 낫다야.

*

부스고스의 명품 무니시팔 10 EUR, 현금 결제.
2층 침상에 난간이 없다는 것과 올라가는 사다리에 발바닥이 아프다는 것만 빼면 만점짜리 숙소.

*

 그리고 지난번 순례길에서 놓쳤던 부르고스 대성당!!

이렇게 비대칭 평면인 공간이 양쪽에 한 구석씩 있더라. 좀 신기했어.

 세상에, 어떻게 이런 성당을 안 보고 지나쳤지? 다시 와서 다행이다.

*

존윅이 튀어나와도 어색하지 않을 분위기의 뒷골목
골목 작은 상점에 한국 음식 꽤 있더라.
성당은 멀리서 보는 게 더 커보여.
대성당 뒷편의 산 에스떼반 성당.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뒷동산, 여긴 해 뜰 때 와야겠다.

  부르고스에서 연박을 해야 하나.... 살짝 고민했었는데 성당 보고 나니 다 봤다 싶더라. 지난 까미노 때 렌즈 고칠 샵 찾으려고 온 도시 골목을 헤집고 다녀서 그런지 오늘도 걸어오는데 동네 구석이 다 낯익어. 하루 이틀 머물다 떠나는 순례자 레벨에서 아마 나만큼 부르고스 골목 뒤지고 다닌 사람 별로 없을 거로? 워낙 천천히 걸어서 몸 상태야 오히려 컨디션이 올라오는 중이니 내일부턴 좀 길게 빼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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