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최저 기온 7℃. 여기 해발 고도가 1,000m인 걸 감안하더라도 8월 초순인데 이 기온 맞아요? 추워서 출발이 늦어지고 있어. 사람들이 비도 안 오는데 우비 입고 길 나서잖아! 상의는 피레네 넘던 패딩 조끼와 바람막이로 어느 정도 버티는데 하체는 별도리 없다. 오늘은 냉장고 바지로 연명.....ㅋ
이 언덕을 메끼꼬 형제 세르지오랑 '저기 대성당 보여요?' 뭐 그런 이야기하면서 같이 내려왔다. 대부분의 남미 형들이 그렇듯이 유쾌한 분이어서 덕분에 남은 길 심심치 않게 내려왔는데, 가만 생각하니 이게 좀 이상한 거라. '멕시코 형이 왜 스페인에 종교 순례를 오지??' 식민지 지배 껀으로 생각할 때 남미랑 우리의 큰 차이 중 하나는 '기간'이다. 걔들 제국주의에 시달렸던 근 300년 동안 말과 글 다 잃고 신앙에 뿌리를 둔 문화까지 오염 됐잖아. 종교란 것이 사회에 뿌리내리고 나면 국경을 초월하기 마련이라 본점으로 순례오는 걸 이해 못할 것까진 없는데, 이거 우리에게 대입하면 한국인이 신사 참배하러 일본 가는 거잖아. 종교적 의미 다 띠고 트레킹 한정이라도 난 이거 못하겠다야. 폄하하고 싶진 않지만 이게 맞나 싶은 뜨악함은 어쩔 수 없네. 아즈텍과 조선의 차이인가 싶기도 하고......;;;
*
맛집 찾아가기엔 좀 지쳤어. 초입에서 영양 보충하고 가야지.
*
이 식당은 까미노 경로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 그래서 다시 방향을 잡아야 하는데 지나가던 동네 아저씨께서 훈수를 두시네? "도토 렉토" 그리고 큰길 방향을 가리키는 손짓.
웤 앞에서 구글경로를 찾아보면 큰길 따라 '똑바로'가는 길을 알려준다. 아저씨가 말씀하신 경로가 이거. 걷다가 만난 또 다른 아저씨 한 분도 같은 말씀을 하시는 걸 봐선 아마 동네 분들이 가리비 경로에 동의하지 않는 그런 공감대가 있나 보다.
*
*
그리고 지난번 순례길에서 놓쳤던 부르고스 대성당!!
세상에, 어떻게 이런 성당을 안 보고 지나쳤지? 다시 와서 다행이다.
*
부르고스에서 연박을 해야 하나.... 살짝 고민했었는데 성당 보고 나니 다 봤다 싶더라. 지난 까미노 때 렌즈 고칠 샵 찾으려고 온 도시 골목을 헤집고 다녀서 그런지 오늘도 걸어오는데 동네 구석이 다 낯익어. 하루 이틀 머물다 떠나는 순례자 레벨에서 아마 나만큼 부르고스 골목 뒤지고 다닌 사람 별로 없을 거로? 워낙 천천히 걸어서 몸 상태야 오히려 컨디션이 올라오는 중이니 내일부턴 좀 길게 빼봅시다.
'여행 > 2nd_Camino_2023' 카테고리의 다른 글
08.08_Fromista → Carrion de los Condes (19.5km) (0) | 2023.08.08 |
---|---|
08.07_Hontanas → Fromista (35.5km) (0) | 2023.08.07 |
08.06_Burgos → Hontanas (32.5km) (0) | 2023.08.06 |
08.04_ Redecilla → San Juan de Ortega (37.0km) (0) | 2023.08.04 |
08.03_Najera → Redecilla del Camino (32.0km) (0) | 2023.08.03 |
08.02_Logrono → Najera (31.0km) (0) | 2023.08.02 |
08.01_Bilbao → Logrono. (0) | 2023.08.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