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인 벙커 베드 룸에 딱 떨어지는 의자 4개. 저 의자는 기본적으로 침대 2층에 배정받은 사람들이 배낭 정리할 때 쓰라고 놔둔 거다. 물론 누구나 사용할 수 있지만 쓰고 나면 비워놔야지 저걸 배낭 선반으로 사용하면 어쩌자는 거여. 1층 사용자는 침대에 걸터앉아서라도 할 수 있지만 먼저 입실했다고 자기 짐 정리 다하고 저렇게 의자에 배낭 올려놓으면 뒤에 들어온 2층 사용자는 바닥에 앉아서 짐 정리해야잖아. 사람들 참 이거 안 지키더라.
가이아 운영은 더없이 깔끔했지만 부킹닷컴의 평점만큼 좋은 숙소는 아니었다. 다른 방도 사정이 비슷할 것 같은데 서향이었던 우리 방은 해 지고서도 한 참 - 자정 지나서까지 미칠 듯이 더웠어. 에어컨도 없어서 여름 한 계절이 통째로 불편하다면 만점에 가까운 평점은 좀 아니지 않나? 이번 까미노 최고로 더웠던 숙소. 그래서 레온은 에어컨 빵빵한 숙소를 예약했지.
이제는 원인을 알고 있는 신발 문제, 깔창 교환(빰쁠에서)하고서 며칠 동안 잘 걸었거든. 그러다 그라뇽에서부터 뒤꿈치가 찌릿해졌다. 왜지? 문제 있는 신발로 2~30km를 걸을라 치면 당일 바로 물집이 잡혀야지 며칠 동안 괜찮다가 갑자기 물집 잡힐 건 뭐야. 그렇다면 신발 문제가 아니라 사용법에 문제가 있는 걸 수도 있잖아. '그 사이에 변한 게 뭐지??'라고 처음부터 다시 점검했어야 했는데 난 이 물집이 빰쁠에서 바꾼 깔창 때문이라 확신하고 거기서만 원인을 찾으려다가 결국 끝까지 해결하지 못했다. 꼴좋다 확증편향. 그래서 진짜 이유는 뭐였어??
신발끈을 너무 당겨 묶었다. 당연히 신발이 타이트하면 물집 잡히지. 근데 그건 앞쪽 발가락 사정 아냐? 신발끈을 바짝 묶어서 뒤꿈치에 물집이 잡힐 수 있다고? 응, 있어. 저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힘이 걸려 뒤꿈치 폭이 좁아지면서 그렇게 되었다. 와~ 아직도 트레커 경험치가 오를 게 있네. ㅎㅎ 이제 좀 그만 배우자.
쉬면서 신으려고 가져간 'TEVA 맨즈 미드폼'(이것도 생긴 게 얌전해서 그렇지 나름 트레킹 샌들이긴 해)으로 철십자가, 오세브레이로 그리고 프랑스 길에서 가장 험한 '비야프랑카-Pradela' 구간까지 넘었다. 폰세바돈 내려가는 길에서 폴도 배낭에 넣고 샌들로 터덜 터덜 내려가니 등산장비로 중무장한 유럽 친구들 묘한 표정으로 쳐다보더라.
빰쁠에서 산 그 라면을 이제야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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