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Camino_Frances_2019

순례길 #5. 산티아고 - 무시아/피스텔라, 피레네 2회차.

by babelfish 2020. 1. 10.

0821. 산티아고_무시아

산티아고 뒷골목의 점심. 베이컨 샌드위치와 샐러드.

 산티아고에선 점심만 먹고 버스로 묷시아까지 갔다. 산티아고에 도착했으니 뭔가 회포를 풀..... 만도 했는데 어째 이게 끝은 아닌 것같아 길 막바지에 만난 친구들과는 점심만 먹고 혼자 나와 버스 티켓을 끊었다. 어차피 산티아고에 팀 다 모이려면 며칠 걸릴 테니 땅끝 마을이나 찍고 오자.

 

으하하하, 버스다 버스. 이것이 문명의 이기라는 것이다 !
무시아, 작은 바닷가 마을.
아따, 바람 겁나게 부네. 이번 여행 많이 춥다야.
그래, 여행 정리하는 노을. 이런 거 있어야 구색이 맞지. 좋네, 촌스럽고.
여행 마무리하기 좋은 마을이다. 오길 잘했어.

 산티아고에 도착해서도 끝나지 않고 남아있던 뭔가가 버스 타고 움직이면서(그래, 나 29일 만에 버스 탄 거야! 첸나이에서 한 달만에 구름 볼 때처럼 기분이 묘하더라.) 조금 털어내고, 여기 작은 마을에서 바닷바람 맞고 있으니 사-악 정리가 되었다. 바다 있는 동네에서 나고 자라서 그런가? 풍경뿐 아니라 갯내음에도 위로받는 정서가 있네. 앞으로도 며칠 더 걸을 테지만 순례길은 여기서 마무리되나 보다.

음식에 위로 받기도 하지. 2019년 8월, 무시아 Aribada 알베에 오뚜기 참기름 남겨두신 선배님, 감사합니다. 잘먹었어요.

 

0822. 무시아_피스텔라 ( 35.0km )

언덕길에 아스팔트 장판을 얹어놓은 것 같은, 스페인의 도로 지반 공사 시방서가 궁금해지는 풍경.
무시아-피스텔라는 쌍방이라 방향 표시가 이런 식이다.
바다를 보며 걷는 길 참 좋다. 포르투갈 - 해안 길은 어떠려나.
피스테라는 꽤 큰 휴양도시.
일몰 보러가기 전에 빠에야, 2인분 기본을 시켰는데 왜 메뉴에도 없는 1인분을 만들어줬을까. 쓸 데 없이 친절하네. 배고프게 스리.....-.-;;;
사람 많아 번잡하긴해도 일몰 멋지다. 수평선 좀 봐.
그런데 이게 왜 여기있지? 0 km 표지석은 야고보의 묘비 아냐?

 

0823,24 피스텔라_산티아고

해뜨는 건 그저 그러네. 저 능선이 너무 높다야.

 

다시 버스로 산티아고.

Seminario Menor Hostel,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다시 만났던 산티아고 알베르게 중 가성비/분위기 탑.

 

0825. 산티아고_빰쁠로나

산티아고 역, 기차 예매하느라 애먹었다.
아스토르가 대 성당. 어, 걸으면서도 비슷한 각도에서 봤던 것같은데?
사아군 역.
한 달 동안 걸어왔던 길을 한나절만에 달려서 빰쁠로. 역시 엔진과 바퀴는 위대한 발명이다.

 

0826. 빰쁠_생쟝

다시 찾은 순례자 사무소.
이번엔 55번 알베. 여기 뷰 좋아.
8월 말, 생쟝의 까르푸엔 납작 복숭아가 없었다. 우리 납.복이가 늦여름 피레네를 넘지 못했구나. 이러기야?

 

0827. 생쟝_론세바 ( 27.0km )

또, 그, 풍경.
한 달 전.
ㅎㅎ, 그 사이 색이 좀 변했네.
갈림길에서 오른 쪽, 오른 쪽, 오른 쪽 !!!!
시원하고 안전한 길 밟아서.
그래, 이렇게 론세바가 보여야 한다니까.
잘 내려왔어.

 

0828. 론세바_수비리 ( 23.0km )

와, 다시 이 풍경. 피레네 넘을 때보다 여기서 2회차란 느낌이 확 오네.
여기 이 보급소 출발해서,
라 라비아 다리까지 35분 컷. 수비리 내리막은 우리나라 산길과 많이 비슷하다.
정육점에서 고기 끊어 마트비빔 라면과 함께 섭취. 여유로운 2회차.
역시, 적응 다 하고나면 여행 끝난다니까.
내일 빰쁠 나갈 버스 탈 수비리 정류장. 엌, 그러고 보니 유럽에서 터미널이 아닌 정류장에서 버스 타는 건 처음이네. @.@;;

 

0829. 수비리_MAD

 퇴사의 아침, 수비리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09:15, 빰쁠에서 마드리드행 버스는 11:00, 바라하스 공항에서 출국 편이 23:25이니 느긋하게 움직여도 여유 있다. 수비리에서 출발해서 당일 스페인 탈출이 가능하다니. @,.@;;

  

수비리, 산 바르톨로메 성당, 이 기묘한 동선의 순례길에서 만나는 마지막 성당이다.

 아쉽다. 빰쁠로나까지 걷고 마드리드로 나가면 딱 떨어지겠고만 42일짜리 여행에서 하루가 모자라네. 매번 그래, 마지막 하루가 아쉬워. 그런데 계획 잘 짰으면 빰쁠에서 마무리할 수 있었어. 생쟝부터의 거리가 70.5km인데 이틀이면 가능한 거리잖아? 굳이 이틀 만에 끊지 않더라도 어제 '뜨리니닷 데 아레' 까지만 갔으면 아침에 잠깐 걸어서 11:00 버스 시간 맞출 수 있었지. 막판이라 긴장 풀고 별 고민 없이 첫 이틀을 론세바와 수비리로 끊어서 이렇게 된 거잖아. 그냥 내가 안이한 거였네. 필요 이상으로 빨리 걸은 걸 후회하면서도 막판엔 하루가 모자라서 개운하질 않아. 젠장, 이런 아쉬움이 2회 차, 3회 차를 만드는 거겠지.

 

버스에 앉아 어제까지 같이 걸었던 순례객들을 지나쳐간다. 아, 점프하면 이런 느낌이구나. 이제사 까미노 끝났다는 게 실감나네.
걷기 좋은 날씨다. 다들 잘 가고 있겠지?
아쉬움에 창 밖 풍경에서 눈이 떨어지지 않는다.
와 사람 많다. 마드리드, 살짝 어지럽다야. 역시 산티아고나 레온은 큰 마을 정도지 대도시는 아니었어.
솔광장 곰탱이로 여행 마무리. 이번 여행도 수미상관. 예~

 

 디저트 트레일, 피레네 2회 차로 마무리.

 순례길 후 5일 정도의 여유가 있고 MAD out이라면 포르투에서 쉬는 게 좋을 거란 추천을 많이 받았었는데 난 그냥 다시 생쟝으로 갔다. 언제 다시 순례길에 오를 진 아직 모르겠지만 피레네는 당장 한 번 더 넘고 싶었거든. 어차피 마드리드/바르셀로 나간 순례객들 서로 행색으로 알아보고 모여서 까미노 이야기만 줄창 한다더라. 나도 그럴 것 같았어. 게다가 포르투는 포르투갈 길 위에 있는 도시잖아. 막 걷고 싶어 졌을 걸?

 생쟝으로 돌아가기 위해 하루 반나절이나 길에 뿌려야 했지만 한 달 전에 준비하느라 바쁘게 지나친 곳을 다시 가니 많이 반갑고 편하더라. 비아리츠에서 G7 개최하느라 난데없는 군경들 깔려서 뜨악했던 것만  빼면 그러니까 이것들아, 보안을 강화할 게 아니라 평소에 나쁜 짓 좀 하지 말고 살어. 준비도 걷기도 모두 여유로웠다. 2 회차라 그런가? 역시 장거리는 멘탈 싸움. 다시 까미노를 걷게 된다면 긴 구간도 여유롭게 즐길 수 있을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