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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Camino_Frances_2019

순례길 #3. 부르고스 ~ 산마르띤 델 까미노

by babelfish 2020. 1. 9.

0803. 부르고스_오르니요스 델 까미노 (21.5km )

부르고스 빠져나가는 길, 산 아마로성당
신부님께서 순례객들 한 명씩 축복해 주신 모나스떼리오 성모 성당. '무사히 마치길 기도할게요' 이런 간단한 축도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
오르니요스 델 까미노. 자세히 보면 마을 초입의 미팅포인트 찾을 수 있다.
열기 때문에 흐릿하긴 해도 딱 보임......ㅋ

 

0804. 오르니요스 델 까미노_까스뜨로 헤리스 ( 21.0km )

까미노에서 별이 가장 잘 보인다는 산볼.
온따나스
산 안톤 수도회 아치
까스뜨로 헤리스
산따 마리아 델 만사노 부속 성당
오리온의 숙소 상태, 깔끔.,
점심은 마을 반대편 끝 마트에서 조달한 인스턴트 단백질과 탄수화물 조합.
저녁은 오리온의 비빔밥. 한국형 녹색, 갈색 나물이 아니다보니 좀 가볍다는 느낌. 그래도 오랫만에 먹는 한식/고추장은 반갑네.

이틀 째 하루 20km 정도만 걷고 있다. 부르고스까지 열심히 걷다가 이게 뭐 하는 짓인가 하는 현타가 또 왔어.

 

0805. 까스뜨로 헤리스_프로미스타 ( 25.5km )

모스텔라레스 언덕의 해돋이, 이쁘기도 하지.
들판에서는 늘 먼 언덕이 먼저 소멸하고 먼 언덕이 먼저 솟았다......(feat. 칼의 노래)
해뜰 때 해바라기 정면을 역광으로 찍을 순....... 없나?
메세타가 슬슬 본색을 드러낸다. 그래, 여름이라 이거지?
이 고원지대에 물을 공급하는 까스띠야 운하. 여기 해발 고도가 750M 이상인데 이렇게 물길을 잘 잡아놨네.
프로미스타, 산 마르틴 성당
성당 참 잘생겼다. 딱 떨어지는 정갈한 로마네스크.

 벤토사에서 물집 잡아줬던 EJ군은 부르고스에서 헤어졌고, 부르고스 나오다가 만나서 같이 걸었던 밍구르님은 프로미스타에 남았다. 이렇게 3~4일 간격으로 다른 순례자들과 만났다 헤어졌다 하며 따로 또 같이 걷게 된다. 저마다의 빠르기와 사정이 달라 어차피 까미노 내내 같이 걸을 순 없으니 편한 대로 헤쳐 모여 가며 걷는 거지. 산티아고에서 마지막 식사를 같이했던 서형이를 만난 것도 프로미스타였다.

 

0806. 프로미스타_까리온_깔사다 데 라 꾸에사 ( 37.0km )

비야멘떼로 데 깜뽀스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
까리온 성당 앞에서 도시락 까먹으면서 살짝 고민했다. 쨀까? 날씨는 괜찮은데......;;;
까리온 출발. 12:20
그래, 그 17.5km.
정 없게 황량한 길, 인심 좋게 흐린 하늘.
하늘은 흐렸어도 한 여름의 메세타, 들판엔 열기가 가득하다.
이런 트렉터와 먼지 피하느라 길 벗어났다 들어오면 체력 팍팍 깎여 나간다. 가뜩이나 힘든 길인데.

 오늘의 목적지 '깔사다 데 라 꾸에사'는 주변 지형에 비해 낮은 오목한 곳에 자리한 탓에 몇 km 앞까지 가도 마을이 순례자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저 멀리 능선이 보이고 길은 곧게 뻗어있는데 그 사이에 아무것도 없.....잖아?' 이때 기분이 쌔한 것이 긴 코스를 무리해서 뚫고 오느라 체력이 거의 방전된 상태여서 지금 판단 착오로 잘못된 길 걷고 있는 거라면 좀 곤란한 상황이거든. 내 판단을 얼마나 믿어야 할지 살짝 헛갈리기도 하고 왜 뻔히 보여야 할 마을이 안 보이는 이유를 찾지 못해 짜증도 난단 말이지. 길 막바지에 가까워지는 마을을 보며 잘 도착했다는 안도로 마무리하는 대신 불안과 짜증까지 숨어있는 만만찮은 구간이다.

 

능선 위로 빼꼼히 올라온 성당 첨탑 !!
길이 내리막으로 꺾이고 마을이 시야에 들어오면 그제서야 마음이 놓인다. 제대로 왔구나, 이제 살았네.
깔사다 데 라 꾸에사 15:40 도착. 20분 정도 쉬었으니 3 시간 만에 뚫었어. 하늘이 흐려서 그나마 수월했다. 아오, 발목이야.

 

 지난 3일 동안 하루에 20km 초반대의 거리를 걸었던 이유엔 까리온에서 숙박을 맞춰야겠다는 계산도 있었다. 통칭 '까리온 구간'을 어중간하게 걸치거나 한낮에 걸으면 많이 힘들 거라는 이야기가 온라인에 많아서 좀 쫄았거든. 그래서 프로미스타 다음은 까리온에서 묵을 예정이었어. 그렇지만 아직 힘이 남았는데 점심 먹은 동네에서 짐 푸는 거 한 삼일 하고 나니까 근질거리드라. 그래서 흐린 하늘 믿고 그냥 질렀다. 오늘 도상 거리가 37km, 밴드에 찍힌 거리가 38.6km였다. 거의 경로에서 벗어나지 않고 내뺐단 소리지.

 그리고 여기서 로즈를 만났다. 재미교포 3세 답지 않은 유창한 한국어 - 함경도 사투리로 알베르게에서 만난 한국인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더니 특유의 친화력, 역사에 대한 평소의 지식과 관심, 유창한 영어, 그리고 적당(?)한 스페인어를 활용해 온갖 정보를 물어와 모두의 여행을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이 친구 못 만났으면 여행이 많이 푸석푸석했을 거야. 감사한 만남이다. Hola ~

 

엊저녁 인연으로 같이 움직였던 우리는 폰페라다까지 '어미새 로즈와 아이들' 모드로 걸었다.

 

0807. 깔사다 데 라 꾸에사_사아군 ( 23.0km )

모라띠노스의 포도주 창고.
사아군
뿌엔떼 성모 소성당
펜으로 그린 것같은 집. 만화같아.
산띠르소 성당과 산 베티노 수도원 종탑.
어미새가 맨들어주신 매콤한 저녁밥.

 

0808. 사아군_렐리에고스 ( 31.0km )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던 phil까지 합류.
엘 부르고 라네로, 뻬드로 교구 성당. 서형, 윤서, 로즈. 같이 걸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렐리에고스
렐리에고스 무니시팔 베드 버그...... 할많하않. 증세가 올라오는 데 시간 차는 있었지만 결국 크루 모두 탈탈 털렸네.

 

0809,10. 렐리에고스_레온 ( 24.0km )

레온, 대도시라고 송전탑 커진 것 좀 봐.
큰 도시 초입이라 까미노 길이 여지 없이 도로에 붙어있다. 그래도 도시를 보며 걷는 내리막이라 짜증은 덜하네.
레온 골목 풍경 정갈하다야.
까사 데 보띠네스, 오올~ 가우디.
뒷골목 탐방. 꼴또 가게 찾으러 다니기. 꺄르륵~!
아따야, 연박하니까 이런 풍경도 편하게 보는구나. 도시에 볕 드는 모습도 예쁘네
레온 대 성당.
핸드폰 표준화각에 다 들어오지 않아 파노라마로 찍었는데 좀 이상하네..... 잘 못붙였나?
레온 대성당의 장미창.
바닥까지 이어진 다발기둥, 시원 시원하다.
바실리카 데 산 이시도르 데 레온

 레온에서도 카메라 수리점 찾으러 도시 안에서 20km를 걸어 다녔다. 결론은...... 이미 알고 있잖아. 수리점에선 고치려면 몇 주나 걸릴 거라 그러지. 판매점에선 번들 렌즈라 바디와 같이 팔아야 한다 그러지. 그래 알았다, 포기하께, 할 만큼 했어. 적어도 내가 게을러서 고칠 수 없었던 건 아냐. 그런데 좀 심하다야, 이게 뭐 어려운 수리야? 부속만 있으면 나도 해. 그 부속이란 것도 보드 같은 전자제품이 아니라 플라스틱 링 하나여서 우리나라에선 손재주 좋은 친구들이 야매/저가로 해주기도 하거든. 서울에선 3만 원이면 고친다. 수리 아닌 구매도 중고 6만 원이면 넉넉한 것을. 내 통 크게 100유로까지는 쓸 생각이었는데 잘됐다. 추가 지출 없어!

 

0811. 레온_산마르띤 델 까미노 ( 26.0km )

대도시 새벽에 빠져나가는 느낌이 참 좋다. 예의 해뜨기 직전 풍경.
오케이, 300. 이제 팍팍 깎인다.
여기서부터였다,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한 게. 하지만 난 추위에 굴하지 않아. 바람막이를 꺼내 입고 아이스크림을 먹었지.
발베르데 데 라 미르헨, 산타 엔그라시아 교구 성당. 알파와 오메가가 걸려있는 십자가.
축제 중이던 비야단고스 델 파라모.
메세타를 움직이는 혈관 용수로. 이 동네 8월 초순이면 한창 건기 아냐? 얘들 물관리 잘하네.
이제 곧 그리워질 메세타 풍경. 안녕 ~
산마르틴 델 까미노의 마켓은 좀 부실했다.
참치와 콩으로 단백질을 보충. 아~ 여기 숙소는 좋았는데 먹거리가 아쉽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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