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Camino_Frances_2019

순례길 #2. 생쟝 ~ 부르고스

by babelfish 2020. 1. 9.

0721,22. 인천_상해_MAD

촌스럽게 타고 갈 비행기 사진 찍긴 싫었는데 맙소사, 버즈라니! 동방아, 언젠간 사우스파크의 '소년들' 랩핑. 응?
김포에서 출발하면 홍치아오로 들어와 푸동으로 나가는 좀 번거로운 경로를 밟는다.
여행 1일 차 : 상해 환승 숙박. 항공사에서 정해준 호텔 부근 어디 쯤, 뭐 중국 여행 온 건 아니니까.
마파두부랑 三鲜魚面筋? 이정도면 괜찮아. 맛집 찾으러 중국 온 거 아니라니까.
화장실 냄새와 에어컨 고장으로 빙빙 돌다 세번 째 배정받은 상태 괜찮은 방. 어찌나 기쁜지 방안에서 파노라마를 돌렸네?

 가만, 내가 중국 몇 번 갔었지? 서킷, 쿰부, 안나 3*2번에다 지금 와있는 것까지 더하면 7번 환승. 환승 1번에 1박 2일 씩이니 모두 더하면 14일. 공항 노숙 2번. 호텔 숙박 5번.  와~ 14일에 7박을 했는데 중국 하나도 몰라. 대중교통 한 번을 안 타봤어. 뭐 이러냐?

 중국 국적 항공기 이용하면 딸려오는 환승호텔의 픽업 서비스를 받다 보니 이 지경이다. 에어차이나, 동방항공 / 푸동, 청두, 홍치아오, 쿤밍 공항. 저렴해서 좋긴 한데 얘들 서비스 질이나 공항 직원들 태도가 사람 기분 안 좋게 하는 용한 재주가 있다. 좋은 여행지로 가면서 굳이 허름한 문을 이용하느라 시작하기도 전에 멘탈 한 번 털리는 느낌? 네팔행은 가격 차가 커서 항공사 바꾸는 게 타산이 안 맞겠지만 유럽 쪽은 가격도 비슷하던데 가성비를 좀 다른 각도에서 따져봐야겠다.

 

호텔 조식. 무료로 제공되는 잠자리와 식사. 항공사의 서비스는 가격 대비 불만 없었는데 공안들이 좀..... 그래.
마드리드 지하철은 딱히 어려울 게 없다. 안내 문구가 투박한 탓에 카드 구입과 충전이 살짝 까다롭지만,
노선도만 잘 보면 환승 등등 나머지는 상식선에서 해결. 낯선 환경에 쫄지만 않으면 된다.
도착하자마자 야간 버스로 빠져나갈 마드리드지만 그래도 솔 광장 곰탱이 정도는 보고 가야지.

 

 

0723. MAD_빰쁠_생쟝 삐에드 뽀오흐

ALSA 버스, SORIA에서 한 번 갈아타고,

 마드리드 오후 도착, T4 터미널 발 빰쁠 행 야간 버스. 장거리 비행 직후라 체력적으로 힘들...... 긴 뭐가? 별 거 없다. 이 정도면 견딜만한 시설이야. 몸이 힘들다기보다는 첫걸음에 중국 거쳐 도착한 유럽 - 낯선 환경에 어리바리하다가 짐 잃어버릴 번잡함 같은 게 좀 있긴 한데, 인도/네팔에서 구른 여행 구력이면 어려울 것도 없어. 젠장 그 경험을 걷기가 아니라 버스 이동에 써먹다니. 이딴 걸로 뿌듯해하지 마!!

 

빰쁠로나 찍고,
예,~~ 생쟝!
순례자 사무소에서 추천 받은 43번 알베. 스페인 문에서 제일 가깝다.
생쟝의 중심축 노틀담 뒤퐁 성당.
생쟝 피에드포르 성 (La Citadelle Zitadela)
프랑스 길의 시작점이라 다들 준비하며 바쁘게 지나는 곳이지만 여유 있다면 며칠 머물고 싶을만큼 마을 자체가 예쁘고 편하다.
나한테 이 동네 이미지 딱 하나 꼽으라면 이거. 이 풍경 좋아.

 

0724. 생쟝_오리손_론세스바예스 ( 27.0km )

산 넘어가는 날이라 걱정했는데 하늘 깨끗하다.
아, 해 떴네. 조금만 더 일찍 나설 걸 그랬나?
오리손
인스타 갬성 오리손 인증샷. 어 잠깐, 나 인스타 안 하잖아?
그러니까 여기가 피레네 고갯마루.
.
북에서 남으로 넘어가는 피레네, 북사면 쪽은 좀 척박한데 넘고 나면 제법 목가적인 분위기로 싹 바뀐다.
765km, 이 전에도 있었나? 난 처음 본다. 거리 적힌 표지석.
이 장미 계곡 전설의 주인공 '롤랑'의 샘. 프랑스길 최고의 물 맛. 피레네의 임걸령.
수도원 같은 건 안 보이지만....., 저 멀리 마을이 있긴 하네. 내일은 저리 지나가려나?
지독한 마.숲을 뚫고
따란~ 주차장 뒷문. 젠장, 험한 길로 내려왔네. 한 시간 동안 우다다다 하고 정신차려보니 여기다야.

 

 

론세바 숙소. 이 정도면 내무 생활할 만하지.

 

0725. 론세바_빰쁠로나_라라소냐 ( 28.5km )

새벽 수도원에선 짬뽕이 진리. MSG 냄새에 다른 순례객들 기절할까봐 얌전히 나와서 먹었다.
갈 길이 먼데 떠나기 아쉽네. 여기 좋아. 난 왜 이런 대규모 수용시설에 적응을 잘하지? 사실 군바리 체질이긴 해.
론세바, 산티아고 성당과 성령의 소성당
론세바 나서는 풍경, 묘하게 비장해.

 재밌는 게, 저 790은 순례자가 아니라 운전자를 위한 표지다. 그런데 순례길 소개하는 유튭이나 방송사 프로그램에선 저 표지판을 순례자에게 대입해서 비장한 음악 배경으로 폼 잡으며 '앞으로 걸어갈 790.....' 따위의 나래이션을 깔더라. 왜들 그래, 어제 765 표지석 못 봤어?

 

어제 론세바 위 갈림길에서 내려다봤던 마을, 부르게떼.
산 니콜라스 데 바리 성당. 자전거 순례객들 많이 보인다.
그 장비까지 얹은 자전거를 끌고 피레네를 넘었어? 대단하다 늬들.
부르게떼 마을 중간에서 오른쪽으로 빠지는 길. 여기 놓치면 온 동네 사람들이 "STOP, 저기로 돌아가!" 라며 길을 바로 잡아준다.
에스삐날, 산 바르똘로메 성당
숲길에선 개기일식이 아니라도 '빛의 반지'를 볼 수 있지.
물이 딱 떨어져 위태로을 때 눈앞에 나타난 보급소, Fermin food truck. 여기 진짜 반가웠다.
수비리, 라 라비아 다리. 아까 그 보급소에서 예까지 사진 한 장이 없네. 별 거 없는 구간인데 사전 정보에 쫄았었나봐.
수비리에서 한 발짝 더 간 라라소냐에선 비가 오락가락했다.
산 니콜라스 교구 성당.

 

0726. 라라소냐_빰쁠_사리끼에기 ( 26.0km )

더위에 뒤척이다 새벽에 잠깐 나와봤더니 동쪽하늘이 번쩍 거린다. 내일 피레네 넘을 사람들 괜찮으려나......;;;
뜨리니닷 데 아레, 마리스따스 형제 수도원.
바닥이 젖어있다. 어제 오후부터 계속 비가 오락가락한다. 시원하고 좋아.
.
빰쁠로나 입성, 성벽과 수말라까레기 문 - 프랑스에서 출발한 순례자가 들어온다고 붙여놓은 별칭 - '프랑스문'. 남대문 같은 작명.
서울 시청 앞에서 사진 찍는 관광객들 보면서 '굳이 여기서?'라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지금 그러고 있네, 시청 앞 관광객.
빰쁠로나 대성당. 며칠 전에 지났던 곳을 완전히 다른 동선으로 움직인다, 큰 도시 복잡하다야.
성 로렌소 교구 성당.
나바라 대학, 잔디밭에 앉아 도시락 먹으면서 '스페인 대학 구경좀 해볼까'하다가 그냥 털고 일어났다. 뭔가 안 어울려.
짧고 강한 비를 뿌리던 하늘이 용이라도 한 마리 뱉어낼 듯 인상을 쓰고있다.
해바라기와의 첫 조우를 거쳐
언덕 중턱의 사리끼에기 도착.
사도 안드레아 성당
돌아 본 풍경. 저~ 기 멀리 옹기종기 모여있는 큰 건물들이 빰쁠인가? 10km 남짓인데 뭐 이리 멀어 뵈냐.

 

0727. 사리끼에기_뿌엔떼 라 레이나_시라우끼 ( 22.5km )

용서의 언덕
오바노스, 세례자 요한 성당
뿌엔떼 라 레이나, 산티아고 성당
여왕의 다리, 아니 그 예쁘다는 다릴 이렇게 찍었냐?
뿌엔떼 라 레이나 전경, 이건 순례길을 살짝 벗어나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길 잘 못 들어 헤맸다는 소리.
길 찾는다는 게 알베르게 안내하는 화살표 보고 따라와 버렸네. 넘어진 김에 쉬어가지 뭐.
마녜루, 산 뻬드로 교구 성당
시라우끼, 저 작은 마을에 성당이 두 개나 있다. 산로만 성당이랑 산타 까딸리나 성당.
그렇지만 막상 가보니 내 눈엔 중앙 광장이 제일 이뻤다.
알베르게는 깨끗하고 친철했지만,
살짝 서운했던 순례자 메뉴.

 

0728. 시라우끼_에스떼야_이라체 수도원_로스아르꼬스 ( 36.5km )

빠져나가면서 돌아본 시라우끼는 몽생미셸 느낌..... ??? 아, 나 거기 가본 적 없지. -.-;;;;;
로르까, 산 살바도르 교구 성당
비야뚜레르따, 성모 승천 성당
에스떼야, 성묘 성당
성 베드로 성당.
산 미구엘 성당.
아예기, 이라체 수도원, 감사한 포도주 보급소.
아스께따, 산 빼드로 아뽀스똘 성당
바야마요르 데 몬하르딘, 성당 첨탑이 빼꼼.
산 안드레스 사도 성당.
몬하르딘 성
어찌 된 영문인지 큰길 건너 우르비올라의 산 살바도르 성당까지 들렀다. 이것도 성당 찍고가는 까미노 경로이긴 한데, 좀 길어졌어.
노란 화살표가 늘 최단 경로를 가리키는 건 아니다.
로스아르꼬스 가는 길, 힘 조절 못해서 많이 지쳐 걸었던 첫 30km초과 구간. 어제보다 10km나 더 걸었네.
기억엔 이 길이 메세타보다 더 힘들었던 것같다. 첫 고비여서 그랬나봐.
예~ 로스 아르꼬스 도착 !
마을을 가로질러
순례객들이 모여드는 광장과 성당.
마을 끄트머리에 자리한 로스아르꼬스 무니시팔, 론세 이후로 처음 만나는 대규모 알베르게. 관리 상태 상당히 괜찮다.

 여기서 나보다 하루 먼저 출발한 팀들을 여럿 만났다. 지난 3일간 각 한 구간 씩 더 걸은 게 쌓여 얼추 반나절 정도라 이렇게 됐네. '어, 나 잘 걷나?' 라며 빠르기에 재미 들였거든. 초반 적응하고 약한 현타가 올 때쯤이라 몸이 고생하는 만큼 뭐라도 성취감을 느끼고 싶어서 두리번거렸는데 낯선 동네라 뭐 걸리는 게 없더라. 그러던 와중에 '빠르기'가 괜찮아 보여서 이걸 성적표 삼아 '내가 잘 걷고 있다'라고 스스로를 격려하려는 심산으로 속력을 올린 게 순례길 초반 - 료하 지방을 퍽퍽하게 지나친 이유가 되었다. 지가 잘하는 걸 열심히 하겠다는데 뭐라 그럴 수도 없고 참..... -.-;;

 

0729 로스아르꼬스_로그로뇨 ( 28.5km )

아우, 날씨 좋아라.
산솔
또레스 델 리오
또레스 델 리오, 성모 성당
비아나, 산타 마리아 성당
비아나 전경
로그로뇨, 씨에스타 시간에만 반짝 열리는 낮술 골목. 이 자식들, 생필품 가게는 셔터 내려놓고 뒷골목에서 술 먹고 있잖아.
[싼타 마리아 데 라 레돈다 대성당].....하지만 내 눈길을 끌었던 건 저 타워 크레인. 도대체 왜??? 저게 '민트'색이야?
산 바르똘로메 성당

 

0730. 로그로뇨_나헤라_아소프라 ( 37.0km )

어두운 큰 도시 빠져나올 땐 길 잡는 게 어렵다. 지나가는 시민들께서 '응, 오늘은 너냐?'라는 아주 익숙한 표정으로 길을 알려주신다.
그라헤라 저수지 위로 뜨는 해를 보려면 로그로뇨에선 일찍 나서야겠네. 살짝 늦었어.
나바레떼
나바레떼, 성모 승천 성당과 도공상
벤토사.
나헤라, 산타 마리아 라 레알 수도원
나헤라에서 멈추는 게 일반적인데 궂이 한 걸음 더 나서 아소프라까지.
그저께 늦게까지 걸었던 경험 덕에 견딜만하다. 중간에 한 번 털리는 게 렙업엔 도움 되지.
2인 1실. 넉넉한 주방시설, 족욕할 수 있는 풀까지 있는 아소프라 무니시팔.
아소프라, 천사들의 성모 교구 성당
수퍼 앞, 모양새와는 달리 까칠한 골댕이. 순례객들의 경솔한 터치에 많이 상처받은 것같아 좀 짠했다.

 

0731. 아소프라_벨로라도 ( 38.5km )

한창 열심히 걸을 무렵이었다. 특별한 이유도, 계획도 없이 매일 같이 새벽 출발. 왜 그랬나 몰라.

그리고, 뜬금없는 표준 줌렌즈의 자유 낙하, 기능 상실.

파업 선언문이 참 사무적이다. 매정하긴.

2019년 여름, 스페인. 카메라의 망원 - 핸드폰의 표준 - 액션캠의 광각으로 펼쳐지는 3 바디의 기묘한 화각 여행이 시작된다! 망했어요.

산토 도밍고 데 라 깔사다.
그라뇽
레데시아 델 까미노
드디어, 까스띠야 / 부르고스 주 입성
까스띠야 이 레온, 부르고스 주, 유럽연합 깃발...... 스페인 국기는 어따 팔아먹었냐?
아, 오늘 아침에 600km 넘겼구나.
벨로라도, 산타 마리아 성당

 

0801. 벨로라도_아헤스 ( 28.5km )

아침에 비 오더니 산 길 내내 안개 속이네.
Monte de la Pedraja, 남의 나라 털어먹었으면 늬들끼리 잘 살기라도 할 것이지, 이건 또 왜 그랬니? 이념 대리전, 그 지랄맞은 것을.
말 타고 가는 순례길은 어떠려나? 박차고 나갈 때 보니 멋이 막 폭발하던데.
산길이 생각보다 길었다.
산 후안 데 오르떼가, 수도원
아게스
아게스, 산타 에우랄리아 데 메리다 성당

 

0802. 아헤스_부르고스 ( 22.5km )

오르바네하 리오삐꼬
부르고스 초입, 지루한 도로.
보자마자 빵 터졌던 세상에서 제일 큰 가리비.
산타마리아 라 레알 성당
'헉!' 소리 나왔던 산타마리아 대성당.
표준은 망가졌어도 내겐 짭프로의 광각이 있지, 굿짭!
망원으론 구석 구석.

 까미노 열흘 차에 부르고스 입성. 빨리 왔다. 왜 그랬어;;;  부르고스 도착이 10:30 쯤이었으니 막판 산업도로는 진짜 빨리 걸었네. 부르고스에선 할 일이 있었다. 염원하던 렌즈 수리. 이 정도 큰 도시면 가능할 거란 희망을 품고 온 도시를 싸돌아다녔더니 밴드에 찍힌 거리가 37km를 넘었네? 지도 상 이동 거리가 22km였으니 도시 안에서 15km를 헤맨거야.ㅋ

그 결과 수리가 불가능하겠다는 감을 잡았지. 아직 포기하진 않았어. 감만 잡았다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