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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Camino_Frances_2019

여름 까미노 준비

by babelfish 2020. 1. 9.

 

 [ 기본 개념 탑재는 까친연 까페와 순례자 협회 홈페이지에서 ]

 

어플.

까미노 필그림 : 기본의 기본. 경로, 일정 계획, 알베르게 위치/연락처. 프랑스길에서는 가장 요긴한 필수 앱.

 

 

위치, 주방, 위생 상황 살펴서 숙소 고를 수 있다. 오늘 잘 곳을 정해두고 걸으면 맘이 편하지. 부킹닷컴과 연동된다.

 

 

스페인어로 전화 통화하기보단 클릭으로 예약하는 게 편하잖아.

 

Maps.me는 까미노에서도 잘 맞더라.

 

 다른 여행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페이지의 설명과 어플에 익숙해질 즈음이면 대충 견적 나온다. 까미노도 일종의 트레일이니까 네팔 가던 장비에서 넣고 빼서 꾸리면 되겠네. 구스 침낭, 하드쉘, 플리스, 경량 패딩, 기모 셔츠, 기모 바지, 7부 바지, 발열 내의, 비니, 아이젠, 게이터, 스키 장갑, 가을 장갑, 수면양말, 삼각대. 와~ 얼추 5kg 정도 빠지겠는데?

 

1. 장비
배낭 : 32L + 슬링 백.
신발 : 머렐 - 고어텍스 로우컷 + 크록스.
침낭 : 충전제 없이 '라이너'만.
챙모자 + 캡, 변색 고글,  긴 장갑, 스포츠 타월, 땀수건,
  폴(현지에서 구입), 접이식 우산, 락앤락(도시락 통), 젓가락.

 

2. 의류
이너 레이어 + 팔토시*2 (1개만 해도 충분)
몸빼(잠옷), 냉감 바지, 여름 등산 바지.
반팔 셔츠 : 등산용 +  쿨맥스.
긴팔 쿨맥스 셔츠, 경량 바람막이, 버프*2, 속옷 * 2
양말(인진지*2, 등산*2, 일반*1)

 

3. 기록
a6000 + 16-50, 55-210, SJ-5000.
핸드폰, 보조 배터리, 고릴라 포드.(이것도 은근 부피)

 

4. 기타
치약, 칫솔, 비누, 썬블록, 안티푸라민, 소염진통제, 근육이완제, 타이레놀, 종이 반창고, 화장솜, 알콜 솜, 근육 테잎, 가위, 손톱깎이, 반짇고리, 세면백, 장바구니. (항히스타민제와 벌레 물렸을 때 바르는 약은 현지 구매)

 

 까미노 끝내고서 돌아보니 가장 잘 선택한 용품은 배낭이었다.

 

 작은 배낭 빡빡하게 꾸리느라 테트리스 하는 거 싫어해서 42L도 많이 끌렸었는데 확실히 작은 배낭이 가진 장점이 있어. 30대에서 40대로 넘어가면서 나이 말고 배낭 용량이요. 무거워지는 배낭 자체의 무게도 차이나지만 같은 무게라도 작은 게 다루기 훨씬 좋거든. 까미노 답지 않게 망원렌즈까지 챙겨 넣은 부피라 그리 타이트하게 꾸린 게 아님에도 그렇다. 앞/뒤로 긴 여행을 붙여두지 않았다면 여름엔 32L 배낭으로 걸어볼 만해.

 

 혹 새로 배낭을 구입해야 한다면 - 배낭 고르는 요령이야 등산 카페에 차고 넘칠 테니 굳이 여기서까지 더할 필요 없을 테고 - 내가 권하고 싶은 팁은 '예쁜 배낭을 선택하라'는 거다. 그 무게에 긴 시간 시달리면 어느 순간 꼴도 뵈기 싫어지는 때가 오는데 예쁘면 좀 용서된다. 진짜, 농담 아니라능.

 반대로 가장 아쉬웠던 건 신발이었다.

바닥 밀린 것 좀 보라지. 열심히 걸었어.

 우선 신발의 크기 - 트레킹 카페에 가장 많이 올라오는 질문 중 하나다. 신발 종류/ 브랜드, 길들이는 방법 등등 그중 가장 중요한 사이즈. 결론부터 말하자면 걸으면서 실전에서 사용할 양말 착용한 상태로 신어봤을 때 발가락 놀릴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는 넉넉한 크기를 고를 것.(그러니까 신발보다 양말을 먼저 구입해야 한다.) 로우컷은 적응하기 쉽고 미드컷은 발목 보호에 유리하지만 다소 번거롭다. 방수 기능은 있으면 좋고.
  내 발은 일상용 운동화 - 265에 발등이 높고 볼이 넓은 편. 이 발에 인진지 발가락 양말과 등산용 양말 착용하고서 매장에서 신어보니 270이 좀 빡빡해서 275를 골랐다. 브랜드 별 치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최소 두 치수는 큰 신발을 선택. 애초 발 볼과 등만으로 사이즈를 맞추다 보니 이렇게 되네. 결과는 (발바닥 빼고) 순례길 내내 아주 편했다.
 근데 아쉬웠다며, 뭐가? 발바닥. 젠장, 바닥이 너무 무르고 얇았어.
 순례길엔 잔 돌 깔린 노면이 아주 많다. 수비리 내리막, 용서의 언덕 내리막, 폰세바돈 앞뒤, 폰페라다, 오세브레이로...... 체감으론 순례길의 반 이상이 돌길인 것 같다. 그리고 그 돌바닥은, 

 

[ 레고 밭이다. ]
[ 첫 날, 프랑스에서 스페인으로 넘어가는 국경 - 피레네 고개 ]
[ 용서의 언덕 넘어 역암층이 무너져 깔린 내리막길. ]
[ 벨로라도 가는 길. 쌓여가는 누적 데미지. ]
[ 로스아르꼬스 가는 길. 이런 잔돌 길이 제일 짜증나. ]
[ 오히려 이런 바위길이 발바닥은 더 편하다. 잘못하다간 발목이 돌아가서 그렇지 ]

 발바닥 사정이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수비리 - 아직 까지는 초반인 데다 업/다운 위주의 산길이라 벌써부터 물집 잡힌 게 아니라면 허벅지나 장딴지 같은 큰 근육은 신경 쓰여도 발바닥 상태까진 체크하긴 어렵다. 기껏 컨디션 챙긴다고 해도 '전체적으로 지친다'는 정도지 각 파츠 별로 살필 여력까진 없어. 그게 정상이야, 초반엔 몸 상태 말고도 적응할 게 많거든. 그러다가 빰쁠 초입 정도부터 '어, 이 느낌 뭐지?' 하는 촉이 살살 오면서 4일 차, 용서의 언덕 내려갈 때쯤 비로소 깨닫는다. 이 숟가락 살인마 같은 길바닥이 내 발에 무슨 짓을 해놨는지. 그 고통도 10일 차 지나 부르고스 도착할 즈음이면 익숙해지겠지만 그러기보다는 이왕 준비할 거 처음부터 발을 보호하는 방법이 좋잖아?

 그래서 어떤 신발이 좋냐고? 하나 고르라면 [전술화 + 실리콘 깔창 조합 - 발가락 말리기엔 그 지퍼 달린 신발이 짱이지.] 최소한 바닥은 단단한 재질이어야 한다. 까미노 마치고 돌아와서 집에 있던 비브람 아웃솔의 중등산화를 신어봤는데 '아하, 이걸 가져갔어야 했구나' 싶더라. 인터넷 경험담을 찾아보면 순례길이 산길만 있는 게 아니라 포장도로도 있고 마을길도 있으니 꼭 트레킹/등산화일 필요는 없다는 글도 있던데,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지리산 종주할 신발 고를 때 화엄사 앞까진 포장도로인 데다 주 능선은 상당 부분 잘 정비되어 있으니 꼭 등산화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하진 않잖아? 트레일에서 신발은 레저용품이라기보단 안전장비에 가깝다. 이런 용품은 길의 평균치가 아니라 제일 험한 환경에 대비해서 마련하는 게 맞아. 순례길이 우리나라 산길처럼 험해서가 아니라, 체중과 배낭을 더한 무게를 받아내야 하는 발바닥을 보호하기 위해 [단단한 아웃솔과 두터운 미드솔]을 택할 것. 반드시!

 아, 그리고 비브람 같은 아웃솔의 트레킹화를 처음 신으면 길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말랑말랑한 재질의 신발만 신던 발이 단단한 바닥 위에 올라가면 고무신과 나막신의 같은 차이 같은 걸 느끼거든. 걸을 때마다 발이 덜그럭거리는 그런 어색함. 아웃솔 경도에 발바닥과 걸음걸이를 적응시키고, 신발과 발의 형태에 맞춰 끈 죄는 정도를 조절해 두는 게 좋다. 이걸 미리 해두지 않으면 피레네 넘는 동안 그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실전에서 그러다가 운 없으면 발목 부상과 물집 재난이 한꺼번에 터질 수도 있다. 빠른 걸음으로 10km 정도 두어 번 걷고서 앞꿈치(여기에 잡히는 물집이 제일 치명적이다.)가 멀쩡하다면 대략 아웃솔에는 적응했다고 봐도 된다.

 

 옷은 [트레일 세트*2 + 잠옷]
 잠옷은 옵션이다. 기본 세팅은  오늘 하루 입었던 옷을 숙소에 도착해서 세탁하고 내일 사용할 옷을 입고 잤다가 그대로 아침에 출발하는 방식. 잠옷을 별도로 두면 아침에 한번 더 갈아입는 번거로움이 거추장스럽고, 조금 더 깔끔해지고, 돌려 입기 구성에 더 여지가 생긴다. 보온용으로 얇은 바람막이를 가져갔는데 부피/무게에서 제일 유리한 경량 패딩(조끼) 하나쯤은 구비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여름이라도 높은 동네에서 이상 기온 만나니까 좀 힘들더라. 그래도 침낭은 라이너면 충분하다. 아무리 별스런 날씨 만난 다고 해도 집안에서까지 춥진 않아. 대부분의 밤은 오히려 더운 게 문제지.

 

 핸드폰
 그리고 의외로 중요한 게 핸드폰은 배터리 성능 좋은 녀석을 가져갈 것. 난 혹시라도 분실할 수 있겠다 싶어 잃어버려도 아깝지 않을 4년 넘게 쓰고 있던 베시업을 가져갔었거든. 근데 이게 기능으론 전혀 불편이 없었지만 배터리가 너무 광탈이라 뭘 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마트에서 장 볼 때 텍스트 번역, 숙소 예약, 단톡 방 정보 스캔, GPS 놀이, SNS 자랑질 등등 핸드폰으로 할 일은 무쟈게 많으니 최신폰일 필요는 없어도 배터리는 리필이라도 해서 성능을 유지할 것. 매일 사용하는 핸드폰의 충전 상태로 스트레스받으면 여행길에 짜증이 깔린다.

 

 스페인어
이것도 썩 중요한 툴이다. 그래서 얼마나?
'가능한 많이'라고 하면 뜬구름 잡는 소릴텐데 간단한 스페인어는 꼭 필요하다. 순례객끼리의 소통이나 알베르게, 식당에서의 주문이야 영어로 어지간히 가능하지만 동네 정육점이나 작은 가게에서 스테이크용 소고기와 달걀, 채소 따위를 사고 싶을 때, 그리고 전화로 숙소 예약할 때도 스페인어를 사용하면 훨씬 부드럽다. 슈퍼나 약국에서 물품 구입하는 상황을 대비한 대화의 시뮬, 단어장 정도는 만들어보는 게 좋아. 혹 스페인어 너무 잘하면 영어 아는 현지인들도 스페인어로만 말을 걸어와서 더 힘들 거라는 걱정도 있던데 택도 읎는 소리. 짧은 기간에 아무리 준비해 봐야 내 입에서 나오는 건 '쌀람 해요, 여녜가 중계' 수준이니 애먼 걱정하지 말고 준비하는 게 좋다. 문장까지 완성할 필요는 없어. 단어만 챙겨가도 도움 된다고

 

 아주 요긴했던 장바구니.
 큼지막한 에코백이 아니라 은행에서 사은품으로 뿌리는 정도의, 말아쥐면 주먹 안에 들어오는 하늘하늘하고 가벼운 것. 얇은 만큼 튼튼하지 않으니 손잡이와 모서리 힘 받는 곳은 바느질해서 보강해 두는 게 좋다. 항상 보조가방에 넣어 다니다 제 용도대로 장 볼 때 쓰는 것도 좋지만 진짜 장점이 빛을 발하는 때는 아침. 다른 순례객들 깨지 않게 조용히 나가줘야 하는 알베르게에서 짐 챙기느라 부스럭거리지 않고 침대 주변에 흩어져있는 물품들 한 손으로 쓸어 담아 조용하고 빠르게 정리하려면 장바구니가 제격이다. 무게 대비 가장 잘 사용했던 용품.

 

 그리고 항공권. 
 난 마드리드(MAD) 인/아웃에 빰쁠로나 거쳐 생장까지는 버스 이동. 이 동선이 까미노를 위해서는 제일 효율적인 경로다. 여행 구상 단계에서는 [빠리로 들어가서 까미노 끝낸 후 포르투 살짝 돌아보고 리스본 아웃]이런 이상적인 코스를 노렸었는데 와 이거 꽤나 복잡한 퍼즐이더라. 걍 다 때려치고 까미노에 몰빵 하는 비행 편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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