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난생처음 일본을, 도쿄를 다녀왔다. 멋도 모르고 기회가 있다기에 큰 고민 없이 결정 내린 여행. 처음 계획이란 걸 짜려고했을 때.......... 막막했다. 무쟈게 막막했다. 생각해보니 아는 게 없었거든. 일본에 대해서. 유럽이야 미술시간이나 서양사 시간에 배웠던 것들만 조합해도 대략 큰 동선은 그릴 수 있었는데 일본은 진짜 아는 게 없었다. 그때 좀 놀랬었다. 이렇게나 모를 수 있다는 것에. 무엇 무엇을 모르겠다가 아니라 뭘 모르는 지 모르는 상태다. 비유하자면 과태말라나 일본이나 내겐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어.
윙버스의 온라인 가이드 북을 살펴보면서도 어디 어디의 뭔가가 유명하다는 말은 알겠는데 그게 왜 유명하고 의미있는 지 전혀 공감이 안 됐다. 막부 - 메이지, 이런 건 바람의 검심의 주변 상식 나부랭이로 알고 있는 게 전부고 내가 좋아하는 오시이마모루 아즈씨나 안노히데야키의 컨텐츠를 동경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괜히 지브리 스튜디오까지 가서 하야오 영감님에 대한 환상을 깨고싶지도 않았다. 어떻게 보면 아는 게 없으니 궁금한 것도 없는 천진난만한 상태? (-.-;;;
그런 무식함에도 불구하고 일본을 질렀다. 당연히 고생을 했고, 시간을 길바닥에 뿌리고 다녔고, 역시, 오길 잘했어~! 같은 여행자의 보람 따위도 찾지 못했다. 여행이라기보단 고행에 가까운 탐방이었다. 그렇게 다녀오고 나니? 이제 좀 알겠다. 최소한 내가 뭘 모르고 있는 지는 알겠다. 그리고 조금 더 알고 싶어 졌다. 다시 온다면 이런 세세한 기록까지는 아마 안 할 것 같다. (암만 그래야지 최소한 주제 하나라도 잡고 와야하지 않겧.....?) 걍 단렌즈하나 물린 아날로그 RF나 들고서 우아하게 다닐런 지도 모르겠다. 그랬으면 좋겠다.
도쿄, 재미있었다.
일정 기록에 담지 못한 사이드 컷들을 잘라 정리를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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