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역 부근이다.
새벽부터 시간 아껴가며 빡빡하게 돌아다니다가 구태여 여기를 찾은 이유는, 흠~ 그냥, 도쿄를 보고 싶었다. 지금에서야 생각한 거지만 신주쿠나 시부야나 롯폰기는..... 겉이 번지르르한 선물 상자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고작 며칠 주변을 돌며 볼 수 있었던 것은 그 상자 속 선물이 아니라 화려한 포장상태 정도? 이렇게나 다리 아프게 돌아다니는데도 계속 부족하다는 아쉬움. 역시 옛말 그른 거 하나 없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인 거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일본' 을 보고 싶다"는 단순하고 기초적인 목표에조차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 그래서, '도쿄의 생활인'은 어떻게 점심시간을 보내고 있나? 는 별 관광거리도 되지 못하는 걸 보고 싶은 애매한 목표를 가지고 JR선을 타고 내려왔다.
들어가보자, 도쿄의 메트로 폴리스 속으로!
예상 소요시간 점심식사 포함 3시간, 신사나 박물관 하나 찾아들어가서 보기도 모자란 시간이다. 턱없이 모자란 시간에 오히려 맘이 편하다. 할 수 있는 것만 하자. 마감시간까지 끝내야 하는 일도 아닌데.
학교운동장에서 미술 수업을 하다가 비가 와서 정리하고 들어가는 아이들. 꼼꼼하게 미술 도구를 챙기는 아이, 대충 양손에 들고 뛰는 아이 그 와중에도 끝까지 그림을 마치려는 아이 처음부터 운동장이었는 지, 수업 때만 길을 막고 운동장으로 사용하는 도로인지 모를 곳에서 만난 소낙비.
근데, 얘들 소방차를 그리고 있었는데, 소방차를 불러놓고 그린다. 헐퀴, 이건 좀 좋은데? (@.@;;;;;;
점심 시간. 강남이라면 출근시간만큼이나 많은 수의 정장차림의 직장인들이 쏟아져나올텐데 내가 걷고있는 길이 한 블럭 들어간 골목이라 그런가 모두가 도시락을 손에 들고서 움직인다.
작은 봉고 같은 차량에서도 팔고
사거리 횡단보도에서도 도시락이다. 390엔, 저거나 하나 사먹을까 하다가 도시락 먹을 곳이 만만찮아서 그러질 못했다.
도시락을 파는 가게에 들어가는 것도 가능은 하겠지만 점심 때인데도 배가 그리 고프진 않아.
신사에 들르는 것만 빼면 크게 우리와 달라 보이지도 않는 도쿄의 일상들.
어느 장소(여행이든 아니든)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곳에서 돈을 벌어보라고 하는 말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아마 그럴 게다. 돈을 쓰면서 볼 수 있는 것과 벌면서 볼 수 있는 것은 많이 다를 테지. 지금 내가 5일 동안 그런 경험을 할 재주도 없거니와 이 짧은 여행에선 그럴 마음도 없지만 언젠가 또 다른 곳을 좀 긴 시간을 들여 여행할 수 있다면 꼭 그런 경험을 해보고 싶다. 그런 생각의 연장이라긴 무리가 있지만 어쨌건 관광용 일본이 아니라 생활하고 있는 일본을 보고 싶은 욕심으로 이 거리에 있다.
근데, 이게 이게~~ 영 맘에 안 드는 상황이다. 다른 게 아니라 비, 벌써 사흘 째 따라다니고 있는 비. 이 것만 아니어도 좀 여유 있게 길바닥에 앉아서 빵이라도 뜯어먹고 앉아서 지켜볼 수 있으련만 하루 종일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는 이 눔의 비 때문에 길바닥에 퍼질러 앉을 수가 없다. 나는 여유를 가지고 바쁜 사람들을 보면서/ 그러니까 약간의 거리감을 가지고, 이를테면 관조? 정도가 컨셉이었는데 지금은, 걍 여기 사는 사람과 똑같이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다. 이건 뭔 상황? (-.-;;;;;;
지금쯤 오다이바로 넘어가있을 일행들에게 전화를 걸러 들어갔던 공중전화. 한 시간 전에 두고나왔던 메모장이 그대로 얹어져있다. 하긴 저걸 누가 뭐하러 집어가겠어. 덕분에 동선만 꼬여버렸네 (-.-;;;
워~~ 제일 앞자리가 비었다.
무인으로 운행되는 이 모노레일은 저기 보이는 레인보우 브릿지 아랫쪽을 타고 넘어 오다이바로 들어간다.
속도감은.... 무쟈게 느리다. 어지러울만큼 느리다.
오다이바 도착.
덱스도쿄비치,
천정이 특이했던 비너스 포트.
아쿠아시티
아, 정말 쇼핑센터는 체질이 아니다. 이런 구조적으로 훌륭한 다리 밑에서 이구석 저구석 둘러보는 게 훨 재밋다. 이 삐닥한 사장교는 어떻게 하중을 배분해놓은 걸까? 멋진 다리다.
그런데, 건물의 불빛은 왼쪽 끄트머리 항구쪽이 더 이뻤고,
하늘은 후지 TV 뒤편이 더 좋았다. 차라리 수상버스 승강장 쪽에서 포인트를 잡았으면 훨 이뻤을 것을. 하지만 뭐, 어쩌겠어 여행이란 게 그런 거지. 일행들과 합류해서 레인보우 브리지 야경으로 오다이바를 마무리했다.
10장을 이어붙이 파노라마.
작은 사진이 아닌데 티스토리는 클릭질을 해서 띄워봐도 1024로 크기를 제한하나보다. 뭐 어쩔 수 없는.....;;;
그리고, 다시 모노레일을 타고 오다이바를 빠져나왔다. 사요나라, 레인보우 브릿지~ 근데, 어째 사진은 아쉬운 안녕이 아니라 '분노의 탈출'같은 느낌 ????
20:00 ....마지막 날 밤에 엄하게 남아버렸다. 비도 오고 날도 저물고 시간은 어중간하고 이걸 어쩐다. 어쩌긴 뭘 어째, 남은 돈 다 털어 가볍게 한 잔하고 도쿄의 밤 문화를 체험하는 거지-> 보통은 이게 정답이다. 이건 사치가 아니라 여행자의 의무같은 필수코스다. 근데? 어째 그러기도 어색하다. 시간은 남고 JR패스는 아직 유효하고, 우리 선택은 만만한 '밤 하라주쿠'였다.
이런 발랄한 곳을,
이런 반 군바리 모양세로 떼지어 돌아다녔다. 누가 보면 작전나온 줄 알았겠다. 아, 일본은 밀리터리 패션 보고도 그런 생각 안하려나?
비오는 밤의 하라주쿠는 조용했다.
거의 대부분의 가게는 문을 닫았고, 우리는 "여기에 왜 온 거지? 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하라주쿠 역으로 향했다. 좀 멀더라도 우에노 쪽으로 가서 야시장이나 돌아댕겼으면 참 좋을 뻔했다. 언제나 좋은 생각은 나중에 드는 법, 젠장 누굴 탓해.
하라주쿠에서 별 볼일 없었던 우리는 홧김에 이번 여행들어 최고의 사치를 부렸다.
픞, 저렴하기 이를 데없는 여행자의 사치다. 그래도 이번엔 소주를 컵에 마신다. 첫날 잔이 없어서 팩나발을 불었던 걸 생각하면.......ㅠ.ㅠ;;; 어지간히 급하지 않으면 절대 팩 나발은 불지마시라, 차라리 빨대로 마시는 게 낫지.그렇게 마지막 날 밤 소주와 사케와 비르의 폭탄주로 내일은 비가 그치기를 바라는 제를 올리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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