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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Tokyo_2009

도쿄, 이틀 째 2/2 롯본기/도쿄타워

by babelfish 2009. 5. 16.

생전 듣보 보도 못한 역이다. [아오야마 잇쵸메]

지도상의 파란 동그라미 부근에서 만나기로 했었는데정확한 시간과 장소는 아니지만 얼추 오차범위 안에서 일행과 합류, 롯폰기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만만찮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카메라때문에 비가 두 배는 더 거추장 스럽다.) 아자부쥬반에서 롯본기까지 털레 털레 걸었다.




롯본기 힐스와


TV 아사히,


방영중/예정인 프로그램들 안내판 가운데 '10년 연속 자녀들에게 보여주고 싶지않은 프로그램 1위'에 빛나는 런던하츠도 당당히(?)자리하고 있다.  하이, 아츠시군~~


관광객이 아닌 현지인으로 보이는 분들도 저렇게 관심있게 보고 계시는 걸로 봐서는 뭔가 참여할 꺼리가 있었는 지도 모르겠다. 저 타임테이블을 꼼꼼히 살펴보고 싶기도 했지만 롯본기는 잠시 스쳐지나는 곳이라 ......-.-;;;


롯본기 힐스를 빠져나와 헐리우드 머시기 건물로 넘어가는 다리 위에서 도쿄타워가 보인다.

이렇게 할랑하게 돌아보고 있을 즈음에서 나머지 팀들과 합류하기 위헤 에비스로 이동할 약속이 잡혔다.


지하철로 이동하려면 방향을 잡아야하는데 큰 건물 로비에서 이게 쉽지가 않다.
 두리번 거리고있는데 얼핏 들려오는 일본인 특유의 영어 발음. 돌아보니 건물에 소속된 안내요원이다.

"스미마셍~~"으로 시작해 디렉션 포 서브웨이를 물어보니 목적지가 어디냔다.
'그렇지, 여긴 지랄맞은 지하철 시스템이지. 이 안내원 정확하게 안내하고있다 ! '
"에비스"
"하, 에비스" 그리고는 따라오란다........ '어어, 그렇게까지 해주실 필요까지는 아리마셍 인뎁쇼....-.-;;;'
젠걸음으로 건물을 빠져나와 역사로 가는 사이 간단하고 어설픈 대화를 주고받았다.
"어디서 오셨?"
"강꼬구 데스"
"하, 강꼬꾸...... 반갑스므니다."
"언제 오셨?"
"예스터 데이 워즈 퍼스트 데이."  뭔 대화가 이따구다.............- ________ - ;;;
J-pop과 아니매, 일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따위에서 자막깔고 보기만 했지 공부라곤 한 게 없으니 이모냥.
공부좀 해야겠다.
놀려고해도 뭘 알아야 놀지. 응?
(근데 이런 생각 외국 갈 때마다 했던 것같...;;)


에비스 역에 도착해서도 비는 계속 내렸다.






게다가  슬슬 어두워지고 있다.
젠장, 사진은 다 찍었군 카메라 집어 넣어버릴까?

밥 먹으러 들어간 PUB, 낮 시간엔 식사도 된데서 들어갔는데.....


이게 밥이다.  마주앉은 분꺼랑 2인분이다.
어우, 이런 걸 돈 주고 사 먹다니.... 그냥 햇반에 3분 카레 뿌려 먹는 게 두 배 반쯤은 더 낫겠다.



밥 먹는 중에도 비는 계속 내리더니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빗방울이 더 굵어 져있다.





아~~ 이거 어쩐다...... 궁시렁 거리다가 슬슬 오기가 일었다.
비는 비고 여행은 여행이지
비가 온다고 여행 접냐?
내가 지금 아니면 어제 또 비 맞으면서 밤에 도쿄를 쏘다니겠냐?
뭐 이런 저렴한 객기였던 것같은데
암튼 그런 이유로 지하철로 이동하는 일행들과 떨어져 혼자 에비스에 남았다.

"여기서 뭐라도 하자. 그게 뭐가 됐든"



그러나, 현실은 [봄 비 내리는 도쿄 밤거리] 게다가 우산도 없고~

지금 생각하면 내가 웨~!!! 그때 우산을 사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허접한 저녁 식사에 대한 분노로 사고회로의 마비?
비를 견뎌주는 카메라에 대한 자신감?
가방속에 든 천 원짜리 비닐 비옷에 대한 과도한 신뢰? 암만 생각해도 쓸데없는 객기.

현제 시간 [17:28], 숙소에서 만나기로 한 시간은 [22:30]  자, 이제 움직이자.










딱히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방향 잡기가 애매했다. 에비스가 도쿄의 서남쪽이니 그대로 북쪽으로 직진하면 신주쿠를 지나 신오쿠보까지 갈 수 있을 것이고 동쪽으로 가면 롯본기로 돌아가게 될 것이고, 방향을 잘 못 잡아 서쪽이나 남쪽으로 가면 낭패를 볼것이고...;;; 일단 북동으로 짐작되는 방향을 잡고 역사를 가로질러 걸었다.

주택가 골목에 오르막 길이다. 대로변 상가보다야 이런 한적한 길이 낫지, 암만.









JR선을 따라 걸으면 크게 방향을 잃지는 않을 것같기는 하다. 근데, 이게 남쪽이야 북쪽이야......-.-;;;;


야, 이런 게 있다.  구멍가게.

빛 바랜 작은 오락기. "한판 뜨까?'  주머니 속의 동전을 만지작거리다 비에 홀라당 젖은 몰골을 생각하고 걍 발길을 돌렸다.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너무 일찍왔나? 이건 낮 그림도 밤 그림도 아닌 것이.

커플 도촬 사진이 아니다.
커플들의 애정행각을 몰래 찍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저런 건전한 커플은 사양한다........-.-;;;
그저 우산, 여기가 우산을 구입할 수 있는 그나마 만만한 마지막 장소였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

내가 왜, 우산 이야기를 주저리 주저리 해대냐 하믄,
이 날 저녁 객기넘치는 방랑으로 인해 카메라가 뻗어버렸기(침수로 인한 작동 중단) 때문이다.
아무리 방습 기능을 지닌 내후성이 뛰어난 카메라라 하더라도 반나절동안 비를 맞히는 무식한 짓을 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이날 우산도 없이 그런 짓을 했다. 물론 아직 난 그런 사태가 오리라고는 짐작도 못하고서 그저 (카메라를 제외한)다른 짐이 젖는 것만 조심하면서 걷고있었다. 보통은 카메라를 제일 조심하지 않나..................? (-.-;;;;


이제 본격적인 에비스 뒷골목 탐방.










이 반사경이 보이는 곳(그러니까 내가 있는 곳)은 주택가 주차장이다. 이곳에서 잠시 정비를 했다.
일단 빗물이 뚝뚝떨어지는 카메라를 좀 닦아 세우고, 한계에 달한 윈드브레이커를 벗어 비닐 봉지에 싸서 가방에 넣고 비닐 비옷을 꺼내 입고, 담배 한 개피를 물었다.  불을 붙여 당기는데 필터에서 연기가 아닌 물이 쭉~하고 올라온다....아놔~~~
다시 가방을 열고 젖은 넘과 마른 넘을 구분해서 쓰레기 봉지와 마른 비닐 봉지에 나눠담았다.
점점 그지가 되어가고 있다.....-.-;;


















 이런 날, 뭘 더 얼마나 보겠다고 비 맞고 싸돌아 댕겼던 걸까. 뭔 순례자라도 된 마냥 그런 고생을 사서 했던 걸까. 걍 저 집 들어가 사케나 한 잔하고 들어가는 게 좋았을까......? 모르겠다. 
 언제나 지나고 나면, 왜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생각하고 움직이지 못했을까하는 아쉬움이 남고 언제나 현장에선 갈 길은 멀고 시간이 모자라고 마음이 급하다. 어쩌면 길위에서의 고생을 즐기는 건지도......-.-;;








정말 비는 징하게 내렸다.
옆사람이 뭘하든 어지간해선 신경쓰지않는 다던 일본 사람들도 비닐 덮어쓰고 비 맞으며 사진 찍는 나를 한 번씩 흘끔거린다. 













[18:54]
저건 뭔 램프지? 도시 고속화 도로 같은 건가? 여기서 부터 고가도로 아래 쪽으로 들어왔다.

예전의 청계고가와 비슷한 모양세인데, 이거 좋다. 고가 도로 밑은 비.가.안.들.이.친.다.......... 야호..........ㅋ






 비가 오면 불편한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무엇보다 지도를 꺼내 보기가 번거롭다. 가방을 여닫기도 불편하고 종이로 된 지도가 자칫 찢어질까 조심스럽기도하고. 수시로 지도를 펴서 내 위치를 가늠하고 방향을 정해야하는데 그게 힘들어지면 낭패다. 그렇지만, 여기는 고가도로 밑. 편안하게 우비를 벗고 짐을 풀고 랜즈를 망원에서 표준으로 갈아끼고 아까 챙겨줬던 마른 비닐봉지를 뒤져 담배를 한 개피 물고서 우아하게 지도를 펼쳤다. (난 아직도 오늘 저녁의 목적지를 못 정한 상태다.)

그런데 모르겠다. 도무지 모르겠다. 여기가 어디지?

두리번 거리다 옆 벤치에 앉아계신 노숙자 아저씨에게 물어봤다.
또 여기서 막되먹은 일본어 발동. 
"고꼬가 도꼬 데스까"
"@#$%^&*○↔♤§◎※〓♧≠≪℃¢㎤................????   걍 원어민 발음으로 질러주시는데 못알아 듣겠다. 그래도 정성스레 아는 일본어와 간단한 영어를 섞어 설명을하는데 아저씨는 아랑곳하지않고 온리 원어민 모드.  가끔 웅얼거리기도하면서. 어쩌면 이 아저씨도 여기를 정확히 모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 -.-;;

한참을 그렇게 듣고있자니 슬슬 화가 난다.
아즈씨, 낵아 그거 알아들으면 여기가 어딘 지 묻고 있겠냐고요?
그래서,..... 나도 걍  내 언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렇게 각자 자기네 말로 말 싸움 하듯 주고 받는데 이게 조금씩 의미 전달이 된다.....응 ?

결국, 지금의 위치와 머리 위로 지나가는 고가 도로가 뭔 도로인 지 대략 파악하고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숙자 아즈씨가 불러세운다. 손에는 프릴이 장식된 투명 우산을 들고서, 가져 가라신다. 일본 숙자 아즈씨 눈에도 돕고 살아야 될 만큼 카와이소~데스한 상태였던 것일까. (응?

감사했지만 머리숙여 거절하고 돌아섰다. 오죽했으면 그 아즈씨가 우산을 주려하셨을까, 그럴만 했던 게지...............-.-;;;














어랏, 여기까지 잘 쓰고(?)왔던 고가도로 우산이 주택가로 숨어들었다. 아~~ 이거 또 맞음서 가야겠네, 췌.

반대 쪽은 어떤가 싶어 다리를 건너보니............... 헉,

저거 뭬야?

도쿄타워다.  저정도 거리면 대략 3~40분 ?

오케, 오늘 목표는 저거닷 ~!









작은 신사를 둘러보고 모퉁이를 돌아서니 이제 코앞이다. 가까이서 보는 도쿄타워는 이런 느낌이군.

그런데,


얼레? 불이 꺼졌다........ 아니, 조명이 바뀌었다. 어이쿠야 20:00 에 조명이 바뀌어버리는구나.







낮은 각도로 카메라를 조절하니 필터에 비가 와서 예쁘게 달라붙어주신다.
꼬마 삼각대로 로 앵글은 포기.

가까이 가자.





기념 사진은 잘 안찍는 편이다.
찍어도 보통 현지인들께 부탁하는 편인데 여기서는 한국분들께 부탁을 했다. 에비스에서 예까지 비맞고 와서 찍는 한 장인데 엄하게 나오면 서운할 것같아서. 덕택에 비옷입고서 멍때리는 표정이 잘 나왔다.... -.-;;;


세상에는 도쿄 타워를 찍은 사진은 수도 없이 많을 게다. 좋은 타이밍에 멋진 뷰에서 훌륭한 장비로담은 숱하게 많은 사진들이 각종 지면과 화면에 담겨져 있을테지. 내가 여행에 카메라를 데리고 가는 것은 그런 사진을 찍으려는 것이 아니다. 물론 때가 되고 여건이 되면 그런 사진에도 도전해볼태지만 지금은 내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 벅차다. 내 이야기가 담긴 사진, 에비스에서 예까지 우비 걸치고서 비 맞으며 와서 담은 도쿄타워.

이 사진이 이번 여행의 베스트 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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