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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nd_Camino_2023

07.25 _ Borda → Espinal (23.5km)

by babelfish 2023. 7. 25.

보르다 알베 정보는 → https://babelfish.tistory.com/267

 

 이 알베르게는 순례길 숙소 중에선 최고가 레벨이다. 포함된 저녁 식사 감안해도 바르셀로나 도미토리와 맞먹을 정도. 이렇게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늘 꽉 차는 이유는 생쟝에서 론세바까지 피레네를 한 번에 넘는 걸 힘들어하는 순례객들에게 좋은 옵션이 되는 위치 때문인데 난 순전히 일몰/일출을 보려고 여기에 묵었었다. 위치 중에서 '거리' 보단 '높이'가 중요할 때도 있지. 그런데 내가 묵었던 날은 잔뜩 흐리고 비까지, 해발 고도 800m 깊은 산속 옹달샘 겁내 춥더만요.

 

해돋이는 없었지만 차분한 아침도 좋지, 이 여름에 시원하기까지 하잖아..... 너무 시원해서 문제였지만.
하늘이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하는데
능선에 가까워질 수록 구름이 두터워지더니
성모상을 지날 무렵 부턴 비바람으로 변했다.
아오, 이 똥바람, 비에 젖은 수건이 수평으로 날리고 있잖아!

 비바람이 어제보다 심하다. 능선에서 만나는 '비구름 + 바람' 조합은 언제나 무서워. LG폰이 밀스펙이라는 게 감사할 따름. 한여름이 아니라면 좀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바람 때문에 얼굴 오른쪽 볼따구, 귀도 얼얼 해졌고 바지도 바람맞는 면이 젖어들어가더니 급기야 신발로 흘러 들어가기까지. 그런데 비가 잠시 멈춘 한 시간쯤? 뒤엔 바람 덕에 바지가 마르더라. 그런데 바람은 습기뿐 아니라 체온도 같이 날려버리잖아. 그래서 비 오는 날 능선에서 맞는 바람이 위험하다고. 추위로 손가락이 아릴 정도였으니 체감기온 5℃ 이하. 경량패딩 안 가져왔으면 조난당할 뻔했네. 자전거용 바람막이도 훌륭한 선택이었다. 근데 왜 이틀 연속으로 여름 까미노에서 패딩을 입고 있지? 뭔가 잘 못된 것 같은데...-.-;;;

 

보급소에선 따끈한 코코아, 맑은 날엔 단순한 쉼터 였는데 지금은 생명줄이다.
와~ 이 표지석도 핸드폰으로 찍었더라. 비 때문에 카메라 꺼내지도 못하고 피레네 넘었어. 젠장
ISO 3200, F5.6에 셔터 스피드가 1/125인데 이렇게 어두워? 한 여름 10시 반에 이러면 안되는 거 잖아.
이 길이 이렇게 비 맞아가며 고생스럽게 넘을 고개가 아닌데....
처음으로 대피소를 대피소 답게 이용했어. 좋은 건가??
부르게떼 어디 숨었냐?
초행이었으면 갈림길에서 좀 당황했을 것같다.
소성당 분위기 처연하여라.
아직 영업 전인 론세바 찍고,
오, 이런 게 생겼네? 잘 됐다. 저 뒤의 790 도로 표지판 맘에 안들었는데.
부르게떼, 산 니콜라스 성당.
이놈의 몹들이 장판 깔아놓고 길 막고..... 거 너무한 거 아뇨?
에스삐날 도착.
왜 순례자 메뉴는 탄수화물 먼저 멕이고 나서야
단백질을 주는 걸까? 고기 먼저, 밥을 나중에 먹는 걸로 주문하면 싫어하려나?

 에스삐날 숙소에선 프랑스 부부랑 영국 청년 마이클과 같이 식사했는데 프랑스어 가능했던 마이클이 가운데서 고생했다, 뭐  나중엔 죄다 구글 번역 이용해서 대화했지만. 공용어가 애매한 조합이 재밋어 ㅋ

이렇게 찍었던 사진 보여주고 메일이나 블투로 전해주기도 한다. 자주는 못하고 가끔.
깔끔하고 편안한 1층 도미토리, 건조기가 시끄러웠던 호스텔 루럴 아이세아

 까미노 처음으로 세탁 + 건조까지 해봤는데 좋기는 하더라만 건조 안 시킨 쫄딱 젖었던 모자도 밥 먹고 나니 다 말랐다야. 이제 빨래는 그냥 하자요. 보르다에서 에스삐날 까지. 거리만으로 따지면 생쟝에서 론세바 까지와 크게 차이 없는데 확실히 800 고지에서 출발하는 일정은 여유로웠다. 날씨가 괜찮았으면 좀 더 멀리 갔을 텐데 비 맞으며 걷는 게 몸보다는 멘탈이 더 축나는 것 같아. 천천히 가자. 이번 까미노는 살살 다니기로 했잖아.

 

호텔 루럴 아이세아. 17 EUR , 현금 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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