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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는 나의 힘

전쟁은 미친 짓이다.

by babelfish 2007. 12. 23.

극장에서 또 나의 띨띨한 실수로 뜻하지 않은 표가 두 장 더 생겨서 어느 자리가 좋을까.....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다가 젤 앞자리에 앉아 이 영화를 봐버렸네... ^^;;

간만에 앉는 젤 앞자리, 넓은 각도의 화면을 시야에 집어넣느라 눈동자는 어지럽게 움직여야 하고 성능 좋은 음향시설 바~~로 앞에서 귀는 먹먹해지는 자리.... 눈과 귀는 좀 고생을 했겠지만 영화가 주는 감각적인 느낌은 학실히 느낄 수 있었다.
감각적 느낌? 현대영화의 테크놀로지가 모래바람이나 우주선이 아닌 사람의 살과 피를 소재로 삼았을 때 관객에게 어떤 느낌을 줄 수 있을까 - 영화가 관객을 몰아부칠 수 있는 한계를 느꼈단 말이다. 그.... 제.일.앞.자.리.에.서.
(글치만 이 살벌한 영화가 CG를 쓰지않고 모두 실사로 찍었다니..... 세상에~~)

[ 위 워 솔져스 ]
딱 한 마디로 표현하라면? '헐리우드식 전쟁영화' 더도 덜도 아닌 딱 그것이다.
한 가정의 가장인 하버드 출신의 람보가 월남전의 가망없는 전투를 승리로 이끈다.

그럼 람보와 다른 점은?
전투 장면은 더 실감나고
고증은 더 철저하고
설정은 더 치밀하고
배우의 연기는 더 좋고
미국식 영웅주의는 더 교묘하게 포장되어 있다.

그러니, 이 고약한 영화를 반동작품으로 규정하고 혁명적 무정부주의 동맹과 연대하여 투쟁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까?
'미제 축출 !'
'재벌 해체 !'
'신 자유주의를 박살 냅시다!'

'?' 흠~, 의미없다.

할리우드의 (거의) 모든 영화가 미국의 패권주의를 기본 이데올로기로 깔고 있는데 왜 전쟁영화만 유독 그런 비난에 시달려야하는가............ 역시~, 의.미.없.다. ('라이언 킹'같은 애니조차도 미국의 세계지배 정당화를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이다.
게다가 이 전쟁영화는 다 자란 어른들을 대상으로하는 영화가 아닌가 말이다.)

영화는 영화로 즐기자.


[ 위 워 솔져스 ]
잔혹하다. 첫 장면 부터 살을 찢으며 뿜어져 나오는 끈적끈적한 피 튀기는 음향이 온몸을 휘감으며 두 시간이나 되는 러닝타임이 견디기 만만찮을 것임을 예고한다. 그리고 적당한 스토리로 그럴듯한 수순을 밟아가며 잔혹한 전쟁의 테마를 연주한다. 뼈가 부서지고, 살이 타들어가고,빗발치는 탄환이 온몸을 파고드는 전장. 옆에서 넘어지는 전우를 돌아볼 시간조차 없는 긴박한 상황. 마실 물은 고사하고 포신의 열을 식힐 물조차 없이 고립된 부대. 코앞에 주먹을 갖다대도 분간할 수 없는 칠흑 같은 암흑 속에서 죄어오는 적군.... 영화는 전선에서의 전투가 얼마나 끔찍한 것인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런 허접한 몇 줄의 글로 표현 가능한 수준이 아니다.)
스크린 밖의 의자에서 편안한 자세로 보고있는 나조차도 이 끔찍한 장면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영화를 보았는데 실제 상황 속에서 전투에 참가한다는 건 도대체.... 국지 전투가 이럴 진데 전쟁은...... 상상하기도 끔찍한 일이다. 전쟁의 참상을 알지 못하는 세대에게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 것인가를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전쟁영화로서의 제1덕목을 훌륭히 갖추었다 하겠다.

영화는 수이니가 말한 것처럼 잘 비빈 빕빔밥이다. (내 관점에서)'블랙호크다운'과 비교해서 어느 것 하나 나은 점을 찾아볼 수 없는 영화지만 적당히 잘 비벼진 이 영화는 전미 박스오피스 1위까지 올랐다 한다. 그러기 위한 흥행요소로 적당한 영웅주의와 전우애를 축으로 한 감동과 평화로운 가정을 지키는 가장의 무거운 어깨와 기가 막히게 사실적인 전쟁장면을 제대로 비벼놓았다. 그러나 친구들아, 기분 좋게 영화관을 나올 생각이라면 '재미있는 영화'나 '블레이드'나 '스파이더 맨'이나.... 암튼 다른 영화를 선택하길 바란다. 비빔밥은 예상했던 것 보다 매울 것이다.

주한 미군. 월남파병. 아프간 난민. 과거건 현재 진행중이건 피해자 혹은 가해자로서 전쟁이라는 범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영화를 보았을까? 피로 흥건해진 스크린을 뒤로하고 나오는 시사회장의 분위기는 숙연하기만 했다.

(같은 인간끼리 죽이고 죽어야했던)우리는 한 때(인간 이하의) 군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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