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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nd_Camino_2023

0720 / 21 ICN. SIN

by babelfish 2023. 7. 20.

 19:10 출발.

 냉장고 정말 정성을 다해 비웠다. 살뜰하게 다 해 먹고 마지막 남은 양파랑 간 마늘 볶아 만능 양파 만들어 냉동해 둔 건 쫌 기특했어. 넓어진 공간은 돌아와서 먹을 MSG 넉넉한 레토르 봉지로 채우고 냉동실 벽면 얼음 정리까지, 간만에 부지런 좀 떨었네. 
 현관문을 나섰다가 다시 돌아와 확인 또 확인한다. 빠뜨린 건 없는지. 물, 불, 전기, 창문..... 단속하지 않은 건 또 없는지. 충분히 확인하고서도 세 번이나 반복이다. 즉흥적인 여행이 아니라 매뉴얼 만들어 그 순서를 따랐음에도 이런 걸 보면 난 준비의 완벽도 보다는 불안의 총량을 채워야 지쳐 안정되는 인간인 모양이다. 돌아오면 여행 출발 당일 체크리스트와 그 진행 프로토콜을 보다 세밀하게 작성해야겠다.

 

늠 대충 그렸네. ㅎ~

 여행 전 날답게 엊저녁부터 떠나기 싫은 요상한 심술 같은 게 올라오더라. 은근히 약속이 파투 나길 바라는 집돌이 특성 같은 건데 이게 4년 만에 떠나는 여행 앞두고 발동될 줄이야. 너무 오래 쉬어서 그런가? 코로나 후유증이다. 이 증상이 순례길 위에서 현타로  한 번은 씨게 올 것 같은데 그때 난 이걸 또 어떻게 받으려나. 뭐 어떻게든 되겠지. 40일 넘는 여행에 그런 짜잘한 것까지 어차피 못 챙겨. 별다른 이유가 아니라 그냥 늙어서 이런 걸 수도 있잖아.

 

난생 처음 사용해보는 1회용 교통카드.

 [지하철. 전철 전용 / 1회권] 헤매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사용법 알려준 적은 있어도 내가 써보는 건 처음이네. 무게 줄이느라 옷에 붙어있는 라벨도 뜯어내는 마당에 교통카드를 별도로 가지고 갈 수 없어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방법이다. 여행에서 사용할 두 카드 모두 국내 교통카드 기능이 없을 줄이야. 과거의 나, 왜 그랬지? 카드 보증금 환불까지 받으면 무려 950원의 동전이 생기겠네.ㅋ 부디 공항에서 처리할 수 있기를..... 아, 제발. 그나저나 950원이라니. 이건 무지성으로 발생시킬 수 있는 동전의 최대치잖아!!

 

 트레킹화와 카메라/렌즈를 포함한 무게 9.0kg 이 정도면 선방이지. 응? 잠깐 4년 전에도 같은 무게 아니었나?? 뭘 잔뜩 뺐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이러네. 그래도 체중은 한 2kg 줄였어.

 

 밤 열한 시를 넘긴 한적한 공항은  쇄락한 상가마냥 스산한 분위기였다.  흥이 오르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할 건 해야지. 보안 검색대 통과용으로 짐 정리하고 배낭 무게 측정하고 구석 벤치에 앉아 누나에게 전화로 출국 신고하는 평화로운 중에 갑자기 아이돌을 좇는 팬 무리가 만화 같은 모습으로 우다다 뛰어다니더라. 스산하고 어두운 상가를 휩쓸고 다니는 저 무리들은 공간에 생기를 돌게 하는 젊은이라기 보단..... 좀 무서운데?

 

*

 

싱가포르 현지 04:22 도착, 밤새 난기류에 시달리더니 덕분에 도착은 또 빨리했네. 

 

SG Arrival Card 로 간편하게 입국.

 별도의 티켓 구입하지 않고도  트레블월렛으로 지하철 이용할 수 있어서 입국도 시내 돌아다니는 것도 편하다.

 

멀쩡할 때 배낭 사진 찍어두자.

 머라이언 저거 볼 때마다 생각했던 건데 저게 생선인 지 사자인 지 모르겠거든. 그래도 바닷가에 있으니까 생선이겠지. 생긴 걸 봐도 초원이 아니라 바다에서 잡힐 것 같잖아. 발도 없는 게 초원에서 잡히면 그건 뱀이게? 식재료라면 수산 시장에서 구입할 때 '대가리 띠고 내장 손질'할 테고, 그러고 나면 우럭이랑 다를 게 없지. OK, 그렇다면 남은 문제, 손질한 대가리와 내장으로 끊인 국은 매운탕일까? 곰국일까?

 

2005년 발리 다녀올 때 사용하고 남은 - 17년 묵힌 싱 달러로 사먹은 아침.
싱가포르 찍먹 잘 하고 튑니다.

*

 세상에, 연착 없이 22:00 샤를드골 착, RER B로 24:00 전에 엔조이호스텔 세이프!! 이거 잡아타느라 공항 사진 못 찍었네. 어쩔 수없지 사진 몇 장 찍자고 첫날부터 공항 노숙할 순 없잖아. 서울에서 사 온 무비스타 USIM 껴서 데이터 개통만 시키고 냅다 뛰었다.

 

RER을 향해 전력 질주!

 

 엔조이는 깨끗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컴팩트한 샤워실과 꼼꼼한 인포. 위치 감안해서 가성비는 나쁘지 않은 숙소.

엔조이 호스텔 도미토리 침대는 괜찮았어.
이렇게 좁은데 심지어 건식 바닥이야.

엔조이 호스텔.
장점 : 저렴하고 괜찮은 위치.  청결한 편. 사용은 안 해봤지만 에어컨도 있고 24시 넘어서도 체크인 가능은 하더라.
단점 : 개별 락커의 잠금장치가 무의미하다. (외출할 때 배낭은 카운터에 맡겨야 해)  건식 화장실이 심하게 좁다.

 

빠리 엔조이호스텔, 부킹닷컴 예약 - 36 EUR /day.
아침에 간단한 조식이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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