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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A.B.C & Mardi himal_2017-8

마르디히말 트레킹

by babelfish 2018. 1. 30.

2017.12.31 트레킹 9일 차.

 푼힐, A.B.C 끝냈고, 이제 마르디히말 트렉이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알려지기 시작한 코스인데 간단하게 설명하면 A.B.C 트 따라 올라가는 모디콜라 계곡의 오른쪽 능선이다. 시누와 즈음에서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볼 수 있는 깎아지른 듯한 그 절벽 위의 길. 계획하기 전엔 이런 코스가 있다는 걸 의식하지 못했었지만 사실 이미 오래전에 보기는 했었다.

 

 나야풀에서 비레탄티 가는 길에 봤던 마차푸차레. 

 

 저 마차푸차레 아래 능선, 저기가 마르디히말 트의 미들캠프, '바덜단다'다. 이미 첫 트레킹에서 저길 봤었다. 여기뿐 아니라 오캠에서도 정면 히운출리와 마차푸차레 사이로 이어지는 능선길이어서 못 보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눈앞에 떡하니 놓여있는 길이다. 분명히 봤었다. 단지 그땐 보면서도 저게 뭔지 몰랐던 거지. 구력이 쌓인다는 말은 내가 예전엔 얼마나 천진난만하게 여길 다녀갔었는지 알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보자, 안나푸르나의 남부 능선-마르디 히말. 새로운 코스는 언제나 환영이야. 아니, 길이 새로운 게 아니라 내가 여기서 뉴비인 거지. 

 

New Peaceful Guest House의 아침, 심플 세트. 딱히 간단해 뵈지는 않다야......;;;

 

 오늘은 란드룩에서 로우캠까지, 지도 표기 고도로는 1,500M를 높이는 날이다. 그래 봤자 로캠 도달 높이가 3천. 베이스캠프에서 내려온 길이어서 오늘은 암만 올라가도 고소 위험은 없다. 가파른 구간이라 업/다운 없이 줄창 올라가기만 한다는 게 이 구간의 매력. 응? 새벽에 롯지 좀 돌아다니다 테라스로 올라오는 동안 다리 상태를 느껴보니 이거 과연 오늘 산을 탈 수 있을까 싶다. 포레스트캠까지 가면 +1,000M, 로우캠까지 가게 되면 +1,500M 올리는 건데 좀 쫄았나?

 고도 점검하다가 계산해 봤는데 이거 좀 웃긴다. 이번 산행은 안나푸르나 남쪽의 잔잔바리들 조합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고 준비했었거든. 그런데 따져보니 이거 꽤 난이도가 높아. 푼힐 찍고 A.B.C, 그리고 뉴브릿지까지 내렸다 마르디히말이면 대충만 긁어도 1000-3200-1900-4130-1500-4000-2000. 이거 뭐여? 촘롱, 시누와, 뱀부의 업/다운까지 계산하면 비레탄티에서 오캠까지 적게 잡아도 8,000 올리고 7,000 내리는 길이야. TMB 한 바퀴 도는 Total height gain도 약 10,000M 라더만 이거 작은 코스가 아니잖아?

 

 

 란드룩은 마르디히말 시작점이라기보단  A.B.C트을 마무리하면서 오캠으로 빠지거나 지프를 타고 포카라로 점프하는 구간의 시/종점으로서의 의미가 더 큰 탓에 마르디히말로 들어가는 초입을 잡기가 어려웠다. 동네 주민들께 물어보고 마을 위로 올라가는 길에서 시작.

 

여기, 이 나무에서 좌회전.

에게, 설마 이게 길? 싶을 만큼 좁은 길을 따라 마르디히말 트을 시작한다.

 

그러니까 이렇게 올라왔던가?

강 건너 풍경.

 

와, 간드룩이 저렇게나 큰 마을이었나?

초입에서 헤매다 어느 정도 올라가면 이정표가 나온다.

이런 쉼터도.

히말라야 트에서 볼 수 있는 표시, 백/적은 주 경로(여기선 A.B.C) 백/청은 곁가지. - 간선, 지선 뭐 그런 의미다.

어제 뱀부에서 만난 독일 친구가 정글 같은 풍경이라 그랬는데 이런 거 말했나? 그냥 관리 안 되는 산길이잖아.

 

좁은 길, 바닥을 덮고 있는 낙엽, 몇 안 되는 발자국 수. 마르디히말은 다른 길에 비해 사람이 확연히 적은 길이다.

란드룩에서 가파르게 1,000 정도 오르면 포캠 닿기 전에 능선에 올라선다.

 포레스트 캠프에서 점심 식사. 트레커가 적은 구간이어서 준비된 식사는 없다. 

주문받으면 그때부터 밥 짓기 시작하니 점심시간을 한 시간 반 정도는 잡아야 해.

 

레스트 캠프는 휴업 중.

방향은 위쪽, 길은 니가 알아서 찾으라는 패기 넘치는 안내판.

 마르디히말 트의 길은 아직(사람들이 발로 다지면서) 조성 중이다. 다른 곳들도 몬순 때 길이 무너지거나 해서 조금씩 변하기는 하는데 여긴 이유가 조금 다르다. 계곡 경사면에 길을 조금씩 넓혀가며 만든 게 아니라 능선길. 이리 가든 저리 가든 능선 위에서 만날 수 있다 보니 큰길 하나가 별 의미도 없이 여러 갈래의 작은 길로 나눠졌다가 만났다를 반복한다. 그래서 제대로 된 길을 가면서도 종종 길에서 벗어난 것 같은 착각에 두리번거리게 된다. 묘한 피로감이 따라오는 구간.

 

 

로우캠프, 수직 상승이 가장 가팔랐던 하루. 새벽에 걱정했던 거 생각하면 선방했네.

 

 

 

 

2018.01.01 트레킹 10일 차.

 

올해 첫 일출. 과연.....?

망했네. ㅋ

로우캠 - 미들캠 - 하이캠. 어제 힘들었던 덕에 오늘은 짧은 구간이다.

그리고 드디어 드러나는 능선 구간의 풍경.

길은 여전히 거칠지만

망원 조금 당기면 마차푸차레가 코 앞.

 

닥치고 올라가세요. 안내판(2)

어제 능선에 올랐으니 오늘은 평이한 길을 기대했었는데 아니다. 그냥 급하게 계~속 오르고 오른다.

 

하이캠프 도착.

뷰포인트가 제법 멀어 보인다.

어, 벌써 구름이 몰려드나? 어제 이맘땐 괜찮았었는데.

 

 

월드 베스트 화장실 창문.

 

롯지에 투숙객 나 혼자. 네팔리들과 팝콘 까먹으면서 수다질.

아, 그래 오늘 보름이었지.

 

 

2018.01.02 트레킹 11일 차.

 

 오늘은 뷰포인트, 시간이 되면 마르디히말 웨스트 베이스캠프 다녀오는 날. 어제 다른 트레커들에게 물어보니 새벽에 길 나섰다던데 내가 봤던 후기들에선 뷰포인트와 베이스캠프의 뷰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고들 했다. 그러면..... 여기 베이스캠프에 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니 시간 허락하는 만큼만 다녀오면 될 것 같네. 지점을 좌표로 잡을 게 아니라 시간 기준으로 움직이면 되겠다. 오늘은 타임 어텍.

 

마차푸차레를 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라더니 그건 정말 맞는 말이다. 게다가 이 각도가 제일 이쁘거든.

이거, 네히트에도 한 꼭지 적긴 했는데. 절대로 이 표지판 따라 내려가지 말 것. 

시딩으로 빠지려거든 로우캠까지 내려가서 경로를 잡아야 한다.

 

 

채석장, 이 동네 돌들이 죄다 판석 형태로 넓게 깨지는 것들이다. 그걸 저렇게 채취해서 건물 자재로 사용한다. 그런데 올라가던 중 이 아저씨들에게 길을 물어봤는데 제일 가파른 길을 알려주더라. 아저씨들 사용하는 길 말고 트레킹 루트 쫌!

가파른 지름길 알려주셔서 감사요.

로우 뷰포인트에서 보면 A.B.C트이 내려다보인다. 아래에서 볼 땐 까마득한 오른쪽 능선이었는데 이게 여기선 이런 뷰를 주네.

로우 뷰포인트, 찻집.

 어라? 구름이 벌써. 이러기야? 아직 오전이라고. ㅠㅠ. 애석하게도 오늘 마차푸차레 조망은 이게 마지막. 구름 없이 깨끗한 풍경도 좋지만 이렇게 마르디 히말과 마차푸차레 사이에 구름이 스며들어 두 봉우리를 갈라놓는 그림도 좋네. 이 능선에 올라서야만 볼 수 있는 풍경.

 

닫힌 찻집 문을 열고 들어가서 바람 좀 피하면서 기다렸는데 구름 몰려오는 속도가 무섭다.

 

하이캠프가 사라지고 있어.

 

 

조망은 완전히 닫힌 것 같고,

어쩌면 조금 위험해질 수도 있겠는데?

바람이 제법 세다.

튀자, 퇴로 닫히기 전에 ㄱㄱ.

구름 속에 갇힌 하이캠프에서 점심 먹고 짐 정리해서 미들 캠프 - 바덜단다로 후퇴.

 

 히말라야 산길에서 좁은 길이야 일상다반사지만 이렇게 구름 속에서 시야가 막혀버리면 위태로움이 더 커진다. 산 길을 걸을 땐  멀리 보면서 긴 단위의 방향 감각과 내 발걸음의 방향을 맞춰가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니 공간 지각력이 반토막 난 느낌. Pass를 넘어 눈 쌓인 북사면 너덜길에서 이런 구름을 만나면 생환이 불투명해지는 거지.

 

올라올 땐 이뻐 보였던 길이 구름 속에서 블레어위치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

 

 그리고, 눈. 바람이 기온을 뚝 떨어뜨리더니 갑자기 눈발이 날린다. 아래쪽 촘롱엔 해가 비치는데 여긴 눈이 내리네? 야, 히말라야에서 맞는 눈이다. 야, 신난다~라고 하기엔 좀 심각하게 기온이 떨어진다. 능선이라 바람을 직격으로 맞는 탓이다. 새벽 A.B.C에서도 쓰지 않았던 스키 장갑을 여기서 꺼냈다. 무려 걸음을 멈추고 배낭씩이나 열어서. 걷는 중에 배낭 여는 게 귀찮아서 울레리까지 슬리퍼 신고 올라갔던 내가! 능선에서 맞는 눈과 바람. 급격하게 떨어진 기온. 위험하다.

 

어, 근데 이거 눈 아니다. 우박이야.

높은 하늘은 맑았으니 이 우박은 나를 둘러싼 이 구름 속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건데.....

그러니까 지금 여기 급속 냉각 모드란 거잖아. 해발 3,000M에서 만나는 투머로우??

튀어라!

미들캠 도착. 뭐 이딴 날씨가 다 있지? 라며 투덜거리는 사이 날은 개었다.

와, 낮에 우박 뿌려대더니 일몰 깨끗한 것 좀 봐.

간드룩 야경. 이 풍경도 맘에 드네.

 

2018.01.03 트레킹 12일 차.

 

 

라면이 400루피에, 플레인라이스가 300쯤이었는데 양이 너무 많으니 밥 조금 해서 500으로 합시다.라고 딜하면 그게 또 통한다.

 

 아침 햇살이 마을에 닿는 풍경. 대부분이 계곡 길인 트을 따라가다 보면 업/다운 구간을 반복하게 되는데 여기 사이즈가 원체 크다 보니 그 높낮이가 백 단위다. 어차피 올라가야 하는 길인데 왜 가다 말고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는지 이해가 안 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고 그 힘든 게 반복되면 나중엔 화도 나고 그런다. "왜, 길을 이따구로 만들어놨어!" 그랬던 억하심정이 아침 해 뜰 때 산간 마을에 볕이 드는 모습을 보면 이해된다. 볕과 물을 찾아 계곡의 높은 곳에 마을이 자리를 잡았고 길은 계곡을 건너기 위해 내려가서 이어지는 거지.

 구경 다 했으면 출발, 오늘은 오캠까지 맵스미로 16km니까 실제로는 20km 정도 내려가는 길이다. 서두르자.

 

 

남봉 색깔 변한 것 좀 보라지. 다시 생각해 봐도 어제 뷰포인트에서 짼 건 잘한 거다.

로우캠 아래쪽은 능선이지만 하늘이 안보일만큼 깊은 숲길이다. 그래서 GPS도 잘 안 잡히더라. 

그리고 그 숲길은 좀 지루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거든.

 

 

 

내려가는 방향은 역광이 빚어내는 예쁘고 작은 풍경들이 있어 그나마 눈이 심심하지 않게 내려올 수 있는데

오캠 출발로 이 능선을 올라가는 건 더 지루할 것 같드라. 급경사였던 란드룩 발이 풍경은 더 좋았던 것 같아.

다울라기리가 보이기는 하는데,

사실은 요만하게 보이는 거임. ㅇㅇ

 

그러니 풍경에 눈 돌릴 것 없이 가볍고 빠르게 내리막을 후다닥~!

피탐 데우랄리.

여기도 뷰 좋다야.

누가 이렇게 귀엽게 트 표시를 해놨어.....ㅎㅎ

포타나.

마지막 체크 포스트.

 

포타나 마을 끄트머리에서 오캠에 걸린 타르초가 보인다.

표지판엔 30 분 거리라고 적혀있는데

만만한 오르막길 15분 정도면 끊는다.

 

어제 푸닥거리 한 판 했다고 오늘은 오후 늦게까지 화창하다. 여기 세 번째인데 이런 뷰는 처음이네.

망원으로 당기니 아침에 출발했던 미들캠프가 보인다. 야~ 오늘 많이 걸었다.

 

2018.01.04 트레킹 13일 차. 

새벽, 아 조금만 더 일찍 나왔으면 더 좋았을 것을.

이 녀석 작년에 내 방에 들어왔던 엔젤네 냥 아닌가?

 

중국인 단체 땜에 좀 시끄러웠어도 언제나처럼 잘 쉬었다 갑니다. 오캠.

 

 

담푸스, 무너졌던 롯지 자리에 새 건물. 몇 개월 만에 3층 건물을 올려놨네. 깜짝이야.

페디 내려다보는데 뭔 공사를 하느라 도로를 돌려놨다. 아, 버스 잡으러 강 건너야 해?

트레킹의 끝 지점. 페디.

저 멀리 강바닥을 밟고 오는 버스를 세워 잡아타고 하리촉으로.

 

하리촉 옆 시장 툭바 집.

 

야, 여기 잘한다. 모모랑 툭바를 시켰는데 섞어서 만두라면 형태로 나오긴 했어도 국물 끝내준다.

 

제로 킬로미터, 여기 나무 언제 없어졌지? 작년 봄에 포장할 때 치웠나 보다.

할란촉 버스 종점에 내려서 윈드폴까지.

윈드폴에 방 하나가 비어있다. 럭키! 트레킹 끝.

 마르디히말 짧게 정리할까?
 상당히 좋다. 짧게는 4 일. 좀 넉넉하려면 5 일. 여유 있다면 포카라 to 포카라 6 일로 구성할 수도 있다. 조망이 제일 좋은 곳은 바덜단다(미들캠프). 하이캠프 지나서 로우 뷰포인트까지 가면 조망으론 더 위쪽과 큰 차이가 없다. 베이스캠프까지 가려면 새벽에 일찍 나서거나 아예 캠핑 준비를 해서 가는 게 좋다. 능선의 바람은 매섭다. 뷰포인트 가는 길에 배낭을 가볍게 꾸리더라도 보온 의류는 넉넉히 챙길 것. 전력사정이 안 좋다. 맵스미를 쓸 생각이면 마지막 하산하는 날을 위해 배터리를 아껴둬야 한다. (이 동네에서도 맵스미는 썩 정확하다.)  바로 옆 A.B.C 트렉과는 달리 사람 만나기 힘든 곳이다. 위험에 처해도 도와줄 사람 없으니 모험하지 말고 최대한 안전하게 움직여야 한다.

오스트레일리언 캠프의 아침.

 

이 조그만 언덕에 두 번이나 갔었어도 매번 구름에 가려 흐리멍텅한 조망만 보고 왔었는데 여기서도 리벤지 성공. 

이번 산행은 아주 만선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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