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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A.B.C & Mardi himal_2017-8

푼힐 트레킹.

by babelfish 2018. 1. 29.

2017.12.23. 트레킹 시작.

토요일이니 윈드폴 아침밥도 쉬는 날이라 이른 시간에 나섰다.

버스 정류장 가는 길. 여기서 안나푸르나가 이렇게 깨끗하게 보이는 건 처음, 이번 날씨는 좀 기대해도 좋으려나?

바글룽 바스 팕. 

 

비레탄티까지 타고갈 버스. 종착역이 간드룩이라고? 간드룩이 을매나 넓은데 그냥 김체라고 적어야지,

[인천발 - 서울착] 이라고 적어놓고 김포 공항에 내려주면서 "종점입니다." 그러면 승객들 당황하지 않겠니?

짧은 구간인데도 한 번 쉬어준다야.

 

나야풀 췤 포스트는 버스 타고서 건너뛰고,

 

비레탄티 도착.

2013년 모습. 달라진 간판, 페인트 색, 타르초, 난간. 딱히 변한 건 없다.

퍼밋 개시하고 걷기 시작.

 

 

마을길 빠져나와 지프가 다니는 길을 짚어 산으로 들어간다. 차량이랑 엉켜 걷는 거 싫지만 도리 없네.

아오, 먼지.

 

 배낭에서 등산화 꺼내는 게 귀찮아 오늘 하루는 슬리퍼 신고 걷는 중. 점심이라도 먹었으면 쉬는 김에 배낭을 열었을 텐데 오늘은 아침, 점심 다 거른 채 걷는 중이라 이 모양이다. 멈춰 서서 배낭 열어 정비하는 거 참 귀찮아한다. 이런 소소한 귀찮음에 친절하게 대응해야 좀 더 안전한 산행이 될 텐데 폴도 배낭에 꽂아둔 채 주머니에 손 찔러 넣고 터벅터벅. 

 

 

 

힐레 도착

힐레 들어서는 길 입구에 이정표가 몸져 누었다. 울레리 가는 길이 무너졌다더니 여기구나.

이제야 차도에서 빠져나와 마을길로.

블랙티 한 잔 하면서 힐레에서 숨 좀 고르고 다시 출발. 여기서 준범이랑 주은이 첨 만났던가?

 

 

 

 

 

힐레에서 두 시간 동안 고도 + 500M. 와, 이 구간 만만찮다.

 

 

 

마을 거의 제일 끝에 위치한 롯지에 숙박.

 

 

 앞으로 한동안 못 씻을 테니 여기서 핫 샤워하며 슬리퍼 씻어서 말려놓고 방한복 챙겨 입는데 역시나 첫날밤에 체감하는 추위는 무시무시하다. 오늘 하루 먹은 게 없으니 체온 올릴 연료가 부족해서 그런가? 이럴 땐 춥다고 닭살을 만들며 엄살을 떨게 아니라 내장 지방을 태워서 체온을 올려야지 않겠니, 이 몸뚱아리야? 동계 바지와 플리스, 경량 패딩 다 껴입었는데도 추위가 가시질 않네. 이번이 다섯 번째 히말라야인데도 선빵은 언제나 아파.

 근데 솔직히 말해서 오래 남는 치명적인 피해만 아니라면 훅 들어오는 이런 낭패는 오히려 땡큐다. 살아남았으니 할 수 있는 예의 간사한 생각이지. 준비도 대충하고 체력 관리도 하는 둥 마는 둥 했었는데 정신이 번쩍 든다야. 산에서 추위와 싸우지 마라, 미련하게 버티다간 훅 간다. 해넘이는 17:30 즈음. 역시 엊그제 동지였어서 일몰이 빠르다.

 

달밧에 창 한 잔 하고 나니 좀 살 것 같네.

 

2017.12.24. 트레킹 이틀 차

구름에 가려져 흐리멍텅하긴 했지만 아침 하늘색이 그럴싸하다.

남봉 색도 좋구요.

에그+누들 슾을 주문했더니 라면에 계란 후라이 넣어주셨다. 명절 연휴 끝에 먹던 전 찌개 맛이 나. @.@;;

알갱이가 살아있는 진저 티.

 

 그리고 오르막. 어제 비레탄티에서부터 1,000M 올린 것도 쉬운 길이 아닌 데다 오늘 고래파니 넘어서 푼힐 일몰까지 보려면 1,200M UP. 막연히 푼힐 코스를 짐작할 때 4 일자리 만만한 코스라고 생각했었는데 이틀 동안 하루 평균 1,100M씩 올라가야 한다니, 이거 쉬운 코스가 아니잖아!

 

 

그리고, 이번 트레킹에서 유난히 많이 만났던 한국 패키지 팀의 포터 형들. 짐이 어마 어마하다.

 

 단체가 아닌 개별 트레커들이 포터에게 부탁하는 짐의 무게는 15kg선이다. 요즘 한국인들이 지키는 선이 그 정도. 네팔 소개하는 유튭 다큐 찾아보면 왕년에 원정대 대장까지 하셨다는 아재들, 임금 개념도 20세기에 머물러있고 짐도 2~30kg까지 들어준다고 썰을 푸시는 영상들 있던데 요즘은 안 그렇다. 인간적으로 15kg를 넘기지는 말자. 포터도 사람이고 우리가 들어서 무거운 건 그 사람들 한테도 무겁다. 거기다가 그 형들 개인 짐도 있잖아. 그리고 제발 포터용 카고백 용량 좀 물어보지 말아 주라. 그게 나귀 등에나 얹을 짐이지 사람이 그딴 거 메고 산길을 어떻게 가나?

 포터들에게 너네 $20 받고 30kg 운반할래? $15 받고 20kg 운반할래?라고 물어보면 그네들은 당연히 30kg을 선택한다. 그래서, 그렇게 서로 합의했다고 해서 무거운 짐을 맡겨도 되는 걸까? 그건 아니지, 사람이 손으로 운반해야 하는 화물의 경우 한 번에 짊어질 무게의 한계를 정해둔 - 그러니까 포장 단위 무게에 대한 법규도 있을 텐데, 우리나라에서도 잘 지켜지지 않는 법이나 따지자는 그런 정 없는 이야기를 하자는 게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저걸 보고 있으면 맘이 불편하단 말이다. 포터를 고용하지 않는 트레커는 체감하고 있다. 내 배낭에 걸린 12KG의 무게가 이 산 길에서 날 얼마나 괴롭히는지. 그걸 알기 때문에 저 산더미 같은 짐을 보는 맘이 더 안 좋을 밖에. 돈이 아쉬운 노동자는 무겁더라도, 임금이 박하더라도 일을 받을 수만 있다면 제 몸 망가지면서도 돈벌이가 되는 선택하는 게 이 동네 사정이다. 그런 절박함을 이용해서 인건비에 입찰 개념을 적용시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한국에서 모객 해서 현지 업체와 연결시키는, 그러니까 컨텐츠 생산이 아니라 실질적인 역할은 유통사일 뿐인 여행 회사가 네팔리 스텝이 짊어질 무게까지 조율하기는 힘들겠지. 그래, 간단치 않은 사정이 있을게다. 사실 포터를 가장 심하게 착취하는 건 같은 네팔리들이고, 그나마 한국 팀에 속한 포터는 괜찮은 벌이를 하고 있다 하니 이런 생각은 속내 모르는 여행객의 어설픈 오지랖일까? 어렵다. 머리 아퍼. 지난번 쿰부랑 랑탕 땐 길에선 몇 번 마주치지 않고 롯지에서만 봐서 그런지 그닥 거부감이 없었는데 이번에 유난히 자꾸 시선이 가네. 나중에 나이 먹더라도 난 저런 여행 못하겠다.

 

 

 

토마토 슾과 맨밥. 보기보단 먹을만해.

고래파니.

썩 큰 마을이네.

 

체크포인트 지나서 윗 고래파니.

 

갈림길 바로 앞의 숙소.

으와~ 식당에서 다울라기리가 보인다.

헉 !!

'푼힐 갈 필요 없겠는데?' 싶을만큼 멋진 조망의 숙소다.

그래도 예까지 왔으니 가봅시다. 월드 베스트 뷰포인트!

 

입장료는 50루피. 그렇지만 직원은 일출 시간에만 근무한다. 오후엔 입장료를 지불할 수 없어.

구름이 조금씩 깔린다. 저게 그림을 만들려나? 망치려나?

건너편 해가 많이 낮아진 것 같아 발걸음을 조금 서둘러

전망대 도착.

ㅇㅇ, 가이드북에서 봤던 그 풍경.

다울라기리, 이 방향이 얼짱 각도.

깔린 구름들이 낮아진 햇빛을 걸러낸다.

해 넘어가기 직전에 구름 깔고 금빛으로 물든 안나푸르나. 풍경 좋다야.

 

 

구르자히말과 툭체 피크 사이의 다울라기리 연봉들.

 

 

 

2017.12.25. 네, 메리크리스마스요~

 푼힐 일출. 어제 일몰이 썩 맘에 들어서 새벽에도 올라갔다.

1 빠로 올라오긴 했는데 벌써 북두칠성은 올라가 버렸네?

 

궤적 걸어놓은 동안 개별 트레커들과 단체 팀 죄다 올라왔나 보다. 새벽의 푼힐은 북적북적.

색 예술이다. 오늘 해돋이 멋지겠네.

멀리 마나슬루.

안나 1 봉과

다울라기리에도 햇빛이 걸렸다.

 

 많은 푼힐 후기를 보면 파노라마로 풍경을 잡아서 그런지(물론, 나도 그랬지) 다울라기리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데 실제로 보는 세계 제7봉의 위용은 엄청나다. 베이스캠프가 아니라 칼리간다키 건너서 40km나 떨어진 전망대에서 보고 있어도 그렇다. 그러니 300km 밖에서도 보이는 게야

 

 

 

사람 많아요.

 

 

다시 고래파니로 복귀하는 길. 어? 아까 올라갈 때 직원 졸고 있는 거 깨우기 미안해서 '내려가면서 내지 뭐 '그러고 지나쳤었는데, 얼레? 이 청년 벌써 퇴근해 버렸다. 입장료 지불 실패다. 앙~

 

숙소에서 아침 식사하고 데우랄리 뷰포인트까지 가는 길.

아마도 안나푸르나 남쪽에선 가장 시원한 전망의 능선.

 

삼거리 뷰포인트를 지나서,

방이 하나뿐이라는 반단티의 게스트하우스.

 

 

 

다시 오르락내리락하며 타다빠니 도착.

 

 푼힐 트렉 찾아오는 사람이 많은 까닭에 코스의 규모에 비해 큰 마을들이 많았다. 타다빠니도 서너 갈래의 길이 만나는 곳이라 마을이 제법 크다. 블랙티 한 잔 하고 다시 출발. 여기서 지난 3일 동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수많은 작별인사를 했던 준범이네와도 진짜 안녕.

 

츄일레까지는 내리막이다.

30여분? 짧게 내리막 치고 내려오니 벌써 강에 붙은 마을이 보인다. 여기인가?

포터들 모여드는 거 보니 단체가 묵을 것 같네. 여긴 패스. 한 롯지 더 가자.

 

강 건너 촘롱 가는 길이 빤히 보이는데 난 자꾸 내려가고 있다. 이런 거 이젠 익숙해. 

강 건너기 직전의 SIPRONG. BRITISH&GORKHA 롯지.

 데우랄리 뷰포인트부터 줄창 내려오느라 발에 땀이 많이 찼다. 발을 말리든지 쉬든지 하지 않으면 곧 물집이 잡힐 테지. 여기서 멈추자. 김륭 콜라 건너 샹그릴라까지 갔으면 내일 더 수월하긴 할 테지만 내가 필요한 때에 내 눈앞에 있는 롯지가 좋은 숙소다.

 

베지 카레로 오늘 마무리. 자, 푼힐 끝. 내일부턴 A.B.C 트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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