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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India_2012-3

무한도전 보고 생각난 뭄바이 도비가트 이야기.

by babelfish 2015. 6. 14.

세상에서 제일 큰 세탁소 도비가트.

 사진 죽 둘러보시라. 내가 알려드리고 싶은 건 도비가트의 전체적인 생김새. 작은 세탁소들이 모여있는 거리 같은 게 아니라 아주 너른 터에 담장을 두르고 그 안에 세탁 공장 단지를 구성하고 있는 형태 - 나름 폐쇄적인 공간이란 소리다. 저 안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바깥의 룰이 적용될 거라 생각하는 건 오산일 수 있다.. 하물며 여긴 인도에서도 궂은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간이다.

 

 

 

 

 

 

 

 

 

 

 

 

 

 

 

 

 

 

 

 

 

 

  무한도전 해외 극한알바 편에서 도비가트 체험이야기가 방송되었다. 오유에도 한 꼭지 적긴했는데 말투 바꾸려니 번거로워서 원.;;  내가 좋아하는 여행지가 공중파에, 그것도 무한도전에 소개된 건 반갑지만 이게 좀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노파심. 공중파 TV의 위력은 대단해서 방송 한 번 타고나면 컨텐츠가 무척 큰 힘을 받게 되는데 방송 보면서 '어,.. 인도 여행하는 분들이 저길 단순히 '무한도전 촬영지'로만 알고 찾아가게 되면 그건 노프라블럼이 아닐 텐데......' 하는 걱정을 했던 사람이 나만은 아니었을 게다.

 무한도전에서는 궂은일 열심히 일하는 분들로만 그려졌지만 아직 카스트가 단단히 버티고 있는 인도에서 도비왈라에 대한 인식은 타인의 배출물(ex 땀)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리는 힌두교리 상 사회적으로는 대접받는 직업은 아니라는 게 '프렌즈'의 설명이다. 그리고 일 자체가 무척 고된 일. 이런 곳에 여행자가 카메라를 들고 들어가는 건 기본적으로 상당히 조심스러운 일이다. 혹여 기본 태도를 잘못 잡고 들어가면 작은 실수로 상대를 불쾌하게 만들 수도 있고, 도비가트는 그런 작은 불상사가 신변의 안전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악화될 수도 있는 환경이다. 여행하다 보면 방문하는 장소에 따라 드레스 코드 맞추듯이 태도-모드를 전환해야 할 때가 있다. 축제를 만나면 다 내려놓고 아이처럼 신나게 놀 것이고, 성스러운 곳을 가게 되면 예를 갖추어야 한다. 대부분 눈치와 상식으로 파악 가능한데 도비가트를 가볍게 무한도전 촬영지로만 알고 들어가면 이게 뭐랄까...... 주파수가 안 맞는 거다.

 여행 가이드북에서도 사진은 멀찍이 떨어진 다리 위에서 찍으시라고 권하고 있다.

 나도 여길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진입 각을 잡지 못해서 외곽을 한참이나 빙빙 돌았었다. 그러다가 호객꾼 한 명을 만났는데 내부를 안내해 주겠다며 100Rs를 요구. 잠시 고민했다. '돈 내고 사진 찍는 거 안 하는 주읜데 지금은 어떤 룰을 적용시켜야 하나?' 근데 뭐,... 박물관도 입장료에다 카메라 사용료까지 지불하는데 여기도 투어프로그램 참가한다 생각하기로 하고 콜. 나오면서 물어보니 요구했던 안내 비용 중 일부는 조합에, 일부는 안내해 준 형에게 돌아간다고 한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입장료를 매게로 나는 유료 관람객이 되는 것이어서 오히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부사람이 우리 직장에서 돌아다니면 일하는 데 좀 걸리적거리긴 하는데 그래도 소정의 관람료로 성의 표시를 한다면 그 정도 불편은 감수하고 안내해 줄 수도 있어' 이게 도비가트가 관광객을 맞는 자세란 말이지. 안에서 마추친 도비왈라들의 눈빛도 그제서야 해석이 되었던 것 같기도 하고.

 혼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권하고 싶지는 않다. - 혼자 다니다간 길 잃어버릴 수도 있거니와 남의 직장에 혼자서 카메라 들고 기웃거리면 당연히 아즈씨들 일하는데 민폐 끼치기 마련이다. 스텝의 안내를 받으면서 현장 견학하는 정도의 태도를 취하면 여기 일하시는 분들도 불편해하지는 않겠다 싶어 그렇게 했다. 도비왈라의 일하는 모습도 보겠지만 그것보다는 일터를 둘러본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 안내해 준 형도 '온수는 어떻게 공급합?, 펌프가 있어? 아님 중력만 이용하는 거야?', '아, 그럼 탈수는 죄다 머쉰이 하는 거네?', '님들은 빨래집게 안 써요?' 이런 구체적인 질문에 자랑스레 대답하면서 즐거워했다. 짧은 시간 돌아보고 가는 구경꾼이지만 '내가 지금 천한 것들 땀 흘리는 거 구경하러 온 게 아니라 형네 일터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중임'이 정도 태도면 괜찮지 않을까? 그리고 당연히 사람 사진을 찍을 때는 동의를 구할 것. 

 혹시라도 도비가트를 돌아보고 싶은 여행객이 있다면 정중하고 예의 바르게, 그리고 무엇보다 안전에 신경 쓰면서 가보시길 당부한다. 더불어, '절대 여성분 혼자서 뭇남성을 설레게 할 수 있는 복장으로 깊은 곳까지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인도여행 내내 요구되는 경계도 그 등급을 올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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