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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India_2012-3

시크교의 성지 암리차르

by babelfish 2014. 3. 15.

Amritsar

 예정보다 한참 틀어진 동선, 첨엔 꼴까따에서 보름쯤 봉사 활동하고 바라나시 아그라 거쳐 델리로 나갈 생각이었다. 그러데 인도 돌아다니다 보니 이 땅에서 봉사라는 이름으로 땀 흘리고 싶은 동기를 잃어버렸고, 남는 시간만큼 네팔과 하마찰 프라데쉬에 투자. 하여 맥간을 거쳐 여기 암리차르까지 왔다. 궁금했던 것은 황금 사원보다는 무료 급식 시스템. 3개월 동안 여행하면서 배려와 희생이라곤 찾아보기 힘들었던  이 땅에도 그런 봉사가 존재할 수 있는가?

황금 사원 첫 인상.

이른 아침 햇살을 반사할 땐 꽤나 강렬한 인상.

오후의 햇살 아래에선 좀 부드러워 보이고.

 

 

 

참배뿐 아니라 피크닉 나온 듯 그늘에서 앉아 쉬는 가족도 많았다. 편한 곳이라는 말.

이 광장 전체가 도미토리.

밤이 오면 가지고 온 침구류를 저 광장에 펴고 취침!!

무료급식, 식판과 수저 들고 줄 맞춰서 앉아있으면 배식이 들어온다. 탈리이니만큼 짜파티는 무한 리필.

돈 내고 사 먹는 것도 아니니 배식받을 땐 감사의 인사 - 가볍게 합장하는 정도의 메너는 갖출 것.

무료 급식엔 디저트까지 포함된다. 저 스뎅 수조 전체가 짜이. 수도꼭지를 틀어 식사 때 물그릇으로 썼던 그릇에 배식.

 배식과 식판 수거뿐 아니라 설거지도 자원봉사로 이뤄진다.  설거지 자리가 비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스윽 들어가 빈자리를 채우고 설거지를 한다. 인도에서 이런 풍경이라니 신선한 충격이다. 나눔과 평등! 시크교도들 훌륭한데?

세계 최대의 무상급식소. 이런 식판이 쉴 새 없이 돌아간다.

 대단하다. 카스트 제도 나부랭이를 부정하고 평등을 누리는 시크교도니까 가능할 이 '누구나 빈자리에서 봉사할 수 있는' 자원봉사 시스템은 멋지다. [스리구루람다스나와스]에서 숙박까지 신세를 진 나 같은 여행자야 나오면서 어느 정도 기부를 하기 마련이지만 이 식사 자체는 완전 무료. 그 재정도 참 대단하거니와 이걸 여태 유지하는 신념도 존경스럽다. 무료급식 때문인가? 당연하게도 황금사원 주변엔 걸인이 없다.

 

잘리안왈라 공원.

우리나라 3.1 운동만큼이나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야기. 제국주의 이 썩을 것들.

시크교의 성지라 그런지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임에도 호객행위 등 거리 분위기 흐리는 아저씨들 별로 없다.

역에서 암리차르까지 무료로 운행되는 버스. 무료 셔틀이 있다길래 한 번 도전해볼까 싶었지만,  야~ 이건 좀 힘들겠다.

릭사 타고 역으로 가는 길.

 변경될지도 모르는 계획에 대비해 쉼라에서 예약해 뒀던 여분의 기차표를 취소하지 못하고 날렸다. 기차 시간은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는데 저 줄 끝에 서서 절대 한 시간 안에 창구까지 갈 수 없다. 우리처럼 창구 거치지도 않고 자판기 같은 기기에서 1분 만에 티켓 출력하는 방식은 언감생심 바라지도 않지만 제발 수긍할 수 있는 시간에 업무 처리 좀 해라. 날짜, 행선지 말하고 표 끊어주는데 1명당 10분씩 잡아먹으니...... 늬들 도대체 뭔 이야기가 그리 많냐? 어젯밤 드라마 이야기라도 하는 거냐? 아우, 표 환불 할 방법이 없네. 걍 먹고 떨어져라. 내가 취소하지 않는다고 해서 누군가 표를 구하지 못하고 서서 갈 일은 없잖?  

오옷, 3개월 만에 처음 보는 열차 번호가 표기된 기차.

델리로 돌아간다~

 카톡으로 예약한 델리 숙소. 몸도 안 좋고 그래서... 썩 좋은 곳을 예약했다. 주인장이랑 카톡으로 예약하느라 좀 애먹긴 했지만 암튼 만족.

3개월 전에 왔던 자마마스지드 앞 난전, 깨끗하다. 구역이 재개발되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고.

  쉼라부터 괴롭혔던 고열과 오한에 시달리며 병원에 갈까 한국에 돌아갈 때까지 버틸까 고민하다가 (열이 높으면 고민은 고사하고 정상적인 사고도 힘들다.) 환타님께 톡으로 자문을 구했더니 '거 죽을 거 같진 않은데 대충 버티다 들어오쇼' 란다. 흠~ 썩 위로가 된다. 

 한국식당에 김치 먹으며 버텼다. 외국에서 아플 때 김치는 상당히 좋은 처방이다. 그냥 내 경험상 그렇다는 소리다.

 면세점에서 쓸 돈 조금 남겨두고 다 털어서 히말라야 샵  [ 립밤, 비누, 발 크림, 선 크림, 수분 크림, 아이 크림 ] 얼추 100$ 정도의 쇼핑. 그리고 배낭 공간이 필요해서 필요 없는 옷들은 다 숙소에 남겨두고 (알아서 잘 쓰거나 버리겠지 - 원래는 세탁해서 티베탄 콜로니에 주고 싶었는데 체력이 후달려 포기...;;)  나왔다. 아~ 정말 델리에서 마지막 며칠 동안 남은 돈 럭셔리하게 쓰면서 하고 싶은 거 많았는데 아쉽다. 85일을 느긋하게 잘 돌아다니다 마지막 며칠이 아쉽네, 인생이 그렇지 뭐.

터미널 부근에서 항공권 프린트해서 공항 철도 탑승.  깜짝 놀랄 만큼 비싸고 깨끗.

델리 들어왔을 땐 오밤중에 픽업되느라 공항도 못 봤었네.

인천에선 창구 찾느라 한 참을 헤맸는데 여긴 죄다 에어 인디아다. 야호~! 국적기의 위엄.

피쉬 테일이 올해의 차라고 ?

면세점에서 남은 루피/달러 다 쓰니 이제사 여행이 끝났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관문. 화장실 남자 쪽이 어디지? 농담이 아니라 한 참 동안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 눈은 저 출입문 외곽선을 따라 돌며 갈림길(?) 이전에 있어야 할 남/녀를 구분 지은 "싸인"을 찾고 있었고 머릿속은 '왜 표지가 없는 거지?' 시선과 사고가 연동되지 않으니 멘붕. 한국(뿐 아니라 대부분의 공공 화장실)의 문법을 벗어난 남/녀 구분 표기는 8초 정도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  순간적으로 시선이 저 뒤쪽까지 가질 않더라고.

 드디어 인천 도착. 3개월 동안 걸레가 되어버린 배낭 커버. 지퍼가 고장 났음에도 끝까지 제 기능을 잃지 않았던 보조가방.  

 예산과 시간을 마련하고 계획을 세우고 수행하느라 수고 많았다. 이제 일상으로 복귀!!

예정과는 많이 달랐던 실제 여행 궤적. 어지간히 싸돌아다녔구나.....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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