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India_2012-3

다시 인도로, 바라나시.

by babelfish 2014. 3. 13.

예아, 웰컴 투 인디아.

 인도 트럭의 화려한 장식(-움직이는 성황당이랄까)은 언제 봐도 웃기다. 트럭뿐 아니라 도로/운전 문화가 우리 네와는 많이 다른데 툭하면 울려대는 경적의 의미도 신경질 적인 '비켜!' 라기보단 '잠깐만요, 저 지나갈게요'에 가깝고(그렇게나 큰 소리로 울려대면서 말이지), 도로가 엉망인 탓에 휠 하우스에서 한참 내려간 바퀴, 접고 다니는 도심 자동차의 사이드 미러, 트럭에 저렇게 화려한 장식을 달-그 정성으로 안전에나 신경 쓰시지... 싶지만 눈에 잘 띄게 만들어놓은 저 장식도 어찌 보면 안전을 위한 방책일 수도 있겠지. 여튼 인도로 들어가자.

 소나울리 거쳐 인도로 들어오는 과정에 대해 가이드북에선 겁 깨나 주던데 난 아침에 룸비니에서 나온 터라 시간이 넉넉해서 그런가 대기하고있던 버스 타고 천천히 들어오니 다른 여행지랑 별 다를 것도 없네. 어리바리하다간 짚 흥정하다 험한 형들한테 바가지 뒤집어쓴다는데 난 몰겠다. 느릿한 버스가 한나절 달려 도착한 곳은,

고락뿌르역. 바라나시행 티켓 끊어놓고 식사.

역 앞 풍경, 뭔가 인도 냄새가 솔솔 난다.

ㅇㅇ,

그래, 이런 느낌. 난 인도로 돌아왔다!!

 고락뿌르 발 바라나시행 티켓, 사실 예매는 고사하고 시각표 정보도 없이 들어간 역이어서 좀 막막했었는데 정보나 얻자고 들어간 여행자 안내소에서 어떻게 이야기하다 보니 75 루피 짜리 티켓을 100 루피(아마도 25는 줄 서는 비용?)에 구입 가능하더라.....-.-;;; 바라나시에 썩 늦은 시각에 도착할 거라 좀 망설여지기는 했지만 가던 길 마저 가기로 했다. 여기서 하루 묵을 순 없잖아.

바라나시 도착, 바닥에 널브러져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그래 인도는 이런 맛이지.

 

Varanasi

 바라나시 도착했을 땐 벌써 오밤중이었다. 밤에 도착하면 숙소 구하기 힘든데.... 안 좋았던 부와네스바르그의 기억이 스멀스멀....(-.-;;  가게에 들어가 림카 한 병 마시면서 호텔이 어느 쪽에 많은 지 물어보니 피식 웃으면서 방 없을 거란다.???  뭐지? 호텔 카운터도 아닌 동네 매점에서 방 없을 거라고 겁을 주고 그래? 여기 뭔 일 났어?  호텔 골목으로 들어가 몇 군데 들어가 보니 하룻밤에 2,000 루피 넘어가는 방 몇 개 제외하고는 진짜 방이 없었다. 뭔 페스티벌 때문이라는데 이거 낭패다.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하는데....@.@:

 길에 서서 이거 오늘 노숙해야 하나? 그러려면 여기보단 차라리 역사가 나으려나? 이러고 있는데 삐끼형이 다가왔다. 삐끼와의 대화는 간단하다 딱 두 가지만 말해주면 된다. " 싱글룸, 500루피 미만 "-이라고 말은 했지만 이거 돌아가는 꼴을 보니 1,000루피 정도는 나가겠군,  걱정 말라며 따라오란다. 밑질 거 없으니 가자. 호텔 5개를 뒤진 끝에 외쿡 여자분 둘이 있는 도미토리에 침대 하나를 구할 수 있었다. 200루피......-.-;;; 바라나시에선 좀 편하게 쉴 생각으로 예산 만들어놨었는데 이런 저렴한 숙소를 잡아주시다니. 근데 불편하긴 해도 도미토리도 재밋잖? 더구나 이런 비상 상황에 뭘 가릴 처지도 아니고 예까지 안내해 준 삐끼 형에게 감사의 팁, 50Rs.

 늦은 밤에 언냐들 뿐인 도미토리로 들어가긴 좀 미안했지만 "쏘리 아이 해브 노 초이스" , " 노 프라블럼~" ㅎㅎ

 가격 대비 편한 숙소를 구하고 난 다음 날 아침은 룰루랄라~ 어젯밤 비 맞으며 헤맬 때만 해도 난감했는데, 인도 방랑기 카페에도 바라나시 방 없다고 글이 올라오는 이 난리통에 아오 씐나 ~!

아침은 거리 돌아다니면서 10, 20 Rs 짜리 막 집어먹는 걸로 해결. 맛난 파타야. 다시 먹고 싶...ㅠ.ㅠ;;

볼 때마다 신기한 짜이의 도자기 잔.  짜이 한 잔이 8Rs인데 도대체 잔의 단가는 도대체 얼마란 말일까? 응???

바라나시 역 가는 길 스윗,

뿌자 마치고 돌아가는 길 에그 롤.

한국 여행객들 사랑방 같은 시원라씨, 코코넛 뿌려 먹으면 아웅~

 바라나시도  가트 빼면 볼 거 있나. 뒷골목 탐방이지.

 

 바라나시 골목 느낌, 딱 이 정도다.

 

쓰레기 처리 방식 멋짐.

연료 가게.

인도 경찰의 도로 통제 방법, 길 한가운데 의자 펴 놓고 길막.

 

횡단보도,..... 중앙선 다음은 어쩌라는 거냐?

 

근데 이 줄은 뭐지?

왜 인도 사람들이 줄을 서고 그래?

시비 붙어가면서 열심히 줄을 선다.

 뭐여, 경찰 아저씨까지 투입된 이 행렬은????

 황금 사원을 향하는 사람들이다. 외국인은 입장도 안 되는 이 사원에 무슨 이유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리나?  이 사람들 다 어디서 온 거야? 아니 그보다 왜??  왜?? 알아보니 전국의 사두들이 모여 도시를 옮겨  다니며 가르침을 전파하는 몇십 년(혹은 십몇 년?) 단위 행사 란다.

사두라....

 

 

 인도 사람들의 정신세계에 큰 기대 같은 걸 하질 않아서 그런가? 재들 뭐야? 그런 생각으로 멀뚱멀뚱 관찰. 가뜩이나 평온하게 즐기고 싶었던 도시를 난리 벚꽃장으로 만들어 논 장본인들에 대한 억하심정도 있고. 그런데 여기 사람들은 꽤나 존경하는 것 같다. 하기야 브라만 계급의 소환술사라니. 고행을 통해 신까지 굴복시킨다는 설정의 신화가 있을 정돈데. 시바의 힘을 빌어 영계와의 접촉을 할 수 있다면 존경할만하지. 아마도 여기에 모인 사두들은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른 분들일 것이고 그러니 전국에서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걸 텐데.... 난 암만 봐도 모르겠다.  그냥 생계형 퍼포먼스로 보이는데?

괜찮은 배경 깔고 사진 찍어 컨트라스트 팍 줘서 그림 뽑아내면 멋지긴 한데

내면보다는 외형에 더 무게를 둔 걸로 보이는 건 그냥 내가 삐딱해서 그런 건가?

 

모르겠다.

 

 사람 떼에 지친 여행객들은 아침마다 바라나시를 탈출해 버렸고 며칠 가지 않아 그 베드는 인도인들로 채워졌다.

 현재 바라나시 외국인 : 자국인 비율은 2 : 98 정도.

그리고, 매일 저녁 가트에 벌어지는 아르띠 뿌자.

 

 

 

 

 

 

 

 다샤스와메드 가트의 아르띠 뿌자.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든 탓에 종교의식이라기보단 마당놀이 판에 구경 온 느낌? 바라나시의 외국 여행객들을 밀어낼 만큼 몰려든 인도 사람들. 여전히 시끄럽고 이기적이며 종교의식 다운(?) 배려나 평안 따위는 찾을 수 없었지만 인도 사람들이 나름 경건하게 뭔가에 집중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네들의 몸에 밴 무례함이 천박보다는 절박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이곳이었다.

 

 

 

 

 

 인도의 참 재밌는 풍경 중 하나가 이런 거다. 용도와 다르게 쓰이는 시설들.

 차량이 역사에 가까이 붙는 걸 막으려 세워놓은 시설을 빨래 건조대로 용도 확장해서 쓰고 있다. 여기 사람들은 '원래의 용도'라는 걸 전혀 개의치 않는다. 내가 필요한 대로 맞춰 쓰면 노쁘라블럼.  자유롭다고 말하긴 좀 그렇고 그냥 공공시설에 대한 개념이 없다. 내가 가진 가치관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자신감은 존경할만한 수준이지만 나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이 모여 살게 되면 공익이나 공공재를 활용하는 방법 같은 건 교육되고 공유되어야 하는데 그게 너무 부족하다. 근데 생각의 각도를 좀 바꿔보면 사실 이게 시민의식의 문제라고 인도 사람들만 탓하기도 좀 뭣한 게 기본적으루다가 공공시설이란 게 시민들의 니즈를 근거로 설계되어야 하는데 인도 사람들이 번듯한 시설 만들어달라 그랬을까...? 암만 봐도 그건 아닐 것 같다. 국가가, 시스템을 끌고 나가야 하는 누군가가 세금을 집행하면서 시민들에게 선도(혹은 제안)하는 질서의 수준과 시민들이 원하는 수준 차가 만들어내는 불협화음이라고 보는 게 맞을 거다. 제법 균일한 산업화 도시에 살다 온 우리 기준엔 적당한 시설과 그에 못 미치는 시민의식처럼 보이지만 어쩌겠어 이 땅의 주인들이 싫다는데......ㅋ  

갠지스 강가의 정월 대보름.

 

걸인들도 대목.

어딜 가나 사람들이 복작복작. 참 희한한 풍경의 바라나시.

 물과 뭍, 여행객과 유족, 슬퍼하는 사람과 사기 치는 사람, 그리고  삶과 죽음이 섞여 만드는 기묘한 분위기. 가까이서 보면 시신을 휘감는 불꽃이 만드는 아지랑이와 냄새, 사람보다는 장작에 가까운 모습으로 툭툭 부러져 떨어지는 시신이 주는 인상은 더없이 강열했고 그런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화장터는 꽤나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이역만리 떨어진 내 방 안에 앉아 글을 적는 지금도 그 냄새와 오른쪽 뺨에 전해지던 열기의 기억은 뚜렷하다.

 첫날 숙소 구하기도 힘들었고, 오후 늦게 먹은 라씨가 탈이나 하룻밤은 토사곽란에 시달렸고, 사람들에 치여 기대와는 다른 곳이 되어버렸지만 다소 바뀐 상황 정도로는 갠지스 강과 화장터가 주는 느낌을 훼손하지 못했다. 힘들었지만 바라나시는 좋았다. 이제 아그라 던전으로 가 나의 운을 시험할 때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