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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는 나의 힘

눈보라 휘날리며, FROZEN

by babelfish 2014. 1. 22.

 

왔어요, 왔어!! 디즈니 애니메이션,  [ Frozen ]

역대급 캐릭터라 불리며 여전히 디즈니의 가장 사랑스런 여주인공 NO.1인 라푼젤을 위협하며 급부상하고 있는 [엘사]의 탄생.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언제부턴가 청소년 성장드라마를 그리더라. 애시당초 성인용이 아닌 애니메이션은 그런 메시지를 담기 마련. 사자끼리의 권력 싸움에 왜 미어캣이랑 멧돼지가 목숨 걸고 끼어드는지 알 수 없었던 라이온 킹도 좋게 포장하면 심바의 성장 드라마라 할 수 있을 테고, 구닥다리 동화를 활동 사진으로 생명을 불어넣은 여러 구태 애니메이션도 굳이 우긴다면 그 범주에 넣을 수 있을게다. (비슷한 시기의 제페니메이션이 담고 있던 철학적 화두에 비하면 그냥 화질 좋은 그지 발싸개라 할지라도) 그러던 와중에 그 뻔한 이야기가 신선하게 보였던 게........ 니모 때부터였나? CG의 기술력과 화려한 눈요기 이 외의 메시지라 할 만한 것도 담아내는구나 하고 보던 와중에,

라푼젤!!

 "3D는 film이 아냐"  라며 디지털만을 고집했던 것을 난생처음 후회하게 만들었던 이 장면.

 사랑스런 여주인공의 성장드라마. 위기를 만나고 헤쳐나가지만 '절대 악'을 물리쳐 세상을 구하는 것이 아닌 삶 속에서 만날 수 있는 갈등들이 그 문제의 본질.  '상대'나 '상황'의 무게보다는 그 순간의 주체인 '나'의 용기와 결정으로 답을 찾아내는 이 동화는 참 따듯했다.

 

그리고 올 겨울 눈보라 휘날리며, FROZEN.

 주인공의 자기 성장, 스스로의 모습을 마주 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보다 단순한 구도지만 역대급이라 할만한 타이틀 Let it go의 완성도는 디즈니 전 애니를 다 뒤져도 대적할 작품이 없을 지경. 벌써부터 엘사의 팬덤이 심상찮다.

 이 영화도 많은 디즈니 애니처럼 뮤지컬 형식이다. 뮤지컬이란 게 감정 연결이 어려울 수가 있는 게 대사 잘 주고받다가 갑자기 노래를 불러대니 스토리 따라가던 관객 입장에선 환기된다고 할까? 아름다운 노래로 표현하는 건 좋은데 이거 좀 만 잘 못하면 확 깨버리기 십상. 그러지 않으려면 노래가 기본적으로 '대사'의 기능에 충실할 것. 그러면서도 노래가 뜬금없지 않을 것. 노래의 강/약과 배우의 몸짓이 잘 어우러질 것. 만들고 구현해 내기 무척 까다로운 장르다.  근데 Let it go는.... 와우, 대사나 연기의 합으로 표현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 뮤지컬만이 할 수 있는 표현을 보여줬다. 3분이 넘는 그 상황을 독백, 아니 다른 배우와의 합으로 어떻게 표현한다 해도 그보다 더 멋지게 그려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존재하는 이유!!

 숨겨왔던 자신의 모습을 들켜버린 후 쫓기듯 왕궁에서 빠져나와 궁상맞게 설산을 오르......... 구닥다리 만화영화라면 이 부분에서 [엘사, 분노에 찬 얼음 마녀로 변해] , [얼어붙은 안개정국], [안나는 누구의 편인가?], [한스 왕자는 아렌델의 구세주가 될 것인가?] 라며 신파로 빠졌을 텐데 세상에, 

Never going back, the past is in the past.  라니, 너무 쿨한 거 아냐?

Here I stand and here I'll stay. 라며 바닥을 내리찍을 때, 보던 내 가슴이 쿵~! 하고 울렸다. 이게 디즈니 캐릭이라고?

잘 났 건 못 났건,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 과정은 신지가 "그래, 나는 이렇게 찌질하지만 이대로,....여기에 있어도 좋은 거야!!" 라며 오열(혹은 환희) 했던 그 순간과 통한다. 시련 앞에서 다른 사람(혹은 자신)을 탓하며 화풀이하는(혹은 주눅 드는) 게 아니라 자신의 모습을 쿨하고 당당하게 받아들이며 스스로 어른이 되는 이 순간!   - 근 20년째 끝나지 않는 신지의 찌질함에 지친 오타쿠에겐 신선하기까지 하다.  뭘까... 아빠한테 버림받았다는 느낌으로 14년을 쫄아서 산 평범한 소년과 큰 장애(?)가 있지만 왕궁에서 사랑과 보살핌을 받고 자란 공주가 보여주는 자존감의 차이인가? 역시 애들은 키우는 대로 큰다. 

 아~ 그리고 영화 참 재미없게 보는 방법을 익히신 분들은 간혹 이야기의 허점 지적하시는 걸 웹에서 봤는데 제발 그러지 좀 마시라.

 왜 엘사가 어른이 다 될 동안 그 힘을 컨트롤하는 방법을 익히지 못했는가?

엄마/아빠의 죽음이 너무 급작스럽고 작위적이다.

문제의 열쇠가 사랑이란 걸 깨닫는 순간 모든 갈등이 해결되는 건 너무 과하지 않나?

뭐 그런 현실적인 딴지를 걸어주시던데,  님하  제발!!!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 작품은 판타지, 청소년 성장드라마 입니다.

*

역시, 디즈니 애니는 뮤지컬이다. 전직 오타쿠인 나도 디즈니 애니의 퀄리티는 그저 감사할 따름. 감성적인 부분과 철학적 삐딱선에서는 아직 제페니메이션이 우위에 있다지만 뮤지컬은 원래 코쟁이네 영역. 기획 단계에서부터 뮤지컬 공연을 염두에 둔 덕에 저런 장면을 뽑아낼 수 있었겠지. 저 화려한 카메라 워킹을 정방형의 무대로 옮겼을 때  Let it go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까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벌써 즐겁다. 게다가 신인(아니, 신제품이라 해야 하나?) 캐릭터가 30년 정도 뮤지컬 공연만 했을 법한 내공으로 연기하는 모습도 참 재미지단 말이지~

*

또 하나 사족을 달자면, 얼음 성이 지어지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다. 기초를 다지고, 기둥을 세우고, 문틀을 만들고 그 사이 벽을 채우고, 지붕을 올리고, 조명을 내린다...... 회랑 내 계단, 실내 분수등 인테리어는 추 후 시공. 공법에 따라 좀 다를 수는 있는데 간단하게나마 실제 건축 과정을 흉내 내었다. 1층 뿅~!, 2층 뿅~! 하고 막 던지는 게 아니라 진짜 집을 짓는다. 이 과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이 장면의 무대 버전도 기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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