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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는 나의 힘

사랑합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

by babelfish 2011. 2. 20.








요즘 같은 세상에 영화라는 매체로 새로운 이야기가 세상에 나왔다는 소식이 들리면 미디어 소비자가 판단해야 할 일은 딱 하나다. 좀 번거롭긴 해도 째깍 개봉관까지 가서 볼까? 아님, 좀 기다렸다가 다운 받아 집에서 편하게 볼까? 혹은, DVD를 구입해서 소장할 건가.... 또는 다운 받아놓고도 시간 아깝다며 안 보고 걍 지워버릴 건가.... 이따구. (뭐, 어떤 입장을 견지할 것인가는 각자의 품격에 걸맞게 혹은 영화의 품질에 맞춰 세팅하시고~)

그런데 그 영화가 썩 괜찮다면.....? 문제가 좀 달라진다. 개봉관 사수는 당연한 이야기가 되고, 누구랑 그리고 언제쯤 볼까를 정해야 하는데, 입소문이 번지는 빠르기와 농도가 심상찮다 싶으면... 각종 매체에서 막 좋다드라, 평론가가 어떻다드라, 친구들이 좋덴다, 이런 말 들려오기 전에 후딱 봐 놔야 한다. 콜라 따 놓고 김 빠지길 기다렸다 마시느냐, 차갑고 알싸할 때 목 넘김을 즐기느냐..... 뭐 그런 거. 아바타, 다크 나이트.... 그런 영화들을 시간에 쫓겨 주변 사람들보다 늦게 본 분들은 무슨 소린 지 아실 게다. 떴다~! 는 '촉'이 오면 만사 제치고 개봉관으로 달려가야 하는, 그러니까 영화뿐만이 아니라 그 영화를 둘러싼 주변의 컨텐츠까지 리얼타임으로 즐겨줘야 하는 류가 있다.

*

그런 테크를 탈 법한 영화 하나.

대한민국 최악(?) 비운의 시나리오 원작자 강풀 원작의 '그대를 사랑합니다' 스크롤을 긁으면서 예의 드럽고 썰렁하다가도 미스터리 하며 오싹하고 사랑스런 일쌍다반사에 공감했던 독자들이라면 반가움과 걱정의 기대로 기다렸을 또 하나의 [웹툰 -> 영화]가 요즘 세태와는 아주 다른 모양새로 판을 벌였다. 용감하다. 극적인 반전도 없고, 액숀도 없고, 심지어 빠방한 예산도 없이 흥행 코드라고 붙인 게 신세대 스타 단역 하나? 주/조연 4 명 중 막둥이가 무려 김수미씨라니..............-.-;;;;;;;

화려함, 신선함, 감정의 과장 따위는 버리고 묵묵하게 이야기의 힘으로 관객과 마주하는 무모한 영화. 잔 재주는 없지만 정면으로 우직하게 밀고 들어오는 영화. 하지만,....... 아니 역시나, 탄탄한 이야기와 훌륭한 배우의 조합은 막강했다!

새삼 느끼지만, 관객과 맞닿은 궁극의 접점은 배우다. 제작사가 판을 짜고, 감독이 조율하고, 배급사가 설레발을 치지....... 만, 결국 관객의 눈을 바라보고, 객석에 말을 건네는 것은 배우의 몫이다.

백발을 이고서도 연기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고 캐릭터에 몰입하는 이순재.
만화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으리라 상상했던 바로 그 모습을 보여준 윤소정.
아직도 넘치는 에너지를 숨길 수 없는 김수미.
힘 빼고 물 흐르듯 편한 연기를 즐긴 송재호.

이런 배우들이 강풀과 만나 놀아주셨으니........ 어찌나 감사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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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부리지 않고 원작의 맛을 살려준 추창민 감독에게 감사.
마파도에 이어 으르신들 모시고 영화 재밌게 찍는 그 재주에 감탄하며 님의 다음 작품 또한 '묻지 마 개봉관 사수권'을 부여합니다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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