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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는 나의 힘

말죽거리 통학 버스

by babelfish 2007. 12. 23.

버스..... 시내뻐~스. 그래도 우리는 안내양이 있던 시내뻐스를 기억하는 세대다. '말쭉거리'라 하면 팔팔이와 로봇찌빠가 먼저 떠오르는 (그만큼 늙어버린 겐가............. -.-;;;;)

에바, 헐크, 질투는 나의 힘, 도니다코,... 모두가 청(소)년 성장과정을 다루는 심리드라마. [말죽거리 잔혹사] 역시 그 빠방한 라인에 야심 찬 출사표를 던지고 들어왔다. 두둥~! 얄개에서 친구까지의 익숙한 코드와 때깔 나는 화면으로 유하 아저씨는 또 어떤 재미난 이야기를? 일단, 화면 구성과 간간한 스토리덕에 가볍게 가볍게 따라가기는 어렵지 않았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서 보여준 예의 유하식 관객배려가 정겨운 영화.


영화의 주 무대는 시내버스이다. 웅?
딴지 걸지 마. 내가 보기엔 독서실도 체육관도 학교 옥상도 고고장도 아니고 시내버스얌.
버스에서 그녀를 처음 보고, 만나고,
같이 버스에 오르고 마음을 담아 우산을 건네고,
버스를 타고 멀어지는 그녀를 바라보고,
버스를 타고 가며 먼저 내려 걸어가는 그녀를 바라본다.

[버스 정거장,....'나, 여기서 내려']

우리는 뭐,...................... 뻔~히 안다. 버스 한 정거장 지나치더라도 혹은 미리 내리더라도 그거, 암 껏도 아니라는 걸.
졸다가 지나친 적 없는가? 깜박하고 미리 내린 적은? 그.런.데. 정작, 정말, 진짜로 좋아하는 그녀(석)에게 하고 싶은 말을 마음에 두고서도 그 버스 한 정거장을 이기지 못하고, 그 버스 한 정거장을 핑계로, 그 마음을, 솔직한 자기 자신을 기만하고 그때를 넘겨 버린다. 그녀, 그 녀석, , 부모님, 샘, 선배, 동급생.... 뭐 아무래도 좋다. 우리가 정해진 진도를 맞추기 위해, 그 아무것도 아닌 진도를 맞추기 위해 버리고 포기한 소중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말죽거리 잔혹사]는 그렇게 버려진 지난날을 그리는 슬픈 노래다.


이제야 우리는 뭐,........... 대충은 안다. 그 시절 고딩 때, 정말로 중요한 일을 위해서라면 뭣 좀 개긴다 해도 세상 뒤집어지지 않는다는 걸. 어쩌면 그런 삐딱선은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줄 수도 있다는 걸. 그런데 그땐 그런 걸 알지 못했다. 누구나 '야 그때가 젤루 좋은 때야'라고 말하면서도 '야,  그거 별거 아냐 한 박자 쉬고 천천히 생각해 봐'라고 말해주는 형은 없었다.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우리는 기꺼이 한 정거장쯤 비를 맞으며 걸어갈 수 있을까?

취권을 보기 위해 '줄'을 늘어선 사람들을 배경으로 성룡을 이소룡의 차기로 받아들이고 그 영화를 볼 것인가를 '썰'이 아닌 '합'으로 가리는 두 중퇴생의 액숀 엔딩에 묻어나는 감독의 위트에 한 표.

덧)
엔딩 크레딧 끄트머리의 '꼬닭'이 눈에 확 들어올 만큼 따듯한 색감도 원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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