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끝자락이라 모든 의무감에서 해방된 기분으로 뒹굴거리고 있지만 그래도 성당은 들러야지.
워낙 많은 성당을 거쳐와서 그런지 건축물로서의 감흥은 글쎄다 싶고 야고보 성인 원포인트인 성당이다. 유일신이나 성모가 아닌 12제자 중 한 명을 이렇게나 신격화한 성당이 또 있으려나? 제단 위치에 십자가도 순교자도 아닌 전장을 누비던 은빛의 기사라니, 기괴하잖아. 스페인 역사의 중추인 레콩키스타 - 그 핵심이 이교도와의 전쟁이었다지만 성인이 바란 것은 복음이었을 텐데 사람들은 전쟁의 아이콘으로 이용하는구나. 보고 싶은 쪽으로 해석하고 유통시키는 요즘 인터넷 컨텐츠 소비와 그리 다르지도 않네. 산티아고께서는 평안하신가 몰라....;;;
미사는 좋았다. 경건한 의식에 여러 나라 언어로 담담하게 읊어주시는 저 말씀이 순례자들 흉보는 내용일 리는 없으니, 천주신자가 아님에도 그 진중한 정성이 감사하드라. 여행이 차분하게 마무리된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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