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마치고 며칠 동안 포카라에서 한 일이라곤 오캠 다녀온 것 빼면 먹고 자고 쉬었던 게 전부. 이미 충분히 쉬고 있었지만 보다 더 격렬하고 열정적으로 쉬기위해 룸비니로 이동.
▒ ▒ ▒ [02.23] ▒ ▒ ▒
인도 단체 관광객. 중국뿐 아니라 인도 부자들도 단체로 많이 오는 것 같다. 어디,... 묵티나트라도 가시려나?
포카라가 관광지라는 인식이 크게 박혀있어 그런지 생활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현지인들을 보면 생경한 느낌이 든다.
룸비니까지 타고갈 에어컨디셔너 장착 투어리스트 버스!!
는 고장.
튀김을 장작불로.... 삼시 세 끼냐?
여기가,........ 탄센 부근쯤 되는 것 같다. 이렇게 작은 동네에 내려서 무작정 돌아다니는 것도 좋을 텐데 말이지. 연식 대비 너무 편한 여행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좀 죄책감(?) 같은 게 들기도 하는데, 서킷 마치고 난 뒤의 나는 "뭐, 더 해야 할 거 있어? 잘 먹고 잘 쉬다가 가자." 정도의 컨셉 - 뭐든 더이상 열심히 하고 싶은 생각이란 게 1g도 생겨나질 않는 방전된 상태여서 예정대로만 움직이기로 했다. 또 그런 여행을 하고 싶어질 때가 오겠지 뭐.
여태 구부정한 길을 엉금엉금 기어 오던 버스가 부트왈을 지나 바이라하와를 향해 속력을 내는데 뭔가 번잡해서 살펴보니
도로 확장 중인데 폭이 썩 넓다. 보도를 감안한다 해도 왕복 6차선은 될만한 너비.
단순 도로 확장이 아니라 관거시스템도 같이 정비하세효? 큰 공사 하시네.
여기가 어디냐면,
부트왈부터 소나울리까지 이어지는 Siddhartha High-way 다. 이 국경지역에 어울리지 않는 규모의 도로 확장이라.... 인도와 왕래하는 길을 저렇게 넓히고 있다는 건 인도로부터 뭘 좀 땡겨올 준비를 하는 건가?
인도가 가까워서 그런지 인도 같은 풍경이 길가에 늘어져있다. 버스가 잠시라도 멈추면 아이들이 저 오르막길을 뛰어올라와 환하게 웃으며 뭐라도 달라고 구걸을 한다. 얻어가는 게 없어도 인도 애들처럼 침을 뱉거나 그러진 않는데 구걸하는 아이들을 보는 건 언제나 마음이 안 좋다. 줄만한 게 마땅찮아 더 그렇다. 돈을 나눠주는 건 안 되겠지만 과자라도 몇 개 남겨둘 걸 그랬네.
반갑다, 룸비니!
2년 전에도 공사 중이긴 했는데 없던 것들도 생기고 뭐가 좀 변했구나.
그리고 평화의 불꽃 주변에 화려한 게 많다. 저 알록달록한 천막은 연회장 같은 건데?
공양인가? 뭐지? 일단 절집부터 들어가서 물어보자.
어? 공사 중?? 자세히 보니 색이 입혀져 있다. 아, 단청 작업 중이구나.
총 천연색 현판!
숙소에도!
관리동도!
뒤뜰도 상당히 정리가 되었다. 텃밭에서 채소를 기르기까지 하시네?.
대성 석가사 멍 때리기 명소 3층 테라스, 평상과 충전가능한 전기와 그늘이 있다. 여기 짱.
식당 안에 있는 양심 가게, 수연이 녀석이 깜박하고 안 넣은 40 NPR 대신 넣어달래서 연체료 포함 50 NPR로 대납.여기서 모기향이나 비누, 화장지를 구입할 수 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 거야?
중국 불자님들이 무쟈게 오신다. 중국 절도 얼마 전부터 게스트하우스를 만들어 방문객들을 어느 정도 수용하고는 있는데 지금 전 세계 관광명소가 그렇듯이 중국인 관광객의 수요를 감당할 수가 없어 방을 구하지 못한 중국 불자님들은 중국 절과 가장 가까운 대성석가사에서 묵고 밥은 중국 절에서 묵고(응?). 현재 상태 대성석가사는 중국 절의 부속 숙소가 되어버렸다. 공양 때도 중국 절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바람에 반찬이 소진되질 않다 보니 3일 동안-10번 식사의 찬거리가 바뀌질 않아........-.-;; 대신 촛불 공양하시느라 바쁜 불자님들 덕에 더운물은 여유롭게 늦은 시간까지 여유롭게 사용가능. 재밌네.
공양 시각의 대성석가사는 좀 서운할 정도로 한산하다.
근데 밥은 예전만 못하네. 췌~!
그리고, 저녁 나들이.
신년맞이 등불 공양인가? 원래 중국에서도 저렇게 촛불로 공양하는 건가? 아님 여기 네팔-방식에 맞춰서 힌두 신자님 공양의 결을 따르는 건가? 중국 불자님들이 밤새도록 촛불로 룸비니를 밝히신다. 종교적 이유로, 게다가 불교라는 종교가 딱히 배타적인 종교가 아니어서 저렇게 어떤 바람을 가지고 촛불을 밝히는 걸 가지고 뭐랄 수는 없는데 대륙은 뭐든 양이 엄청나서 보고 있자니 겁이 날 정도다. 부처님께서도 가난한 자가 밝힌 하나의 등불이 부자가 밝힌 여러 개의 등불보다 귀하다 하셨는데 저 수많은 양초들이 자기 위안 말고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구경하며 잠깐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파라핀 냄새에 머리가 띵할 지경.~
▒ ▒ ▒ [02.24] ▒ ▒ ▒
아침이면 또 구석구석에 흘러내린 촛농을 청소하면서 밤이면 또 불을 밝힌다. 대단한 정성.
룸비니에서 봤던 불쌍한 녀석. 새끼 둘을 데리고 있는데 먹질 못해서 바싹 야윈 저 놈에게서 젖이 나올 지도 의문이지만 새끼를 길러본 경험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도통 누워서 젖을 먹이질 않아 새끼들이 저렇게 쫓아다니다가 어미가 멈춰 서면 뒷발로 서서 젖을 문다. 대성석가사와 중국 절 주변을 돌아다니는 놈들이라 이 주면 사람들 눈에 익은 놈들. 보다 못한 중국불자님이 먹을만한 걸 내밀었는데 그걸 또 받아먹지도 못하고 새끼들이랑 어디론가로 가버렸다. 암만 봐도 바쁜 사정이 있어뵈진 않던 놈들인데.
룸비니 머무는 내내 안개 가~득한 날씨. 여기 겨울이야 늘 이렇지.
첫날 묵었던 도미토리. 모기장이 없는 데다 발전기 가까운 곳이어서 썩 불편했다.
자전거 한 대 빌려서 산책, 여긴 진짜 뭐가 많이 변했다. 포카라보다, 카트만두보다 룸비니가 제일 많이 변한 것 같아.
여기 어디쯤이었는데 어제 들어오다 만난 친구 포함 서양 여행객 세 명이 자전거 출입 통제 구역 앞에서 왜 못 들어가는 지 실갱이를 벌이고있었다. '어,... 여기 바퀴 달린 거 못들어가는 거 맞는데?' 근데 재밋는 게 얘들도 각종 거짓말에 어지간히 질렸는지 공무원이 여기 자전거 타고 못들어간다는 말을 못믿겠다는 눈치다. 그러면서,
"다른 입구로 가면 괜찮을 거야. 날 믿어" 어우야, 근자감. 이건 좀 거들어야겠다 싶어 한 마디 해줬다.
"여기 신성한 구역이라 자전거 못 들어가는 거 맞어. 다른 입구가 있긴한데 거기도 자전거 못들어가는 건 매 한 가지임"
그제야 투덜거리며 길 한편에 자전거를 세우는데 여기 관리하는 직원들이 자전거 주차비 대당 10 NPR를 달란다......ㅋㅋ.
주차비 요구에 아까 그 서양 친구가 살짝 열이 받았나 보다. 내가 좀 당해봐서 아는데, 사깃꾼들에게 시달린 사람 특유의 짜증 같은 게 있다.
굳이 해석하면 "C 바, 안 해. 야 그냥 나가자" 뭐 그런 거였는데. 내가 달랬다.
"브로, 10루피야, 귀엽잖아 그냥 들어가......ㅋㅋ"
허허벌판에 자전거 주차비라니, 네팔도 창조 경제가 한창이다.
2일 차, 드디어 모기장이 있는 방으로 이감, 아니 이동.
▒ ▒ ▒ [02.25] ▒ ▒ ▒
아침 풍경. 아주 늦은 밤~새벽 빼고는 하루종일 지극 정성이다.
안개 가득한 길을 걸어 내일 카트만두행 버스 예매.
짜이도 한 잔 하고.
오랜만에 한 사발 때릴까?
그리고 우연히 발견한 다크 퐌타지, 2년 전 인도 여행에서 가장 맛나게 먹었던 과자. 지난 인도 여행의 쏘울푸드!!!
룸비니에선 한국 사람 진짜 없었다. 머무는 3일 중 이틀 동안은 한국 절에 한국인은 나뿐이다가 마지막 날 저녁에서야 3명의 한국사람을 만났다. 인도로 넘어갈 예정인 홀로 여행객 한 명과 아즈씨 두 분. 룸비니라는 동네가 소나울리를 통해 인도를 들고 나는 경로에서도 살짝 벗어나 있어 교통편이 번거로운 탓에 네팔만 여행하는 한국인들은 많이 찾는 곳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2년 전엔 적지 않은 사람들과 만나 굳이 이 번거로운 곳까지 찾아온 여행객끼리의 유대감과 정보를 나눴던 좋은 기억이 있었는데 흐암~ 지루해. 덕분에 이곳을 찾은 본연의 목적이었던 멍 때리기의 순도는 높아졌네. 좋다. 심심하고 편안하고.
▒ ▒ ▒ [02.26] ▒ ▒ ▒
안개와 어둠을 뚫고 카트만두행 버스를 타러 새벽길을 나섰다. 자칼 같은 게 돌아다녀서 혼자 다니긴 좀 위험하다던데 뭐 별일 있겠어?라는 예의 안전 불감증으로 무장하고 출발.(릭샤가 있으면 이용하려 했는데 그 시간엔 없더라고) 2주 간의 산행, 대성석가사의 절밥. 필요 이상으로 깨끗해진 몸을 음주와 육식으로 타락시킬 카트만두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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