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Annapurna Circuit_2015

카트만두, 여행 마무리

by babelfish 2015. 6. 5.

룸비니 앞 버스 정류소. 05:00 새벽예불 드리러 나온 경화 군과 작별 인사하고 대성석가사를 빠져나와 예약해 둔 버스 탑승.

 

귀신, 아니 야차라도 나올 것같은 분위기의 버스.

이 새벽에 문 열고 영업하는 가게가 있다야, 물통이 비었었는데 음료수 구할 수 있어서 다행.

근데, 이 버스가 부다촉에서 우회전을? 어이, 그 짝으로 10분만 더 가면 국경 넘는다고! 나 인도 비자 없는데!!

는 바이라하와 버스 정류소. 룸비니 <-> 카트만두 직통 버스가 아니었구나. 어라? 버스가 사쿠라네? 사쿠라여 !

덕분에 따끈한 짜이 한 잔~

버스에서 틀어준 영화. 아~ 저 군무, 영화 대충 기억나는 것 같기도 하고....;;

도심을 지나다 보면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간이 연회장. 찾아가는 결혼식장! 

부트왈 넘어서는 역시나 산길. 험하다. 작은 공사라도 할라치면 그냥 아수라장.

점심, 치킨 달밧 셑.

룸비니에서 출발할 때부터 천둥 번개가 치더니 가는 길 내내 비가 내렸다.

 

 카트만두 도착, 타멜에서 걸어서 30여분 정도의 거리에 버스 하차. 같은 버스 타고 온 중국애들에게 택시왈라가 300 NPR 로 흥정 거는 거보고 난 그냥 걷기로했다. 저 친구들 USIM 없더라도 GPS만 찍어보면 타멜에서 그리 멀지 않다는 걸 알텐데 택시왈라들이야 겁내 멀다고 구라를 칠테고..... 한마디 거들까 하다가 다행히 '내나 잘하자'는 생각이 퍼뜩 들어 오지랖을 면할 수있었다. 20분 쯤 걸어서 타멜 가장자리까지 왔을 즈음 아까 그 중국애들 태운 택시가 나를 지나쳐가면서 차창 너머로 마주친 그 친구의 눈빛이 좀 황망(?)했다.

300NPR 짜리 독방 겟! 싱글룸이 존재하는 대도시, 좋아.

일단 배낭 커버부터 널어놓고, 충전하고, 밥 먹으러 나가자.

여행 막바지 비에 젖은 여유로운 타멜. 더없이 좋은 시간이다.

동네 분식점, 아침으로 먹으면 더 좋았을 거 같긴 한데 이거 썩 맛나다.

 

 

▒ ▒ ▒ [02.27] ▒ ▒ 

 

오늘은 박타푸르 

 

 

 

바그바자르 가는 길 골목 시장, 우리 시골 장과 다르지 않은 풍경. 창녕 5일 장이래도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카트만두 머무는 내내 애용했던 교통 포인트 바그바자르 주변 각종 버스팕.

비만 오면 바닥이 아즈 그냥 뻘밭. 여기 정리좀 해라 제발~

박타푸르 가는 길 앞 버스, 얘들 진짜 밥말리 좋아하지 응~

 

 박타푸르, 매표소 (이게 조성된 관광지가 아니라 사람 사는 공간을 문화재로 지정해 놓은 거라 입구/출구가 딱히 없이 출입 가능한 골목이 여럿이다. 그리고 그 모든 골목마다 이런 매표소를 운영하고 있다) 내가 도착했을 때가 너무 이른 시각이어서 그런가? 창문은 열려있었지만 직원이 자리를 지키지 않아 입장료를 지불하는 데는 실패했다. 현지 주민들에게 지불하는 비용이야 흥정도 하고 조금씩 속아주기도 하고 그러는 게 네팔 여행의 맛이지만 이렇게 과하게 책정된 시스템의 통행세는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거지 뭐. 내가 뒷 문 찾아서 숨어 들어간 것도 아니고 담을 넘어간 것도 아니고 정문으로 들어갔는데 직원이 자릴 지키지 않아 못 낸 걸 뭐 어떡하겠어? 무슨 기준이 그 모양이냐고? 인도/네팔에서 배운 노쁘라블럼 정신이야.

 근데 뭔 입장료가 15$ 이여? 제정신임? 전투형 여행자 하루 생활비를 입장료로 챙기겠다는 거야? 늬들 돈 필요한 건 알겠는데 자꾸 이러면 여행자들 카트만두에선 암 껏도 안 하고 포카라로 바로 튀는 수가 있어. 그러면 퍼밋 비용을 무스탕처럼 500$ 정도로 올릴지도 모르지. 그러면 야..... 확 그냥 마추픽추로 가버린다. 내 나름 착한 여행 하려고 노력하는 여행자다. 제발 같이 갈 수 있게끔 스텝 밟아주라.

 

 

 

 

 

깃발 따라다니는 중국인 관광객들. 이제 세계 어디서도 익숙한 풍경이 될 테지

 

 

 

 

 

 

 

 

 

 

소풍? ㅎㅎ

 

 

 

 더르바르 광장은 관광지이기도 하지만 역사적 의미로 사원과 궁이 모여있는 곳이다. 즉, 신성한 지역. 많은 사람이 찾지만 전역이 깨끗하고 조용하다. 

 

 

 

 

 

 

 

 

 

 

 

 

뒷골목을 돌아 다시 버스 정류소로.

 

헐~ 여기서도 철근을 휘어서 운반하는구나. 이러면 안 되는데...........-.-;;;

 

 점심시간인데 여기서 뭘 좀 먹을까 아님 카트만두 들어가서 먹을까 망설이다가 허름한 가게에 들어갔는데 아주머니께서 영어를 전혀 못하신다. 원 투도 안 통하는 상황에 조금 망설이다가 그냥 손짓으로 저거 한 접시 줘봐요. 그랬더니 내어주신...... 이걸 뭐라 부르지? 버프 양념 구이? 네팔에서 먹어본 음식 중 가장 매웠다. 콜라도 추가 주문하고 이제 식사를 주문하려 했는데 의사소통이 전혀 안돼서 난감해하는 와중에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네팔리 형이 여긴 레스토랑이 아니라 술집이란다. 아, 그러니까 내가 지금 술집에 와서 안주랑 콜라를 먹고 있는 중이였? 쏴리, 딱히..... 짚긴 애매하지만 뭔가 미안했다. 하, 하, 대충 마무리하고 얼릉 도망가자.

카트만두로 복귀

카트만두의 '밥퍼'!

바그바자르. 점심은 모모나.... 모모집 찾을 때 저렇게 김 폴폴 나는 스팀 모모 가게 들어가면 실패는 안 한다.

맛나는데 이게 참 비주얼은 안 나온단 말이지. 군대 급식 같기도 하고.....-.-;;

 

*

 

 카트만두 더르바르. 박타푸르와 또 지난번 여행에서 본 풍경이랑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지? 하긴 몇 백 년을 버텨온 유산인데 2년 전이랑 다르면 이상한 거지.

 

 

 

 

산마르코 광장이 생각나는 비둘기. 저 날개 달린 쥐색히들 배경으로 사진 찍기가 한 창이다. 으~ 시려...........-.-;;;

 

 

시바의 분노 버전 Bhairab.

 

 지난 여행에서도 똑같은 사진 찍었던 것 같은데 2년이 지난 지금도 달력이랑 별반 다를 게 없는 사진이구나. 뭔가, 시간이 흐른 뒤에도 더 나아지지 못한 모습을 친구에게 들킨 것같은데 그걸 인정하긴 싫고 그렇다고 달리 뾰족한 수는 없고 그래서 분한 느낌이랄까? 가벼운 마음으로 아무 생각 없이 카트만두에 두 번이나 오기보단 편안한 내 방에 앉아 인터넷으로 이 광장의 역사적 의미와 네팔의 정치 지형과 문화를 공부하는 게 더 나았으려나? 에~에~ 방구석에 앉아 그런 동기가 생길 리가. 여행을 알차게 만들기 위한 선행 학습을 얼마나 해야 할지, 아니 지금 내가 느끼는 부족함이 과연 학습이 부족해서인 게 맞는 건 지, 시각적 관점과 사유의 관점을 한 묶음으로 엮는 내 통밥이 타당한 것일지..... 굳이 해답이 필요하지 않은 나름 사유의 사치. 뭐 어때? 이딴 거 하려고 여행하는 거지.

 

 

 

 

 

 

 

▒ ▒ ▒ [02.28] ▒ ▒ 

 

오늘은 파탄, 에그롤 하나 물고 하루 시작.

 

오늘도 출근시간 미니버스

로컬이 짱짱맨.

응? 템포? 리시께쉬에서 보곤 첨 보는 것 같은데 여기도 이게 있네.

어우야~ 쓰레기 좀.

 

 

 

파탄 티켓은 이렇게 생겼다. 750 NPR였던가?

 

왜 저걸 보고 파열의 인형이 떠오르는 게얏.

 

 

어,... 여기 깔끔하다. 박타푸르보다 좋아, 편해. 라며 사원에 앉아 멍 때리고 있는데,

한 무리의 여학생들이 구호를 외치며 광장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어? 오늘 집회는 오후라 그러지 않았나?

 

아, 이건 여대생들 여성 인권 집회구나.

 

 

지도 교수님이 함께하신 듯. 아직은 제 목소리를 내는 방법에도 학습이 필요한 단계의 열악한 네팔의 여성 인권.

무릇, 광장이란 이렇게 모여서 하고 싶은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제 맛.

 

골든 템플.

여기 불교 사원이라면서 왜 문틀에 가네쉬를 모셔다 놨냐? 포용력 오지구요.

 

 

 

 

점심은 물만두 튀김 (?) 뭐야 이거.

밥먹고 나오니 마오이스트 지지자들이 거리를 꽉 메우고 있다. 아, 오늘 오후에 있다던 집회가 이거였구나.

대충 봐도 그닥 심각한 상황은 아닌 것 같고.

일괄 제작된 피켓은 어르신들 연합의 향기도 풍겨주시고.

 

파탄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올 스톱.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가두 행진 구간 도로 전면 통제.

 

뭐, 별수 없이 그냥 같이 걸었다. 카트만두까지........-.-;;;;

 

전혀 위화감이 없는 복장. 내가 조선의 전문 시........ 아, 아닙니다.

 

 

 

 

 다른 정당 지지 그룹과 만나기도 했는데 서로 환호하며 격려하는 좋은 분위기. 충돌은 없었다. 듣기로는 얘네들 평소엔 꽤나 살벌하게 싸우는데 이번엔 경찰당국이 오늘 폭력 쓰다 걸리믄 아주 그냥 혼쭐을 내줄 거라고 사전에 엄포를 단단히 놨던 모양이다. 천만다행.

 

대충 봐도 몇 만은 되어 보이는데 후딱 들어가자. 사람 많이 모이면 뭔 사달이 나도 난다.

아, 그래 이거였어. 포스터 봤던 기억이 난다.

 

치킨 팔라펠 집. 여기도 타멜에서 손에 꼽히는 맛집이다.

방에서 씻고 좀 쉬다가 검색해 봤더니 네히트에서도 오늘 집회를 걱정하는 분위기어서...... 난 좀 궁금해졌네?

뒷골목을 돌아 빼꼼 살펴보니 깃발과 아이스크림 리어카가 철수하고 있다. 집회에 장사하러 온 상인이 철수하면 집회 끝난 거다.  [[ 상황종료 ]]

이쪽 골목은 아직도 이 모양이네, ㅎㅎ, 이 정겨운 풍경이라니.

저녁은 일식집에서 돈부리 + 아사히.

깔끔하다. 한국음식점이랑은 많이 다르지?

 

▒ ▒ ▒ [03.01] ▒ ▒ 

 

 이른 아침 식사는 늘 까다롭다. 음식 가리는 편은 아닌데 외국에서의 아침 식사는 불편해. 해장국 집의 '아침식사 됩니다' 간판이 그립고요.

파슈파티나트 가는 길.

 

입구 전경........... 그런데?

예비역 아저씨 포스.........ㅋㅋ

 

 

 

 

 

 

 

 

 아침에 길을 나서면서도 결정을 하지 못했었다. 파슈파티나트와 보다나트, 영화 한 편. 셋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데 이걸 어떻게 배분한다? 게다가 비도 부슬부슬 내리는데... 더르바르 광장을 셋이나 봤으니 보다나트를 보고 파슈파티나트를 제끼는 게 합리적인가? 아니면 온 김에 여길 들어가는 게 맞나? 그러다가 그냥 패스하기로 했다. 다음에 올 땐 여기 보지 뭐. 가트가 궁금하진 않았으니. 비만 안 왔어도 영화를 포기했을 텐데. 이게 잘하는 짓인 지 모르겠다.ㅋ

멀리서 전경을 내려다보는 것으로 끗.

 현지 가게의 위엄. 카페 이름 말고는 뭐라는 지 도통 모르겠다. 아예 아무것도 안 적혀있는 가게는 그냥 들어가는데 이런 가게는 들어가기 좀 겁난다. 저 네팔어 적힌 종이들이 외국인 쫓는 부적처럼 보인달까.....-.-;;;;

또 미니버스로 이동. 파슈파티나트와 보다나트는 거의 한 동선이다.

 버스에서 내려 입구를 살피는데 5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를 데리고 온 아주머니가 통사정을 한다. 들리는 단어는 '밀크'와 '샵'. 아이 먹일 우유를 저 가게에서 사 달란 말인가? 그 정도야 괜찮지 않나 싶어 밖에서 기다리시라고 하고 마트에 들러서 우유를 찾는데 마트 안까지 따라 들어온 아주머니가 집어든 건 대용량 분유 팩.........-.-;;; 아즘니, 얘가 지금 분유 먹을 나이는 아니잖아요. 그냥 그거 현금화할라고 뻥카쓰는 거지. 불자님들 자비심을 공략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세요? 그냥 차라리 돈을 달라 그러셨으면 조금이라도 드렸을지 모르는데 그런데 허섭한 뻥카에 속아드리기에는 요즘 여행자들 넘 영악해요. 좋은 마음으로 도우려다 통수 맞으면 화도 나고. 그르지 좀 마요.

보다나트 입구. 밖에서 보면 잘 안 보이는데,

스투파 사이즈가 좀 된다.

 

 

 

 

 

몰랐었는데 저 깃발-타르초도 일종의 공양이구나. 우리나라 절집의 기왓장 공양 시스템이랑 비슷하다.

 

 보다나트를 나와서 버스로 QFX 부근까지 와서 걷는데 갑자기 빗발이 굵어졌다. 위에서 떨어지는 비는 견딜만한데 슬리퍼 신고 걷는 길이 문제다. 카트만두 도로 중 일부는 이렇게 비가 내리면 걸어 다니기 참 !@#%@%$^$@, 그렇다. 미끄러운 진흙덕에 발 끝이 아슬아슬하네.

 

비 솔찮이 맞았네.

좀 늦게 나오긴 했지만 여기도 맛난 모모집

  생각해 보니 점심으론 만두 진짜 많이 먹었다. 빠르게 서비스되고 저렴하기도 하고 썩 맛나다. 아침은 에그롤이나 샌드위치 같은 간편한 길거리 음식으로 허기만 달래고, 저녁은 느긋하게 식당에서 먹더라도 점심은 걷다가 눈에 띄는 모모로 해결하는 패턴. 현지 교통편을 주로 이용하다 보니 관광객이 이용할만한 음식점과는 좀 먼 동선. 그리고 식도락 여행을 즐기는 편이 아니라 혼자서 움직일 때는 소박하게 먹고 누군가와 일행이 되어서야 맛난 거 찾아다닐 생각을 한다. 그래서 그런가? 지난 여행까지 더하면 40일 넘게 네팔을 여행했지만 난 아직도 네팔의 음식을 잘 알지 못한다.

 이번에도 상영 시각이 안 맞아 네팔리 영화는 실패하고 인도 영화 관람.여기가 QFX Civil lMall이었나?기억으론 그런데 지도를 찾아보니 헛갈린다. 왜 건물 외견을 찍어둔 게 없지?

우리나라 멀티플렉스랑 다르지 않다. 극장 홀에서 술을 판매한다는 것만 빼면........ㅎㅎ

오늘도 천둥 번개에 비 매섭게 내린다. 야외 카페는 의자 엎어놓고 영업 종료.

 마지막 날 저녁밥을 뭘로 먹을까....... 하다가 중식당을 선택했다 촌스런 여행객답게 스테이크랑 와인 한 잔 할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어우~일단, 너무 춥더라. 비 내리는 해발 1,300M의 도시는 만만찮았다. 칼질보다는 따끈한 국물을 선택. 하지만 혼자서 들어간 중식당 테이블 세팅은 좀 어려웠다. 나름 고민해서 내린 오더는 단체 손님들의 주문에 밀려 애피타이저와 메인의 순서마저 엉겨버렸고 기대했던 마지막 만찬은 망했어요. 물론 맛은 좋다. 대부분의 여행지에서 중식당은 최소한의 품질은 유지한다. 하지만 여기도 2~3명은 들어가야 메뉴 구성을 알차게 할 수 있다. 혼자서는 돈 쓰기도 힘들어야. 췌~!

 

▒ ▒ ▒ [03.02] ▒ ▒ 

 

카트만두 마지막 날이다.

 

한 달간 함께한 전우들과 단체 사진.

     
  오늘도 비가 솔찮이 내린다. 이 비를 어떻게 피할까... 우산을 하나 살까? 비옷을 살까? 하다가 산에서 구해뒀던 비니루 봉다리 엑스트라 라지 그린 에디션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게 포터들이 사용하는 우비 대용품인데 워낙 큰 사이즈라 55L 배낭까지 완벽히 커버된다. 단점이 있다면 좌우 시야확보에 어려움이 있고 앞섶을 한 손으로 잡고있어야 한다는 정도? 그리고 주변의 시선을 과하게 모은다. 외국인 관광객이 저러고 쓰레빠 질질끌고 다니면 좀 웃기긴 하지. 특히나 서양애들 리액션은 정말...ㅋㅋ 엄지를 치켜세우며 감탄하는 친구. '저게 뭐지 ??' 하고 눈을 똥그랗게 뜨고 뚫어져라 쳐다보는 애들. 아, 고프로를 달고 다녔어야 했는데 !!

 

 

 

 

 내부 사진촬영 금지의 '평양 아리랑관'  돼지 편육 + 양배추 김치말이 + 커피 + 밑반찬과 공깃밥 : 1,170NPR 좀 비싸다. 직원들은 참 친절했고 붐비는 시간이 아니어서 그런지 분위기는 좀 많이 썰렁. 음식은 좋았다. 중식당과 마찬가지로 2~3인이 가야 식탁 구성이 용이함. 가성비 안 좋음.

 아리랑에서 나서는데 딱 봐도 공항 가는 행색이니 택시가 달라붙는다. 

"공항까지 얼마?"

"700, 콜?" 어지간하면 흥정하는데 700이라는 어이없는 가격에 그만 박장대소를 하고 말았다. 아저씨 쏘리. 순간적으로 빵 터졌어요.

손사래를 치며 걸어가니 다음 선수 등판.

"얼마 원하심?"

"400에 갑시다. 비도 오는데"

"콜"

공항 가는 택시 안에서 기사랑 이런저런 이야기 주로 정부 성토. 요금 400에 더해 잔돈이랑 남은 담배 다 털어드리고 빠염~

 

트리부반 공항.

 

나가면서 보니 제법 공항 같다야.

면세점 아님, 이 공항에 면세점이 있나?

 

 갑자기 화창해지는 날씨. 그래, 여행 막바지에 비 좀 맞은 게 대수냐. 비행이라도 안전하면 감사한 거지.

 네팔, 29 일 일정의 두 번째 여행. 안나푸르나 서킷 어라운드. 쉬운 여행은 아니었다. 2월의 산은 내 예상-예년과는 달랐고, 내 체력도 기대와는 조금 달랐다. 네팔에 익숙해져 버린 때문인지 첫 여행 때처럼 현지 문화와 부딪히는 온도차를 즐기는 재미는 없었지만, 언감생심 몇 년 전에만 해도 상상도 못 했던 안나푸르나 서킷 라운드. 2년 전 카트만두에선 빡빡한 예산과 일정에 쫓겨 살펴보지 못했던 문화유산들을 챙겨보는 즐거움. 예기치 못한 만남, 연을 이어가지 못한 아쉬움들. 하아~ 좋은 여행이었다.

 말했듯이 이번 여행은 지난 여행의 A/S다. 지난번 여행이 '덤벼라, 세상아!' 였다면 이번 여행은 ' 거 선수끼리 왜 그르셔~' 랄까? 만만히 봤다가 혼쭐났던 서킷만 빼면 심히 고요하고 편안한 여행이었다. 네팔 여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컨텐츠가 현지에서 숙소를 구하고, 교통편을 예매하고 장사치와 아웅다웅하며 화도 내고 짜증도 내면서 스스로를 다스리는 거다. 근데 나 그거 네팔 서버, 여행자 맵에서는 거의 만랩. 거기다 예산까지 넉넉하게 잡아놓은 터라 썩 마음이 편했다. 타지에서 필요한 것들을 사고, 심지어 팔기까지 하면서 이렇게나 여유 작작 이라니. 로컬 시장에서 저렴하게 사면 좋은 거고, 수수료 붙어 비싼 가격은 또 그 나름대로 시간 절약해 주는 인건비 감안하면서 수긍하고, 네팔리 프라이스와 여행자에게 적용되는 가격 차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짧은 여행동안 필요하다면 화를 내기도 하지만 가급적 후딱 넘겨버리고 다시 유쾌하게 남은 시간을 즐기는 방법을 알게 되는 것. 여행에 있어 '옳은 방식'이란 건 있을 수 없지만 처한 상황과 나에게 맞는 방식은 있을 테지. 지금은 편한 게 좋다. 늙은 게야.

 내가 가진 성향 중에 '탐닉'이란 게 있다.  꽂히면 주야장천 그것만 파는 건데 게임, 음악, 영화도 그런 방식으로 즐긴다. 그래요, 나 오타쿠예요. 

 여행 간다 하니 친구들이 물어온다. 

 " 너 네팔 저번에 갔었다 그러지 않았나?"

 "ㅇㅇ, 좋아서 또 감."

 "한국절? 거기도  저번에 갔던 데 아냐?"

 "ㅇㅇ, 이만한 데가 없어야."

 2년 전에 왔던 나라, 왔던 도시 카트만두, 포카라, 룸비니. 새로운 여행지를 찾는 것도 좋지만 맘에 드는 곳은 여러 번 찾는다. 우리나라에선 부석사, 감은사 터, 지리산이 내겐 그런 곳이다. 먼 곳이라 계절마다 찾아가던 지리산만큼 자주 찾을 순 없겠지만 앞으로도 몇 번은 더 오게 될 것 같은 여행지 네팔, 곧 다시 만납시다.

 

 

=== NAM이 찍어준 인생 샷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