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 다녀왔던 네팔 이야기지만 지진 후에 정리한 여행기여서 적는 내내 마음 한 구석이 불편했다. 실제 피해는 어느 정도인 지, 복구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많이 궁금했지만 국내 언론이래 봤자 BBC처럼 네팔 사정을 상세히 살필 여력이 되는 곳이 있을 리가 없고. 그나마 현지 소식을 알 수 있었던 곳이 딴지일보 국제부 기사와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현지 거주민들이 전해주는 소식들. 지지리도 가난한 나라에 어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이런 참사가 없더라도 엉망인 정치와 이빨 드러내고 덤비는 외국자본에 서민들의 삶이 어려운 곳인데 저 재난마저 더해져 앞으로 어떻게 되려나. 네팔 경제에서 관광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5% 내외라곤 하지만 지진 이후 이어지는 여진과 곧 시작될 몬순과 무더위, 적어도 10월까지 관광산업의 동력은 없어진 상태. 높은 임대료가 힘겨운 포카라/타멜의 가게들과 관광객 급감으로 일자리를 잃은 네팔리들에게 현실은 15%보다 무거울 거야.
네팔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구호 단체를 통해도 되고 여러 성금 모금에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구호품으로 도와주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정부 기능이 엉망인 탓에 성금이 어디서 얼마나 새어나갈지도 모르거니와 지진 발생 몇 주가 지나도록 제대로 된 피해 집계조차 하지 못하고 지역마다 필요한 구호 물품의 종류와 양도 엉망으로 조사되어 어느 지역에선 쌀이 남아 암시장으로 나오고 어느 지역에선 구호물자 구경도 못하는 시스템이 현제의 네팔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소규모 단체에 힘을 보태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겠으나(네팔에서 사업하시는 분들 중에 그 역할을 해주시는 몇 분이 있다.) 그 또한 일시적인 '구호'일 뿐이다. 공신력 있는 단체의 즉각적인 구호/재건 활동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개인이 참여할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면 난 여행객으로서 네팔로 다시 찾아가는 것을 권하고 싶다.(시간과 돈이 가장 많이 드는 방법이긴 하다) 가을 지나고 어느 정도 복구가 진행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길게 봤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돌리기 위한 동력 - 여행객이 다시 네팔을 찾아주는 것이다. 긴급한 도움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그 도움에 길들여지지 않고 스스로 설 수 있게 힘을 보태는 것은 개인의 몫으로 그 짐을 나눠질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아직 다음 여행지를 정하진 않았다. 뚜르 드 몽블랑도 욕심나고 저번 여행에서 못 가본 북인도-레 쪽도 한 번은 다녀와야 할 곳이고 터키나 스페인(아, 산티아고!!)도 궁금하다. 그리고 네팔은 의무감 같은 게 생겨버렸다. 같은 여행지로 연달아 3번이나 가는 건 무리순데, 그렇긴 한데 다른 곳을 선택하자니 마음 한켠이 묵직하다. 일단 겨울까지 경비와 정보를 모으면서 상황을 지켜볼 밖에. 안나푸르나 지역은 거의 피해가 없었고, EBC도 곧 정상화될 것 같은데 정작 가고 싶은 랑탕 쪽이 직격을 받아서 많이 안타깝다. 어쩌면 10년 뒤를 봐야 할지도 모르겠네.
네팔 주제 대한민국 대사관 : 최소한의 현지 정세는 알고 가는 게 좋다.
네팔 비자 온라인 신청 : 담엔 여길 이용 해볼까.....?
블로그를 둘러본 친구들 몇이 물어온다.
"야, 네팔 저렴하고 알차게 다녀오려면 어케 하믄 돼?" 처음 가시는 거면 팁 같은 거 찾지 마시고 그냥 기본빵이나 제대로 하고 오세요.
???? 아니 블로그 둘러봤다면서 이딴 질문을 하는 이유가 뭘까...... 도대체 뭘 읽은 거야? 이 넘들은 교양서적 대충 요약해서 리포트 쓰던 스킬마저 다 까먹은 건가? 아니면 실질 문맹의 나락으로 떨어진 건가? 그것도 아니면 벌써 꼰대의 귀차니즘에 감염되어 버린 건가? 좀 의아하긴 하지만 궁금하다니 정리해 보자.
기본 요령은 씸쁠하다. 시간 넉넉하게 가지고, 서두르지 않고, 좀 불편하거나 힘든 여정을 견딜 수 있는 멘탈과 체력. 이걸 알아먹기 쉽게 항목을 만들어 나눠보면,
1. 시간과 예산의 밸런스.
2. 항공권.
3. 포터와 가이드, 퍼밋.
4. 현지 교통편 이용.
1. 예산 / 시간
하아~ 네팔에서 깨끗한 돈 골라 모으느라 힘들었다.......ㅋ
네팔 여행 경비 구성이 재밌는 게 여유 있게 한 달이나 바쁘게(혹은 몸이 편하게) 열흘이나 예산은 비슷하다. 원/달러 환율이 1,050 원 정도였던 당시 내역과 ABC 예상 치를 비교해 보면,
급하게 구하거나, 환승시간이 짧거나, 원하는 시각에 카트만두에 도착하는 비행 편을 선택하려면 다소 높은 가격을 감수해야 하는데 그 비행 편 가격을 얼추 70만 정도로 잡고(뭐 이것도 직항 편에 비하면 썩 저렴한 금액이긴 하지만), 시간 절약을 위해 비자도 국내에서 미리 받아두고, 카트만두 <-> 포카라를 국내선 비행기로 이동하고, 도로 이동도 버스가 아닌 짚이나 택시를 이용하고, 퍼밋발급 시간도 절약할 겸 여행 중 발생할 수 있는 다른 변수를 줄이기 위해 포터를 고용하는 등 추가 금액을 더하고 보면 이번 30일 일정의 내 예산과 10일 일정의 ABC 트레킹의 예산이 거의 비슷한 수준이 되어버린다. 네팔 여행 경비 산출에는 시간이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된다. 시간이 빠듯한 여행은 어디서건 더 비싼 가격을 치르기 마련이지만 네팔은 그 차이가 좀 크다.
2. 항공권
스카이 스캐너에서 간단하게 검색해 보면 걸리는 게 이 정도다.
12월 23일 -> 1월 30일 카트만두 in/out 얼추 50만.
연말연시 복잡한 지옥 불반도를 벗어나 한 달 정도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일정이다. 괜츈? 가는 길엔 곤명 공항에서 노숙. 오는 길엔 노숙할 필요까진 없지만 20시간의 환승대기. 곤명에서 사용할 3~400 위안정도는 준비해야겠네. 그래도 직항보다는 많이 저렴하다. 인천 <-> 카트만두 직항은 땅콩항공뿐인데 이거 썩 비싸다. 비추.
2-1. 네팔 내 이동 (카트만두 <-> 포카라 이동이야기다. 루클라는 사정이 좀 복잡하다더라)
시간이 촉박한 여행자와 여유 있는 일정의 여행자의 경비 구성에서 가장 두드러진 차이가 항공권인데 네팔 국내 이동도 거기에 한 몫한다. 카트만두 <-> 포카라 이동에서 버스와 국내선 가격은 거의 열 배 차이가 나는데 이게 네팔에선 2~3일 생활할 수 있는 정도의 금액이다. 그러니 많이 바쁜 게 아니라면 버스를 이용하자.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네팔 국내선은 기후 때문에, 그리고 좀 열악한 공항 사정으로 인해 결항이 잦은 편이다. 운이 좋으면 비싼 가격만큼 시간을 절약해 주지만 운이 나쁘면 비싼 돈 내고 일정 빵꾸날 수도 있다. 가능하면 포카라에서 하루를 줄이고 카트만두에 전 날 도착해서 가벼운 관광으로 마무리하고 여유 있게 공항으로 가야 한다. 아니 그전에 버스로 이동해도 될 정도로 여유 있게 일정을 준비하자.
3. 포터와 퍼밋
퍼밋은 예산과는 별 관계없다. 카트만두에서 건 포카라에서 건 그냥 사진 두 장과 4,000 NPR 정도 들고 가면 된다. 포터를 알선해 주는 대행사에 부탁하면 알아서 해주고 또 그게 시간을 절약해 주긴 하는데 그 시간을 아끼고 퍼밋 받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발급 대행을 요청하는 건 권하고 싶지 않다. 네팔에 가시는 분들은 번거로운 걸 스스로 해결하고 천천히 움직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포터는..... 다른 항목에 비해선 큰 부담이 되진 않는다. 노련한 포터들은 가이드 역할도 겸할 수 있어서 하루 15$정도의 인건비가 아까울 정도는 아니니 필요하다면 부담 없이 선택해도 된다. 그렇지만 아까부터 말하고 있는 저렴하고 알차게 여행하는 방법을 찾는다면 포터에게 짐을 맡기고 좀 더 편하게 본인의 체력으로 갈 수 있는 빠르기보다 바삐 움직이기보다는 스스로 짊어질 수 있는 짐만으로 천천히 움직이는 방법을 추천한다.
4. 현지 지리 정보
어딜 여행하든 마찬가지지만 택시 타고 움직이는 여행은 편하고 재미없다. 오라, 저렴하고 재미진 전투 여행의 세상으로!!
카트만두
카트만두의 여행자 거리는 '타멜'. 타멜에서 택시 타고 움직이면 뭐 달리 알아보고 말고 할 것도 없지만 대중교통편을 이용하자면 당연히 버스 정류장을 알아하는데 그 기점이 되는 곳이 '배(바)그바자르' 사거리다. 외부에서 버스 타고 들어올 때 '바그 바자르!'로 버스 잡아타면 (정확하게 저 위치가 아니라) 저 사거리 부근 어딘가에 내려준다. 걸어서 타멜촉까지 짧은 동선으론 20~25분. 더르바르 거쳐가면 한 시간 거리다. 걷는 걸 어지간히 싫어하는 여행자가 아니라면 충분히 이용할만하다. 걷느라 오가며 거리에서 소진되는 시간도 어차피 카트만두를 보는 여행의 일부니까. 여기서 박타푸르, 파탄, 파슈파티나트 방면 크고 작은 버스 모두 탈 수 있다. 정확한 승차 위치는 목적지를 가지고 현장에서 물어봐야 하는데, 여튼 저곳을 기점으로 활용하면 카트만두 로컬버스 시스템을 잘 활용할 수 있다. 구글맵에서 [배그바자]라고 검색하면 된다.
위 지도 속 사거리에 걸쳐진 복잡해 보이는 육교가 아래 사진이다. 저 육교 위에서 길 물어보면 알려주는 사람도 방향 가리키기 편하다.
Balaju Chowk
카트만두를 빙 둘러가는 링로드가 타멜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곳이다. 공항에서 탄 버스, 포카라에서 출발한 버스 다 여기에서 내리면 된다. 도보로 타멜까지 넉넉하게 30분.
포카라
많은 여행자들이 착각하는 부분인데 [레이크사이드 = 포카라]가 아니다.
포카라는 꽤 넓다.
[타멜 = 카트만두]가 아니듯이 레이크사이드가 포카라가 아니란 걸 알아둬야 한다. 포카라의 몇 곳의 지명정도는 알아두는 게 편리한데 기본적으로 여행자 거리는 '레이크 사이드', S-MART 사거리는 할란촉, 할란촉에서 큰길 따라 쭉~ 나가서 만나는 삼거리는 제로킬로미터, 제로킬로미터에서 우회전해서 미니버스들 많이 서있는 곳은 하리촉.
숙소에서 택시 대절해서 나야풀로 직행한다거나 포카라에서 장거리( 포카라 권역을 벗어나 룸비니나 카트만두로) 이동할 때는 그닥 필요 없는 정보지만 포카라를 둘러보고 대중교통편으로 레이크 사이드로 돌아올 때나 오스트레일리언 캠프나 ABC 정도의 가까운 코스를 돌고 돌아올 때는 알아두는 게 좋다. 예를 들어 포카라로 들어오려고 버스 차장에게 "포카라?"라고 물어보면 [하리촉, 할란촉, 제로킬로미터] 가는 버스들 죄다 '오케이'라고 한다. 당연하지 셋 다 포카라니까. 그런데 여행자 입장에선 [포카라 = 레이크 사이드] 이런 인식이 있어서 '이 버스가 우리 동네로 갈 거야'라고 믿어버리는 수가 있는데 그렇게 허술하게 맘 놓지 마시고 버스에 올라탄 후 한 번 더 물어보고 포카라의 어디로 가는지 확인해야 한다. 대게 큰 버스들은 하리촉까지만 운행하고, 거기서 미니버스로 환승해서 제로 킬로미터까지. 나머지는 걸어서 움직여도 된다. 댐사이드의 노란 별표시가 놀이터 위치니까 할란촉까지의 거리를 가늠해 보면 대충 시간-축척 나온다.
[ EX) 포카라 <-> 오캠을 대중교통편으로 다녀오는 법]
가는 길.
제로킬로미터에서 바글룽 버스팕까지 미니 버스, 바글룽에서 칸데(갸례)까지 버스 (200 NPR?)
오는 길.
산행 끝나는 지점에서 길 건너지 말고 - 그러니까 왼쪽으로 지나가는 버스들 향해서 포카라~!(혹은 하리촉)이라고 외치고 서는 버스 잡아탄다. 요금은 75 NPR 정도. 그 버스가 하리촉까지만 운행하면 다시 봉고 환승해서 제로킬로미터까지.
사진 메타 정보에 기록된 시간은,
07:00 - 숙소 출발
08:45 - 칸데
10:20 - 오캠 도착
12:10 - 오캠 출발
13:00 - 담푸스 체크포인트
15:00 - 페디
15:50 - 하리 촉
이렇게 움직이려면 현지의 교통 결절점을 알아두는 게 도움이 된다.
5. 안나푸르나 서킷 어라운드.
** 경고 - 일반적인 검색 결과나 FM-안전 위주의 정보와는 다를 수 있다. 무턱대고 믿다간 위험에 처할 수도?
** 권고 - Plan B를 준비할 것. 체력이든 상황이든 한 번의 위기는 온다. 예상대로 이뤄지길 바라는 건 욕심이다.
** 참고 - 같은 조건에서도 개인차가 상당히 크다. 본인의 체질/체력/한계를 아는 것 또한 상당히 중요하다.
1. 계절
트레킹 기간 2.06~ 2.18. 포카라에서 출발 포카라 도착 총 13일
서킷 어라운드 기간을 2월로 잡은 게 별다른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다. 1월은 좀 추울 것 같고. 설산은 보고 싶고. 3월은 애매할 거 같고 4,5월은 산 타기는 좋은데 룸비니나 카트만두가 너무 더울 것 같으니 피하자는 게 그 이유였다. 같은 계절의 ABC를 경험해 봤으니 그거보다 조금 더 추운 정도겠지? 그런 짐작으로 선택한 게 2월이다.
그러데 서킷을 다시 하라면 이번엔 10월에 할 것 같다. 배낭은 최소한으로 구성해서 가볍고 작게, 조금 가벼운 신발과 장비로 빠르게 움직여보고 싶다. 빠르게 움직이고 오래 쉬는 방식. 서양 친구들이 주로 그렇게 움직인다. [Light and fast] 올해 2월의 서킷코스는 기상이변에 가까운 적설량으로 평소와는 다른 별스런 날씨여서 특별히 불편하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해빙기 기후는 솔찮이 질척이며 발목을 잡는다. 좀 더 따듯한, 이른바 성수기가 좋을 것 같다.. 성수기가 성수기인 이유가 있는 거야.
2. 코스 배분.
코스? 안나푸르나 서킷은 거의 외길이다. 그래서 딱히 변수가 없긴 한데 가능한 상세하게 정보를 파악해서 코스를 구성하는 것이 좋다. 하루에 갈 수 있는 거리와 고도만을 기준으로 단순히 배분하는 건 권하고 싶지 않다. 여러 후기를 보고 풍경이 아름다운 롯지. 음식이 맛있는 롯지. 주인 아저씨 인심이 좋은 롯지. 다양한 테마를 찾아보고 자신에게 맞는 곳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면 트레킹이 훨씬 더 즐거울 것이다. 하루나 이틀 정도 더 투자해서 천천히 올라간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
3. 보온 장비
나는 추위를 적게 타는 편이다. 좀 심하게. 쏘롱라를 오르기 전에 슬리핑 백을 사용한 건 단 이틀. 해발 3,540M의 Manang에서도 숙소에 구비된 침구만 이용했었다. 그 점 감안하고 읽으시라. 일단 내가 준비한 보온 장비 목록.
상의 : 히트텍, 여름용 티셔츠, 겨울 등산용 티셔츠, 폴라텍스 셔츠, 슬림패딩, 바람막이, 보온용 비니.
하의 : 히트텍, 깔깔이 하의, 여름용 등산바지, 겨울용 등산바지, 수면 양말. 그리고 장갑 2종과 버프.
그리고 침낭 - 내가 가져간 침낭은 숨 다 죽은 화섬 솜 침낭이었다. 뭐래드라? 웰론? 그런 요즘 소재도 아니다. 군 복무 마치고, 그러니까 15년 전에 구입한 골동품이다. 간단히 비유하면 얇은 솜이불 한 장 더 가지고 간 거나 마찬가진데 과연 이걸로 가능할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이렇게나 껴 입고 이불 두 장 뒤집어쓰고 자는데 춥다고? 진짜? 뭔 냉동창고도 아닌데 그럴 리가. 게다가 위에 이불을 덮어 숨을 죽여가며 사용할 침낭이라면 굳이 천연소재의 고가품은 필요 없을 것 같아서 가지고 있던 골동품을 골랐고 난 그걸로 충분했다.
트레킹 정보 사이트에 가장 많이 올라오는 질문 중 하나가 추위에 대한 대비다. 그리고 그 답변들 - 침낭의 필파워와 기타 보온 장비에 대한 충고는 상당히 보수적이어서 더-더-더 안전하고 따듯하게 준비하라는 게 대부분인데 난 이 충고를 좀 고쳐 쓰고 싶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온 장비는 필요한 만큼만 가지고 가라는 거다. [추위에 대한 대비 = 안전도] 이기만 하다면야 가능한 따듯하게 준비하는 게 좋겠지. 그런데 그 무게/부피와 비례해서 산에서의 움직임이 둔해진다. 느리게 걷는 만큼 체온도 낮게 유지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게 힘들잖아. 체력은 체온만큼이나 중요하다. 추위는 기껏해야 3~4일 바짝 신경 쓰면 되지만 근데 이거 관리 잘못하면 고산증 올 수도 있지. 젠장 어쩌라는 거야 체력은 트레킹 기간 내내 관리해야 한다. 서킷 어라운드는 추위와의 싸움 이전에 체력과의 싸움이다. 배낭의 무게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니 너무 보온에만 치우치지 말 것.
침낭을 가벼운 제품으로 선택하면 뭔가 좀 불안할 텐데 보완제품 하나 소개하자면 -> 깔깔이 하의 이거 대박이다. 저녁에 숙소에서 편하게 입어도 좋고 잘 때 입으면 따듯한 하체에서 몸 전체로 펴지는 보온력이 상당하다. 가볍고 저렴하고 효율 좋은 깔깔이. 상의는 패딩으로 업글/대체하는 게 좋지만, 하의는 오픈마켓에서 저렴하게 한 장 구하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게다. 침낭 라이너나 커버 같은 보완제품보다 훨씬 좋다.
요약 : 침낭은 한 단계 가볍고 작은 걸 가져가라. 대신 깔깔이 하의로 좀 더 다양하고 효율적인 옵션을 구성할 수 있다.
이런 복원력 제로의 허섭한 침낭으로도 가능은 하더라.
보온장구 이야길 조금만 더 할까?
서양 친구들은 우리보다 좀 더 겁이 없는데 Charabu에서 만난 친구는 35L 정도의 배낭에 침낭을 바깥에 달아메고서 뜀박질하듯 내려갔었고, 마낭에선 만난 앳된 얼굴의 젊은 가이드는 아예 침낭 없이 올라와서는 해맑은 얼굴로 "롯지에 이불 있잖아요?". 하이캠프와 쏘롱라 사이 중간 쉼터에서 만났던 (웬 아저씨의 관리 하에 모종의 트레이닝하는 것처럼 보였던) 10대 친구 둘은 오들 오들 떨 만큼 가볍게 입고서(근데 걔들은 좀 심했어.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는 NAM이 권한 따듯한 물 한잔 받아 마시고 혈색이 변하는 게 보였을 정도였으니) 그 오르막을 치고 올라갔었다.
산을 타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다른 사람이 알려준 방법 중에서 선택하기보단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다듬어야 한다.
4 기타 준비물
장기 여행 용품은 산에서도 유용하다. - 빨랫줄, 박스테잎, 케이블타이, 스위스아미 나이프, 버프.
은박담요, 비상식량 - 조난에 대비한 최소한의 준비는 하자.
슬리퍼 - 쪼리 안됨 , 양말 착용 상태로 신을 수 있는 슬리퍼.
E-Book - 손으로 책장 넘기는 맛도 좋은데 무게 줄이는 방향을 권한다. ※ E-Book은 읽을 때 별도의 조명이 필요 없거든.
날진 물통 - 꼭 1L 용량을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내 것은 0.75L였는데 물통 채운 나머지는 컵에다 받아 오히려 더 편리하게 썼다.
아이젠과 게이터(=스페츠), 폴(=스틱)은 Manang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포카라와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았다.
5. 예산
하루 = 3끼+1박+기타 = (500*(3+1+1)) = 2,500 NPR면 넉넉하다. 2,000 NPR 만 해도 모자라진 않고, 1,500 NPR로도 가능은 하다.
비수기에는 혼자 다녀도 맘 독하게 먹으면 숙박비 안 내고 다닐 수도 있다. 근데 그러진 말자.
'여행 > Annapurna Circuit_2015'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트만두, 여행 마무리 (3) | 2015.06.05 |
---|---|
룸비니 (0) | 2015.06.05 |
서킷 어라운드 후 포카라. (0) | 2015.06.04 |
서킷 어라운드 #3. 쏘롱 라 ~ 포카라 (0) | 2015.06.04 |
서킷 어라운드 #2. 마낭 ~ 쏘롱라. (0) | 2015.06.03 |
서킷 어라운드 #1. 베시사하르 ~ 마낭 (2) | 2015.04.16 |
카트만두 찍고 포카라. (0) | 2015.03.1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