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02.14 계속] 쏘롱라 - 차라부 ▒ ▒ ▒
일단 현재 위치, 쏘롱 라.
스카이뷰.
왼쪽엔 쏘롱 피크 - 카퉁캉 (6,484M).
오른쪽엔 야카와캉 (6,482M).
내려가서 뒤돌아 보면 이런 모양새다. 이렇게 보니 무척 낮아 보이는데 이걸 쏘롱 라에서 자른 단면으로 보면,
실제 걸었던 딸에서 툭체까지의 높낮이가 이렇게 된다. 가장 높은 곳이 쏘롱 라.
해발고도 5,416M. 마샹디와 칼리 간다키의 유역 경계. 사람은 넘을 수 있지만 물은 넘을 수 없는 길. 오늘 아침 하이캠프에서 밟았던 눈과 지금 밟고 있는 눈은 수백 킬로 미터를 흘러 바랏푸르에 도달해서야 서로 만나게 된다.
앞에 보이는 풍광은 '무스탕' 지역 - 좀 멋짐.
안나푸르나 서킷 코스의 풍경은 구간에 따라 챕터가 넘어가듯 풍경이 바뀌는데 대충 정리하면,
1. 베시사하르에서 훔데까지, 그리고 코스 반대편 가자~따또빠니 구간은 설산을 멀찍이 보며 걷는 낮은 산의 평이한 트레킹.
2. 훔데에서 쏘롱 라까지는 안나푸르나 2,3,4봉과 강가푸르나 틸리초 피크가 보여주는 히말라야 풍경.
3. 쏘롱 라에서 까끄베니까지는 다울라기라와 닐기리, 그리고 무스탕 지역의 겉모습.
4. 까끄베니 아래에서는 마치 평야지역인 듯한 고원과 칼리 간다키
. 그리고 여전히 따라오는 닐기리 북봉.
그중에서도 쏘롱 라를 넘는 지금의 변화가 가장 크다. 마지막까지 배웅하던 뒷산 안나푸르나 3봉은 쏘롱 라에 가려 더 이상 보이지 않고 이젠 무스탕 지역을 보면서 내려간다 뭔가..... 서운할 만큼 확 바뀐 풍경. 이제 곧 다울라기리가 마중 나오겠지.
좀 오랫동안 고개 정상을 즐기고 싶었는데 그럴 수가 없다. 우리는 아쉬운 마음에 30여분 정도 쉬었는데 대부분의 트레커는 10분 정도 머물다 바로 하산. 우리보다 늦게 올라온 분들 죄다 우리보다 먼저 내려갔다.
뒷 풍경은 이미 꺾였다.
그리고, 우리는 가장 가까운 롯지까지 남은 반나절 동안 1,280M를 치고 내려가야 한다. 쏘롱라를 넘는 것만 생각했었는데 새벽부터 움직여 체력이 이미 절반 정도는 소진된 상태. 올라오는 것만큼이나 내려가는 길이 힘들 거란 걸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게 약간 심각한 게 Charabu 전엔 마을이 없다. 해발 고도 5,000M의 북사면인데.....ㄷㄷ 살려면 움직여야 하는 거다. 농담할 상황 아니구요.
바빠 죽겠는데 정면 무스탕 뷰가 자꾸 발목을 잡는다.
발아래는 살벌하고 좋아 아주......ㅎㅎ
예정으론 당연히 묵티나트까지 가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다. 시간이 부족했던 건 아닌데 그냥 힘이 들어서 여기서 짐을 풀었다. 중간에 퍼질러 앉아 육포와 에너지바를 먹으면서 체력을 보충하려 애썼지만 몸은 따라주질 못했다. 돌이켜보면 봉크가 왔던 게 아닐까 싶다. 쏘롱라 넘은 뒤의 봉크라면...... 좀 실망스럽긴 하지만 살아남은 게 용하군. ㅋ
긴장이 풀린 건가? 여기서 쉬자. Charabu. 전기도 없고 아주 작은 롯지라 먹거리도 묵티나트에 비하면 부실했지만 이런 조망의 숙소, 멋지잖아. 지쳐 멈춘 발걸음이지만 또 나름 만족했던 롯지.
야크 가죽으로 세팅된 앞마당 의자. ㅋ
방금 지나온 뒤쪽 고개를 보니 지그재그로 길이 나있다. 눈이 쌓여있지 않은 계절엔 저 길로 좀 더 완만하게 오르내릴 수 있는 건가? 싶어 주인아주머니께 여쭤봤다. 저 길이 뭐냐고. 그랬더니 택시 길이란다. 응? 아주머니 농담도 잘하시네. 설마 택시가? 노새들이 하이캠프로 짐 실어 나를 때 쓰는 길이겠지. 바퀴 달린 거라면 끽해야 산악 바이크 같은 걸로 움직일 수는 있겠네.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구글맵에서 쏘롱 라 <-> 묵티나트를 자동차로 '길 찾기' 해봤더니,
뭐라고? 자동차가 다녀?
저 지그재그 길이 진짜 택시 다니는 길이었어? 묵티나트 하이웨이? 그, 그래...... 여기가 좀 High 하긴 한데, 그래도 여길 오르내리는 게 내가 알고 있는 그 택시는 아닐 거야 그지?
저녁엔 구름이 잔뜩 몰려들더니 밤엔 아주 살짝 눈이 왔었다. 며칠 내로 한바탕 쏟아지려나보다.
비수기에 예약도 없이 들이닥친 세명에게 모닥불과 감자를 내어주신 쥔장님 땡큐~
전기는 아예 없는 곳이어서 물통에 플래쉬 넣어서 조명으로 사용. 자전거 물통으로 별 짓을 다 하네....ㅋ
▒ ▒ ▒ [02.15] 차라부 - 묵티나트 ▒ ▒ ▒
보기엔 투박했지만 토담 벽은 나름 따듯했다. 이젠 바람만 막아주면 충분히 견딜 수 있는 고도니까.
날씨 좋구요.
가장 단촐했던 롯지, Charabu 안녕~
길은 끝없는 내리막입니다.
그냥 쏘시면 됩니다. 언능 와요.
아쉬운 마음에 다시 한번 줌 땡겨보는 쏘롱라, 이젠 ㅂㅂ.
어랏, 닐기리 북봉이 여기서부터 보이네. 하긴 주변 봉우리들이 워낙 높아 쩌리 취급받긴 하지만 저것도 7,000 좌지.
그리고 이번 트레킹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높은 봉우리, 다울라기리 (8,167M).
스카이라인 포스 쩐다.
닐기리, 다울라기리, 툭체 피크, 오버 무스탕 지역 그리고 묵티나트. 쏘롱 라를 넘은 보상 같은 풍경.
그리고, 힌두/불교의 성지 묵티나트.
마을 들어가기 전에 사원부터.
여기 한 번 오는 게 평생의 소원인 신도들도 많다고 한다. 묵티나트만을 찾아오는 투어 프로그램도 있고. 근데 우린 그렇게까지나 신성하게 둘러봤던 건 아니고 ' 여기도 사원이 있네? 걍 지나칠까? 아냐, 언제 여기 다시 와보겠어? 보고 가야지.' 라며 한 바퀴 스윽~. 티벳 불교 사원이라는 설명도 있고, 힌두 신화에 나오는 조형물도 있고, 사두님들도 계시고......묘하게 둘 다 섞여있는 느낌.
묵티나트 입성. 헐퀴, 전깃줄이 있다. 여긴 태양열 이외에 전력 공급원이 있단 말이군.
동네 앞 산이 정말 끝내준다.
3,800M 고지임에도 전력과 와이파이 사정은 훌륭했고,
게스트하우스에서 야크 스테이크. 포카라보단 허술한 세팅이지만 고기의 맛은 훨씬 좋았다.
오늘은 쉬는 날. 짧은 이동, 오전부터 숙소에 들어가 짐 풀고 씻고 빨래하고 체력 보충하며 남은 하산길을 대비한 휴식.
▒ ▒ ▒ [02.16] 묵티나트 - 좀솜 - 마르파 ▒ ▒ ▒
묵티나트에서 묵었던 밥 말리 게스트하우스. (근데 왜 밥말리를 그렇게나 좋아들 하는 걸까?)
네팔, 그리고 3,800M라는 고도가 믿기지 않을 만큼 큰 마을. 숙소 테라스에서도 다울라기리가 선명하게 보인다.
묵티나트는 중요한 마을이어서 폴리스 체크 포인트랑. NTNC 체크포인트가 모두 있다.
근데 여기 폴리스 형이 오늘이 2월 15인 걸 모르고 있네.....? 님하, 쫌!!
묵티나트를 빠져나와 뒤돌아본 풍경. 저길 넘어왔다니. 후아~ 말이 쉬워 5,416M 지 몽블랑이 4,810M인데 이 정도면 알프스랑 로키 산맥을 높이로는 다 제낀 거잖아. 몽블랑 정상 함 밟아보까?.
거짓말처럼 뚝 끊긴 눈길.
이제는 온전히 무스탕 풍경.
무스탕의 관문 까끄베니.
다울라기리와 툭체 피크. 얘들도 정말 멋지지 응~.
이후의 하산길은 닐기리 봉우리들을 왼쪽에 두고서 칼리 간다키를 따라 크게 돌아 내려가는 개념이다.
닐기리 북봉도 자알~ 생겼다.
안나푸르나 산군과 다울라기리 산군 사이를 흐르는 '칼리 간다키'. 유역 스케일이 어마어마한 관계로 몬순 기간엔 이렇게 조용하게 흐르진 않는다고 한다. 이 강물도 '나랴야니', '간닥'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흐르다가 갠지스로 가게 된다. 스케일이 대륙 사이즈다.
대충 봐도 얌전한 강바닥은 아니지?
두 대륙 판이 충돌하고 부딪혀 바다 아래에 있던 융기한 산맥을 거대한 땅이 형성했다는 그것은 우주의 도움 없이도 내가 잘 알겠다.
큰 강엔 물줄기뿐 아니라 바람도 모여든다. 걷는 내내 우리를 괴롭혔던 모래 바람.
근 보름동안 같이 걸었던 NAM, 출발 전 택비시 쉐어나 하자 했을 땐 이 정도의 동지가 될지 몰랐지여. 함께해주셔서....ㄳ.
예아~ 좀솜이다.
이제 마무리해도 좋을 마을까지 왔네.
보도 블럭 좀 봐바, 포장된 도로!! 여긴 문명 세상이야.
거의 대부분의 트레커가 좀솜에서 하루 묵거나 비행기로 내려가거나 여기서 출발하는 버스로 이 길을 마무리하는 게 요즘의 일반적인 여정인데 좋은 뷰를 위해 무식하게 움직였던 우리는 해 떨어질 때까지 얼마 남지 않았지만 한 롯지 더 가기로 했다. 이유는? 마르파가 썩 이쁘단다. 정말 우리 단순하게 움직였다....ㅎㅎ
이제 버스가 다니는 동네다. 하긴 여기 비행기도 다니지. 쇼바 높이랑 휠싸이즈가 범상찮다.
비수기라 마을 전체가 텅텅 비었던 동네를 다 뒤져서 겨우 찾은 게스트하우스.
▒ ▒ ▒ [02.17] 마르파 - 툭체 - 레떼 ▒ ▒ ▒
그리고 예쁜 마을 마르파. 어제는 무리했으니 오늘 오전은 마을 산책.
단청이 우리나라 절집이랑 많이 닮았다.
마르파를 나와서의 하산길. 산 다 내려온 것 같은 풍경이지만 아직도 2,600M 이상의 높이다.
그런데 길이 편하질 않아. 발걸음에 다져진 길과 차바퀴에 다져진 길은 다르다.
걷는 길에 짜증 나게 공사 차량들 막 달려주셔서..... 걷기 힘들지 말입니다!
구름에 가려 잘 보이질 않는다. 이런 닐~기리.
이런 길 더 걸어봐야 크게 의미 없다...... 싶다가도, 아니 그럼 까미노는 어떤 환경일까? 가 궁금해지는 거지.
트럭뿐 아니라 나귀들도 막 덤빈다. 그리고 가끔 저것들이 트럭보다 더 위험한 돌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살짝 아픈 배를 핑계로 Tukche에서 버스 탑승!!
Lete에 도착하자마자 장대비가 떨어지네? 역시 운빨!
티벳 전경이 벽에 걸린 식당.
▒ ▒ ▒ [02.18] 레떼 - 따또빠니 - 포카라 복귀 ▒ ▒ ▒
간밤에 내린 비는 앞 산의 풍경을 바꿔버렸다. 이 정도면 길이 끊기는 수준이 아니라 조난을 걱정해야 될 정도의 폭운데?
허나, 여기서 정보는 얻을 수 없, 젠장. 밥이나 든든히 먹고 나가자. 토마토 슾 짱 맛있음.
다시 버스를 타고.
Gasa에서 Tatopani로 점프.
Tatopani에서 NAM과 헤어졌다. 나는 오늘을 오스트레일리언 캠프에서 마무리하고 싶었고 NAM은 푼힐을 찍고 오겠다고 했다. 같이 갈까 하고 잠깐 생각해봤는데 근 보름동안 같이 산을 탔던 전우애와는 별개로 나 스스로도 이 산행을 마무리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고, NAM에게도 혼자서 산을 오르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할 가를 짐작하고 있기에 굳이 따라가지 않았다. 어쩌면 지난 15일보다 푼힐 3일이 더 큰 의미가 될 수도 있겠지. 그리고 나는?
타고 있던 버스로 Beni까지, 그리고 짚으로 베니에서 캬례까지 400 NPR - 현지인 가격에 잡아탄 짚.
근데, 이거 천둥번개에 우박까지 떨어지네? 혼자만의 산행은 개뿔, 쫄아서 포카라로 냅다 튀어버렸다.
배신은 쓰다. 허나 그 열매는 달다. 이런 주먹구구 좋아 ~ ㅋㅋㅋ
한편 버스 내리자마자 비, 우박, 천둥, 번개, 문 닫아버린 롯지 등에 시달리며 10리도 못 가 발병이 나버린 NAM은 트레킹 기간 내내 운이 따랐던 게 순전히 내 운빨이었음을 깨닫고 나(의 운)를 그리워했다는 후일담을 전해주었다. 푼힐까지 찍고 오겠다는 NAM에게 "아니, 네팔까지 와서 그렇게 열심히 살고 그러지 말아요"라고 살짝 말렸었는데. 그 참 다이나믹한 경험이 부럽기도 하고 함께하지 못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네. 짚이나 버스로 이동한 구간 제외하고 실제 걸었던 구간 120KM의 서킷 어라운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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