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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India_2012-3

함피, 파괴된 고즈넉함

by babelfish 2014. 2. 5.

  빠나지에서 로컬버스를 타고 후블리 거쳐 함피로 가는 길.
  또, 10 시간이 넘는 로컬 버스. 버겁긴 한데 여기 투어리스트 버스라고 해봤자 우리나라 우등 고속처럼 편하게 등받이 젖히고 앉을 수 있는 버스는 아니다 보니 장거리는 오히려 로컬이 더 편한, 아니 덜 불편하다는 게 맞겠다. 딱딱한 의자에서 바른 자세로 10시간 동안 벌서다 내리고 나면 무릎과 허리는 덜 불편한... 뭔가 이상한 버스.

개문 발차 금지, 쫌 !!
삼엄한 주 경계의 검문소.
오~ 뭔가 함피 틱한 자연 경관이 다가오고있어 !!

 후블리에서 하루 묵어볼까 어쩌까 생각하며 짜이 한 잔 마시고있는데 바로 옆에 서있던 버스가 호스펫 가는 거래서 그냥 냅다 잡아타고 해 떨어지기 전에 호스펫에 도착했다. 근데....,  하루 종일 달려 힘들게 호스펫에 도착했는데 간발의 차로 함피행 버스는 떠나버렸고. 알아보니 남은 건 두 시간 반 뒤의 막차.  뭔가 좀 분해서에 확인을 몇 번이나 했다. 메모장에 21:00이라고 쓰고 터미널 직원에게 이것들이 또 구라를 치나 싶어 확인 또 확인. 사설 버스나 릭샤/택시 왈라들이랑 담합한 구라인가 라는 의심은 어느 도시에서건 거둘 수 없는지라 세 번 이상 물어봐야 대충 방향을 잡는다. 이런 의심이 인도를 여행하는 가장 큰 장애이고 또 어찌 보면 인도를 바로 볼 수 있게 하는 열쇠다. 근데 그 열쇠가 참 불편해. 막차 하나 남은 게 맞단다. 함피, 꽤나 유명한 관광지인 줄 알았는데 교통편이 뭐 이래? 도착은 오밤중에나 하겠네. 뭐 어쩌겠어 터미널 앞 식당에서 볶음밥이나 먹고 오늘 잃어버린 모자나 하나 살 겸 좀 돌아다녔는데 동네 장터 다 돌아다녀도 쓸만한 모자가...... 하나도 없어 그것도 실패. 오늘 고아-후블리까지만 해도 나쁘지 않았는데 오후엔 뭐가 잘 안 맞는다.

 

Hmapi

 야밤에 로컬 버스에서 모기에 뜯기며 도착한 함피는...... 얼레, 적막강산인 걸?

 개 짖는 소리와 산골 오지의 싸늘함이 반긴다.

 약속했던 친구들은 내가 올 것을 예상하지 않고 방을 잡아둔 지라(젠장 고아에서 누님들이랑 더 놀았어야 했어!!) 오밤 중에 구한 방은,

 으하핫, 인도 3개월 중 당당히 최악을 기록한 100Rs짜리 방(이라기보단 침대랑 모기장이 있는 창고)에 수감되었다. 빈대가 아니라 뱀이라도 기어 나올 것만 같은 우중충한 방 분위기지만 보기와는 달리 하루종밀 햇볕에 말린 듯한 뽀송뽀송한 매트리스. 이 정도면 견딜만하지.

다음 날 아침. 내가 묵었던 숙소의 식당. 식당 홀을 야간에 도미토리로 활용하는 발랄함. !!

싼 맛에 며칠 있어볼까... 도 생각했지만, 아오, 싫다. 함피에선 좀 쉬자.

수학 여행단?
렌트한 자전거를 타고 강 북으로.
함피 어디에서나 보이는 비루팍샤 사원.
함피 바자르를 한바퀴 돌아 마탕가 힐.
통짜 바위를 깎아 만들었던 엘로랑의 석굴사원과 비교해 훨씬 세련된 구조체.
하나 하나 손으로 깎아냈을 것같은 저 돌 바닥.

보트 선착장, 빨래터, 가트.

논 바닥 위에 서있는 야자수. 생경한 풍경

 함피는 스쿠터 필수, 함피 바자르 부근만 천천히 돌아다녀도 괜찮긴 한데  하누만 사원이랑 몇몇 사원을 둘러보려면 꼭 필요하기도 하거니와 굳이 유적지를 돌아볼 목적이 아니더라도 이 파괴된 도시 외곽을 바이크로 달리는 느낌은 뭐라 표현하기 힘들다.

하누만 사원, 손오공 생가?

끊겨버린 도로. 아, 구글 맵도 어쩔 수 없는 인도,

수백 년 전에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에 끊긴 철근콘크리트 교량이 썩 잘 어울린다.

빗딸라 사원. 돌을 깎아 만든 저 전차가 굴러갈 수 있는 구조라니!!

여왕의 목욕탕 터

 

마하나바미 디바
벽체가 지붕을 이고있는 방식이 썩 특이하다. 언뜻, 지붕을 따로 제작해서 거치한 것같기도 하고.....@.@;;

의외로 멋졌던 무논 위의 일몰.

역시 함피는 서두르지 않고 멍 때리기에 좋은 곳. 대낮부터 식당에 퍼질러 앉아 탱자 탱자~ 여기 참 편하다.

 함피 바자르 뒷동산,  해 질 녘. 몇몇 악기와 스켓이 어울린 즉흥연주를 배경으로 해가 진다.

 

 와, 여기 인도구나~  그래, 인도. 처음으로 '인도'를 느꼈다.
 젬배와 기타와 알펜호른의 어우러짐 속에서 흐느적~  낮은 목소리로 스캣을 흥얼거리며 해넘이를 기다리는 사람들. 자유로움과 여유가 느껴지는 풍경. 인도 들어온 지가 한 달 하고도 이틀이 지났는데 이런 인도틱한 광경은 처음이다.???  인도틱???  뭐냐, 이 근본 없는 표현은. 대충 그런,.... '인도'라는 말속에 담겨있는 느낌적인 느낌(?) 어쩌면 환상. 근데 정작 여기 이 자리에 인도 현지인은 없다. 죄다 외국인 여행자들이다. 이거 웃기다. 나의 '인도 틱'이라는 환상은 도대체 어쩌다가 만들어진 거지?  어쩌면 내 환상은 인도 자체가 아니라 인도를 거쳐간 사람들이 만들어낸 부산물 같은 거였을까? 제품의 품질보다는 평판이 주는 기대와 만족도.........?? ;;;
 이보쇼 의사양반, 내, 내가 인도 된장이라니!!

어제 일몰을 봤던 그 언덕에서 다시 일출.

바위에 엉덩이 깔고 앉아 일출을 기다리고 있자니 한 커플이 일출을 보러 올라왔다. 아무래도 해돋이라는 게 조금이라도 높은 곳에서 보는 게 좋을 테니 올라올 수 있을 만큼 오르려 하는데 여기가 그리 높진 않아도 아침 덜 깬 몸으로 오르기엔 위험할 수도 있는 가파른 바위라 여자는 바위 타기를 포기하고 아래에 남아 자리를 잡았고 남자는 바위까지 올라와서 해를 기다린다. 흠~ 이거 재밌다 싶어 내려가면서 말을 건넸다. 이스라엘 커플이란다.... 아하, 역시 그렇군. 국적만으로 수긍이 되면서 내가 말을 건넨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에선 커플이 올라왔다가 여자를 아래에 남겨두고 남자만 위에서 일출 보게 되면 빅, 빅, 빅트러블이 발생한다."  뭔 소린 지 못 알아듣겠다는 커플들에게 다시 설명. '어떻게 나를 여기에 남겨두고 너 혼자 위에 올라갈 수 있어?' "왓 이즈 임폴턴트? 선라이징? or 미? 여기까지 오면 헬게이트가 오픈되는 거다."  그제야 알아듣고 신기해하며 박장대소를 한다. (아시겠지만 어설픈 영어로 겨우겨우 설명해서 뜻이 전달되면 외쿡애들 리액션 정말 크게 해 준다). 아, 영어로 개그 하며 한국의 된장 문화를 전했다.....ㅋ

 비루팍샤 사원 정문 저 큰 문지방을 밟지 않고 넘는다. 어떤 사람은 손을 이마에 대었다가 문지방을 살짝 터치.  이건 자신의 머리를 신의 발치에 두는 것 같은 퍼포?

 뱅갈룰루 in으로 출발. 버스 대절해서 속성으로 인도를 돌고 있는 한국 단체 관광객을 만났다. 이런 경우 슬쩍 묻어서 소소한 입장료 패스하고 들어가는 재미. 양심의 가책? 전혀 없다. 내 지금까지 뜯긴 돈이 얼만데 이런 거쯤이야. 단체 관광객 중 인도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 나눴던 큰 형님 뻘 쯤되는 분들이 나이보다 어리게 봐주셔서 그런지 3개월짜리 여행 중 이제 한 달 째라는 말에 '젊은이 참 장하네' 정도의 덕담을 해주신다.  근데 그리 젊은 건 아니지 말입니다......ㅋ

 버스에서 모자를 두고 내려서 함피에서 급하게 하나 샀는데 이거 영 맘에 안 드네.  일본 군모 같기도 하고.........-.-;;;;

마지막 날 아침. 버스 시간까지 뒷동네 산책.

터미널이 보이는 뒷동산에서 멍 때리며 원숭이 구경이나 하고 앉아있는데 동네 꼬맹이들이 귀찮게 한다.

 여기쯤이었을 게다. 함피 바자르 동네가 한눈에 보이는 앞 언덕. 딱히 할 일도 없던 오전, 어슬렁거리며 언덕에 올라 함피라는 동네를 정리하고 또 다음 여행지에서의 큰 계획을 점검하는 느긋하고 편안한 시간을 초딩정도의 3인조가 깨고 다가왔다. 엽서 몇 묶음을 흔들면서 사 달라는 걸 No, thanks로 지나쳤더니 따라붙으며 어디서 왔는 지를 집요하게 캐묻는 거라 - 이때부터 좀 이상했다. 대충 보고 손님 안될 것 같으면 다른 여행객 찾아갈 것이지 굳이 친한 척 들러붙어 국적을 알려는 게 좀 수상했다. 얘들 뭐지? 싶으면서도 대답해 주면 떨어지려나 싶어 무심결에 꼬레아라고 했더니, 허~ 이 자식이 무슨 약점이나 잡은 듯이 꼬레아~ 꼬레아~ 거리며 계속 들러붙는다. 실실 웃으며 따라오는 모양새가 엽서 팔기는 포기한 것 같은데 의미 없는 농은 아니고 뭔가 뜻이 있는 것 같아 가만 보고 있자니 손으로 블로우 잡 시늉을 하며 입으로는? 00Rs라고 가격을 부르네? 아오 샹, 순간 한 대 쳐버릴 만큼 열받았지만 떠나는 날 아침에 문제 만들고 싶지 않아 그냥 무시하고 도망치듯 버스 정류장으로 내려갔다. 등 뒤에서 들리는 그 녀석의 '꼬레아'가 초월 번역되어 구질구질한 성희롱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인도 여행을 통틀어 가장 나쁜 기억이다. 거짓말에 속아 눈탱이를 맞았어도, 부주의로 지갑을 잃어버렸어도 이렇게 기분 나쁘지는 않았었는데 저 조그만 녀석들의 역겨운 짓거리에 속에선 열불이 나는데 팔다리에선 힘이 좌악 빠진다. 불쌍하게 생각해 돈을 줬어야 하나? 아님 멱살 잡고 그런 짓 하지 마라고 조금 있다 떠날 관광객의 가볍기 그지없는 충고를 했어야 하나? 인도라는 지옥은 예기치 않은 곳에서 단면을 노출시키며 사람을 놀라게 한다.

 출발 시간이 좀 넉넉하게 남았지만 확 잡쳐버린 기분으로 뭘 더 하고 싶지가 않아서 버스에 올라 가이드북 뒤적이고 있는데 아까 그 녀석이 또 따라와서는 버스 창 밖에서 이젠 욕같이 느껴지는 꼬레아~로 내 신경을 긁는다. 아까 피하듯 내려왔더니 만만하게 보고 예까지 따라와 희롱하는 걸 테지. 그래, 어차피 저 아이에게 관광객이란 게 돈 아니면 놀림 감일테니까. 이거 씨바다, 목소리 높여 한국 욕을 한껏 퍼부었더니 그제야 기가 죽어 흥미를 잃었다는 표정으로 뒷걸음치며 멀어진다. 저 똘망 똘망한 눈망울을 가진 예쁜 악마 새끼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호스펫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생각을 정리해 보니 그 꼬맹이들도 어떤 앵벌이 조직 같은 것에 속해있다고 보는 게 맞겠네. 걔들이 처음에 나에게 팔려고 했던 엽서. 그 엽서를 애들 개개인이 자비로 도매가격에 구입해서 관광객에게 소매 가로 판매할 리가 없잖아. 그러기보단 모종의 조직에서 애들에게 엽서 나눠주고 판매금액 수금할 거라고 보는 게 더 합리적인 생각일 게다. 뭄바이에서 천사 같은 눈망울로 볼펜 팔던 애들 뒤에서 지켜보던 관리직(?) 이 있었던 것처럼 말이지. 순진하게 팥쥐보단 콩쥐가 당연히 착하고 예쁠거라고 믿는 내 관념으로 인도의 이 천사같은 아이들을 보이는 대로 믿다간 큰 일 당할 수 있겠다는 - 어른만 경계할 일이 아니란 생각을 하게 된 씁쓸한 경험. 이후 인도에서 만난 애기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게 되는 경계 알레르기가 +1 UP. 

 그 녀석들의 진짜 목적은 뭐였을까?

 엽서 판매?

 엽서 판매를 목적으로 접근해서 소매치기? 

 유사 성행위의 화대?

 한 대 맞고 깽값 뜯어내기?.......... 모르겠다. 그냥 상대하지 않고 내려간 게 그나마 나은 선택이었겠지.

함피 빠져나가는 길.  건널목에선 버스기사가 시동을 끄고 기다린다. 아주 긴 기차가 5~6개 연달아 지나가면 10분은 후딱.

이제 벵갈룰루로 가자. 잘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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