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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India_2012-3

바쁜 도시, 방갈로르.

by babelfish 2014. 2. 26.

Bangalore

 호스펫에서는 20:45발, 방갈 06:30 쯤(?) 착. 대도시 새벽의 역사는 출근길과 맞물려 북적북적. 가족과 함께 움직이는 아빠는 딸을 주변 남자로부터 지키느라 분주하다. 사람이 많으면 치한도 많은 지라... 아, 여긴 상당수의 남자가 잠재적 성 범죄자이긴 하지. (-.-;;;

 내국인을 돌려보내고 외국인만 받는 외국인 전용 1번 창구. 거의 모든 역에 외국인 전용 창구가 있긴 하지만 그게 지켜지는 곳은 거의 없다시피하다. 그런데 남쪽은 바가지도 좀 적다더니 질서 개념이 좀 있나?   매표소 한켠에선 경찰이 새치기하는 얌체들을 곤봉으로 줄 세운다. 와.... 다 큰 성인들이 몽둥이로 맞아야 줄을 선다니.....ㅎㅎ, 좋아 아주 그냥 ~ 

일단 숙소부터 정하고~

좋아라 하는 대도시 어슬렁 거리기.

 

티푸 술탄의 여름 궁전..... 이건 바깥에서만 보고, 패스.

 방갈로르는 확실히 신흥 산업 도시다. 거리를 걷다 보면 그 도시의 공기가 느껴지기 마련인데 여기는 빠릿빠릿하고 활기차다.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도시가 짊어진 스트레스는 덤, 델리-뭄바이와는 다른 느낌. 하다 못해 거리에 쌓인 쓰레기 더미에서도 빠르게 생산/소비되는 도시의 모습이 느껴진다. 도시 곳곳에 파해쳐진 공사판, 이런 플렌트 시설이 방갈로르의 현재 모습.

바다나 소우다 앞도 공사중......-.-;;;
골목에서 만나는 남부 인도 동네의 모습.

  방갈로르에선 '환타'님을 만났다.

여기 더 콜랙숀에서. 헐~  신흥 도시답게 이런 뽀대 나는 쇼핑센터도 있다.

이런 세이프 드링킹 워터가 무료 서비스 되는 곳이야 말로 진정 럭셔리 식당....@.@;;

크흙, 인도에서 이런 사치라니!!

정자동 같은 느낌?

후식으론 167루피짜리 에스프레소 (엔간한 밥 값보다 비싸.....ㄷㄷㄷ)

 저녁 한 끼와 후식으로 얼추 천 루피. 간만에 돈 질했다. 역시, 힐링은 돈으로 하는 게 최고여.

 방갈로르 관광청에서 운영하는 투어 프로그램 시내/ 벨루르~하레비두/마이솔 이렇게 세 가지가 있는데 내가 고른 건 벨루루,할레비두,스라바나벨랄골라 투어. 06:30이 출발 시각이라 아침에 썩 서둘러야 한다. 숙소에서 잡아 탄 릭샤가 길을 못 찾고 헤매길래 따져 물었는데 말을 섞다 보니 세상에, 음주다....-.-;;; 이 양반들 영어 발음으론 혀가 꼬인 걸 알아듣는 건 힘들고 냄새로 알아챘다. 돌려보내고 택시로 시간 안에 도착했지만 역시나 출발 시각은 지켜지지 않..... 젠장.

이런 길을 가마 타고 오르는 멘탈은 대단하다. 저게 생계인 사람들도 있으니 뭐라 하기도 그렇지만...... 저건 쫌 그래.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고 후불로 요금을 걷어가시는 큐레이터 아저씨.

[[LEAD ME, FOLLOW ME. or GET OUT OF MY WAY ]]  패기 쩌는데 ?

 방갈로르에선 바이크 끌고 간디 로드 - REX에서 최신 영화 한 판 때려 주셔야 좀 나가는 형 소리 듣나 보다. 사진에 보이는 게 극장 주차장의 전부. 지하 주차장 같은 부대시설은 없다. 영화는 그저 그랬다. 영화보다는 관람객 구경이 훨씬 재미진 인도의 극장구경. 

 영화 보면서 든 생각, 얘들 중학생이구나! 일단 객석 분위기는 딱 나 중딩 때 단체 관람(요즘도 그런 거 하나?) 분위기와 아주 흡사하다. 문화가 다르니 관객 수준이니 뭐니 하는 말을 할 건 아니고, '내가 인도까지 와서. 중딩들 단체 관람하는 날 가운데 끼어서 영화를 다 보는 구나' 하며 킥킥 거리다가 문득, 다른 면에서도 얘들 중딩 같다? 라는 생각을 해버렸다. 그래, 중딩 ~!!

 생각해 보면 그렇다. 질서, 타인에 대한 배려 같은 공공 의식. 예매 창구에서 줄 설 때 - 뒤통수 때려가며 줄 세우고 싶은 사람들. 길거리 아무 데나 쓰레기 버리는 것으로 합의를 본 사회의식. 제도가 시키는 대로, 태어난 신분 대로,  저항 없이 순응하며 사는 사람들. 초롱 초롱한 눈망울로 뻔히 보이는 가격을 속이는 상인들. 성범죄도 우리나의 음흉한 성추행과는 좀 다른 느낌 - 죄의식 없이 그냥 문구점에서 볼펜 하나 주머니에 넣는 식으로 터치. (얼마나 자제력이 없으면 옆에 애인이 쉴드를 치고 있는데도 성추행을 하려고 손을 뻗는다. -.-;;;) 의식은 자제력/사회적 의무감 없는 중학생 레벨에 머물러 있는데 나이는 들어서 결혼해서 아이 낳고 가장 노릇하고 직장 다니고 술 마시고 투표까지 하는 사회의 일원이 된다. 아직 중딩인데.....;; 그래서 이런 꼬라지다. 이런 상상을 하고 보니 어라, 골치 아픈 분석보다 이게 더 그럴싸하잖아?

야, 솔직히 말해! 늬들 중딩이지 ?

의무감//
 우리 의식 바닥에 깔려있는 그 많은 지긋지긋한 의무감들을 놓고 생각하자면 이 사람들은 중딩 수준의 자유로움인 듯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자유로운 영혼들이 카스트라는 제도를 짊어지고 사는 이유는 뭐지?   의무감 총량 보존의 법칙 정도라도 되려나..........? 어쩌면 카스트는 족쇄이자 스스로 택한 방종에 대한 면죄부.

'또 하나의 지옥' 설이 슬금슬금....?

영화 기다리면서 커피 한 잔.  극장 외부의 프랜차이즈 카페 풍경은 우리네와 다른지 않은데

극장 풍경은 우리나라 20년 전 모습. (아, 우리나라도 지방엔 이런 모습 아직 있지)

환타님이랑 갔던 컬렉션 야경을 담아보고 싶었는데 평지에선 뷰 포인트 찾기가 힘들어 포기.

 관광청 투어도 다녔고 영화도 봤고 환타님이랑 비싼 밥도 맛나게 먹었는데 정작 방갈로르 도시는 많이 못 봤나? 아니 그런 것도 아닌데 딱히 잡히는 도시의 느낌이 없다. 뭄바이와 암다바드를 섞어서 빠르게 돌리면 이런 느낌일까?

 이쯤 해서  인도에 대한 단상, 아니 환상. 

 인도라는, 인도 여행이라는 생각을 했을 때 내가 기대했던 것은 '느림'

 느리게 걷고, 서두르지 않고, 나와 다른 세상에 조바심 내지 않고 천천히, 조금 너그러운 마음으로 상대 - 다른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형이상학적 때깔 나는 힐링을 기대했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러기 위해서는 걷다가 앉아 편히 쉴 수 있는 공간과 그늘, 오염되지 않는 공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인도에는 그런 거 참 드물다. 기본적으로 여행자들이 움직이는 도시 동선 중 어느 곳에라도 앉아 있으면 득달같이 거지가 와서 붙는다.  아이를 업은 여인네, 이름을 묻는 꼬마.... 근데, 그 모든 대화의 결론은 루피. 이젠 한국에서 대순진리회를 만났을 때처럼 그냥 투명인간 취급. '사람 사이로의 여행'이란 게 이런 의미였나.(응?

 사람이 사람에게 그런 취급을 하는 것은 얼마나 불편한가? 이게 내가 약속 장소로 급히 가는 길이라거나, 출근하는 길이라거나.... 따위가 아니라 여행하는 중인데 말이다. 더구나 앞서 말했던 기대를 가지고 들어온 인도인데 난 여기서 사람들을 피해 다니고 있다. 인도는 결코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짜증 나는 정글에 버려져 살아남기 위해 싸우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 수준에 맞춰진 나 자신의 실망스런모습 이랄까? 인도는 발가벗겨진 자신과 마주하는 곳이다.

 매일같이 하루를 마감하며 정산을 한다. 큰돈은 아니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 새는 예산들. 내가 모질지 못해서 혹은 사람을 쉽게 믿어서 인디아 프라이스에 몇 배를 치르고 먹고 자고 움직였다. 그게 내 탓이라고 생각을 해버리면 이게 좀 꼬인다. 왜?  왜, 사람이 모질지 않고 다른 사람을 믿는 게 '손해'와 '잘못'이 되어야 하는가 말이다. 왜 그런 걸로 살림살이를 걱정하며 자책을 해야 하는가?

여행씩이나 와서 말이다.

 한동안 이 스트레스를 이해하지 못했다. '왜 이렇게 짜증이 나지?????'

 쉴 틈이 없어서다.

 내가 돈을 지불하고 구매한 공간 - 숙소의 내 방, 음식점 테이블, 열차의 내 객석 같은 공간이 아닌 한 거의 모든 곳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구걸과 호객. 그리고 기본적인 무질서와 타인에 대한 배려 없음. 나 자신의 스케줄을 맞추고 소지품을 챙기고, 내가 보고 싶었던 것을 찾는 것에 써야 할 시간/집중력이 분산된다. 컨트럴을 잃은 느낌. 어떤 분은 그런 소소하게 자신을 구속하는 스케줄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인도라고 하셨지만 주체적인 자유로움과 떠밀려가는 것은 다르지않나? 컨트럴 할 수 없는 상태는 자유로움이 아니다. 한 달이 넘었는데 봐서 좋은 것은 사진으로 남겼고, 실망한 것들은 사진으로 표현이 힘들어 이렇게 글질이 죄다 짜증이구나. 내일부턴 그냥 사진도 짜증 나게 찍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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