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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9_Carrion → Terradillos de los Templarios (27km) 어예~ 까리온 구간! 악명 높았던 코스지만 지금은 코스 중간에 푸드 트럭도 운영하고 쉼터도 기억하고 있던 것보다는 많았다. 여전히 여름 대낮에 사전 정보/준비 없이 걷긴 위험한 구간이지만 이젠 그 악명을 '새벽에 별 보기 좋은 길'로 바꿔도 될 듯. 난 못 봤지만 무엇보다 경사 없는 평지잖아. 중력보다야 햇볕이 극복하기 수월하지. 2023. 8. 9.
08.08_Fromista → Carrion de los Condes (19.5km) 오늘은 까리온 까지, 가뿐하겠네. 아쉬운 마음에 출발하기 전 동네 성당 좀만 더 보고 가실게요. 지난 까미노에선 sub 트렉을 몇 번 못 봤는 데 있었는데 새벽이라 못 본 걸 수도 있고 올핸 유독 많이 보이더라. 순례길이 성당 이어가는 외길 아니었나? 왜 자꾸 두 개로 갈라졌다 합쳐졌다 하는 거야? 어떤 마을에선 중심부 관통하면서도 성당 들르지 않게 만들어놨더만. 트렉이 상술에 오염돼 있다는 의심을 떨칠 수가 없네. * 딜레마, 긴 거리를 걸어낸 끝에 이렇게 좋은 숙소에 도착해 회복하는 게 바람직한 루틴인데 그럴만한 좋은 무니시팔은 일찍 마감된다. 그러니 오늘처럼 짧게 끊어야 이런 괜찮은 숙소를 얻을 수 있거든. 새벽에 출발해서 일찍 마무리하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단 말야. 그냥 돈질로 쾌적함을 구입할까? 2023. 8. 8.
08.07_Hontanas → Fromista (35.5km) 오늘은 어제보다 힘을 조금 더 내야 할 거리다. 이 수도원 터 살아남은 건물 한켠에서 알베르게도 운영하고 구석에서 야영하는 분들도 있던데 여기 안전 점검 같은 거 주기적으로 하는 거야? 박스 구조가 깨진 석조 건물의 잔해잖아. 도로 위의 아치구조는 몰라도 뒤편의 남아있는 벽체는 많이 불안해 보였다. 새벽에 별은 좀 보겠네. 언덕에서 만난 할아버지께 여쭤봤다. Q : 해바라기가 왜 이렇게 줄었나요? (재배 면적이 줄어든 이유를 물어보려 했는데 '면적'이란 단어를 빠뜨림.) A : 허허, 해바라기는 작아지지 않았다네. 자네가 프로미스타를 향해 계속 간다면 커다란 해바라기를 볼 수 있을 걸세. (해바라기의 개체의 크기에 대해 알려주심) 구글 번역기를 거치다 보니 게임의 NPC랑 대화하는 것 같다야. 내심 우크.. 2023. 8. 7.
08.06_Burgos → Hontanas (32.5km) 어예~ 메세타 진입. 풍경 좋아. 햇볕 싫어. 일주일 만에 뚫어겠어! 이제 슬슬 하루 30km 정도는 밟아볼까 합니다. 따르따호스 초입의 이 식당엔 많은 순례자가 들른다. 부르고스에서 출발한 지 얼추 세 시간 만에 만나는 음식이거든. 작은 식당은 순례자들로 가득 찼고 주인장은 현지 주민과 순례자 줄을 따로 만들어 번갈아가며 주문받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현지 주민보다 늦게 들어온 순례자의 주문이 먼저 처리되기도 해서 불만 섞인 작은 언쟁이 벌어지기도 하던데 주인장은 주민들의 투덜거림에 굴하지 않고 본인의 방침을 고수하며 운영했다. 시간 아껴 써야 하는 순례자를 위한 배려인지 회전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인지 알 수는 없지만 덕분에 오래 기다리지 않고 아침 해결.  성모 성당에서 한국인 순례자 한 .. 2023. 8. 6.
08.05_ San Juan de Ortega → Burgos (26.5km) 아침 최저 기온 7℃. 여기 해발 고도가 1,000m인 걸 감안하더라도 8월 초순인데 이 기온 맞아요? 추워서 출발이 늦어지고 있어. 사람들이 비도 안 오는데 우비 입고 길 나서잖아! 상의는 피레네 넘던 패딩 조끼와 바람막이로 어느 정도 버티는데 하체는 별도리 없다. 오늘은 냉장고 바지로 연명.....ㅋ  이 언덕을 메끼꼬 형제 세르지오랑  '저기 대성당 보여요?' 뭐 그런 이야기하면서 같이 내려왔다. 대부분의 남미 형들이 그렇듯이 유쾌한 분이어서 덕분에 남은 길 심심치 않게 내려왔는데, 가만 생각하니 이게 좀 이상한 거라. '멕시코 형이 왜 스페인에 종교 순례를 오지??' 식민지 지배 껀으로 생각할 때 남미랑 우리의 큰 차이 중 하나는 '기간'이다. 걔들 제국주의에 시달렸던 근 300년 동안 말과 글 .. 2023. 8. 5.
08.04_ Redecilla → San Juan de Ortega (37.0km) * 벨로라도에선 슈퍼마켓들 세 개쯤 본 것 같은데 하나같이 순례자가 이용하기 딱 좋은 구성이었다. 큰 도시 대형 마트만큼은 아니어도 규모 대비 훌륭한 물품들, 이 정도면 국밥 끓을 동안 내일 먹을 도시락 싸고 디저트 준비까지 가능하지. 아니 잠깐, 그럼 내가 서울에서 장 봐서 저녁 해 먹고 도시락 싸는 걸 귀찮아하는 이윤 뭐여? * 여기서 소개 할 2023 여름 시즌 최악의 숙소 - '산 후안데 오르테가 무니시팔' 산 후안 데 오르테가의 무니시팔은 수도원이 아니라 옆에 붙은 Bar에서 운영한다. 코로나 시절의 불경기를 거치면서 그렇게 된 것 같은데 누가 관리 하든 잘만 돌아가면 문제없지. 그런데 불행히도 운영이 개판이다. Bar 카운터에 앉아 손님 받는 직원 태도는 그렇다 치자. 식당 알바한테 뭘 바라겠.. 2023. 8. 4.
08.03_Najera → Redecilla del Camino (32.0km) 지난 까미노에서 아주 만족스럽게 묵었던 아소프라를 해가 뜨기도 전에 지나친다. 여기 무니시팔이 좋다는 걸 알면서도 묵을 수 없는 이 여건은 분명 내가 원해서 잡은 타이밍이긴 한데 뭔가 애매하게 아쉽단 말야. 지난번과 다르게 구성하고 싶어 한 선택인데 지난번과 달라 서운한 이딴 애 같은 칭얼거림 이라니.    그라뇽의 기부제 알베르게는 순례자들에게 유명하다. 함께 모여 저녁 식사 준비하며 교류하고 새로운 친구를 만들 수 있는 곳. '순례'라는 컨텐츠에 가장 어울리는 숙소 형태일 거야. 이곳에서의 경험이 얼마나 멋졌는지 많은 후기에서 읽을 수 있었어. But, 사람들과의 만남이 좋은 곳이라면 그 사람들이 안 좋을 때의 리스크도 있는 거지. 내가 갔던 날은 점심시간에 열 명 정도의 이탈리아 친구들이 음식 준비.. 2023. 8. 3.
08.02_Logrono → Najera (31.0km) 아오, 발바닥이야. 역시 근육통보다 발바닥이 문제여. 다음 마을이 벤토사일 텐데 걷다 보니 ' 산 사뚜르니노 교구 성당'이 진행방향과 어긋난 곳에 있더라. 응?? 다른 경로로 왔구나. 어쩐지 아까부터 풍경이 낯설더라니. 그나저나 보급소 하나를 놓쳤네. 저기서 물을 보충해야 하는데, 뭐, 어떻게든 되겠지. 히말라야에서 이딴 식으로 안일하게 걷다간 큰 낭패보기 십상이지만 여긴 순례길이잖아. 조금 돌아가도 괜찮아. 그런데 짧은 구간이라도 예상했던 경로를 벗어났다가 돌아오는 일이 종종 생긴다. 노란 화살표가 오염된 것 같기도 하고....;; Aleson, 이전 마을부터 경로를 잡으면 나헤라 가는 길에 자연스럽게 들를 수도 있는 마을인데 대부분의 순례객이 잡는 까미노 경로에선 빠져있다. 나헤라가 코앞이니 들르더라.. 2023. 8. 2.
08.01_Bilbao → Logrono. 08:00 숙소 출발, 배낭 맡기고. 10:00 ~ 13:00 구겐하임. → ★ 나와서 배낭 찾을 시간 13:30. 15:00 - 밥 먹고 빌바오 터미널. 17:00 - 로그로뇨 동부 터미널. 17:30 - 숙소 입갤 ~ 20:30 휴식 후 야경....... 세상에 하루짜리 도시 털어먹을 계획을 다 세우네. * 새벽에 숙소 바깥으로 잠시 나갔다 들어오려는데 혀 풀린 메끼꼬 형들이 '여기 묵냐(나 들어갈 때 같이 들어가려고)?' 물어보길래 에스빠뇰 모른다고 슬며시 피했다. 직원도 없는 시간에 누군 줄 알고 들여보내? 출입문 잠그는 이유가 있것지. 구겐하임은 생각보다 많이 작았다. 그럴 것이 외관만 봐도 공간 무쟈게 비효율적으로 썼잖아. 두어 시간 돌아보기 적당한 크기, 전시물은 주제보다는 작가 중심. 간결.. 2023. 8. 1.
07.31_Los Arcos → Bilbao (28.5km) 새벽에 혼자 움직이다 보면 길을 잘못 드는 경우가 왕왕 있다. 어두운 탓에 화살표가 눈에 잘 띄지 않아서 갈림길에서 까닥 부주의하게 방향 잡으면 엄한 방향으로 빠지기도 하거든. 그러다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는 걸 깨닫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는데 한 5분만 지나도 꽤 많은 거리를 이동한 터라 후진하기 상당히 귀찮다..-.-;;;;  그래도 아주 틀린 방향도 아니고 살짝 다른 길, 눈앞에 도로 표지판도 있으니 얼마 되지도 않는 거리라 그냥 가기로 했는데,    05:30 출발, 13:20 성모 성당 착. 28.5km를 7시간에 끊었네. 여기까지는 아주 좋았지. 버스 시간까지 여유있었..... 는데 버스 회사 이름 'CuadraBus'를 구글 검색으로 찾아갔다가 어, 여기가 아닌게벼? 시간 다 .. 2023. 8. 1.
07.30 Estella → Los Arcos (22.0km) 돌이켜 정리하면서 보니까 초반에 정말 천천히 걸었네, 잘했어! 오늘은 카메라 집어넣고 폰으로만 사진 찍어보기로 했다. 뭐 하루 카메라 빼먹는다고 큰 차이 있겠나 싶기도 했고 지난 며칠 동안 찍으면서 액정으로 보니 꽤 괜찮아서 다음 여행엔 카메라는 두고 올 수도 있겠다 싶었거든. 아니야!! 모니터로 살펴보니 여전히 폰카는 메모용 이더라. 산솔까지 갈까 했는데 어차피 내일은 로그로뇨에서 멈추고 빌바오로 점프할 거라 오늘은 여기서 끊었다. 공립 알베가 관리 잘 되는 곳이라 좋기도 하고 한 발짝 더 간다고 내일 여유로울 것 같진 않아. * 산타 마리아 대성당, 외관은 몬하르딘 업글 버전 정도였는데 내부가 놀라웠다. 예배 끝날 때쯤 슬쩍 들어가 봤다가 깜짝 놀랐어. 우아~ 이 작은 마을 성당의 바로크 장식이 이렇.. 2023. 7. 30.
07.29_Puente la Reina → Estella (23.0km) 호세네 앞을 지나가다 사장님과 눈이 마주쳤다. "아 맞다, 로르까 맛집!!" 스페인에서 먹어본 또르띠아 중 탑클. 난 여지껏 이 음식이 바쁜 서민들이 간단하게 한 끼 때우는 용도의 패스트푸드라 생각하고 있었거든. 내가 편하게 만들어 먹는 Bocadillos랑 같은 포지션. 그러니 당연히 훨씬 저렴하고 간편한 샌드위치를 주로 먹었었지. 그런데 잘 만든 또르띠아를 먹어보니 어머, 이거 요리예요. 우리나라 식당에서 김치 맛으로 식당 전체의 음식 수준을 가늠하는 것처럼 여기에선 또르띠아가 그런 기준이 된다네? 식당에 이 메뉴가 없으면 '여기 밥집 아닌가...??'라고 여길 정도. 납품받아 데워 내는 제품이 아니라 직접 만드는 식당의 좀 못생긴 또르띠아를 찾아 먹어볼 것. 2023. 7.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