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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India_2012-3

고아로 점프 !!

by babelfish 2014. 2. 2.

계획 파탄, 주먹구구의 대가. 꼬여버린 동선과 시간. 길바닥에 뿌린 예산. 라자흐스탄을 8자로 휘젓고 남남동으로 진로를 돌려랏!!

 조드뿌르 두 번, 암다바드 세 번, 뭄바이 두 번.  같은 도시를 두 번 이상 가는 것도 재밋다. 물론 한 번만 여행객답게 둘러보는 거고 나머지는 교통 망 때문에 급하게 찍고 갈 뿐이지만 내 언제 뭄바이를 두 번 와보겠어? 20일 전에 한 번 왔었다고 이게 다 반갑네. ㅎㅎ

 그건 그렇고 하루 반나절만에 조드뿌르에서 고아까지라니 이거 만만한 길이 아니다. 한 번은 갈아타야 하는데 이거 연착이라도 되면 망할 수도?  불안한 마음에 역무원에게 티켓을 보여주면서 혹시 이거 연착될 수도 있냐고 물어봤더니 그 기차는 연착 안될 거란다. 이게 인도 특유의 노쁘라블럼인 지 아니면  배차 우선순위가 있는 건지는 몰라도  열차를 타고나서야  아, 이건 연착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암다바드 -> 뭄바이행 CC급 열차, 우리나라 무궁화호 정도의 환경이다.
어라? 3A랑 가격은 엇비슷한데 훨 좋잖아. 썩 빠르고 쾌적하다.

1시간 만에 센트럴에서 VT로 이동. 연착되지 않은 것만으로 감사. 남는 시간엔 역사를 둘러보는 것으로 뭄바이와는 작별.

 1월 중순의 뭄바이 CST 역, 막바지이긴 하지만 아직은 휴양지 성수기라 뭄바이에서 고아로 가는 기차는 여전히 초 만원이다. 승강장에서 만난 두 명의 한국 여행객 중 한 명은 대기하다가 SL을 끊었고, 다른 한 명은 좌석 없는 2등 칸. 물론 예산이 부족해 저렴한 표를 구한 게 아니라 정말 표구하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내가 3A 티켓을 가지고 있다니 깜짝 놀라며 도대체 언제 예약해야 그런 좌석을 얻을 수 있냐고 묻는다. 그게 12월 31일 - 뭄바이에서 계획 파탄내고 아우랑가바드로 가면서 끊어놓은 표가 이리 요긴할 줄이야. 인생 그런 거지 뭘~ (-.-;

 

Goa

 티빔에 도착해선 빠나지까지 택시 쉐어.  고아가 작기는 해도 원 포인트는 아니다. 기다란 해변에 뷔페처럼 골라먹을 해변이 늘어선 모양새인데.......... 어디로 가지?  뭐, 가까운 데부터 가지, 안주나!!

 길에서 만나 불어난 일행은 5명이 되어 안주나 해변으로 진입. 아무것도 모르는 티를 최대한 숨기고 간판 그럴싸한 집으로 들어가 맥주랑 간단한 먹을거리 주문하고 앉아선 '음~ 이게 고아군.'  첫인상에 견적 뽑는 거 참 좋아한다. 공돌이 출신의 한계인 지, 지금껏 살면서 안목으로 인한 경험에 근거한 자신감인 지, 그것도 아니면 뭐라도 빨리 확실히 해두지 않으면 불안한 조급증인 지. 여튼 뭘 처음 보고 나면 최 단시간 내에 견적을 내려한다.  여태 그 습관 때문에 실수한 경험도 꽤 있어서 가급적 그 타이밍을 뒤로 미루려 노력은 하는데 어느 순간 입력이 멈추면 나도 모르게 정산을 하고 있다. '아~, 여긴 이런 곳이군' 뜯어내고 싶은 습관이야.

 근데, 휴양지 솔직히 깊게 볼 건 없잖아. 해변이 아릅답긴 한데 발리에서 서핑하면서 놀았던 경험이 있는지라....... 이게 다야? 연인이랑, 혹은 친구들이랑 왁자지껄 파티 즐기긴 좋겠는데, 나 같은 독불장군에겐 암다바드 던전보다 더 힘들다.

안주나 일몰,  일몰이 다 이렇지 뭐. 이젠 이것도 지겹네.

 동네 분위기가 그래서인가? 숙소도 참 예뻤다.

숙소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어서 바깥에서 조달한 음식 반입하기 조심스러웠는데 직원에게 물어보니 뭘 그런 걸 물어보냐는 눈치다. 하긴, 주인장도 아니고 직원들이 그런 거 신경 쓰겠어? 테이블에 깔아놓고 놀아도 노쁘라블럼.

 일행들과는 함피에서 만나기로 하고 다시 빠나지로,.... 아~ 뭔가 죄수 호송버스 같은 느낌?

 빠나지 시장, 아무거나 하나 집어 들고 우걱우걱 씹으며 걸어가면 참 좋겠다 싶은데 상인과의 실랑이가 귀찮아 구경만. 아, 이런 움츠림이 여행을 갉아먹는구나 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건 귀국하고도 한 참 뒤의 일이다. 그런 객기를 부리기엔 난 너무 곱게 자랐나.... 어머?

 터미널 옆 택시 승강장, 노란 릭샤들이 귀엽다. 릭샤 왈라들은 안 귀엽다..............ㅋ

 인도 최대의 휴양지라는 타이틀이 나랑은 별 상관없다는 걸 알고부터 이 동네를 어떻게 빠져나갈까를 생각하면서 들른 빠나지 예매창구. 어, 근데 여기 뭔가 시스템이 있다. 창구 앞에 무질서하게 줄을 서서 자신의 예매 폼을 들이미는 게 아니라 어떤 룰을 모두가 지키고 있다. 뭐지........? 아, 저기 저기, 가운데 번호표 알림판!!!

 세상에, 인도에서 번호표 시스템이라니, 오, 마이 갓. 근 한 달 동안 인도라는 나라를  여행하면서 만들어진 내 선입견이 깨지는 순간이에요. 이런 그지 같은 시민의식에도 번호표가 존재할 수 있군요. 아하, 시스템의 힘은 정말 대단해요.

근데, 이거 유료다 ?

 번호표를 돈 주고 사는 거여..............ㅋㅋ

 저 번호표로 창구에서 내가 원하는 티켓을 구하지 못해도 환불은 없어. 아차, 여긴 인도잖아. 티켓 팔아서 돈 버는 게 누군데, 창구에 문의하는 시스템에까지 과금을 하다니, 돈 없으면 줄도 서지 말란 말이냐? 수혜자 부담 원칙 같은 거 없어? 이 눔의 나라 정말 귀엽다.....ㅋ

 라자흐스탄 헤매고 다닐 때부터 어깨 끈이 수상하던 배낭이 결국 예까지 와서 탈이 났다. 이걸 어디서 고치나, 우리나라에서도 배낭 전문 수선집은 흔한 게 아니라서 세탁소 가져가면 바늘 고장 난 다고 퇴짜 맞았었는데.... 하며 헤매다 눈에 띈 게 구두 수선하는 아즈씨. 투박한 손길로 볼품은 없지만 정말 튼튼하게 꼬메 주시고 10Rs 달라 신다. (허걱~ 이지만 이게 솔직한 이 동네 인건비 수준이 아닐까?) 감사하다고 20 Rs 드리고 돌아서는 뒤통수가 근질근질하다. 하부 노동자는 바닥을 박박 기는데 사기꾼 놈들은 바가지로 얼마나 해 먹나.... 는 생각.

 포르투갈이 지배했던 고아의 중심지 빠나지는 유럽의 색채가 강하게 남아있다. 디우-세인트폴 성당 생각도 나고..... 확실히 여느 인도의 도시와는 다른 풍경.

 골목에서 마주친 아마추어 영화 촬영 현장. 연출 아즈씨한테 출연 제의까지 받았네......ㅋ

 휴양지답게 간만에 럭셔리한 숙소를 고른 패기!! 저 너른 침대를 혼자 쓰는 기분은 쵝오, 예아~!!

베나울림의 해변 야경

 식당에 앉아 낮 술로 멍 때리는데 한국 거지 세 명이 들이닥쳤다. 위쪽에서 내려오는 길이라면서 바라나시의 온수 사정과 극악한 열차 연착에 대해 울분을 토하며 상황 설명. 그리고 정말 순식간에 모든 걸 먹어치워 버리곤 숙소를 찾아 사라졌다. 아... 나도 바라나시에 가면 저런 거지가 되는 걸까..........???

 이 넓고 깨끗한 시설이 학교란다. 빠나지가 예쁜 동네이긴 한데 이런 공간과 시설을 교육기관에 투자할 정도인가?  부유한 가정의 애들이 다니는 학교인가? 가만 보니 골목에 꽤 학교가 보인다. 여기 교육 중심 도시인 거야? 워낙 빈부 차가 큰 동네라 이해 안 가는 게 많으다.

한나절을 다 소비하고서 둘러봤던 빨로렘

 빨로렘에서 돌아와 마지막 밤길을 어슬렁 거리다가 한국인 여자 분 둘을 만났다. 베나울림 사거리에서 이야기하다가 간만에 한국인들과의 수다가 재밌길래 "어디 앉아서 이야기하죠", 콜~ 길가에 늘어선 식당으로 들어가 킹피셔 마시면서 한참 떠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인도의 미디어가 국민을 세뇌시키네 어쩌네... 그러던 와중에 툭 던진 '보고 또 보고'(오백 년 전에 방영된 일일 연속극)을 알고 있어.......?

이 언냐들 누님들이시다!!  극구 부인하시는데. 흫!

 암튼, 비슷한 연배를 만나서 정말 반가웠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누나들이 더 반가워했다. 동년배 만나기 참 힘들었는데 이런 늙은(?) 여행자 참 오랜만에 만났다고......-.-;;;;

 나야 남/녀 가릴 것 없이 동생들이랑 잘 떠들고 노는 편인데 여자분들이 느끼는 세대차는 나보다 좀 더 큰가?  우연히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밤늦게까지 술잔 기울이는 유쾌했던 시간. 오랜 친구 만난 것처럼 정치, 문화 이야기로 편하게 떠들었다. 결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는 건 즐거운 일. 다음 날 호스펫으로 갈 예정만 아니었어도 누나들이랑 좀 더 놀았을 텐데, 아니 예정 따위는 무시하고 놀았어도 좋았을 텐데. 아쉽지만 빠이, 짜이찌엔~

빠나지 발 후블리 행 버스 시각표.
좀 쌩뚱맞긴 한데, '본 슈프리머시'에서 나온 빠나지 터미널. ㅋㅋ

 빠나지에서 호스펫으로 가는 투어리스트 버스는 1,000Rs를 넘나드는(성수기 거품이 아직 안 빠졌다 이거지) 뜨악한 가격인 데다 아침 일찍 하루 한 번뿐이어서 그냥 버리고 로컬을 결정해다. 티켓 창구에선 호스펫으로 가는 다른 방법은 없다며 투어리스트 버스를 타라고 했지만 지도를 봐, 도로망 생긴 게 저런 데 설마 후블리 거쳐가는 교통편이 없겠어? 말도 안 되지. 일단 후블리까지만 가 보기로 하고 빠나지를 빠져나왔다.

 역시나 후블리에 도착하니 호스펫으로 가는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쿨타임 없이 바로 환승.  얼추 12 시간 정도 걸린 로컬버스 이동. 직통 교통편이 없더라도 시간만 넉넉하면 로컬로 이동하는 방법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 우리나라에서도 남원에서 서울 올라갈 때 직통 편 시간이 어중간하면 '일단 전주까지 나가보자, 전주에선 버스 자주 있겠지' 뭐 그 정도 주변머리만 있어도 옵션은 다양해진다.

 역시나 낮 시간을 소비하는 로컬 버스는 힘들지만 디우에서 나올 때보단 적응도 되고 탈만했다. 비록 칠칠치 못하게 모자를 잃어버리긴 했지만....-.-;;; 역시 투어리스트용 보다는 로컬이 제맛이지.

현지화 된 로컬버스의 위엄, 우아~~~ 저 판스프링 업쇼바의 위력은.......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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