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India_2012-3

디우, 인도같지 않은 휴양지.

by babelfish 2014. 1. 28.

암다바드에서 디우로 꺾었다. 들고 나는데 온전히 10시간 이상이 걸리는 곳이라 출혈이 있긴 하지만 복잡한 거리와 더러운 공기를 피해 쉴 곳이 필요했다. 휴양이라기보단 피난길이다.

  그러고 보니 버스 이동은 처음이구나. 기차 선호하긴 하지만 모든 도시에 철도망이 있는 건 아니니 어쩔 수 없지. 사설 버스인 지라 터미널이 아닌 길가에서 타야 하는데 오밤중에 내가 원하는 버스 정확하게 찾는 게 만만찮다.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정보(도로 상황, 온갖 잡 소리, 색, 문자, 숫자, 사람-이놈 저놈.....)중에서 지금 내게 필요한 것들을 간추리는 능력 -> 나 이런 거 꽤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햐~ 이거 좀 당황하고 나니 손발이 꼬인다.

 야간 버스도 장거리인 지라 승객의 편의를 위해서..... 라기보다는 운전자와 차량의 휴식을 위한 2~3시간마다의 휴게소.

새벽 버스에서 보는 풍경도 괜찮다야.
아침을 준비하는 아낙들. 오아시스 같은 동네 우물가.

  야간 슬리퍼 버스의 2층 침대 칸. 도로 상태를 그대로 등짝으로 전달해 주는 쇼바와 돌아눕기에도 비좁은 자리. 이런 관짝 같은 공간에서 덜컹거리며 차갑고 마른 공기에 밤 새 시달렸다.

Diu

 디우 버스 터미널.  생김새에 비해선 창구도 휑하고 버스가 별로 없다. 실질적인 매표소는 길 건너 상가 건물에서 영업 중. 인도에서 본 대부분의 기반 시설들은 저렇게 투자 대비 활용도가 떨어진다. 수요/공급을 잘못 계산한 것 같기도 하고 다른 사정-SOC 예산을 빼먹어야한다든가-이 있는 것같기도 하고.

터미널에서 섬 내 숙박촌까지 걸어가는 길. 아침 볕에 시원한 공기가 좋다.

 야간 버스로 지쳤는데 아침부터 배낭 메고 걸어가니 좀 힘이 들어 뭐 먹을만한 거 언제 나오나.... 하며 둘러보는데 코코넛 리어카가 똻 ! 예아~ 가격도 안 물어보고 하나 받아 마시니 와~ 이거 해장된다. 괜찮다, 이 아이템. 아침 출근길 역삼역 1번 출구 앞에서 코코넛 장사하면 대박 나겠는데? 손익 계산까진 잘 모르겠고 대따 많이 팔릴 거라는 건 내 장담하지. 이딴 생각하며 포퐁 흡입하고 계산하려고(얼만 지 안 물어봤으니까) 10루피짜리 세장을 펼쳐서 줬더니 이 아저씨가 한 장만 뽑아간다(.@.@;; 응 ?   나 이거 뭄바이에서 25루피 주지 않았었나? 뭄바이 가격이 크게 눈탱이는 아닐 게다. 운송비, 도심 내 부산물 처리비 등등 계산하면...... 젠장, 계산해도 뭄바이가 비싼 건 맞는데 크게 황당하거나 그럴 사이즈는 아니다. 오히려 내가 놀랐던 건 10Rs 세 장 중에서 하나만 뽑아가는 저 양심 리어카, 그 아저씨는 내가 내민 세 장을 어떻게 해석했을까? 원하는 만큼 가져가세요? 아니면 원하는 걸 가져가세요? 그 아저씨는 또 그 나름대로 희한한 놈 봤다며 웃으셨을 수도 있겠네.

건축 중인 작은..... 이걸 뭐라 부르지? 성황당 사이즌데. 암튼, 천정, 기둥 거푸집, 아시바 뭔 자재가 뒤죽박죽이다.

 닐리쉬 게스트하우스/  처음이다. 이렇게 한국 사람이 많은 숙소는. 이게~ 좀 당황스럽네. 한국인들 모여서 왁자지껄하는 거. 밤에 모여서 술자리도 있는 거 같은.... 그런 공기가 느껴진다. 이거 좀 겉돌아야겠는걸?

 방은 널찍하고 깔끔. 보기는 이래도 저렴한 숙소라 씻는 물도 짜고, 화장실이 룸과 연결되어서 냄새도 나고 ..ㅎ 디우에서 짠 물 안 나오려면 500Rs 이상은 들여야 한다 그캅디다.

거리도 깔끔. 사나운 개가 없다. 소도, 소똥도 없다!!!

 감자튀김과 대구구이. 피쉬엔 칩이라고 부르던데 딱 기대했던 그 정도의 맛. 명불허전 심심하기 이를 데없는 영국 음식이지만 킹피셔 한 잔이랑 낮에 게으름 피우며 먹기엔 딱 좋다.

오, 꼬ㄹ~~ㅔ아 !! 를 외치며 (낮부터 취해) 같은 질문을 몇 번씩이나 하던 형들.

  디우도 델리처럼 인도에서 몇 안 되는 주(酒)세가 없는 도시다. 하여 인도 여행 내내 참았던 주당 여행객들이 저렴하게 음주를 즐길 수 있는 곳. 덕분에 관광객들이 그간 부족했던 혈 중 알콜 농도를 보충할 수 있는 도시일 뿐만 아니라 인도 사람들도 술을 마시러 원정오기도 한다. 대낮에도 취해서 어슬렁 거리며 "헤이, 부라덜~" 하는 형들이 꽤 있다. 그만큼 치안에도 신경 써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포르투갈과 인도 군의 격전지였던 디우 성. 곳곳에 포탄흔적이 남아있다.

  디우에서 쉬면서 인도를, 이 여행을 좀 생각해 봤다.

 암만 머리를 굴려봐도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 힘들던 와중에 카톡으로 인도가 어떠냐는 아는 형의 질문에 답하길.....

여기, 지옥이에요!!

 화도 좀 나 있던 터라 씨게 던졌다. 폰 너머에서 뭔가 당황하는 기척이 전해진다.....ㅋ

 아버지가 아이 앞에서 거짓말하면서 부끄러워하지 않는 걸 보고 적지 않게 충격을 받긴 했는데 그 충격을 부러 확대해서 해석하고 있지는 않나 하고 여러 번 곱씹어 생각해 봤지만 역시 ㅅㅂ다. 후세에 물려줄 가치가 없어 그 자리를 개인의 이익에 근거한 탐욕과 이기심이 채워버린, 더구나 그런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게 사회 통념 상의 다음 세대가 아니라 본인 자식의 눈앞이라면 좀 심각한 이야기가 아닌가? 가정이라는 단위 안에서조차 부끄러움이란 개념이 없다면 그 가정의 아이는 부모를 어떤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건가? 가장은 가족에게 성실이나 정직, 신뢰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하고 있는가? '우리' 빼고 다른 사람은 다 속여도 된다? 그건 조폭이잖아. 조폭은 항상 두목을 제낀다고 !! 여기서 가정은 어떤 의미인 거지? 아니, 좀 더 간단하게, 너희들 아빠한테 뭘 배우는 거야?

여행 시작한 지 몇 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모르겠다.

 시민이라면, 사회를 구성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시민이라면 당연히 공유하는 의식이란 게 있다. 그 시민 의식이라는 것이 사회가 변한다고 해서 그 뿌리까지 쉽게 변하지는 않는다. 단순히 21세기 한국을 기준으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반만 년 세월의 역사 속에서 유교/불교 따위가 통치 이념이 되건 말건 그 기저에는 가족/친족/공동체 구성원으로서 공유해야 할 의식이란 게 있었다. 종교? 카스트? 세상 어느 종교가 거짓과 사기를 부추기나? 더구나 이 사람들은 현세에 덕을 쌓아 내세에는 더 좋은 신분으로 태어나야 할 사람들이 아닌가? 누가 뭐라고 해도 거짓말은 나쁜 거다. 그런데 여기선 그렇지가 않다. 이 사회를 지옥이라고 한 이유가 그것이다. 상인, 일반 시민, 심지어 국가 공무원마저도 거짓말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한두 명이, 혹은 어두운 데 숨어서 저지르는 비리가 아니라 시민들이 공유하는 공식적인 가이드라인이 그렇다는 말이다.

 즤들도 부패권력과 싸워 이기는 영웅물을 보면서 환호하잖아. 한국에서 일하던 인도 근로자들도 외국인 노동자 차별에 항의했잖아.(-.-;; 옳고 그름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은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 그럼에도 거짓의 일상이 가능하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무엇이 이 사람들을 자식 앞에서 거짓말을 하면서도 당당하게 만드나?  '우리나라에 문화 구걸을 하러 들어온 돈 많은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해서 이익을 취하는 것은 매우 정당하다.  그게 싫으면 안 오겠지' 자본주의 논리로는 합리적이라 해야 하나? 허나 이따위 비 상식적인 사고가 어찌 그리 균일하게 사회 전반에 퍼져있을 수 있나? 그리고 그토록 거짓으로 일상을 메우면 자신의 삶은 온전한가?

 이런 이방인의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이 사회는 (너무도 당연하게도) 엄연히 존재하고 나름 잘 굴러간다. 그리고 이런 허섭한 관점 나부랭이보다는 그 존재 자체의 의미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클 텐데...... 그래, 그렇겠지. 근데 그게 뭔데? 

 학생 시절 우리나라 구석구석 여행 다니면서 느꼈던 거 하나 기억하라면 '세상엔 좋은 사람들이 훨씬 많구나.'다.  인도도 그렇겠지. 그럴 거라는 거 안다. 사람 사는 세상이 그렇겠지. 그런데, 나랑 만나는 사람 기준으로 줄을 세우면 사람보다 개가 더 많다. 인도 사람들 순박하고 착하다고? 그래 다 착하다. 착한 거지, 착한 릭사 왈라, 착한 상점아저씨, 착한 거짓말쟁이...... 너무나 솔직하게 사기를 친다. 이마에 '나 사깃꾼임'이라고 적어놓고 바가지를 씌운다. '내가 지금 사기 치는 거 알지? 그런데 너 별 수 없잖아. 빨리 당하고 꺼져, 마이 프렌~'  그게 귀엽기도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이 슬슬 괘씸하고 짜증이 나는 거라. 허나, 나도 만만찮은 여행 질 공력이 있어 적응은 금방 한다. 적응이 어려운 게 아니라 돈을 쓰는 과정이 즐겁지가 않은 거다. 무려 여행인데! 수긍하지 못하면서 적당히 이해하는 척하는 것 또한 오만함이라 내 관점을 근거로 솔직하게 바라본다. 지옥까지 끌어내린다.   

*************** 짜증 나지만 내 여행의 방식은 옳다.

현재 스코어, 지옥의 한량질.  그래도 아직은 오만함이 많이 남아있다.

*

아직은 이 사회에서 쓸 수 있는 내 툴이 Rs뿐인 탓. 어우~ 빨리 랩업해서 스킬 테크부터 뚫어야지. 근  한 달이 지나도 만랩이 안되니 답답해 뒈지겧.

세인트폴 성당. 인도지만 이건 포르투갈 유적
성당 지붕에 올라 내려보는 해 질 녘 섬 구석구석이 참 이쁘다.

 우다이뿌르에서 만난 언냐들이 '아니, 이 화장실을 이렇게 예쁘게 찍었어요?' 라며 경악했다. 사진은 구라다.

 인도 여행하다 보면 만났던 사람 또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 여러 번 들었다..... 그럴 수 있나? 인도가 얼마나 넓은데?라고 생각하면 오산. 한국 사람들은 자주 만난다. 죄다 같은 가이드북 들고 움직이니 별 다른 변수가 없나 보다. 책에 소개된 뻔한 곳 만을 돌아다녀서 그런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어쩌겠어. 디우는 섬이 작은 걸.....ㅋ  작은 섬을 헤매다 보니 나도 아는 사람을 만났다. 델리 예약 사무실에서 만났던 진섭 군네 커플, 오늘은 각자 일정이 있으니 알아서 지내고 내일 아침에 장 보러 같이 갑시다. 요!

 아침 어시장. 오늘 아침에 합류한 친구들 포함 5명이서 작당을 해 밤에 해변에서 구워 먹을 해산물을 쇼핑~

 새우와, 고등어, 감자, 옥수수(껍질을 벗기지 말 것!!) 그리고 저게.... 삼치였던가? 우리가 선택한 것은 꼬랑지 쪽이었다.

 예산 갹출해서 해산물을 공동구매(?)하고 난 뒤 나눠 맡은 내 역할은 감자와 고구마, 숯 구매. '훗 그 정도야 가볍게 해치워주지' 라며 찾았던 시장은... 어? 어? 막 파하려고 자리 걷는 중? 다행히 아직 남아있는 좌판을 찾아 (급한 티 부랴부랴 숨기고) 흥정을 거는데 이 아주머니가 영어가 짧으시다. 의사소통이 힘들어하는 와중에 "아니, 두 개 더 달라고요" 라며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렸더니 알았다며 20Rs를 깎아주시겠단다. 이 떡밥을 물어? 말어 ?

확실히 여긴 포르투칼 유적지.
스쿠터 하나 빌려서 해안가 산책.  여기서도 벙거지, 고글, 버프의 조합은 유용하다.
섬을 빙~  두르고 있는   ㅇㅖ쁜  해안도로변 풍경.
섬을 가로질러 끝까지 가면 이런 선착장이 나온다.
창고 같은  게 있는데, 벽체와 지붕이 야자수  잎이다!  오호~  이것 봐라.......@.@;;;

아하, 선착장 한편에 조선소도 있구나. 그럼 저 창고는 자재 창고겠네? 노가다 시절 컨테이너 박스가 생각나는 풍경....ㅎㅎ

원목 가공하면서도 사진 찍어달라 신다......ㅎㅎ

 관광지가 아닌 현지인들 삶의 터전인 곳을 살펴볼 때는 조심스럽다. 스쿠터 주차할 때도 여기다 대도 되나? 살펴보고 걸어 다닐 때도 일에 방해될까 내 시선을 불편해하지는 않을까? 최소한의 예의 혹은 눈치라도 있어야 한다. 안 그러면 어글리 꼬레안.

 그러면서 조심스레 돌아다니는데 후덕한 아저씨 한 분이 날 부르신다 응? 왜? 뭔 일 있나? 살짝 긴장하며 가보니 그냥 놀자고......ㅋ 말씀 나눠보니 멀리서 한국인인 거 알아보고 부르신 거라고. 소싯적 인천에서 일하셨단다, 응?  한국식으로 악수하자고 손 내미시는데 허둥지둥 장갑을 벗으니 웃으시며 옆 동료들에게 한국 사람들은 악수할 때 장갑 벗는다고 설명하며 아저씨와 나의 짧은 한국식 매너를 누렸다. 원래 인도에선 모르는 사람 주는 거 먹으면 안 되지만 이런 체험 삶의 현장에선 갠찮음!  짜이 한잔 얻어마시고 유쾌하게 선착장을 나왔다.

 뭐 그런 포즈까지........-.-;;

 그림은 심란한 표류기처럼 불쌍해 보이지만 씐나는 생선 바비큐. 먹고 남은 음식물은 잘 모아만 두면 개들이 깨끗하게 청소. 이 동네 개들 참 착하다, 낮엔 보이지도 않다가 야간 근무로 청소까지 하네? 곳간에서 결심 나네.

 며칠 더 머물까 했는데, 그랬어도 좋았을 텐데. 새벽에 나왔다. 다시 암다바드로 나가는 버스가 투어리스트 용은 밤 버스(들어올 때 타고 들어왔던 그거) 로컬은 아침 버스. 그래, 올 때랑 같은 거 타고 나가는 건 재미없지. 낮 이동도 나쁘지 않았던 잘가온->암다바드의 경험에 의지해 나름 과감하게 결정한 아침 버스!!

아침 버스를 타기 위해선 새벽이슬을 밟아야 해. 흠~

 근데, 낮에 이동하는 버스는 이거..... 좀 힘들다. 대략 11시간? 도로 사정 참 다이나믹하고, 고장 난 차창으론 먼지가 뭉게뭉게~ 짧은 휴식 끝나고 다시 고행 시작인가. 

창 틈으로 들어오는 먼지세례를  버스 강도 같은 행색으로 겨우 버티고 있다.
휴게소에서 만난 버스, 언뜻 한글로 읽을 수도 있을 것 같은 글자들이 좀 보인다?
사람이 마시는 먼지는 괜찮지만 시설이 먼지에 더러워지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인도의 시설은 나쁘다..
다시 암다바드에 도착해 주린 배는 에그-비리야니로 채우고

 암다바드역 가까이 있는 버스 터미널에서 사설 버스 잡아타고 우다이뿌르로, 사설 버스 삐끼형들 무쟈게 달라붙는다. 첨엔 좀 겁이 나기도 하고 눈탱이 걱정도 되는데 이게 딱히 무시 무시한 게 아니라 그냥 흥정이다. 삐끼형들도 30분밖에 남지 않은 버스 출발 시각 전에 가급적 많은 승객을 모아야 하는 나름 절박한 상황인지라 배팅이 그렇게 허황되지는 않다. 2~3번만 흥정하면 적정가격 뽑을 수 있다. 맘 편하게 접근하기 험한 모양새어서 그렇지 막상 붙어보면 이 아저씨들 수도 얕고 퍽 순진하다.

'여행 > India_2012-3'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이살메르, 사막과 성  (0) 2014.02.02
블루시티, 조드뿌르  (0) 2014.02.01
활기차고 번잡한 우다이뿌르  (0) 2014.01.28
암다바드 거 참 복잡한 동네.  (0) 2014.01.27
아잔타 석굴사원과 엘로라.  (0) 2014.01.25
인도하면 봄베이지 !!  (0) 2014.01.25
New Delhi  (0) 2014.01.2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