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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India_2012-3

인도하면 봄베이지 !!

by babelfish 2014. 1. 25.

12.24  델리발 뭄바이 센트럴 행  3A  티켓,

행선지나 열차 등급을 보면 아직 인도라는 나라에 대한 개념이..... 어우야~

 당초 계획은 델리 -> 뭄바이 -> 남부해안이었다. 라자흐스탄에 볼거리가 많다는데 잘 모르는 데다 아직 어리바리해서 뭐가 와닿질 않는다. 그러다 보니 딱히 땡기질 않아서 그냥 질렀다. 초반에 진도 확 빼면서 현지 감각을 익힌다는 나름의 짱구. 그래서 그저께 델리역 2층 예매 사무실에서 끊은 게 크리스마스 밤을 달려 뭄바이로 가는 기차표다.(무려 1,550 Rs)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정말 뜬금없는 장타(루 상에 주자도 없는데)를 날린 건데 이때만 해도 내 동선이 얼마나 황당한 지에 대한 감이 없던 인도 초짜였다.

 처음 타보는 기차인 만큼 사람들 구경, 와~ 얘들 진짜 안치운다. 쓰레기 부피를 줄여서 버리는 고급 개념 정도는 기대할 것도 없고. 그냥 바닥이 쓰레기장. 도대체 왜 쓰레기를 안 치우는 걸까? 왜, 늬들 진짜 왜 그러니?

 더럽고 불편한 환경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 시시 각각 짜이~ 짜이~를 외치며 잠을 깨우는 고장 난 알람 같던 판매원. 뭔 주술 같은 걸 외면서 팁 요구하는 야릇한 언니들. 거기에 타인에게 끼치는 불편함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대범함이 어우러져 아우~ 정신없어라. 그리고 기차 내 식사 시간, '인도에선 다들 손으로 밥 먹는다더라. 걔들 왼손 오른손 구분이 있어서 식사 예절 잘 지켜야 한다더라.....'는 개뿔. 왼손으로 닭다리 뜯고 후식으로 나온 아이스크림에 밥 비벼 먹습디다.

3A 객실 내부 저렇게 6 개, 사진찍은 쪽 벽면에 2 개. 이렇게 8 개의 베드가 한 블럭.
3A 등급은 배낭여행자들은 잘 이용하지 않는 나름 고급 레벨이다.

 

Mumbai

어허, 뭄바이 처음 오셨으면 입장료는 내셔야지...... 라는, 삥이라도 뜯을 것 같은 눈빛으로 사진 한 장 찍어보라던 청년.
쫄아버린 나는 공손히 셔터를 눌러드렸다.

뭄바이 첫인상, 손님 기다리고 있는 빤딱 빤딱한 택시들. 

외견과는 달리 엔틱(?)한 실내, 구형 미터기.
그리고 450 Rs 의 싱글 룸,. 컥 !! 아는 형이 이 사진을 보더니 '기차 화장실 까끗하네' 란다...-.-;;;

 첫 도시 간 이동, 크리스마스 밤을 달려 도착한 뭄바이.
 선선했던 델리와는 달리 30도가 넘는 대도시의 공기는 답답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1월 중순 사이 극 성수기의 물가도 답답했다. 가운데 서서 팔을 벌리면 양쪽 벽이 손에 닿는 저 쪽방이 450루피라니. 뭐, 방은 잠만 자는 곳이라지만 이건 좀.....;;; 고아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새해 파티에 가려는 사람들과 차트라바티 시바지 공항으로 입국한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크리스마스 즈음의 뭄바이의 물가는 관광객의 지갑과 멘탈을 탈탈 털어대고 있었다.

 숙소 구하러 가는 길에 넉살 좋은 아저씨 한 분이 안내해주겠다며 친절하게 들러붙었고 나는 그거 필요 없다는 실랑이, 지금까지 지가 안내해 준 한국인들 사진 보여주고 어쩌고 저쩌고.... 그러니까 매뉴얼에 나와있는 사기꾼 과정 중급자가 와서 열심히 노력했는데 그냥 씹어 넘겼다. 대충 내가 빼먹을 정보만 먹고 헤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 친절을 받아주고 사진 한 장, 글 한 줄 남기는 게 뒤에 올 누군가의 뒤통수를 칠 떡밥이 될 걸 알기 때문에 눈앞의 친절을 뭉개고 나간다. 나에게 사기 칠 의사가 없을지도 모르는 사람의 친절마저도 경계해야 하는, 인도 여행은 가끔 지랄 맞다. 

 뭄바이 C.S.T역(빅토리아 터미널 - VT), 영국 건물 뽄세로 지어놓은 이유가 구 서울 역사가 왜풍으로 지어진 이유와 비슷하다.' 제국주의에게 호되게 수탈당했었음을 증거 하는 가장 명확한 네거티브 유산'...... 이라기보단 그냥 역사로 잘 쓰고 있네? 아침 출근 시간의 C.S.T는 같은 시각의 신도림 역이 파리 날리는 걸로 보이게 할 만큼 미어터진다.

FORT 구역 거리 풍경.
 아침에 도착, 숙소 구하고 짐 풀고나니 벌써 오후. 동네 분위기나 살피러 나가보자.

 FORT 구역 도로 변 건물들이 죄다 고색창연하다. 종로나 대학로를 걷다 보면 볼 수 있는 100년 넘은 근대 건축 같아 뵌다. 좋게 말해서 인도의 역사와 함께 나이 들어가고 있는 건데, 얘들 정말 건물 관리는 안 한다. 하긴 이 사람들과 저 건물이 어울리진 않지. 저 커다란 건물들은 뭐랄까..... 재개발은커녕 유지 보수할 능력도 없는, 처치 곤란한 큰 짐승의 시체 같은 느낌? 이 구질 구질한 나라에 지어진 인도 것이 아닌 멋진 건축물들. 이 이질감은 뭄바이를 돌아다니는 내내 날 불편하게 했다.

숙소 뒷편 시장 골목, 이곳사람들이 이용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건물들과 시장.

 근데, 좀 쌩뚱 (?  내가 무슨 기준으로 사람과 건물의 어울림을 판단하고 있나.....하고 생각해 보면, 뭐랄까, 속도감? 긴장감? 그런 게 있다. 치열하게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나이가 백 년이나 들어 세상 일에 별 관심 없어 뵈는 건물들은 분위기가 다르다. 서울에서 우리와 아웅다웅하며 같이 살아가는 한국은행 본점 건물과 다른 느낌이 있다 그런 말임다.

걷다보면 쉽게 만날 수있는 꼬맹이들. 사진 찍는 거 정말 좋아한다. 이 사진 보내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엘레펀트 아일랜드 / 석굴사원.

  암반을 깎아서 만든 이 사원은 앞으로 볼 많은 인도의 힌두 석굴사원의 대표 격. 지어 올리는 게 아니라 암반을 파 들어가는 방식. 무식하기도 하고 멋지기도 하고. 포르투갈 군의 테러 때문인지 관리 개념이 없는 탓인지 사지가 멀쩡해 뵈는 석상이 거의 없다.

따지마할 호텔과 게이트웨이 오브 인디아.

그리고, 신나는 박물관 !! 뭄바이엔 웨일즈 왕자 박물관.
 확실히 풍성하다. 현장에 비해 팔다리가 온전한 석상도 많고

흠~~ 이건? 디아블로를 그렇게나 했으면서도 실제로 보기는 처음이네, 수도사가 쓰던 주먹무기가 이거였어 ?
인도 여행 내내 보게되는 쉬바와 가네쉬.
전시품 만큼이나 멋진 100년 넘은 사라세닌 건축 양식의 박물관 건물.

대도시 탐방, 역시나 지하철과 버스부터 공략,

목적지가 없어도 그만이지만 일단 도비가트.

들어가고 싶긴 한데, 그래도 되나? 입구에서 기웃거리니 웬 아저씨가 다가온다.

헤이 부라덜~ 들어오라고, 안내해 주겠다고......... 응?

  도비가트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안내료 100 Rs가 후불로 있을 거라고 말씀하신다. 흠,..... 했다.  돈 주고 사진 찍는 짓은 안 하는 주읜 데 이건 괜찮지 않나? 박물관이나 사원도 촬영료 따로 받는데 그런 건 거부감 없이 지불하잖아.  여기가 현지인들은 꺼려하는 직장이라긴 하지만 내가 그런 시각으로 보는 것도 아니니. 물론 100 -> 50으로 깎았다가 투어가 끝난 뒤 별도 팁을 추가로 요구받는 인도식 밀당은 필수.

무척이나 자랑스럽게 설명하시던 온수 시스템.

수두 차를 이용한 수리 시설이었음!!  난, 이건 인정.

빨래 집게가 필요없는 도비가트식 빨래 널기. 오호~

 호텔의 세탁 서비스 대행 전문업체, 왜 인도에서 도비왈라가 천한 직업인 지 모르겠다. 갠지스 강에서 즤들 목욕하고 옷 빠는 거 그렇게나 좋아들 하면서 물 일이 싫은 것도 아닐 테고 간접 신체 접촉?  설마 지하철에서 여자만 보면 부비부비 대는 아즈씨들이 할 소리는 아니잖아?

하지 알리의 무덤, 끊이지 않는 참배객들의 발길과 길가를 꽉 채운 그 흔적들.

 하지알리의 무덤을 나와서..... 좀 쉬었다. 근처 지하도 입구 지붕(?) 같은 곳에 올라 교차로에서 차량이 가다 서다 하는 거 보면서 지도 봤다가 멍 때리다가, 수첩을 꺼내 끄적거리기도 하고, 카메라를 만지작 거리기도 하고, 교통 흐름을 보면서 운전자 메너들은 어떤가?

그러고 앉아 있으면 현지인들 구경거리가 되기도한다. 야, 그거 '아이러브유' 냐?  넣어둬.

전철 손잡이가.... 와~~ 정말 차갑다. 사용자 편의, 그게 뭐? 오로지 내구성만을 생각한 디자인과 재질. 인도 시설의 대부분이 이렇다.

엊저녁 구입한 쪼리를 끌고 간디 아저씨가 살았던 집, 마니바완으로. 저 70Rs 짜리 쪼리는 아직 우리 집 화장실에서 사용 중....-.-;;

망쪼 든 나라의 특징 [7 대 사회악] 원판을 찍고 싶었는데 촬영이 안된 데서 아쉬웠다.

난 아직도 기억하고 싶은 것을 기록하지 못하면 좀 짜증이 난다. 

쵸파티 해변의 노을, 해운대라 그래도 믿겠네~

 해변을 즐기는 현지인과 관광객 사이로 보이는 움막, 현지 주민들의 주거지다. 신기하다. 관광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얼만데 정부는 관리 같은 거 할 생각도 없고, 돈 많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여행하는 옆 모래사장에 앉아 엄마는 밥을 하고 아이는 구걸을 다닌다. 이래도 되나? 뭔가... 가치관이 흔들리는 느낌이다.

 어차피 관광 산업이라는 게 누군가의 쉴 자리를 만들기 위해 누군가의 삶의 터전을 부수는 산업이긴 하지. 관광객도 저 그늘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저항하고 권리를 찾아야 할 주체는 이 땅의 주인들일 텐데 이 사람들은 국가의 폭력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걸까, 카스트 아래쪽 사람들은 그런 권리조차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평등,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는 평등이라는 가치관이 무척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는 사회다. 대통령 후보를 할 정도의 막강한 인사들도 그 아들이 병역의 의무를 일반 시민이 납득할 수준에서 수행하지 못하면 문제가 된다. 재벌도, 연예인도 마찬가지다 돈이나 권력이 얼마나 있거나 간에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모두가 평등하다'라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공식적으로는 그렇다. 그런데 여긴 불평등이 상식인 세상이다. 21세기 대명천지에 이런 게 가능하다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하..... 인도여행은 가끔씩 시간여행이 되기도 한다.

쵸파티 해변을 마지막으로 뭄바이 일정 마무리.

 고작 두 도시 일뿐이지만 대도시라 그런가? 조금 지쳤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감정적으로 반응이 생긴다는 건 반가운데..... 일정이 빡빡해서 벌써 체력이 떨어진 건 아니다. 평소 여행을 전투 모드로 해온 터라 이 정도로 힘에 부치는 건 아니고, 쉴 곳 없는 도시. 끊임없이 달려드는 또랑 또랑한 눈망울의 꼬마 거지들....... 대도시라는 게 시스템이 잘 잡혀있어야 재미진 여행이 되는데 이건 그냥 복잡한 던전?
 아는 형이 신혼여행 때의 인도를 추억하며 뭄바이에 영혼의 일부를 두고 오셨다던데.....;;; 저기요, 영혼을 이런 데다 버려두면 막 썩어요. 빨랑 다시 주워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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