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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India_2012-3

New Delhi

by babelfish 2014. 1. 23.

 미루고 미루던 작년 겨울 인도 여행 정리,

[[ 본격, 방구석에서 추억하는 인도 여행기 ]]

2012.12.20 출발   ->   2013.03.15 귀국. 85일 동안의 여행.
준비 / 출발 / 예산 등등 잡다한 이야기는 생략. 방랑기 카페에 넘치도록 많은 데다 귀찮.....ㅎ
대충 300(여행경비) + 50(예방 접종, 여권, 비자, 잡다한 준비물) 정도의 예산.
경비 1일 당 \20,000 =>1,000Rs 배낭 여행자 치고는 넉넉한 편, 40 대의 노구를 감안한다면 전투형.
 여행 계획은 딱히 없었다. 3 개월짜리 여행인데 계획 세운다고 그대로 되겠어? 기차가 하루 반나절 씩 연착한다는 곳이라던데.......-.-;;;

[ 델리 인, 델리 아웃. 고도리 방향으로 대륙을 돈다] 라는 이 심플한 계획만으로 출발

기내식, 뭐 이 정도면 괜츈.

오호, 에어인디아, USB 충전이 가능하군요 !!

New Delhi

 방랑기 식당의 픽업으로 빠하르간지 무혈(?)입성.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인도 무용담의 첫 장을 장식하는 공항에서 빠간 사이의 인도의 제1 관문(사기꾼 여행사, 릭샤왈라 나부랭이)은 그냥 패스~, 첫날에다 밤인데 숙소까지 무사히 들어가는 게 제일 중요하지 싶어 식당 픽업 서비스를 이용했다. 환율 계산 해보고서 상당히 손해 보는 짓이란 걸 나중에 알았지만 그 손해도 경비의 일부분인 걸 어쩌겠어. 아무튼 무사히 들어왔으니 굿.

 인도엔 개가 많다더만 공항 출구 엘리베이터 앞까지 와서 반갑게 맞아주는 개쉑들. 그래, 여기 인도다. 

 공항에서 빠간까지 데려다준 승용차엔 사이드 미러가 없었다.  ㅇㅇ, 여긴 인도라니까.

 내가 여행을 온 건지 던전 모험을 온 건지, 이 여행을 하기로 맘먹은 게 과연 잘한 짓인지......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인도의 첫인상 - 빠하르간지 뒷골목. 화려한 원색으로도 감추기 힘든 구질구질함, 여기 뭐야 무서워~

여행 기본 복장 - 벙거지, 고글, 버프. 안 좋은 공기와 불필요한 삐기의 접근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이 행색이 인도를 대하는 내 기본적인 태도이기도 했다. 

 델리 일정 12.20 ~ 12.24 //  4 일이나 되지만 이게 은근 빠듯하다.

 첫날 핸드폰 USIM을 사야 하고, 델리 역에서 다음 행선지 기차표도 예매해야 하고 그러는 와중에 틈틈이 델리를 봐야 하거든. 낯선 도시에서 통신과 교통과 숙식을 스스로 해결하고 나면 가이드 북에 나와있는 볼거리들 - 문화 유적지를 찾아가지 않더라도 그 도시를 꽤나 본 셈이 되니까 굳이 뭘 보겠다고 아웅다웅할 필요는 없다는 게 내 지론. 시간이 없으면 없는 대로 어슬렁~ 어슬렁. 우리나라와 비교해도 그렇잖아, 서울에서 선불 폰을 마련하고 게스트 하우스를 찾고 식당과 편의점을 이용하고 대전 가는 기차를 예매하고 나면 현재의 서울은 어느 정도 체험하는 거다. 경복궁 돌아보며 500년 전의 조선을 구경하기보단 강남역 헤집고 다니면서 지금의 서울을 살고 있는 우리 모습을 보는 게 더 나은 여행이 아닐까?

  델리에서 찾아다닌 곳이라고는 올드델리-찬드니 촉, 꾸뜹미나르, 인디아게이트, 티베탄 꼴로니, 코넛플레이스,라즈가트,까믈라나가르. 4일이라는 기간에 비해선 많지 않다. 명소보다는 오히려 찾아가는 길에서 인도를 느꼈다는 게 맞겠네. 첫 도시치곤 잘 적응하고 있다.

  코넛플레이스에 위치한 에어텔, 여기서 유심만 제대로 구해도 델리 입성은 성공이라 할 수 있다. 500Rs에  충전된 유심 구입.

 델리에서 구한 두 번째 숙소. 400Rs. 와이파이 들쭉 날쭉한 것만 빼면 괜찮은 방이었는데 떠나는 날 만났던 여행객들(이제 여행을 마치고 곧 한국으로 돌아가는)은 '혼자 다니면서 좋은 데 묵으시네요. 저희들은 예산 남은 거로 사치하는 중인데...' 란다. 아, 이 정도면 좋은 거구나. 그냥 하루치 예산 따라 구하는 숙소와 먹거리인데.... 내일은 좀 험하게 자고 좋은 거 먹는 쪽으로 배분을 해볼까?

 사진 속엔 2주 후에 잃어버릴 케이블과 한 달 뒤에 버스에 두고 내릴 모자, 그리고 빨간 손수건 - 지리산 입구에서 샀던 등산용 저 빨간 손수건으로 장장 85일간 타올을 대신.....ㅋ -  분실에 대한 걱정은 하면서도 대체 뭘 잃어버릴지는 알 수 없는 막연한 긴장감만 있던 때.  작별 인사를 하지 못하고 갑작스레 헤어진 친구의 모습을 시간이 흐른 뒤에 사진으로 보는 것마냥 묘한 반가움과 아쉬움.

 자마마스지드 앞, 황학동보다 어지러운 시장통

쓰레기가 아니라  상품. 자세히 보면 신발들 다 제 짝이 있다.

쫄 거 없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야.

안개 자욱한 꾸뜹 미나르.

설명할 수 없는 유물, 오파츠.

  맑은 하늘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자욱한 안개도 나름 운치 있다.

 마하트마 간디를 화장했던 라즈가트, 지금은 추모공원.

 여행하면서 만났던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입국 과정과 적응에 지쳐 델리를 입국 관문 정도로만 여기고 '전속 탈출!' 했다고들 한다. 그래서 델리 이야기를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손사래를 치더라. 난 좋았는데.... 빠간까지 편하게 와서 그런가?

 대도시, 난 대도시 여행이 좋다. 도쿄에서도 그랬었지만 작은 지역 사회보다는 대도시가 파악하기 쉽다. 큰 만큼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법칙을 따라 움직이고 있으니까. 같은 시스템 안에서 이동하고 먹고 생활한다. 그런 시스템을 보는 게 내가 누리는 여행의 재미다. 낯선 도시에서 지하철을 타고나면 도시가 좀 익숙해지고 버스를 타고 한 바퀴 휘~ 돌고 오면 좀 더 만만해진다. 

* 미   션 : 대중교통편 이용하기.
       └ 퀘스트 : 1. 지하철로 빠간에서 올드 델리까지 이동하기. 
                      └ (사전 수행 퀘 : 아이템, '지하철 노선도' 입수)
          2. 버스이용 요금을 고액권으로 지불하고 거스름 돈을 받기  
            └ (사전 수행 퀘 : 적정 요금 파악)
* 보   상 :  도시 적응도가 +20 상승하였습니다.

이런 설정해놓고 여행하는 재미도 괜찮거든.

사람 구경, '이 동네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에 뭘 먹나?'는 여전히 유효한 관전 포인트.  난 대도시가 좋다.

 델리역 구름다리.

 인도 상품들에 익숙해지기. 하루 한 두 개씩은 구입했던 저 물통들.

 델리 역 정문 앞 먹자골목,  4~50 Rs짜리 인도식 백반 [Thali]

 한국 떠나온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호기심에 찾아가 보는 한국식당 '인도 방랑기'

 델리 속 작은 티벳, 티베탄 콜로니.

찬드니촉 뒷골목.

 델리 역 2층 외국인 전용 예매 창구. 느리지만 인도답지 않게 '질서'가 유지되던 곳. 현지인들과 섞여 줄 서서 아웅다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감사. 이젠  열차 예약도 앱으로 가능하니 한국 여행객은 없겠지만.

 까믈라나가르 둘러보면서 대여했던 자전거, 노상 오토바이 수리상 아저씨께 빌린 툴로 수리해서 성능 업글!  델리의 대학로를 기대했었지만 사방을 가로막고 있던 공사통에 자전거로 휘청거리며 릭샤를 피해 다니기만 했다. 그래도 인도 대학가라 그런지 빵빵 거리지 않고 사람을 피해 다니는 오토바이를 본 건 좀 신선했네.

 델리 마지막 날 밤.  야경이나 보려고 코넛플레이스에서 인디아게이트 방향으로 걷는데 대충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나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러니까 나만 인디아 게이트로 향하고 있고 죄다 그 역방향으로 오고 있네? 뭐지? 퇴근하는 사람들 행색은 아닌데. 한참을 보고 있자니...... 어?  저건 해산된 시위대잖아!

 곤봉 꼬나 잡은 경찰들이 꽤나 심각하게 노려보고 있다. 아까 보니 시위대가 짱돌로 경찰차 유리 박살 내던데 독기가 좀 올랐나? 시위대에 털린 경찰의 심기는 썩 불편할 테니 좀 조심스럽긴 하지만...... 뭐, 정면으로 부딪힐 필요는 없지. 얍실하게 뚫자. 카메라 하나씩 양손에 들고 턱 밑에 전화기 끼우고 '나카무라상 다이죠브 데스까? 야야~, ㅆㅂ 스미마셍 !!' 라며 들이밀면?  여기 폴리스 라인 다 뚫린다.

 

 가투를 마치고 인디아 게이트 부근에 모여 정리집회 중.

 한국에도 보도되었던 여대생 윤간/살해사건의 여파.  범인들에게 조속한 처벌이 이뤄어 지기를 요구하는 시위대의 구호는  We want justics!! 사람들과 섞여 걸으면서 사건에 대해 시민들에게 물어봤다. '범죄는... 그러니까 범죄는 범죄일 뿐이잖아. 왜 그런 걸로 반 정부 시위를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장기 집권 중인 현 총리가 치안에 책임이 있다는 시민들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런가? 누군가 뒤에서 부추기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나저나 인도 사람들도 시위 같은 거 하네? 민주주의 사회니 당연히 시민의 목소리가 있겠지만 이기심 가득한 거짓말쟁이만 만나다 보니 이런 모습을 보는 게 참 신선하다. 내가 다치거나 구속될 위험을 감수하고서 광장으로 나가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과 같은 뜻 아래 연대해서 한 목소리를 내는 민주주의의 꽃이 여기서도 피는구나.

 밋밋한 최루가스와 폴리스라인을 뚫고서 한참을 지켜보다 나왔다.

 시위하던 친구들이 "야, 너 관광객이잖아?  여기 왜 왔냐. 위험하니까 빨랑 숙소로 가 " 그러는데 씩 웃으며 말해줬다.

"늬들보단 내가 안전하지"  

 짜식들, 2008년 서울에선 어떤 일이 있었냐하믄 말이다........응?

근데 여긴 시위하면 방송국 차량이 많이 오는구나........;;;;

그 후로 며칠 동안 브레이킹 뉴스에서 이 시위를 보도했었다.

 하, 시위대를 빠져나오니 역시나 교통 통제, 릭샤가 없다. 상황 때문에 예정보다 늦어져 배고프고 피곤하고....... 오밤중에 인도는 위험하다 그러던데....@.@;;; 인디아 게이트에서 빠간까지 걸어서 델리의 마지막 밤을 마무리.

 그리고 남는 시간에 틈틈이 일정/계획 점검,  나 홀로 여행 다니면 그게 참 힘들다. 계획과 누림의 조율. 노트북 펼쳐 일정 짜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가끔 계획 세우는 게 실제 일정을 잘 소화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느껴지기도 하거든. 분명 계획에 따라 움직이려고 여행온건 아닌데 이 계획을 무시할 수도 없는 게 교통편 예약 잘 못하면 2~3일 날려 먹으면서 원하지 않은 강제휴식을 해야 한다. 숙소 예약 잘못되면 그 휴식마저 망쳐버리고. 효율? 밸런스? 여행을 일처럼 하고 있나? 예산과 시간에 제약이 있는 한 효율을 무시할 순 없고 효율에 지나치게 얽매이면 마치 일하는 듯한 여행이 되어버리니...... 계획 세워가면서 하는 여행은 이래 저래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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