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 착-23:10 → 발-13:54. 새벽에서 대낮까지 거의 15시간의 환승 대기. 오밤중에 공항 나가 숙소까지 교통편도 마땅찮아 오랜만에 공항 노숙. 그런데 이 공항 출국장에서 노숙 만만찮다야. 누울 자리는 고사하고 머리 기댈 의자도 없어. 첫날부터 전투 모드 돌입.



기름국답게 휴게 시설 빵빵할 거라 지례 넘겨짚은 탓에 아무 생각 없이 입국장을 빠져나왔더니 얼레? 쿤밍 정도 기대했었는데 택도 없어. 내가 찾아봤던 여행기에서 아부다비 노숙 명당은 몇 번 게이트부근..... 이랬으니 면세 구역이었다. 즉, 다들 새벽 비행기 기다리면서 노숙했던 정보였다는 말. 나처럼 늦게 도착/이동하기 애매해 노숙하는 사람도 있다구요. 환승구간에 버틸만한 곳이 있었던가? 귀국할 때 살펴봐야겠다.



불편한 의자에서 졸다 깨다 아침에 쓸 버스카드 구해둬야겠다 싶어 내려갔는데, 이 빌어먹을 ATM 100 단위로만 인출가능하고 수수료가 25더라. 어차피 현금 필요해서 뽑긴 했을 테지만..... 여보세요, 나 이 동네 돈 8만 원 충전해 왔는데 4만 원 인출했더니 수수료가 만 원이요? @.@;; 100 디르함 현물 환전했어야 했나? 이런 서비스는 최소 이틀정도는 묵으면서 아부다비 둘러볼(인출할 금액이 어느 정도 되는) 여행객이 이용하는 거지 나 같은 찍먹은 현찰 준비해 오는 게 맞아. 누굴 탓해. 어제부터 멍청 수수료가 자꾸 발생한다야. 팍 상해버린 맴을 안고 버스카드 파는 부스에 갔더니 25 디르함 짜리 플라스틱이 아니라 당일용 무료 카드에 10 디르함을 채워 주네? 여긴 또 왜 이렇게 후해?


04:50 - 야, 이거 뭔 사달이 날 모양이다.(사건의 복선 암시_2) 세상에, 핸드폰 잃어버렸어. 이 이역만리 아부다비 공항에서 여행 첫날에. 현실 부정은 잠시 미뤄두고 두뇌 풀가동_다행히 그 멍~한 상태에서도 머리가 돌아가더라. 마지막으로 폰 했던 곳으로 직행. 내가 앉았던 자리에서 30분 전의 나와 같은 모습으로 핸드폰에 집중하고 있는 ㅊㅈ에게 "저기..... 실례지만 내가 여기서 폰을 잃어버린 것 같....." 말을 맺기도 전에 후다닥 일어서는 그녀 뒤 의자 팔걸이에 맛폰이 천연덕스럽게 놓여있었다. '할렐루야!'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내 폰을 지켜준 언니의 표정은 얼떨떨했다. 지나서 생각하니 "너 왜 내 폰 가지고 있어?"라고 뒤집어씌울지도 모른다고 경계했을 수도 있겠다 싶네. 어쨌든 고마워.
자자, 진정해. 분실한 지 30 분 만에 다시 돌아온 은혜로움과는 별개로 이따위 실수라니. 나 지금 무리하고 있다. 지금도 계속 하품하고 있잖아. 왕년과 비교할 시기는 지났어. 한 템포 늦춰야겠다. 일단 꼼짝 말고 쉬자. 사전 조사했던 정보와 다른 소소한 현장 상황에 긁혀 사고와 시야가 좁아지다가 대형 사고를 초래하는 이 전형적인 패턴에 또 당할 뻔했네. 이번엔 당하지 않고 벗어났다고 까불지 마. 니가 이긴 게 아니라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잖아. 폰이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에 감사. 인출 수수료가 얼마라고? 노숙할 곳이 마땅찮다고? 아부다비 공항 자잘한 거 죄다 용서하고 이 도시에선 얌전히 그랜드 모스크 하나만 구경하기로 했다. A10번 첫 차가 6:30라고? 나가서 더위 살짝 맛만 보고 들어오자.


그랜드 모스크 앞 지하 푸드코트(?) 문 일찍 연다야. 07:00에 멕모닝 주문받네. 근데 여기도 카드 주문하라는 거 억지로 현금 결제했다. 아까 버스카드도 카드 결제였어. 오기 전에 찾아봤던 블로그에선 하나같이 아부다비에선 현금 꼭 필요하다던데 그리 오래되지도 않은, 끽해야 2~3년 전에 작성한 내용이었는데 여기도 빨리 변하나 봐.









09:00부터 사원 입장. 입장 등록 절차 중 와이파이 획득 과정에 빈정 상하긴 했는데 이것도 내가 하루짜리 로밍했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짜친 번거로움이어서 내 탓이라 반성하며 하나 또 배웁니다. 이 생면부지의 땅에서 밤새고서 반나절 대중교통 이용해 사원 둘러볼 계획을 세우면서 어떻게 통신을 깡그리 비웠지? 뼛속까지 디지털인 주제에 뭔 자연인 흉내야? 이러다 낙오될라 정신 차려 이 뇐네야. 사원은 좀 묘했다. 타지마할 카피 같으면서도 왕궁 같은 분위기는 암리차르 황금사원 생각도 나드라. 하긴 이렇게 깔끔하게 보존/운영되는 사원 몇 개 못 봤지. 비슷한 느낌이 있긴 해.


면세구역 재 입장. 그러고 보니 이 자이드 공항은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초반 배경이었던 곳이다. 이 풍경도 영화에 나오는 그림. 아마 그레이스가 이단 헌트 따돌리고 로마행 비행기에 탑승했던 게이트가 저 B16일 걸? 천정 인테리어는 살짝 달라진 것 같기도 하고....







터미널은 한.... 20분 걸었던 것 같다. 말인 즉 1.5 km 정도는 된다는 말이잖아. 야 이 정도면 셔틀 운행해라. 그리고 뭔 외부 터미널이야? 19년엔 공항 내에 있었잖아 왜 이렇게 바꿨냐. 불편하게 스리.




새벽에 전화기 때문에 놀라서 그런지 포르투에 대한 기대보다는 내일 아침 눈 떴을 때 모든 것이 제 자리에 있기만 바라면서 버스에서 올랐다. 겸손해졌어.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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