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도 전에 취소부터요?
최근 여행은 Covid 앞/뒤로 까미노 두 번, 역병 기간이 워낙 길었다 보니 네팔 다녀온 지도 벌써 6년이 훌쩍 지났다. 오랜만에 서킷이나 돌아볼까 하여 끊은 티켓 - 남방항공/ 광저우 경유 - 12월 10일 출발 30일 체류. 너무 추운 계절을 골랐나? 17년 12월은 따듯했잖아. 별 차이 있겠어? 바람 불면 계절 불문 답 없는 건 마찬가지잖아. 부질없이 미래를 상상하며 장비 점검, 보충해 가던 와중에,
지난 토요일 탄핵 의결이 무산된 여의도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내 머릿속 '저 모지리들이 단체로 쳐 돌았나'라는 생각 아래 깔린 감정을 짚어봤다. 쉰내 나는 쌍팔년도 문장의 포고령이 무섭진 않았어. 무산되는 표결을 보며 좌절한 것도 아냐. 계엄 선포와 탄핵 부결. 부끄러움도 없이 이름과 얼굴을 드러내고서 실실 쪼개는, 위선조차 떨지 않는 놈들을 보던 내게 들이닥친 감정은 '모욕'. '늬들이 뭘 할 수 있는데?'
나 하나가 아니라 시민 사회 전체를 깔보는 저 태도를 어떡하지? 이 더럽고 끈적거리는 감정은 쉬이 해소되지 않아 아직도 마음 한켠을 묵직하게 누른다. 며칠 뒤면 네팔로 날아가야 하는데 이 무게를 지고서 5,000M 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가능은 하더라도 그 길이 즐거울까? 히말라야 골짜기로 들어가면 현 시국 정보와 차단될 수밖에 없을 터, 그 차단이 불가항력이 아닌 스스로 선택한 '외면'(능동)이란 걸 출발하기 전(=지금도 알고 있잖아. 이걸 알고서 배낭을 못 꾸리겠더라.
군사 반란을 획책했던 놈들은 목숨을 걸었을 텐데 그 총구 끝에 있던 내가 놀러 나간다고? 괜찮겠어요??? 다행히 아직 작동하는 '나중에라도 부끄럽진 않아야겠다......'라는 얄팍한 계산 끝에 이 사태를 직관하기로 했다.
[[ 대통령의 실정과 스캔들 → 친위 쿠데타(즉시 진압) → 전국 시위 → 대통령 탄핵 가결/인용 → 대선 → 개헌(?) ]]
이렇게 진행될 텐데..... 이거, 1987 보다 사이즈가 크잖아. 그러니까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사건이라고. 세계사에 실릴 장면, 이걸 버리고 가긴 어딜 가?
'처단'하고 봄에 가자. 내년 바쁘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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