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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Annapurna Circuit_2015

카트만두 찍고 포카라.

by babelfish 2015. 3. 17.

  트리부반 공항 입국과정에 대해 예습할 때 제일 먼저 체크하는 네팔 비자 서류. 당연히 서울에서 네팔 비자 폼은 다 채워두었다. 가능한 빠른 시간에 공항을 탈출해서 타멜 부근 은행에서 환전, 유심까지 해결하고 여유롭게 숙소를 구하리라!! 는 야심 찬 계획. But, 수하물이 있다면 그거슨 쿰일 뿐. 입국 수속을 암만 빨리 처리해도 찾아야 할 수하물이 있다면 만사 허당이다. 알고 짐 싸자.

항공기가 고도를 낮추면서 보여주는 창 밖 풍경이 도시의 특색을 말해준다.

 

 

 

통일호 정도나 설 것같은 기차역 모양새의 무려 국제공항. 트리부반

소박함에 실소가 나올 지경이지만 그래도 할 건 다 한다.

이르케 짐 기다리고 있으면 세월 다 간다 그 말임. 

아, 근데 배낭 찾고보니 가슴 버클이 망가져있네. 수하물 싣고 내리는 과정에서 막 다룬 듯. 이거 어쩐다?

 

 곤명에서부터 동행한 견군과 500NPR짜리 택시로 타멜 도착. 유심부터 해결하러 현지인들에게 NCELL 어딨냐고 물어보니 대뜸 한 친구가 자기 따라오란다. 그냥 방향만 알려주면 될 텐데 굳이 안내해 주겠다는 이 친구. 이거 반반의 확률로 낚시다. 살짝 망설였지만 뭐, 일단 움직여보면 답 나오겠지, 는 역시나였다. 안내해 준 곳은 사진관 @.@;; 이게 뭐냐고 물었더니 개통하려면 필요하니까 사진부터 찍잖다. 아오~ 이 강태공님아, 사진은 한 다스나 있거든요! 그럼 대리점으로 안내해 주겠다며 붙잡는 삐끼를 버려두고 거리로 나왔다.

 처음부터 다시, 물어 물어 찾아들어간 NECLL 대리점. 근데 USIM을 바꿔 꼈더니 핸드폰에 락이 걸려버렸다. 헐퀴, 필요도 없는 모로로라의 계정 보호 장치. 근데, 나 이거 비번 까먹었나? 어떡할까....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핸펀 공장초기화하면 풀리겠지 싶어 시스템화면으로 들어가니 보고 있던 가게 아저씨가 '뭐 이런 손님이 다 있나...' 하는 표정이다. IT강국의 맛폰 사용자에겐 기본 스킬입니당. 그리하여 서울에서 세팅해 온 데이터와 여행용 프로그램 다 날려먹고, 톡 아이디 새로 파고... 어? 그러고 보니 번호 없이 아이디로만 연결된 친구들은 연락할 방법이 없네? 얼레? 내일 만나기로 한 수연이는? 아, 몰라 어쩔 수 없어. 이미 공장초기화 했어.

2년 만이다, 타멜. 한 번 왔던 도시를 다시 찾는 건 참 좋다. 익숙함, 이런 아무것도 아닌 풍경이 어찌나 반가운지.

 

 오느라 고생했으니 오늘은 썩 괜찮은 달밧 정식으로 네팔 입성을 마무리.

 이 달밧 집을 숙소 직원에게 추천받았는데 식사하고 들어가면서 보니 묵었던 게스트하우스에도 식당이 있잖아? 응?? 

"야, 니네도 식당 운영하면 너희 집 메뉴부터 소개했어야지"

"-,.-)......"  우리 집 밥 그닥이예요. 라는 표정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런 정직한 녀석 같으니.

 

 

▒ ▒ [02.04] ▒ ▒ 

 

아직 다음 도시를 정하지 않은 '견'군을 숙소에 버려둔 채 새벽길 나서서 투어리스트 버스 정류소.

Free Wifi........ㅎㅎ

 

2년 동안 조금도 변하지 않은 풍경. 늘어선 버스 중에 행선지 물어보고 골라 타는 - 딱히 흥정도 필요 없는 시스템.

근데, 길은 참 좋아졌다. 2년 전에는 천정에 머리를 찧을 만큼 버스가 튀었는데.....ㄷㄷ

길 가에 골재 생산 시설도 많이 보이는 것이, 도로망 시설 투자 좀 하시려나?

근데 도로 사정이 좋아진다고 딱히 안전해지는 것 같진 않다. 도로 가 배수구에 처박히는 버스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얘들의 'No Problem'은 '괜찮아, 조금 늦게 가도 문제없어'가 아니라 '중앙선 너머로 운전해도 별 일없을 거야' 그런 거니까.

대형 버스 구동휠의 타이어가 재생품이라도 뭐라 그럴 수 없는 게 이 동네 안전의식이다.

 

포카라. 내 눈은 익숙한 것부터 찾는다. 건재해서 반가운 독일빵집.

레이크사이드의 중심 S-Mart 사거리, 할란촉.

네팔리 부부가 운영함에도 불구하고 한국형 MSG의 맛을 훌륭하게 재현해 내던 '쏘비따네'

포카라의 한국인 사랑방 산촌다람쥐.

 일단 산촌부터 들러 된장 한 그릇 하면서 요즘 산 사정 정보 수집. 예전에 여행할 땐 그런 고집이 있었다. '한국 식당은 가기 싫어, 한국 사람들이랑 어울려서 노는 짓은 안 할 거야' 그런 고집을 피우던 어린 시절의 나를 이해 못 할 건 없다. 솔직히 말해서 외국의 한국 음식점의 가격은 다소 높은 편인 데다 오지 여행도 아닌데 굳이 한국 사람들 만나서 어색한 반가움을 나눌 필요는 없지. 근데 좀 돌아다녀보니 정보가 필요한데도 부러 그걸 피해 가려고 고집 피울 필요도 없단 말이지. 쓸데없는 고집에서 자유로워지는 게 여행 아니겠어?

얔 스테이크랑, 와인 한 잔.

 네팔 현지 번호로 톡 아이디를 새로 만든 탓에 수연이랑 연락을 못했어야 했는데 이게 신기하게도 카스 통해서 연결은 되더라. 만날 사람은 결국 만나게 된다. 암튼 다시 연결된 톡으로 연락해 봤더니 이 친구 오늘 ABC에서 내려왔다기에 고기나 멕여야겠다 싶어 냅다 약속 잡았다. 2년 전 여기 포카라에서 헤어졌던 이 친구를 여기서 다시 만나게 되는구나. 

 여행 출발하기 전에 폰 정리하다가 문득 '아, 이 친구는 뭐 하고 사나?' 싶어 톡을 날렸더니 돌아온 대답.

"어머, 오빠 어떡해요. 오랜만에 연락 주셨는데 저 지금 카트만두예요"
"뭐 인마?"
"내일 포카라로 떠나요"
"ㅋㅋㅋ...... 4일 포카라에서 보자"
"?????......!!!!!"

 인도 여행하면서도 그랬다. 델리에서 봤던 친구를 디우에서, 다즐링에서 헤어졌던 친구를 멕간에서, 그렇게 아무 약속 없이 사람을 다시 만나는 경험이 얼마나 신기하고 즐거웠던가? 그런데 이건 2년의 시간을 점프해서 다시 히말라야를 찾았는데 지난 여행에서 (길에서 만난 대부분의 인연이 그렇듯이) 다신 못 볼 것처럼 헤어졌던 친구를 다시 이곳에서 만나게 되다니. 지금 생각해도 정말 대단한 인연이다. 게다가 이 녀석, 지난 10개월 동안 남미를 떠돌다 마무리 여행으로 어머님 모시고 여길 왔어야? 대견하여라. 내가 92학번이고 이 녀석이 92년생이니 첫사랑에 실패만 하지 않았어도 너 만한 딸이 있을 딱 그 나이의 꼬맹이지만 그동안 쌓은 여행 공력은 썩 훌륭했다. 잉카 트레킹도 몇 년 내에 수행해야 할 미션으로 꼽아둔 터라 더없이 즐거웠던 서로의 여행이야기.

" 남미 가실 거면 말하세요. 한 달에 백만 원으로 버티는 법 알려드릴게요~"

 이 녀석 봐라....ㅋㅋ

 

포카라 시작 괜찮네.

 

▒ ▒ ▒ [02.05] ▒ ▒ 

 

해뜨기 전의 모든 풍경은 사랑스럽다니까. 봐봐, 저 수묵화 같은 능파. 여긴 해발 1,400M의 고도라고.

이얼~, 날씨 좋은데?

아침 숙소 옥상에 올라서 보는 풍경, 마차푸차레. 쉬바형이 오늘은 기분이 좋으신가 보다.

오늘 하루는 온전히 산행 준비.

 수하물로 오는 동안 달아나버린 배낭 버클을 어쩔까...... 고민하다가 레인커버에 붙은 고정장치를 활용할 수 있겠다 싶어 소싯적 장비 보수하던 스킬에 케이블 타이와 박스테잎을 이용해서 자가 수리-뵈긴 싫지만 응급처치치곤 썩 괜찮은데?

 산에서 필요한 소소한 물품들 - 스틱, 에너지바, 두루마리 화장지, 사탕 뭐 그딴 것들을 구매하고,

내일 베시사하르로 갈 버스는 편하게 숙소에서 예매. 소정의 수수료가 붙지만 납득할 만한 수준이다.

놀이터 코 앞에 있는 포카라 N.T.B/ACAP

달러를 루피로 바꾸고, 퍼밋/팀스(예아~ 이번에도, GREEN!!) 발급도 받고. 이렇게 산으로 들어갈 준비를 마쳤다. 근데 퍼밋센터 직원이 길이 막혀서 돌아오면 다시 산에 들어갈 때 퍼밋 또 받아야한다며 몇 번이나 확인을 받네 불안하게 스리...;;

 낯선 곳으로 떠난 여행은 풍경만큼이나 낯선 과제들과 만나게 된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여정은 쏘롱라를 넘는 서킷이지만 다른 과정을 건너뛰고 인천에서 점프해서 산으로 직행할 수 없는 노릇. 당연히 과정을 밟아야만 목적지로 가는 길이 열린다. 그리고 그 과정 또한 여행의 일부다. 공항 노숙, 교통편 예매, 퍼밋 발급, 장비 구매.....  그런 과정 중 어느 것 하나도 허투루 넘길 수 없다. 대충 넘기긴커녕 막상 닥쳤을 땐 시야가 좁아지면서 그것밖에 안 보이지. 멀리 있는 큰 일보다 내 눈앞의 작은 일이 더 크게 느껴지는 건 꼭 여행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잖아? 쫄지 마. 시야를 유지하고 평정심으로 힘조절 해야 한다. 아직 남은 일정을 대비해 체력과 집중력을 몰빵 하지 않고 적절히 남겨두면서 작은 문제들을 풀어가는 것도 장기 여행의 요령이다. 그런 과정이 여행인 거지 뭐. 그것들을 엮어가다 보면 어느덧 8부 능선. 여행은 산행과 닮아있다. 

   장비(배낭) 파손이라는 만만찮은 문제가 생기긴 했지만 응급처치로 땜빵, 핸드폰이 잠겼지만 공장초기화로 복구. 해결 가능한 사이즈의 문제가 발생했고 다행히 아직은 No problem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뭐,....  나름 여행 짬밥이 좀 되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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