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해는 나의 힘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

by babelfish 2007. 12. 23.
 



윤환이 녀석이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봤는데 결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면서
(사실 지 혼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드만)
내게도 그 결말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드라.
여수 클럽에서 세 명이 연주하는 그 마지막 장면이
'주인공들의 상상/꿈이냐 실제 주인공들이 그렇게 행동했다는 것이냐?'가 그 질문이다.
그때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친구들은 다 기억하고 있겠지?
(다 술 묵고 이자묵었으모 우짜지...?   -.-a)

자~~ 그 질문에 대한 내 생각.
굳이 그 답을 말하라면............
그 건 꿈이 아니다.
그렇지만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건 꿈도 현실도 아니다.

사실 영화는-영화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마지막 두 주인공이 충주호반에서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것에서 끝난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은 두 사람의 대화.

인희 : '난 또... 나에게 프러포즈하려는 줄 알았네..... '
성우 : '내 주제에 프러포즈는 무슨..."
인희 : '여수라.... 그러고 보니 바다 본 지 도 오래되었네......'
-----------------------------------------------------  [영화 끝]
그 후의 가능성
그... 칼 맞은 키보디스트(원상이 형 죄송합니다. 그땐 진짜 뭐 저런 C8색희가 다 있나... 그러면서 봤어요)가 '낙향해서 마누라 장사나 도울까...'라는 말에 성우가 '그것도 좋은 생각이다'라고 말하는 건 사실은 별 비전 없는 밴드 생활을 접고 인희의 장사나 도우며 사는 것도 썩 괜찮을 거라는 생각을 입장 바꿔서 말한 걸 테고 그리고 인희도 가끔 노래를 통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만큼 아직 노래를 좋아하고 또 밤무대에 설 정도의 실력은 된다는 것을 미리 말해둠으로써 감독은 어떻게든 결말이 날 수 있게, 어떻게 결말이 나더라도 어색하지 않게 미리 복선을 깔아 둔 상태에서,
성우가 '여수에 같이.....  갈래?'라고 물어볼 수도 있고
인희가 '여수에 같이.....  갈까?'라고 물어볼 수도 있다.
성우가 '여기서 같이.....  살까?'라고 물어볼 수도 있고.
인희가 '여기서 같이.....  살래?'라고 물어볼 수도 있다.
아니면.... 아무 말 없이 일어서서는 다시는 못 만날 운명의 이별을 할 수도 있고.
........................................................... 아마 그랬을 거야.
그래서, 감독은 차마 결말을 내지 못하고 그 시점에서 영화를 끝내버렸는 지도 모르지.

그럼, 그 후의 여수항 풍경과
클럽에서의 연주 장면은.....?
그 건 주인공들의 현실이나 상상이 아니라 감독이 제의하는 결말이 아닐까?
그러니까...

'자~~ 관객 여러분, 영화는 끝이 났습니다.
이후에 주인공들이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을까요?
이런 건 어떻습니까..?
여기는 여수에 있는 클럽,
두 사람은 같이 무대에 섰습니다.
지금 까지 보시던 것 중 가장 세련된 무대 장치와 의상.
무대 배경그림은 와이키키 해변이고,
스테이지에는 제법 손님도 있습니다.
둘이 벌면 생활도 꽤 될 테고 의상이나 무대를 보니
아주 싸구려 클럽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둘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결말입니다.
물론, 이렇게 된다고 해도 나름대로 문제는 있겠지요.
성우는 '진짜' 음악에 대한 열정을 아직 버리지 못했고,
인희는 시댁에 맡겨둔 아들이 보고 싶어 질 테고,
키보드 치는 넘은 또 언제 칼 맞을지 모릅니다.
또 이 여수 클럽도 곧 젊은 디제이에 의해 물갈이될 겁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말 열심히 살았던 이 주인공들이 무모하더라도 한 번쯤 이런 선택을 하고
짧지만 이런 행복을 누리게 해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요?
고등학교 때가 인생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하며 그때의 추억으로 인생을 자위하며 사는
이 지친 영혼들에게 다시 한번 쨍하고 해 뜰 날을 주는 겁니다.
보세요, 영화 내내 무겁던 주인공들의 얼굴이 처음으로 이렇게 환하게 웃고 있질 않습니까.
앞으로 생길 문제는 걱정하지 마세요. 이 사람들 안 좋은 상황에서 충분히 단련된 사람들입니다.
앞으로 불행이 닥치더라도 지금 이렇게 행복했던 기억으로  견딜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영화는 끝날 겁니다.
여러분 이런 결말...... 행복하지 않겠습니까?
.
.
.
.
.... 예? 아니라구요?
그 어리바리들
걍 찢어져서 빠이빠이 했을 거라고요?
.
.
또, 예? 수안보에서 같이 채소장사 했을 거라고요?
그게 현실적으로 젤 낫다고요?
.
.
아니, 뭐.... 맘대로 생각하세요.
그렇지만 저는 제 영화의 주인공들이 자신들의 꿈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역시 저마다의 바다를 잊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고요.
.
.
그런데, 여러분은....  여러분은 지금 거기서 행복하십니까?'  
라고 감독은 묻고 있는 것 같다.


주인공들이 어리바리 지 머리 못 깎고 있는 것을 감독이 등 떠밀어서 바다로 보내버리는... 거지



나는 그래 보인다.

 

'오해는 나의 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쟁은 미친 짓이다.  (0) 2007.12.23
결혼은 미친 짓이다.  (0) 2007.12.23
Ghost in the shell  (0) 2007.12.23
집으로  (0) 2007.12.23
복수는 나의 것  (0) 2007.12.23
2009 로스트 메모리즈  (0) 2007.12.23
지방 관객의 변  (0) 2007.12.23

댓글